전에 소개한 코빗 씨(Mr. Corbitt) 시나리오를 소재로 시나리오의 변주에 대해 알아보자. 전에도 이런 글 썼던가? 상관 없어.
이전에 이 물건을 소개했던 리뷰는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32115 참조.
진상의 빠른 공개?
사실 코빗 씨가 나쁜 놈임. "난 이 시나리오 해 본 적 없는데 영영 못 하게 됐다"고? 걱정마라. 이 시나리오는 원래 도입부에서
코빗이 "이상한 물건"을 갖고 집에 들어가다 탐사자들에 목격되는 거야... 그러니까 코빗이 나쁜 놈...적어도 수상한 놈이라는
사실은 너도 알고 나도 알고 탐사자 전부 아는 상태로 시작하는 거야.
이런 식으로 기본적인 개요와 진상의 틀을 초반부터 보여주는 시나리오도 적지는 않음. 왜냐면 "그런다고 막을 수는 있겠냐"
내지는 "너님들의 씽크빅한 창의력을 발휘해서 해결해 봐라"는 거임. 코빗 씨는 후자고 오리엔트 특급 공포같은 캠페인에서
이러는 건 전자에 가까움. 다만 자작 시나리오, 특히 국내 자작 시나리오는 특정 상황의 대사도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주는
분위기다보니 스타일상 이런 방식이나 아래 이야기할 시나리오의 번주에 좀 더 예민할 수 있겠다.
시나리오의 변주
그러므로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코빗 씨의 비밀을 밝혀낼 것인가"의 과정임. 그 덕분에 이 시나리오는 많이 AWE스러운
진행을 할 수 있어. 탐사자들의 선언을 수호자가 처리하면서 전개를 이끌어가야 하거든. 예를 들어서 탐사자들이 작정하고
코빗 씨의 집에 침입한 뒤 코빗 씨를 쏴 버리고 비밀을 밝혀내거나 불을 지르거나 하면 사실 대부분 그대로 시나리오가 끝남.
혹은 그냥 경찰에 신고해도 끝날 거임. 따라서 수호자는 그렇게 허무하게 시나리오를 끝내 줄 생각이 없다면 적당한 선에서
선언의 결과를 컷하겠지. 그러기에 이 시나리오는 매번 탐사자들의 성향과 수호자의 역량 등에 따라 다른 전개가 가능하고,
솔직히 코빗이 "숨기고 있는 것들"정도만 바뀌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함. 고전 명작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각 지역의 구조가
방을 생성할 때마다 바뀌지만 보스들은 안 바뀌는 그런 거 생각하면 될 듯.
문제는 "진행하는 상황이 바뀌면 '이렇게 해야 겠다'고 느끼고 좋은 방향으로 변주할 수 있는 수호자가 얼마나 되겠냐"겠지.
그렇지? 여기에도 몇 가지 생각해 볼 점이 있음. 전에 AWE 이야기할 때도 비슷한 거를 말했던 거 같은데....
논리성 유지
예를 들어서 코빗 씨네 집에 탐사자들이 불을 지르려 한다고 치자. 수호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야 수호자 맘대로 하겠지만
여기서는 "이대로 끝내기는 싫다"고 생각했다고 가정함. 그래서 수호자는 "불길을 알아차린 코빗 씨가 소방서에 신고를 해서
소방관들이 불을 껐다"고 할 수 있겠지. 충분히 현실적이잖아? 물론 시나리오의 기본 틀을 유지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해야 함.
부분적 인정
이거는 그런 변주를 시도하게 만든 선언을 어느 정도는 인정해 줘야한다는 거. 예를 들어서 코빗을 경찰에 신고한다면 일단은
경찰이 신고를 받아주고, 어쩌면 코빗의 집을 방문해서 조사하고, 그래놓고는 별 거 못 찾고 끝나는 거지 ^^ㅋ. AWE에서 쓰는
"부분적 성공"보다 조금 부정적인 결과를 준다고 보면 됨.
말 바꾸기는 없다
아니 변주 자체가 말 바꾸기 아니냐고 할 수 있을텐데, 세션 진행 도중에 공개 / 선언되었냐만 기준으로 보면 됨. 시나리오는
어차피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좀 바꿔서 공개 / 선언해도 괜찮거든. 반대로 이미 제시된 내용을 수정 / 무효화해
변주하면 좀 더 "이 새퀴가 사기친다"는 느낌을 줄 거거든. 반대로 탐사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시나리오 텍스트의 내용을
변주하면 그 내용을 읽었던 탐사자가 태클을 걸어왔을 때 "내가 이럴 줄 알고 이 부분에 손을 봤음"고 둘러대면 되고.
유비무환
그리고 당연히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보다는 이미 있는 것을 고치는 게 더 쉬움. 그러니까 크툴루 신화에 대한 이해 없이
자작 시나리오 쓴다고 낑낑대지 말고 그냥 있는 걸 변주하는 게 나음. 또한 수호자는 어떤 시나리오든 일단 그 시나리오를
돌리기 전에 일단 읽어보고 이게 제대로 돌아갈지 - 제대로 돌아가게 하려면 어디에 어떻게 기름칠을 해야 할 지에 대해서
미리 생각해 봐야 한다고 봄. 근데 사실 다들 그렇게 할 테니까 필요 없겠지? 그렇지? 덤으로 예전에 턀갤의 장작이 됐던
모 시나리오를 내가 수정해 본 내용(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57021)을 링크함.
3줄 요약
스포일러가 두렵다면 적당히 시나리오를 변주해서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
대신 이러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세우는 쪽이 안 그런 거보다 편함.
어찌보면 자작 시나리오 만드는 것보다 이러는 게 정신건강에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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