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열흘이나 놀 수 있는 추석 연휴.
민족의 대명절.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일가친척이 만나 화목한 대화를 나누는 때.
이런 때야말로 이런 게임을 소개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

Shadow of the Demon Lord는 호러 요소가 가미된 다크 판타지 RPG로,
제작자인 Robert J. Schwalb는 D&D 5판의 리드 디자이너이기도 하다고 함.
그래서 그런지 D&D 5판의 간결함이 잘 살아 있는 괜찮은 게임이라는 게 첫 인상.

일단 캐릭터 메이킹부터 설명할게.
기본적으로 힘, 민첩, 지능, 의지의 네 가지 능력치가 있음.
각 능력치는 10이 일반적인 인간의 평균이고, 이것보다 1 높을 때마다 판정에 +1씩 보너스가
있고, 이것보다 1 낮을 때마다 판정에 -1씩 보너스가 있어.
그리고 이 능력치에 의해서 결정되는 추가적 수치(지각, 방어, 맷집, 회복률 등)가 있고.

캐릭터를 만들려면 일단 인간, 체인질링, 클락워크, 드워프, 고블린, 오크라는 여섯 종족 중
하나를 선택함. (엘프는 추가 책에 나온다)
이거에 따라서 힘, 민첩, 지능, 의지 능력치가 정해지고 이런저런 종족의 기초 특성을 받게 됨
인간은 모든 능력치가 10으로 시작하지만 개중 하나에 +1을 원하는 대로 넣어줄 수 있다
(인간 더럽구나 역시 인간 더러워)

거기에다 자기 직업(파이터니 프리스트니 하는 거 말고, 밥 벌어 먹고 사는 생계수단)을 정하고
초기 자산, 캐릭터가 갖고 있는 뭔가 특별한 물건 하나 정하고 성격적인 특징을 긍정적/부정적
하나 정하면 그걸로 캐릭터 메이킹은 끝이 남.

엉? 이게 다야? 라고 생각하겠지만 일단은 이게 다임.
왜냐면 이건 0레벨 캐릭터거든. Dungeon Crawl Classic 같은 게임도 이런 규칙을 쓰는데,
최초 캐릭터 메이킹 단계에선 0레벨 캐릭터를 만들고 첫 모험이 끝나면 그제야
1레벨이 되어 비로소 우리가 생각하는 클래스를(여기선 Path라고 부름) 얻게 됨.
(이 게임은 별도로 경험치 개념이 없고 1세션당 1회 레벨업, 10레벨이 만렙임.
그래서 공식 캠페인 시나리오도 딸랑 12회짜리.)

클래스 개념이 좀 독특한데, D&D 3.5랑 4판이 살짝씩 섞인 느낌이야.
1레벨/3레벨/7레벨에 각각 Novice Path, Expert Path, Master Path라는 걸 하나씩 택하게 됨.
Novice Path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매지션, 프리스트, 워리어, 로그의 4개이고
Expert Path는 Paths of Faith, Power, Trickey, War의 대분류 4개 아래에 다시 4개씩 나뉘어 16개.
예를 들면 Paths of War는 다시 버서커, 파이터, 레인저, 스펠바인더로 분류됨.
Master Path는 Paths of Magic, Paths of Skill의 2대 분류 아래에 다시 32개씩 해서 총 64개.
이건 코어에 있는 것만 이렇고 이후 책들에서 더 추가가 되므로 실제로는 더 많은 조합이 가능하겠지?

각 패스는 레벨에 따라서 능력치를 증가시켜 주거나 맷집 상승+특수능력을 주는데,
맷집은 지정 수치로밖에 오르지 않고(건강 보너스 그딴 거 없다) 능력치도 거의 오르지 않기 때문에
10레벨이 되었다고 해 봐야 재능은 좀 늘었을지언정 한 방 한 방이 뼈가 시린 밸런스인 건 여전함.
(다만 노비스 패스는 1, 2, 5, 8 레벨에, 익스퍼트 패스는 3, 6, 9레벨에, 마스터 패스는 7, 10레벨에
효과를 얻는 식으로 좀 분산되어 있는지라, 처음에 볼 때는 좀 헷갈리게 되어 있음.
4레벨이 빈 것처럼 보이지? 그때는 종족마다 정해진 능력치 상승&특수능력을 얻음)


판정은 되게 심플한데, 몇몇 한정된 경우를 제외하면 그냥 10을 목표로 해서 능력치 판정을 하면 됨.
힘/민첩/지능은 써야 할 상황이 뻔하니까 말 안 해도 알 테고, 의지는 상대의 특수능력이나 광기에
저항해야 할 때 사용함
유일하게 명중굴림 정도가 좀 다른데 근접무기로 명중굴림할 때는 힘을 써서 상대의 방어 이상이면 명중,
민첩은 장거리 무기로 명중굴림할 때고 지능은 마법으로...

이 심플한 판정에 뭐가 더해지느냐면, Boon/Bane이라는 요소임.
이건 다양한 경로로 얻을 수 있는데(예를 들어 드워프는 혐오하는 종족을 메이킹시에 하나 고르고,
그 종족을 공격할 때 Boon을 하나 얻음), 판정할 때 굴리는 20면체에다 이 Boon이나 Bane만큼의 주사위를
추가로 굴림(예를 들여 Boon이 3개 있다면 3d6을 굴림). 그렇다고 해서 이 숫자를 다 더하는 건 아니고,
이렇게 굴린 주사위 중에서 가장 높은 것 하나만.
5판의 어드밴티지/디스어드밴티지랑 사실상 같은 룰인데, 20면체를 1회 더 굴림이 아니라 1~6까지의
값이 랜덤으로 주어지게 된다는 점이 다른 거지.

다음에 특기사항으로 Insanity/Corruption 규칙이 있음
특정 상황에 처할 때마다 마스터는 PC에게 Insanity를 줄 수 있고,
이렇게 쌓인 Insanity가 자신의 의지 능력치를 넘어서면 광기가 발작해서 광기 롤을 굴리게 됨.
그리고 그 결과표대로 발작을 진행한 다음 광기를 조금 낮추고 다시 이성을 되찾게 되겠지.

Corruption은 약간 규칙이 다른데, 주로 PC가 사악한 짓을 할 경우 그 육체가 오염되어
사교적인 행동을 하기 어려워지고 신체 변이가 일어난다거나 하는 일이 발생함.
신체 변이 중에는 거울에 비치지 않게 된다 같은 무난한(?) 것도 있지만(메두사 추천?),
뿔이 돋아난다거나 한 주에 한 번씩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어린애가 죽거나 병에 걸린다(..)처럼
시나리오 꺼리가 될 법한 것도 있음.
클래스나 마법 선택에 따라서도 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해


다음은 전투인데, 전투에도 나름 개성화가 되어 있음
Path를 통해 얻는 특수한 능력 말고도 기초적인 공격법이 여럿 있어서(특수한 효과를 발휘하는 대신
Bane을 받는다거나 Boon을 받는다거나 하는 식임) 상황에 따라 제법 고민해 볼 여지가 있고,
무엇보다도 한 라운드를 Fast Turn/Slow Turn으로 이원화한 게 나름 전략적 요소가 됨

기습이라든가 뭐 그런 게 없는 경우,
PC는 라운드가 시작될 경우 자기가 Fast Turn에 행동할지 Slow Turn에 행동할지를 정하게 됨
Fast Turn을 선택하면 \'이동or액션\'을 할 수 있고, Slow Turn을 하면 \'액션and이동\'이 가능함
그리고 적도 Fast Turn과 Slow Turn중 하나를 골라서, 각 턴중 PC들 행동이 끝난 다음 행동함

즉,
아군의 Fast Turn -> 적군의 Fast Turn -> 아군의 Slow Turn -> 적군의 Slow Turn
순서대로 라운드를 진행하게 된다는 거지
Fast Turn에 행동하면 이동이나 액션 중 하나밖에 하지 못하니 손해보는 느낌이지만,
원래 이런 게임에서는 선빵이 제일!인 경우가 제법 있으니까 상당히 고민하게 되지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이런 식으로 우르르 집단행동하는 게임은 앗 하면 지옥가기 십상이라서...


나머지는 뭐 대충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일 것 같고,
마법은 기본적으로 D&D에서 익숙한 밴스식이지만 주문 사용수가 많이 적기 때문에 역시
좀 고민이 필요함. 다행인지 유감인지 잘 모르겠지만(사실 난 좀 유감임) 마법들 중에 심각한
부작용이 따르는 건 특정 계통 제외하면 거의 없기 때문에 마법 쓴다는 것만으로도 이상해질 염려는
크게 안 해도 됨(위에서도 말했지만 좀 유감이다)



플레이어에게 필요한 정보는 대충 이 정도일까?
세계 설정과 관련된 것들도 있는데,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개판(..)인 것
차원 어딘가에서 데몬 로드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세상은 맛이 가고 있고 요정들은 숨고
제국은 붕괴하고… 어떤 의미로는 나름 전형적이기 때문에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제목 그대로 Shadow of the Demon Lord라고 해서 주변을 미치게 만드는 환경 변화가 꽤 있는데,
이게 시나리오 분위기 조성에 큰 영향을 주겠지






3줄 요약
간결하지만 매력이 있는 다크 판타지 시스템
전사계로 만렙을 찍어 봐야 맷집이 50점 정도이니 꽤 빡빡한 게임을 보장함
Godless라고 해서 무대가 근미래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셋팅도 있나 본데 상당히 호기심 자극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