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인카운터 해결'이 목적인 팀에선 빌딸이 미덕이고, '드라마틱한 이야기 제조'가 목적인 팀에선 컨셉과 RP가 미덕이라는 황금률에 어떠한 불만도 없음을 밝혀둘게.


그러나, 보통 문제가 되는 경우는 '인카운터 해결' 목적인 팀에서 컨셉딸친다고 힘 찍은 법사가 등장하거나 카리스마 존나 큰 전사가 나오는 경우, 그리고 '드라마틱 이야기' 팀에 빌딸 + 딜딸 + '선언형 RP'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경우겠지.


물론 맞는 팀을 찾아가 병신 새끼들아! 하고 외치는 건 쉽지만, 우리 TR하는 찐따들은 막상 그런 상황 되면 막 벙어리 냉가슴 앓고 그러잖아...그리고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 문득 이러한 '플레이어간 상성 안 맞는 팀'의 완벽한 예시가 떠올랐어. 바로 앨런 무어가 쓴 <왓치맨> 이라는 그래픽 노블에서 나오는 상황이야.


이미 아는 사람도 많겠지만, 이 <왓치맨>은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히어로와, 역시 '평범한 사람들'로 구성된 빌런들이 나오는 만화야. 평범한 경찰관, 평범한 학식충이 그냥 가면 뒤집어쓰고 음탕한 쫄쫄이를 입고 거리에 나서서 스스로 '히어로'라 자칭하며 자경단 활동을 하고, 평범한 마술사 혹은 범죄자들이 역시 가면을 뒤집어쓰고 음란한 타이즈를 입고 스스로 '빌런'이라 지칭하며 히어로와 대립하지. 물론 히어로들은 마음 맞는 이들끼리 '저스티스 리그'나 '어벤저스' 같은 히어로 팀을 결성하기도 하고, 배트맨-조커나 슈퍼맨-렉스 루터처럼 자신의 고유한 '숙적'을 설정하고 그 빌런과 1:1로 대결하기도 해.


<왓치맨> 안에서 그려지는 이러한 '히어로 팀'은 두 세대에 걸쳐 묘사되고 있어. 가장 처음 결성된 초창기 히어로 팀은 정말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이들이었지. 권투 좀 배웠던 현직 경찰관, 힘 좀 쓰는 차력사, 군인, 전직 운동선수 등등 그냥 운동 쪼금 해 본 이들이 가면을 쓰고 쫄쫄이를 입고 다니며 나 히어로요, 했던 거지. 재미있는 점은, '빌런'들 또한 이러한 평번한 히어로들과 맞서는 것을 '즐겼다'는 거야. 이들 1세대 히어로 / 빌런들은 그저 각자가 맡은 역할에 충실했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역할극'은 히어로 / 빌런 양측에 정말 무궁무진한 즐거움을 주곤 했어. (1세대 히어로 중 한 명은 자신의 이름을 이어받은 2세대 히어로를 만나기만 하면 그 때의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나중에 이런 가면놀이를 그만두고 서로 친구가 된 1세대 히어로 / 빌런도 있었어.)


이런게 가능했던 건, 이들 1세대 히어로/빌런 사이에는 '빌딸충'이 없었다는 거야. 전부 다 좆밥들이었거든. 물론 범죄자를 때려눕힐 정도로 싸움질은 다들 잘 했지만, 그저 그 뿐이었지. 히어로나 빌런이나 그렇게 좆밥 싸움을 하며 충실히 역할극을 즐겼고, 누군가 정말 크게 다치거나 살해당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거든.


근데, 1세대 히어로들이 나이먹고 은퇴하면서, 새롭게 2세대 히어로들이 등장했지. 그들 대다수는 물론 평범했지. 왓치맨 내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2세대 히어로는 다음과 같아.

1. 로어셰크

- 코스튬 : 제멋대로 무늬가 변하는 천 가면 + 냄새나는 롱코트 + 키높이 구두

- 능력 : 싸움을 잘 함

- 무기 : 딱히 없음(가끔 갈고리 달린 총을 쓰지만 보통 주변 사물로 사람을 팸)

- 특징 : 키가 좆만하고 백수임.


2. 나이트아울

- 코스튬 : 배트맨을 연상시키는 근육형 쫄쫄이 + 부엉이 모양 카울

- 능력 : 싸움을 잘 함

- 무기 : 딱히 없음(장비는 빵빵하지만 보통 이동 / 구호에 사용되는 장비라 보통 주먹으로 사람을 팸)

- 특징 : 발기부전, 그리고 후술할 실크 스펙터를 짝사랑함


3. 실크 스펙터

- 코스튬 : 꼴릿한 쫄쫄이 + 꼴릿한 하이힐

- 능력 : 싸움을 잘 함

- 무기 : 딱히 없음

- 특징 : 꼴릿함


4. 코미디언

- 코스튬 : 국뽕 터지는 무늬가 그려진 방탄복

- 능력 : 싸움을 잘 함

- 무기 : 총기류

- 특징 : 할배인데 잘 싸움


자 여기까진 그냥 싸움 잘하는 일반인이야. 근데, 여기서 소위 '빌딸충'이 난입을 해


4. 오지만디아스

- 코스튬 : 만화판에선 음탕한 황금 쫄쫄이와 보라색 튜닉을 입지만, 영화판에선 젖꼭지가 도드라진 근육 강조형 쫄쫄이(이쪽이 더 음란함)

- 능력 : 싸움을 잘 함 / 애미 뒤지게 똑똑함

- 무기 : 딱히 없음

- 특징 : 서플리먼트 '신체 강화' 사용

1) 반사 신경 강화 : '제 캐릭터는 총알을 잡을 정도로 반사 신경이 뛰어납니다. ^^'

2) 두뇌 강화 : '제 캐릭터는 지구에서 제일 똑똑합니다 ^^'


5. 닥터 맨하탄

- 코스튬 : 벗고 다님

- 능력 : 측정 불가 (취미로 행성과 생명을 만들어 냄)

- 무기 : 딱히 없음

- 특징 : 현존하는 서플리먼트 다 때려박음 / 플레이어가 씹변태라 피부색 파랗게 하고 팬티도 안입힘


이렇게 극단적으로 능력이 나뉘는데도, 이들은 자신을 '히어로'라고 부른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하나의 '팀'으로 묶여. 각자 어떻게 지구를 구하겠느니, 하는 개씹소리를 하지만, 우린 모두 알 수 있어. 4번 오지만디아스 캐릭과 5번 닥터 맨하탄 캐릭이 너무 밸런스 붕괴라 1,2,3번이 아무리 지랄발광을 해도 4번 5번이 코파면서 하는 일이 더 효율적이고 결과도 좋을 것이라는걸.


물론, '만화'는 이 오지만디아스와 닥터 맨하탄의 애미 뒤진 밸붕급 능력을 하나의 '소재' 삼아서 이야기를 끌고갔고, 좋은 이야기가 나오긴 했어.


근데, 막상 이 것이 우리가 평소 즐기곤 하는 TRPG 팀이라면? 어떤 일이 발생했을까? 로어셰크와 나이트아울이 자신들의 음울한 PC컨셉에 취해서 불량배 3명 정도 때려눕히고 '크킄..내 안의 어둠이...이 도시를 정화하라고 말한다...'라고 중얼거리고 있을 때, 한 쪽에선 닥터 맨하탄이 화성에 날아가서 유리 궁전을 1라운드 만에 창조해내는데.


서로 존나 싸우겠지. 안봐도 뻔해. '아니 님 저 지금 RP하는데 왜 자꾸 서플보면서 GM한테 더 허가받으려고 해요' 라든가 '님 캐릭 제가 1라운드 안에 분자 단위로 분해할 수 있으니까 지랄마세요 좀' 등의 레퍼토리가 나오겠지.


그냥 왓치맨 생각나서 쓴 글이라 결말이 안 나는데, 여튼, 컨셉질이든 빌딸이든 적당히 하자 턀갤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