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1년, 그리고 반년이 더 지난 후. 부산 차이나타운의 한 건물.

 

“털썩.”

 

싸구려 양복에 머리를 짧게 깎은 남자들 둘이 바닥에 널부러진다.

 

무너질 것 같은 의자에 앉아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던 사내가 놀라서 일어난다. 그도 비슷한 복장이다. 요란한 무늬의 셔츠를 보건대 토착 조직폭력배를 흡수한 삼합회의 조직원임이 틀림 없었다.

 

탄탄한 체구의 남유럽, 아니면 동유럽계 남성이 한명. 그 옆에는 훨씬 작은 체구의 여성이 한명. 남자는 쌀쌀해진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짧은 티셔츠를 입고 꽤나 큼지막한 가방을 메고 있다. 여성은 정장 바지와 셔츠 위에 몸에 착 달라붙는 겉옷을 입고 있었다. 대충 보면 정장 자켓 같지만 실제로는 미려하게 디자인 된, 운동복 비슷한 옷이다.


“회장님한테 이야기 좀 하게 내려오시라고 해라.”

 

덤덤하게 말하지만 역시나 그는 혼비백산하며 위층 계단으로 뛰어 올라간다. 분명 한패를 불러오려는 것이다.

 

“항상 그렇군.”

 

그렇게 무심하게 말하는 남자는 웨더스 소령이다. 그 옆에 서 있는 것은 하은.

 

“어때, 첫번째 현장 업무인데?”

 

“별로 감상은 없습니다.”

 

그녀가 짧게 대답하며 뒤쪽의 엘리베이터로 다가간다. 그리고는 문 옆에 네모난 흰색 덩어리를 붙인다. 그녀가 그것을 잡아당기자 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진다. 두 덩어리 사이에는 눈으로 보이지 않을만큼 얇은 실이 달려 있었다. 금방 끊어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피아노 줄보다 더 큰 힘을 받아낼 수 있는 특수강으로 뽑아낸 것이다.

 

“최대한 험한 꼴은 보이지 않게 하겠습니다.”

 

웨더스가 끄덕인다. 하은이 마음을 가라앉힌다. 훈련 내용을 떠올리면서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린다. 엘리베이터가 내려오기 시작한다. 동시에 계단쪽이 시끄러워진다.

 

“띵!”

 

엘리베이터가 열린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 다섯명이나 되는 사내가 서있다. 손에 들린 것은 모두 시퍼렇게 빛나는 회칼. 그들의 눈 높이에는 웨더스, 그보다 조금 아래에 하은이 서있다. 당연히 그들의 시선은 웨더스를 향한다.

 

“이 씨벌 ㅁ- 아악!”

 

제일 앞에 있던 남성이 뛰쳐나오다가 미세한 실에 걸려 넘어진다. 팽팽해진 실이 그대로 옷을 잘라버리고 남성의 체중을 그대로 받아 살에 파고든다. 실이 뼈까지 파고든 상태에서 넘어진 그의 다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나온다. 말려올라간 살 사이로 싯누런 조직이 살을 비집고 나온다. 다른 남자들이 움찔하며 하은과 웨더스에서부터, 넘어진 남자로 시선을 돌린다.

 

“합!”

 

그녀가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난 순간을 놓치지 않고 엘레베이터 안으로 뛰어든다. 움직임을 최소화한 주먹이 오른쪽 구석에 서있던 남성의 턱을 가격한다. 그대로 혼절한 그가 손에서 칼을 떨어트린다. 하은이 올라갔던 손을 그대로 내리며 칼의 손잡이를 내려치자 칼이 그대로 맨 앞의 사내의 신발을 관통한다.

 

“아악!”

 

그가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하은의 다른쪽 주먹이 그의 명치를 치고, 혼절해서 바닥으로 쓰러지려는 사내를 온몸으로 밀쳐 뒤에 서있는 남자들의 균형을 흔들어버린다.

 

“이 개-”

 

왼쪽의 남자가 칼을 휘두르려 한다. 하지만 아무런 예비동작없이 아래쪽에서부터 휘두르는 칼이다. 충분한 속도도, 위력도 붙지 않는걸 알고 있는 하은. 그 손이 올라오기전에 그의 무릎을 차버리고는, 그대로 앞으로 휘어지는 그의 손을 올려찬다. 칼이 공중을 날고, 이제야 정신을 차린 남자들이 칼을 피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인다. 그 새를 틈타 하은이 엘리베이터 밖으로 나오며 무엇인가 꺼내든다.

 

“치익-”

 

맹수 퇴치용의 페퍼스프레이가 잔뜩 엘리베이터 안에 뿌려진다. 남자들이 순식간에 좁은 공간안에 분사된 최루액으로 인해 눈물 콧물을 뿌리며 비명지른다. 칼을 들고 있는 손은 어쩔줄을 모르고, 잘못해서 옆의 동료를 베기도 한다. 그 와중에 엘리베이터를 나서려고 하다가 닫히기 시작한 엘리베이터 문에 부딪혀 뒤로 엎어진다.

 

아무리 고강도의 훈련을 받았더라도 넓은 공간에서 다수를 상대로, 그것도 체구가 작은 여성이 맨몸으로 싸우면 이기기 힘들다. 최소한의 동작, 그리고 근력의 한계를 보충하기 위한 효율성의 추구. 사정거리와 큰 체구라는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되는, 좁은 공간에서의 전투. 마지막으로 비살상 무기의 사용. 한계를 보충하기 위해 지혜와 도구를 사용한다.

 

“처음부터 스프레이를 쓰면 되지 않았나?”

 

“실전은 처음입니다. 시험해보고 싶어서요.”

 

소령이 웃는다. 사실, 그녀가 받은 훈련 중에선 이 ‘실전’보다 더 한 것이 넘쳐날터. 하은이 유유히 바닥에 떨어진 칼 두개를 집어든다.

 

“칼부림이라도 할건가?”

 

“그냥 위협용입니다.”

 

그녀가 그렇게 말하며 좁은 계단으로 향한다. 계단으로 무리지어 내려오는 사내들에게 그녀가 다가선다. 그녀의 손에 들린 칼이 번뜩인다.


“혼자서 상대하기엔 너무 많을 텐데. 나도 도와주지.”


그렇게 말하며 웨더스도 몸을 풀기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사장실’에 들어선다. 꽤나 넓은 방. 전체적으로 붉은 기운이 도는 고급의 인테리어. 그곳에 걸맞지 않게 젊은 남성. 눈빛에서부터 노련함과 살기를 풍기는 남성과 여성이 그 양쪽에 서있었다.

 

“대위, 왔나?”

 

젊은 남성이 말한다. 말투와 억양이 이상스럽게도 젊은 사람 같지 않다. 그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천연덕스럽게 두 사람을 바라본다.

 

“이젠 소령일세.”

 

“뭐, 상관없지. 민려(敏丽)야.”

 

옆에 서있던 여자가 나선다. 긴 머리를 뒤로 묶은 그녀가 눈을 치켜뜬다. 짙은 눈 화장. 검붉은 기가 도는 입술. 정장 사이로 가슴골이 드러나 있는 그녀가 생긋 웃는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녀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팜므파탈의 암살자다.

 

“손님 환대는 해드려야지?”

 

그의 말과 동시에 여성이 스프링처럼 튀어나간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 들린 칼날이 수직으로 내질러져 하은의 턱 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서늘함이 하은의 등골을 타고 흐른다.

 

“!”

 

하은이 가볍게 뒤로 물러서려 하지만 그녀는 간격을 주지 않는다. 순식간에 파고드는 그녀. 간신히 몸을 틀어 일격을 피한다. 옷이 살짝 찢어지고 피가 흐른다. 민려라 불린 여성이 그것을 보고 주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 한번 찔러온다. 이번의 일격은 피할 수 없다. 하은의 손목에 칼이 닿는다.

 

“챙!”

 

기분 나쁜 금속성의 소리와 함께 칼이 무언가에 막힌다. 민려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하은의 손목으로 시선을 돌린다. 시계의 금속 스트랩이 칼날을 막아내고 있었다.

 

“삑!”

 

뭔가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칼날이 손을 벗어나 스트랩에 단단히 달라 붙는다. 순간적으로 강력한 자성을 띈 시계 스트랩이 칼날을 끌어당긴 것이다. 하은이 바짝 긴장한다. 애초에 이런 장비를 써야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하은이 시계를 꺼버리고 칼을 든다. 여성은 당황하지 않고 뒤로 순식간에 거리를 벌린다.

 

“하아, 안 돼. 못 참겠네요. 저 아가씨 피를 꼭 봐야겠어요.”

 

그녀가 마치 허락받듯이 나긋나긋하게 말하며 또 하나의 칼을 꺼내든다. 인간이라기엔 지나치게 정밀하고 빠르다. 하은은 그녀의 움직임을 보며 깨달았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다.




몇 시간 전.

 

“위잉-”

 

AP-5 아말감의 브리핑 룸의 문이 가볍게 열린다. 하은이 천천히 들어와 자리에 앉는다. 공식적으로는 세계은행에서 1년 반동안 해외 근무를 한 것으로 되어 있는 그녀. 겉보기에는 예전과 비슷해 보였다. 그러나 그것은 겉모습 뿐. 그녀의 머릿속에는, 또래의 졸업생들이라면 절대 알리 없는 것들이 잔뜩 담겨 있었다.

 

1년 반 동안 그녀는 AP-5 아말감이 준비한 훈련 및 교육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 그녀와 같은 초급 현장 요원들에게 주어지는, 호신술부터 게릴라 전술까지 망라한 교육이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아직도 AP-5 아말감이 어떤 조직의 말단인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단지 괴물들을 상대하는 국제적인 네트워크의 일원, 정도다.

 

“휴가라도 주고 싶지만, 마침 일이 생겨서 말야.”

 

“배운걸 잊지 않고 좋죠.”

 

휴가 같은 것은 기대하고 있지 않았던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예전보다 마음이 더 편하다. 예전에 신경쓰던 많은 ‘일상’의 일들을 이제는 더 이상 신경쓸 필요가 없어서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백 사장이 스크린을 넘긴다.

 

“이번은 일종의… 내사 업무입니다. 대상의 이름은 이세영. 소령님이 알다시피…”

 

그가 말을 잠깐 멈춘다.

 

“...저희와 관련 있는 몇몇 회사의 상위기관 중 R&D 부서 소속이죠. 이종생물학Xenobiology과 이종약학을 비롯해 교란종Deviant들을 주로 연구했습니다. 그 이외에도 난치병 환자의 수명 연장, 불임 부부를 위한 연구, 후천적 장애 아동을 위한 치료 방법 등 일반 사회에 큰 기여를 하고 있던 인원입니다.”

 

“그렇군. 그럼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데. 대체 저런 사람이 왜?”

 

“네. 그쪽 인더스트리에서는 유명한 분이라… 저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심리 분석 중입니다만, 2000년도 이전의 데이터가 당시의 사고Dimensional Anomaly로 인해 전부 없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심리 프로필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터라 아직 원인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종생물학 연구 중에 부수적으로 알게 된 개체 중 하나와 연락하여…”

 

하은이 그의 말을 경청한다. 그러면서도 백 사장이 ‘2000년’을 언급할 때 마다 조심스러워 하는 것을 느낀다.

 

“...본인도 뱀파이어가 된 것은 지금부터 일주일 전 정도입니다.”

 

하은이 살짝 놀란다. 

 

“네, 하은씨. 뱀파이어, 그러니까 호모 사피엔스 모르티스Home Sapiens Mortis는 실존합니다. 그것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요. 주로 서양에 거주하지만 동양에도 소수가 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서방계 출신은 동양에서 발을 못붙입니다만, 예외는 어디에든지 있죠.”

 

백 사장이 한숨을 쉰다.


“하은씨는 교란종들에 대해서 거의 아는게 없으시다보니 그렇겠죠. 앞으로 무지막지한 괴물만 상대한다는 생각은 버리셔야합니다. 생각보다 많은 적들이 사회에 숨어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인간’을 상대하는 훈련부터 시켜드린 겁니다.”


“하지만 인간이 아닌 존재를 상대하는데…”


“...기술이 안통하면 일단 도망치란 이야기죠. 뭐, 자세한 생태는 소령님에게 들으시고…”

 

백 사장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부산의 삼합회 지부를 관리하고 있는 한 간부급 뱀파이어와 접촉한 이세영은 소수의 ‘기술적 산물’들을 넘겨주는 대신 뱀파이어가 되었다. 

 

“사실 그쪽으로 넘어간 것은 별로 위험하지 않은 것들이라… 애초에 흡혈귀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개발한 것들이니까요. 자기들 사이의 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겠죠. 문제는 그게 아니라 이세영 본인입니다. 워낙 국제적인 인사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저희측의 극비자료가 대량으로 누출될 수 있습니다. 적대 조직들에 포획될 수도 있고요. 거기에 추적 자체도 어려울 겁니다. 이종생물학 전문가로서 여러번 뱀파이어와 관련된 자문을 해왔기 때문에, 저희가 뱀파이어들을 추적할 때 사용하는 방법은 꿰뚫고 있을 겁니다.”

 

그가 한참이나 세부 사항에 관해서 설명한다. 상기한 뱀파이어의 존재와 그와 접촉한 루트, 예상 이동 경로, 조직 규모 등에 대한 브리핑이 이어진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는 우리가 부산으로 내려가서 그 뱀파이어와 직접 이야기를 하고 와야 한다, 그거지?”

 

“네. 소령님이 고생좀 해주셔야겠습니다. 경찰 동원도 곤란한 지역이라…”

 

“뭐, 고생은 내가 아니라 이쪽이 하겠지.”

 

웨더스가 하은을 쳐다보며 말한다.

 

 

 

“휴, 힘들군요.”

 

“뭐가 말인가?”

 

“새로운 요원을 들이는게 말입니다. 아까도 보안 규정에 위반될만한 단어를 걸러내느라 고생좀 했습니다. DA라던가, 프로제니터라던가…”


“어쩔 수 없지. 우리 아말감에 신입요원을 들인것도 너무 오래됐고. 우리들 빼고는 전부 클론들 뿐이잖나?”


백 사장이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처럼 한숨을 쉰다. 사실, 얘기하는 와중에도 그의 머릿속에서는 시냅틱 링크를 통해 끊임없이 행정 업무가 처리되고 있었다. 주로 AP-5 아말감이 속한 심포지움과의 업무 연계, 보급 및 일반 행정, 클론들의 업무 최적화, 하은과 관련된 일반인들에 대한 정보 통제, 이번 임무에 수반되어야 하는 장비 불출 및 손망실 처리 등 할일이 산더미다. 보통 사람들은 수십명이 모여서 해야하는 업무를 혼자서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항의라도 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지금 심리전 요원도 없고 이쪽 업무에 특화된 사람도 없습니다. 전투병력은 소령님 혼자뿐이고요. 그런데 저희에게 이런게 떨어지다뇨? 차라리 일반인 사립탐정이라도 고용하는게 낫겠습니다.”


백 사장의 말에 웨더스가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뭐, 상부에서 인원이 없다고 하지 않나? 몇달전부터 저래 난리를 치는걸 보니 뭔가 거대한걸 준비하는 모양이지.”


웨더스가 일어선다. 아무래도 이번 임무는 자신과 하은에게 달린 모양이었다.




“챙!”

 

칼날이 맞부딪히며 불꽃을 튀긴다. 이 칼은 아까의 시시껄렁한 회칼이 아니다. 진짜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서만 만들어진, 균형이 잘 잡히고 전투용으로 적합한 칼이다.

 

또 다시 허공을 가르는 칼들. 하은은 체구에 따른 리치 차이 때문에 약간 불리한 위치에 서있었다. 개방된 공간이라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만좀 시키지 그래? 자랑은 좀 그만하고 말야.”

 

뭔가 지겨워진 듯한 표정의 웨더스가 말하자 앉아 있던 사람이 손을 살짝 든다. 그러자 여성이 즉시 칼을 팔 뒤로 숨기고 물러난다.

 

“양해를 좀 부탁드리지. 어쨌든간에 늙으면 할일이 자식자랑 말고 더 있겠나?”

 

웨더스가 얼굴을 찌푸린다. 하은도 숨을 삼키며 칼을 거둔다.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최대한 호흡을 다스리지만, 웨더스도 그녀가 조금 무리했음을 아는 모양이었다.


‘회장’은 다년간에 걸쳐 AP-5 아말감에게 스스로가 자산임을 증명한 희귀한 케이스 중 하나였다. 비교적 어린 뱀파이어들을 굉장히 잘 통제하고 있으며, 인귀들과의 관계도 미묘한 균형을 -그의 근거지가 언제라도 배, 아니면 비행기로 도망갈 수 있는 곳임은 그 때문일 것이다- 유지 함으로써 서로를 견제하고 있다. 간간히 경찰력 이상의 공권력이 동원되어야 하는 범죄조직이나 흉악범을 잡아먹는 취미까지 있다. 간단히 말해 AP-5 아말감은 더 값싼 선택지를 고른 것이다. 물론, 그것을 주장한 것은 백 사장이었다.

 

“거기 아가씨. 돌아갈때 칼은 놓고가시게. 요즘은 칼 살 돈도 아껴야해서.”

 

“이세영은 어디있지?”

 

웨더스가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허허. 차라도 한잔 하고 이야기 해야지. 그래서 쓰나? 평소에 같이 오던 분은 어디로 가고 새로운 분을 데려와서 말야. 소개도 좀 해주고 그래야지.”


그가 천연덕스럽게 말한다. 당연히 웨더스가 그에게 찾아온 목적도 알고 있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바쁜 몸이어서.”

 

그의 말과 동시에 배낭 안쪽에서부터 경량 외골격이 전개된다. 등을 방호판과 근력 강화 장치가 덮고, 모 영화에 나오는 수트처럼 얇은 금속 구조물과 관절이 팔을 보호한다. 예전의 것보다는 빈약했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웨더스가 원하면 이 사무실을 박살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즉시 회장의 옆에 서 있는 둘이 달려드려는 자세를 취하지만, 그가 제지한다.

 

“허허. 우리가 언제 대위, 아니, 소령 같은 사람의 말을 안들었다고 그런가? 나는 이세영씨가 찾아와서 지금 자네처럼 막무가내로 뜬금없는 부탁을 하길래 들어줬지. 뭐, 어쨌든간에 당신네 같은 사람들의 말을 안들어서 좋을일이 있나?”

 

“다음부턴 좀 걸러서 해야될 것 같은데.”

 

“나이가 들어서 말일세. 그런말을 하려면 이런일이 있으면 그 전에 알려주셔야지.”

 

어쨌든, 웨더스에게는 이 자를 박살낼 명분이 없다. 물론 이 자리에서 영원한 안식을 맞게 해줄 수도 있지만 그래서야 이 자가 통제하고 있는 조직들이 모조리 폭주해 버린다. 어떤 면에서는 사회의 쓰레기통을 관리하고, 때때로 쓰레기들이 서로를 불태우게 해주는 자니까.

 

“그래서, 뭘 알고있지?”

 

“내가 아는 것은 그녀가 이제 혈족Kindred이 되었다는 거고, 최소한 한국 전역에서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기로 협의가 끝났다는거지. 물론 그녀가 넘겨준 물건들은 여기저기 배분이 끝났어. 회수하려면 잘 해보시게나. 여긴 하나도 없으니.”

 

물론, 이세영을 뱀파이어로 만든 것은 이 자다. 교활한 놈, 이라는 말이 웨더스의 목구멍까지 나왔다가 들어간다. 분명 이세영이 넘겨준 것은 뱀파이어 용으로 만들어놓은 각종 약물이나 마약일 것이다. AP-5 아말감도 과거 뱀파이어 사이의 내분을 일으키기 위해 그런 약물을 사용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세영의 행방은?”

 

“그녀를 배웅해준 아이가 서울에 데려다줬다고 했으니, 그쪽으로 가서 찾아보는게 어떤지? 뭐 원하시면 날 잡아가서 고문이라도 하고 뇌라도 파보시면 알 것 아닌가? 애초에 그게 계약 조건이었어. 쫓지도 않고, 아무도 그녀를 관리하지 않을 것. 내가 보기엔 미친 것 같은데… 나름 자신이 있으니 그런거겠지. 내가 자네라면 지금부터 국경 감시나 철저히 하겠네.”

 

한국의 도시는 다른 곳에 비해 감시망이 철저하다. 반면 시골은 인구가 너무 없기에 조그마한 사건만 일어나도 바로 감시망에 걸린다. 한달 정도라면 어떻게 되겠지만, 그 이상이 되면 AP-5 아말감은 그녀가 모르는 감시 방식을 사용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숨어 사는 것은 그녀라도 무리다. 이세영이 살기 위해서는 밀항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실제로 비행기 화물칸 등을 통해 밀항한 뱀파이어들은 종종 있어왔다.

 

“왜 놓아줬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 놓아줬지. 거기에 당신 부류의 피는...”

 

웨더스가 그를 쏘아본다.

 

“농담인것 같은가? 진짜라네. 아니면 자네들이 만들어 놓은 그 마약이라도 좀 가져와보던가. 정말로 죽을 것 같이 심심하거든, 매일이.”

 

“...”

 

웨더스가 팔을 수직으로 굽히자 외골격이 분해되며 다시 배낭으로 들어간다. 깔끔하게 접힌 금속 덩어리들이 뭉치고, 그 위로 활짝 열렸던 천이 덮힌다.

 

“...다음에 다시 오지.”

 

“올때는 선물이라도 좀 가져오게나.”

 

“이세영한테 충분히 받았을 것 아닌가?"

 

웨더스가 그렇게 말하며 내려간다. 하은도 그를 따라나선다. 계단 아래로 내려가서야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이군.”


“다행이라뇨?”


“저놈은 원래 담당자를 제외하고는 말을 워낙 안들어서 말이지. 원래 오던 사람이라는건 그런 말이고. 우리 아말감에 너무 인원이 적다고 생각되지 않나?”


“네. 그건 그렇습니다만…”


“원래 이런 업무는 따로 담당하는 인원이 있어. 일단은 내가 지휘관이지만, 난 브레인보다는 전투 병력에 더 가깝거든. 굳이 표현하자면 참모라고 해야할 인원들이 있었는데, 다 차출되서 상부에서 일하고 있다네. 돌아올 때까지는 당분간 이런 모양새일거야.”


하은이 수긍한다. 한편으로는 다행이었다. 그녀가 더 빨리 ‘승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까.




“교대다.”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는 하은에게 웨더스가 말을 건다. 그들이 있는 곳은 군대식으로 말하자면 지휘 통제실 정도 되는 곳이다.

 

“교대...라뇨?”

 

“당직 서는 것 같아서 말야. 소피아가 약이라도 놔준건 아니겠지?”

 

하은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젓는다. 그들 앞에는 서울 내의 모든 병원에 연결된 시스템이 있다. 누군가 다쳐서 들어와 등록하는 순간 즉시 어떤 증상으로 언제 어느 병원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있다. 비슷한 시스템이 경찰서들에도 연결되어 있다. 사실 누가 감시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 당연히 ‘보조 요원’ 들이 대기 하고 있기 때문이다. 클론으로 이루어진 보조 요원 뿐만 아니라, 현장에 투입할 보조 전력으로 경찰 특공대나 군부대를 즉시 동원할 수 있기에 AP-5 아말감에는 오히려 상주하는 현장 요원이 매우 적었다. 그랬기에 반대급부로 주요 현장 요원, 즉 웨더스와 하은은 함부로 무리해선 안되었다..

 

“일단은 증거가 전혀 없으니 이렇게라도 해야지. 가서 쉬지그래?”

 

“아뇨. 괜찮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겁니까?”

 

“그렇지.”

 

하은이 잠깐 다시 스크린을 노려본다.

 

“뭐라도 생각하고 있나?”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소령이 웃더니 의자에 걸터 앉는다.

 

“그리고?”

 

“하지만 그건 뱀파이어 같은 것들이 없는 세상에서나 통하는 이야기겠죠.”

 

“그렇게 생각한다니 다행이구만.”


“이건 뭐죠?”


다른 방향에는 끊임없이 사람들의 프로필을 띄웠다가, 무엇인가 읽어들이고 기록하는 스크린이 있었다. 29세, 연구원, 여성, 마포구, 남성, 33세, 동료, 관계 낮음, 확률 적음. 수십개의 키워드가 순식간에 스쳐지나간다.


“예상되는 번식 대상들의 목록이지.”


하은이 눈썹을 치켜뜬다.


“좋아. 뱀파이어 개론이라도 할까.”


웨더스가 뱀파이어에 대해 대략적인 설명을 시작한다. 신체 구조의 변화, 피를 통한 신체 강화와 치료, 불과 태양빛에 대한 약점 등.


“그 외에도 개체차가 좀 있지. 어떤 놈들은 그림자를 인형처럼 다루는 것도 봤고, 인간들을 합쳐 괴물을 만들어내는 놈도 있지.”


하은은 묵묵하게 그 말을 듣고 있었다.


“번식을 위해서는 일단 희생자의 피를 모조리 빨아내고 나서 자기의 피를 넣어주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네. 물론 그 이전에 어떤 희생자를 택할지는 그 뱀파이어에게 달려있는 것이고. 지난 2세기동안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서, 우리는 뱀파이어들이 어떤 인간을 선택할지 대충 파악할 수 있게 되었네. 문제는...”


하은이 대상자의 목록을 바라본다.


수십명은 넘어간다. 너무 많다.


“대상이 되는 뱀파이어의 정보가 누적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지 않나? 사실상 이 시스템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어. 최소한 지금은 말야.”

 

그 순간 삑, 하는 소리와 함께 시스템이 무언가를 포착했음을 알린다.

 

목 부근의 찰과상. 빈혈 증세. 단기적 기억 상실. 


이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뱀파이어가 된 이 처음으로 먹은 피가 바닥날 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지.”

 

“예.”

 

하은이 말하며 즉시 일어난다.




“언제까지 대기합니까?”


흑복을 입은 경찰 특공대 대원 중 한명이 조용히 묻는다. 대체 무슨 일인지 알려주지도 않은 상태에서, 40년은 더 된 폐건물 주위를 경계하라는 임무가 떨어졌던 것이다. 심지어 시내에서도 꽤 떨어진 곳이기에 인적마저 없었다. 보통 경찰 특공대가 출동할 정도가 되면 큰 사건이 벌어진 곳이기에 주위에 기자들이나 구경꾼들이 득시글 거리는 거리는 경우가 많았다. 여기는 정 반대다. 심지어 경찰차나 대기중인 앰뷸런스 등 아무것도 없다.


“담당자가 올때까지다.”


팀장이 낮게 말한다.


“저기 오는군.”


특공대원들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구석에서 꽤나 큰 덩치의 사내와 작은 체구의 여성이 나타난다. 팀장이 그들에게 다가가 팀원들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히 대화를 나눈다. 그가 돌아와서는 지시한다.


“계속 대기다. 혹시 건물 안에서 저 두사람을 제외한 누군가 나오면 경고 사격 없이 사격한다. 알았나?”


팀원들 중 한명이 반론을 제기하려하다가 그만둔다. 팀장의 표정은 그만큼 심각했다. 그들을 지나쳐 두 사람이 폐건물 안으로 들어선다. 남자의 코트 사이로 군용 처럼 보이는 방탄복의 실루엣이 비친다. 빛이 살짝 반사되는 것을 보아하니 하드 플레이트 종류인 모양이었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진다.


“누굽니까?”


팀장은 대답이 없다.


“남자는 그렇다 치고, 그 애는 너무 어려보이는데요?”


“궁금해하지 않는게 좋아. 저들에게 관련되면 목숨이 몇개라도 힘드니까.”


“허. 팀장님도 말입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역시. 여기로군.”


그들 앞에는 살짝 열린 철문이 있었다. 상당히 두꺼운 철문. 열리다가 중간에 고장난 것인지 웨더스가 들어가기에는 조금 좁아보였다. 


“여긴 어디죠?”


“옛날에 폐쇄된 시설이지.”


“2000년도에 말인가요?”


“...눈치가 빠른데.”


웨더스가 무거운 철문을 열어제낀다. 방탄복 같이 보인 그것은 위장된 경량 앨런슨 하드수트Alanson Hardsuit다. 아직 반 정도밖에 전개되지 않은 하드수트가 그의 힘을 초인적인 수준으로 증폭시킨다. 철문을 강제로 열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죠?”


“차차 알게될거야.”


그들이 들어선다. 아주 오래된 연구시설 같았다. 대다수의 설비는 고장나고 먼지가 잔뜩 쌓여있었다. 그러나 분명 그 중에도 작동하고 있는 시설들이 있었다. 분명 이세영이 사용했던 시설 중 하나일 것이라 짐작하는 하은. 사실 의료 시스템 기록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그 이후 경찰력과 아말감의 감시 자산을 동원한 수색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신속하게 추적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시설의 일부 감시 시스템이 아직도 살아있었기 때문이다.


“제기랄. 완전히 박살난게 아니었군. 그냥 감시 시스템만 작동중인게 아니었어. 안 좋은데.”


그가 하드수트에 내장된 무전기를 작동시켜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특공대 팀장에게 연락한다.


“철수해.”


“철수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지금 당장.”


반론은 들려오지 않는다. 그런 그를 보며 하은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낀다.


“어떻게 생각하나?”


“함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백 사장님 말대로라면 우리가 의료 시스템 기록으로 뱀파이어들을 추적할 수 있는 걸 알겠죠. 그걸 알고도 일부러 이렇게… 특이한 장소 근처에서 흔적을 남겼다는 것은, 이곳으로 저희를 유인하기 위한 함정일 겁니다. 그녀가 이곳의 감시 시스템이 작동 중이었는지 알았는지는 확신 할 수 없지만, 그 부분은 도박이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흠. 헛배우진 않았군.”


웨더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조용히 버려진 연구실을 수색한다. 을씨년스러운 폐건물, 그 안에서 천천히 허물어져가고 있는 연구실. 그 와중에도 웅웅거리며 동력을 공급하고, 배정받은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기계들. 문득 하은은 거의 20년 가까이 인간의 관리를 받지 않고도 지금도 작동하고 있는 장비들이 대체 어떤 것인지 궁금해졌다. 생물학과 지하에서 본 설비들 같은 것일까.


“예상보다 조금 늦게 왔군요. 당신 같은 사람들은 내가 도망치자마자 찾아낼 것 같았는데.”


생각에 빠진 그녀가 화들짝 놀란다. 다행스럽게도 몸이 반응하기 전에 억눌러버리는 그녀. 웨더스와 하은의 시선 끝, 푸른 빛을 받고 있는 거대한 불투명의 유리관 옆에 한 여성이 서있었다. 

 

“이세영 씨. 순순히 따라와주시죠.”

 

웨더스가 무겁게 말한다.

 

“당신이 웨더스 소령이죠? 들었어요. 그 옆에 계신 분은 처음보지만.”


하은은 대답하지 않는다.


“난 전투 훈련 같은건 전혀 안받았어요. 그냥 연구원일 뿐이지. 그리고 예전에 제 몸에 실험해 놓은 것도 다 없어졌고요.”

 

“그러니까 순순히 따라주시죠.”

 

“당신들은 내가 그래서 여기로 도망왔다고 생각하겠죠? 그런쪽에 지식이 하나도 없으니까. 그리고 순순히 따라봤자…”

 

그녀가 말꼬리를 흐린다.

 

철컹, 하는 소리와 함께 웨더스가 발을 옮긴다. 그의 코트 밑으로 울리는 금속성의 소리. 하은은 긴장감을 억누른다. 묘하게 조용한 연구실.

 

“말은 아낄게요. 제발 쫓아오지 마요. 이미 달아날 방법은 다 수배해놨으니까.”

 

그녀가 조용히 말하며 무언가를 그들 쪽으로 던진다. 웨더스와 하은이 반사적으로 거리를 벌리지만 그것은 폭탄 같은 것이 아니었다. 공기 중으로 기분 나쁜 냄새가 퍼진다.

 

“?!”

 

웨더스가 잠깐 멈칫 하더니, 바로 팔을 양쪽으로 뻗는다. 코트를 찢으며 하드 수트가 간이 전개 모드에서 완전한 형태로 변형한다.  중세 기사의 갑옷을 본뜬 것 같은 합금 장갑판이 전신을 덮고 시퍼렇게 빛나는 동력 파이프가 그 밑에서 열을 뿜어낸다.

 

“크오-”

 

거대한 유리관이 깨지며 성체 코뿔소의 두배는 될만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네발동물이 튀어나온다. 터질것 같은 근육, 사방으로 뿜어내는 매캐한 냄새. 털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회색의 피부에 녹색으로 빛나는 눈동자. 하드수트로 온몸을 감싼 웨더스가 엄청난 속도로 놈에게 달려든다.

 

그녀가 예전에 실험하던 생체 병기가 분명했다. 방금 던진 것은 폭탄 같은 것이 아니라 일종의 유인용 페로몬이었던 것이다.

 

“쿵-”

 

앞발이 휘둘러지며 바닥을 산산조각낸다. 웨더스가 놈의 머리 위에서 바이브로 블레이드를 꺼내들어 내려친다. 괴물의 귀가 잘려나간다. 괴성과 함께 다시 한번 휘둘러지는 앞발이 막 착지한 소령을 강타한다.

 

“소령님!”

 

하은의 외침.

 

그러나 먼지 속에서, 두 팔로 괴물의 앞발을 막고 있는 하드수트의 모습이 드러난다. 여기저기에 찢어진 코트 조각이 펄럭인다. 알란슨 하드수트가 출력을 증폭시키자 헬멧의 눈이 은색으로 빛난다. 그 속에서 무겁게 변조된 웨더스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걱정말게. 그때 입은건 외골격이지 하드수트가 아니었거든.”

 

프라이멀 에너지가 실린더를 타고 흐른다. 한쪽 팔로 앞발을 막고, 다른 팔을 관절 부위에 내려친다. 하드 수트의 오른손은 이미 수천도까지 올라가 시뻘겋게 불타올라, 공기 그 자체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런 온도에도 녹아내리지 않는 재질의 장갑판. 한계까지 추구한 과학이 빚어낸 산물Hypertech이다.

 

“크오오!”

 

고통에 몸부림치는 괴물. 그것이 다시 아무렇게나 발을 휘두르고 웨더스를 깨물려하지만 웨더스가 몸을 빼낸다. 저렇게 육중한 금속 덩어리가 민첩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상당히 비현실적인 광경이었다. 괴물이 달려들려 하지만, 박살난 관절 때문에 균형을 잃고 바닥에 넘어진다. 또 다시 거리를 벌린 그가 등 뒤에 장착된 산탄총 같은 것을 꺼내든다. 무언가 장전되는 소리와 함께 총몸에 푸른 빛이 일렁인다. 

 

“거참.”

 

그가 혀를 차며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괴수의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초록색의 플라즈마 덩어리들이 사방으로 방사되며 그것의 머리부터 삼켜버린다. 마치 플라즈마로 된 드래곤 브레스 산탄을 쏘는 느낌. 

 

“-쿵.”

 

불타는 괴물의 거체가 바닥에 쓰러진다.

 

“제기랄.”

 

그러나 그것을 보면서 웨더스는 전혀 기뻐하지 않는다.

 

“죄송합니다. 제가 쫓았어야 했는데.”

 

하은은 자신이 멍하니 있었음을 이제야 알아차린다.

 

“아니, 상관없어. 어차피 못쫓아갔을거다.”

 

웨더스의 헬멧이 열린다.

 

“기본적으로 뱀파이어들은 인간보다 신속하지. 만약 그녀와 정면에서 싸우면 네가 이길 수 있겠지만, 넌 아직 공중으로 3m를 뛰어 올라가는 일은 할 수 없지 않나?”

 

하은이 무력함을 느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으면 됐다. 오히려 장비가 부족한 우리 탓이지.”

 

그가 담담하게 말한다. 만약 특공대를 철수 시키지 않았다면 잡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랬다면, 괴물을 죽이지 못했을 경우 그들이 몰살당했을 수도 있다. 


“후. 원점이로군. 백 사장, 지금 당장 드론을 풀어서 감시망을 펼칠 수 있겠나?”


“그렇게 하겠습니다. 놓치셨나보군요.”


내장 스피커로 들려오는 목소리.


“지금 당장 감시망을 펴도록 하죠. 확률은 낮습니다만.”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데다가, 이 근처에는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감시용 자산도 많지 않다. 


“알고 있네.”


불타는 괴물의 시체. 하은은 그 앞에서 우두커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자신이 괴물을 상대할 수 있었을리가 없다. 반면에 뱀파이어를 추적했다 하더라도 잡을 확률은 높지 않다. 훈련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녀의 실력은 충분하지 않았다. 수 명의 보통 사람은 문제 없이 상대 할 수 있어도, 그것 뿐이었다.




공책 넘기는 소리가 조용하게 들려온다. 이세영을 눈 앞에서 놓치고 나서 이틀째. 하은은 추적 시스템 앞에서 그녀가 남긴 모든 기록물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다. 연구 노트, 이메일, 회의 기록, 일기에 가까운 개인적인 기록까지. 그녀를 추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그녀가 한국에서 쓰던 모든 연구시설과 거주지를 뒤져 싸그리 모아온 것이다. 막상 모아놓고 나니 양 자체는 엄청나지만, 별로 하은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애초에 연구관련 기록은 그녀의 이해를 한참이나 벗어난 것 뿐이었고, 기껏해야 일기 정도. 상부에 분석 요청은 해놓았지만 아마 그게 끝나고 나면 그녀는 국외로 밀항한 이후일 것이다. 보통 뱀파이어를 아말감이 추적하기 시작하면 길어야 일주일 안에 꼬리가 잡힌다. 그러나 이세영은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서 그들을 피해다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사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공책을 한장 더 넘기는 하은. 그녀는 무려 손으로 쓴 일기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녀의 집에 있던 것은 아니고, 그녀를 놓친 폐쇄된 연구 시설에서 가져온 것이다. 요즘 세상에 누가 일기를 쓰겠냐만은, 그녀가 그 연구 시설을 사용하던 당시, 다시 말해 20년 전에는 아직도 종종 일기를 쓰던 사람이 있었다. 그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원래, 그녀가 이것을 읽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령은 읽게 해주었다. 언젠간 알게 될 일들이라면서.




오늘은 한 샘플을 처분했다. 지저분한 광경이었다. 그것은 사람의 목소리로, 그리고 사람의 말투로 애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은 인간이 아니니까.




동료가 죽었다. 중동 한복판에서 살조각 하나 남기지 않고. 그녀의 명복을 빈다. 지옥도 천국도 그리고 환생 같은 것도 없으니까 의미는 없는 말이지만.




나는 저 애처로운 부부에게서 절망감을 느낀다. 불임이라는 사실에 슬퍼하는 그들을 보며, 더 나은 미래를 그들에게 선물해주지 못하는, 많은 것을 선물 받은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어제 오늘 한숨도 자지 못했다. 여섯시간짜리 대 수술 네번을 통해서 교란종 여럿의 목숨을 연장시키는데 성공했다. 이제 그들은 심문받게 될 것이다.




왜 나는 교란종들을 처단하는데는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으면서, 일반인들은 돕지 못하는가? 어쩌면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새로운 대체 혈청 개발에 성공했다. 이제 사람의 피를 쓰지 않고도 포획한 흡혈종 및 그 아종을 더 긴 시간 살려둘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개량해서 일종의 바퀴벌레 약 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뱀파이어용 ‘먹는 살충약’ 말이다.




신약 실험에 자원한 불치병 환자들이 오늘부로 모두 죽었다. 이번 실험은 실패다. 조퇴해서 하루종일 누워있었다.




오늘 상부에서 연락을 받았다. 19세기부터 설쳐대던 교란종 하나를 오늘 완전히 멸절시켰다고 한다. 그것을 위해서 아마존 숲의 식물 수십종을 완전히 멸종시켰지만, 싼 대가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일기를 읽으며 하은은 정신이 아찔해짐을 느낀다. 만약 2년 전 이것을 읽었다면 정신병자의 헛소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다. 아직 그녀가 써놓은대로의 공상과학 소설에나 나올만한 광경들을 눈 앞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이건 가짜가 아니다.


하은이 그녀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노력한다.


대체 왜지?


그녀의 일기는 크게 두가지 내용뿐이다. 하나는 이종연구와 관련된 일들. 나머지는 사람들이 정말 필요한 분야에 기여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력함.


그런데 대체 왜 뱀파이어가 되었단 말인가? 자살도 아니고, 전향도 아니다. 대체 왜?



“너는 가정하고 있다.”



하은이 살짝 고개를 돌린다. 그다.


그녀만이 볼 수 있는 존재, 교관이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정하다니?


무엇을?



“너는 가정하고 있다. 의심하라.”



그가 말을 반복한다.


하은이 무엇인가 깨닫는다. 그녀는 이 일기가 전부 진심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럴리가 없다. 이런 조직들과 관련되서 일하는 사람이 쉽게 도난당할 수 있는 일기장에 그런 생각을 적어놓을리가 없다.


그녀가 고개를 들어서 스크린들을 바라본다.



-늙으면 할게 자식 자랑밖에 없어서 말이야.



‘회장’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백 사장님.”


그녀가 내부 통신망으로 연락을 취한다. 자고 있었던 것인지, 약간의 텀을 두고 백 사장이 대답한다.


“무슨 일이죠?”


“뱀파이어들의 번식 대상을 예측하는 시스템에 임의의 필터를 걸 수 있습니까?”


“그렇긴한데, 어떤?”


“다음과 같은 우선 순위로 넣어 주십시오. 우선…”


하은이 차례 차례로 부르는 항목들이 원격 제어를 통해 시스템에 차례대로 입력된다. 이윽고 마지막 조건이 입력 되자, 한명밖에 남지 않는다. 


“...하은씨, 혹시나 해선데 이세영의 잃어버린 자식이라도 찾는건 아니겠죠? 그녀는 자식이 없습니다만.”


“바로 그겁니다.”


그렇게 이야기하며 하은이 뛰쳐나간다.




“찰칵.”

 

격철의 소리에 세영이 뒤를 돌아본다. 소음기가 달린 권총. 밖에서 비춰오는 아주 희미한 인공의 빛 사이로 누군가 보인다.

 

“그때 소령과 같이 있던 분이군요.”

 

하은은 대답하지 않는다.

 

세영의 뒤에는 창백해진 여성이 있다. 그것도 아주 창백한. 조금 늦었던 것이다.

 

“어떻게 알았죠? 내가 여기에 오리라는걸.”

 

“결국 실패했어요. 그렇죠?”

 

“그건…”

 

이세영은, 뱀파이어가 되어 더 날카로워진 직감으로 그녀가 모든 것을 파악했음을 느낀다.

 

“어떻게…?”

 

“그게 아니고서는 당신이 뱀파이어가 될 이유가 없어요.”

 

세영은 말이 없다.

 

“당신이 이종생물학과 함께 불치병, 그리고 불임 연구를 병행한건 일반인들을 위해서가 아니에요. 그렇죠?”

 

총구가 살짝 흔들린다.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어요. 스스로에게 실험을 했을 수도 있고, 사고를 당했을수도 있죠. 중요한건 당신은 아기를 낳지 못하게 됐다는거에요. 그렇죠? 클로닝은 가능하지만, 그것뿐. 시험관 아기도, 자연 임신도 불가능해요.”

 

하은이 침을 삼킨다.

 

“그래서 뱀파이어가 된 거에요. 당신의 후손을…”

 

세영이 그녀를 절망적인 표정으로 바라본다.

 

“...당신의 피를 이어받은 후손을 남기는 방법은 그것 하나 뿐이었으니까.”

 

둘 사이에는 기묘한 침묵이 흘렀다. 창백한 시체에서 흐르는 피가 하은의 발에 닿는다. 아직도 따뜻했다.


“맞아요.”

 

하은이 놀란다. 새빨간 피눈물이 세영의 눈에서부터 천천히 바닥으로 흐르고 있었다.

 

“이제 곧 이 눈물도 흐르지 않겠죠? 왜냐하면 난 이제 사람이 아니니까요. 괴물이지.”

 


-나는 저 애처로운 부부에게서 절망감을 느낀다. 더 나은 미래를 그들에게 선물해주지 못하는, 많은 것을 선물 받은 내 자신이 부끄럽다.


 

그녀의 일기 한 구석을 떠올린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순전히 그녀 자신에 관한 것이었을 뿐. 만약 일기를 솔직하게 썼다면 꼬투리가 잡혔을 것이다. 그렇기에 스스로를 자애로운 연구자로 포장하여, 절망과 비탄, 그리고 공허를 어떻겐가 털어놓은 것이다. 

 

“그렇지만 괴물이라도 좋아요.”

 

그녀의 피눈물이 바닥을 적신다.

 

“나… 나는… 나는 내가 죽어도… 내가 사라져도, 내가 감정을 잃어도 좋아요. 내 자식을 남길 수만 있다면…”

 

무너진다.

 

그 누구보다 철저하게 교육받은, 엘리트 중 엘리트가.


“그녀는 당신의 자식이 아닙니다. 당신의 피를 넣었다고 해서 그녀가 당신의 자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역겨운 관계로 엮인 것 뿐입니다.”

 

“당신이 뭘 알아!”

 

그녀가 고함을 지른다.

 

“난 봤단 말이야! 자식이 아니라고? 그녀는 날 사랑할거야! 나도 그녀를 사랑할거야! 유전자로 묶여있던, 역겨운 피의 관계로 묶여있던 상관없어!”


하은이 반론하려다 그만 둔다. 호기심은 있었으나, 그것이 우선순위가 될만한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순 없습니다.”

 

“…”

 

세영의 손이 피눈물 자국으로 새빨갛다.

 

“어떻게 되지?”

 

“저는 잘 모릅니다.”

 

“나, 난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으니…”

 

“아뇨. 그녀는 표준 절차에 따라 처리될겁니다.”

 

경악의 표정.

 

“다...당신. 표준 절차가 뭔지 알기나 하는거야?”

 

“모릅니다. 그리고 영원히 몰랐으면 좋겠네요.”

 

절망에 고개를 떨구는 세영. 정말로 인간처럼 흐느끼듯 어깨가 조용히 들썩인다.


“왜죠?”


이세영이 그녀를 올려다본다.


“대체 왜 모든 것을 포기하고서까지 자식을 가지고 싶었던거죠?”


“그럼 대체 뭐가 남지?”


이세영이 반문한다.


“내 연구는 교란종들이 멸종하면 사라질거야. 나 자신도 건강하게 오래살겠지만 언젠간 자칭 불로불사의 교란종들처럼...”

 



“준비하라.”




교관의 차가운 목소리가 하은의 귓전을 스친다. 동시에 하은이 눈치챈다. 그녀는 진심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장광설을 늘어놓으며, 그저 하은의 주의를 끌고 있을 뿐이었다. 하은의 머릿속에서 ‘이세영은 인간이었다’라는 생각마저 지워진다. 그녀의 앞에 있는 것은, 인류의 안위를 위협하는 교란종이다.


하은이 방아쇠에 손가락을 올린다.


 

“키야악!”


 

괴성과 함께 그녀가 하은을 향해 뛰어오른다. 인외의 속도로, 아무런 예비 동작 없이.

 

“피익-”

 

그러나, 하은은 그녀가 뛰어오르기도 전에 방아쇠를 당기고 있었다. HP탄이 미간에 박힌다. 그 다음은 어깨, 고관절, 척추, 가슴 한가운데, 발목. 모든 관절에 탄이 하나씩 박힌다. 한발 한발은 세영을 잠깐씩 저지할 뿐이었다. 그러나 HP탄으로 인해 온전히 전달되는 저지력과, 한군데씩 부서지는 운동 기능.

 

“픽-”

 

소음기가 마지막 한발을 토해낸다.

 

그리고 그곳에는, 부들대는 세영의 몸뚱아리가 엎어져있었다.

 

“제발…내...”

 

신음을 토해내는 세영.

 

“내 아...내 아가만은…”

 

“...미안합니다.”

 

세영은 더 이상 말이 없었다. 가사 상태에 들어간 것이리라. 하은이 잠깐 이 광경을 애처롭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하은씨, 상담이라도 필요해요?”


3일 뒤.


AP-5 아말감의 한 복도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앉아있는 하은 옆에 갑자기 소피아가 나타난다. 소피아가 그녀 앞에 따뜻한 차가 담긴 찻잔을 내려놓는다.


“감사합니다.”


“표정이 안 좋아보여서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요. 저는 그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문가들을 소개해줄 수 있으니까.”


“아뇨… 사실, 마음이 불편하다기보다는 궁금한게 있어서요.”


하은이 잠시 망설인다.


“대체 왜 자식을 원했던 건지 끝까지 듣지 못해서...”


“흠.”


소피아가 같이 창 밖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이세영은 항상 뭔가 없애기 위한 연구만 했거든요.”


“하지만 그녀는 일반인들의 병을 치료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나요?”


소피아가 고개를 살짝 흔든다.


“우리Progenitor 같은 부류들에게 있어서는 뱀파이어를 죽이는 것과 암을 치료하는 것은 똑같은 일이에요. 둘 다 외과수술이죠. 전자를 사회라는 거대한 생물체에 빌붙은 기생충을 제거하는 일로 보면 다를게 없어요.  하지만 후손을 남기는건 그것과 완전히 다른 일이에요. 없애는게 아니라, 만드는 거니까.”


하은이 이해하려하지만, 아무래도 겉돌뿐.


“뭐 이런거죠. 원석에서 불완전한 부분을 깎아내면 언젠가 완전한 보석Ascension이 되리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거에요. 깎다보니 실수로 계속 불완전한 부분이 만들어지고, 그 부분도 깎아내게 되는거고. 그러다보면 결국 가루 밖에 남지 않겠죠. 그걸 깨달은게 아닐까요? 그래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덧붙이고 싶었던거고.”


소피아가 일어선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해낼 수 있을리가요. 그녀가 이해할 수 있는 것Paradigm의 밖에 있는 일이니까. 오히려 동료한테 맡겼으면 지금 모두가 행복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럴 생각을 할 수 없었던Hubris 건지도. 어머, 내 정신좀 봐. 그럼 일하러 갈게요?”


소피아가 피로 물든 가운을 펄럭이며 사라진다. 하은은 그 이상한 광경을 보며, 그녀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었다. 그녀가 천천히 찻잔을 집어든다. 그 안에서는 느린 속도로 찻잎이 떠돌고 있었다. 한모금 마신다. 다행스럽게도, 그냥 평범한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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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닥스에서 하는건 안되겠다.. 그냥 워드에서 써야지.. 계속 편집 오류나네

상상력이 딸려서 여기저기서 가져오는 중.. 흙흙

답.테.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