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을 나선 GM의 눈에, 그들이 앉은 테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구석에서 스마트폰으로(보나마나 러브라이브 게임일) 뭔가를 하고 있는 리케르트와, 라그나의 분홍색 커버가 씌워진 휴대폰을 함께 들여다보는 라그나와 라헬의 모습이 보였다. 둘은 라그나의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열심히 하는 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고 연신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GM은 피가 거꾸로 솟는 듯 했다. 가까이 가자, 둘이 뭘 하고 있는지 훤히 보였다. 라그나의 애니팡 점수를 올리기 위해 둘이 동시에 게임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GM이 그렇게 보고 있는 사이, 애니팡의 제한 시간이 끝났고, 라그나와 라헬은 아쉬운 웃음을 지었다. 아쉬운 웃음을 지으며 서로 브로 피스트를 하는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GM의 마음 한 구석이 또다시 욱신거렸다.
그때, 라헬이 GM이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급히 웃음을 거두고 입을 열었다.
"아 GM님 오셨군요. 저희는 준비 다 됐습니다."
플레이어 캐릭터 시트는 이미 테이블에 전부 올라와있고, 펜과 지우개, 연필또한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자신을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는 플레이어들의 시선을 느끼며 GM은 자리에 앉았다. 그래, 내가 무슨 못된 생각을 한 거지. 오늘 여기 온 목적은-
"아 GM님 잠시만요."
갑자기 라그나가 테이블 위로 몸을 기울여 GM에게 다가왔다. GM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라그나가 GM의 볼에 손을 뻗었다.
"됐다. 볼에 휴지가 붙어 있었어요."
라그나는 환하게 웃으며 검지와 중지 사이에 작은 휴지조각을 끼워 흔들어 보였다. 세수를 하고 휴지로 얼굴을 닦을 때 말라붙은 모양이었다.
"GM님 마스터링 할때는 몹들 HP 소수점까지 챙기시면서 왤케 이런거엔 무신경하세요."
라그나는 놀리는 듯이 말하며 휴지를 손가락 끝으로 돌돌 말아 탁자 아래에 튕겼다.
"자. 이제 시작하죠 GM님. 저 라그나는 오늘 끝장 보고 싶네요."
GM은 기대에 찬 두 눈으로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라그나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이미 머릿속은 라그나가 자신에게 갑자기 다가오는 장면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자신을 호기심에 찬 눈으로 바라보다, 갑자기 허리를 숙여 자신에게 손을 뻗는 그 몇 초간의 장면이 말이다.
"어...음....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GM은 세상이 자신에게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입안은 이미 바싹 말라있었고, 쉰 목소리로 마지막 시나리오의 도입부를 뻣뻣하게 읽는 것이 고작이었다. GM이 집에서 준비한 미사여구들, 분위기를 휘어잡기 위한 제스쳐 같은 것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였다.
"여러분은, 음, 크레테의 수도 '이라클리오'의 왕성으로 출두했습니다. 무, 물론 여러분이 처리한 아스테리온의 보상을 받기 위해서지요."
- 계속 -
몹들 HP를 소수점까지 챙기다니 너무 무섭다... 공포 게임이로군...
라그나가 라그나 하네 - dc App
이번엔 지엠이 트롤임? PL이 예쁘장한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렇게까지 찌질해지다니 진짜 역겹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