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물. 찬 물 세수가 필요했다. 얼굴이 필요 이상으로 달아오른 듯한 느낌이다. GM은 찬 물을 틀어놓고 얼굴을 적셨다. 볼에 손바닥을 가져다 댔을 뿐인데,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이렇게나 얼굴이 달아올라 있었나, 이상하게 보인 것은 아니겠지. GM은 거울을 봤다. 지나치게 밝은 화장실 조명, 더러운 거울을 통해 바라본 물이 뚝뚝 떨어지는 얼굴은 평소보다 더 못나 보였다. 살은 더 찐 것 같았고, 입술 옆의 여드름은 칼로 도려내고 싶었다. 아차, 앞머리가 물기에 젖어 늘어지고 있었다. GM은 황급히 수건을 찾았지만, 카페 화장실엔 수건이 없었다. 젠장, GM은 휴지를 잔뜩 뜯어 얼굴의 물기를 닦아냈다. 물에 젖은 앞머리의 물기를 휴지로 눌러 흡수하는 동안, 리케르트가 들어왔다.


"라그나 님 여자인 거 진짜 모르셨어요?"


소변기 앞에 서, GM을 등진 리케르트가 문득 말을 건넸다.


"네. 거의 1년 가까이 했는데 저는 다 남자분들인 줄 알았어요."


GM은 자신의 목소리가 괴상하게 억눌린 소리를 내는 것을 느끼며 대답했다.


"조금 놀라긴 했죠. TR 한 3년 하면서 남자 플레이어들이랑만 하긴 했거든요."


리케르트는 일을 마치고 돌아서서 손을 씻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GM님 이번에 플 마치면 또 여시나요?"


"네. 아마 다음에도 또 열지 않을까..."


GM은 다소 주저하며 대답했다. 왜 이런걸 묻지?


"아, 다음에 하시면..."


리케르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이 멤버로 또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럼 일 보고 나오세요."


리케르트는 그 말을 남기고 화장실을 나갔다. GM은 그러나, 확실히 느꼈다. '라헬은 빼고' 라는 말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라그나'와는 다시 플레이하고 싶지만, '라헬'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슬펐다. GM은 슬펐다. 자신도 리케르트와 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다음 플레이 때에는....다음에는...


부끄러운 생각들. GM은 휴지를 휴지통에 넣었다. 정신차려. 무슨 다음 플레이야. 일단 오늘만 무사히 마무리하자. 그 후에 다음 일을 생각하는거다. 공정하고, 멋진 마스터링을 하는거야. 베테랑이잖아 넌. 부끄러운 짓 하지 말자. GM은 양 뺨을 두 손바닥으로 짝, 소리를 내며 친 뒤 화장실을 나섰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