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망높은 데 몬차 가문의 셋째 아들, 마르코 데 몬차는 어려서부터 가문의 골칫거리였다.
가문의 황금을 물 쓰듯 써가며 한량처럼 지냈으나,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은 없으니 그가 날이면 날마다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글러먹은 아들놈의 사고를 수습해주다 지친 데 몬차 부인은, 그녀의 사랑스럽지만 웬수같은 자식놈을 집에서 내쫓기로 결정했다.
그것도, 아주 멀리 말이다.

그렇게 마르코 데 몬차는 미 서부, 오늘날의 베가스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금이야 옥이야 귀하게 자란 도련님은 서부의 거칠고 황량한 환경에 그대로 푹 빠져버렸다.
시간이 흘러, 마르코 데 몬차는 어느새 서부에서 꽤나 유명한 한량이 되어 있었다.

그즈음, 서부 황무지에서 악명을 떨치는 무법자 집단이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아일랜드 출신의 극악무도한 범죄자, 안톤 밀딩이 이끄는 마적떼였는데, 그는 결투에서 진 적이 없는 명사수기도 했다.
믿거나 말거나, 총알 세 발로 네 명을 죽였다는소문도 있었으니 그의 총솜씨가 어땠을지를 대충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안톤 밀딩과 같은 범죄자는 항상 더럽게 끝이 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역사책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이 악명높은 아일랜드인이 죽음을 맞이한 것은 그의 패거리가 열차를 습격한 후, 전리품으로 가득 찬 마차를 끌고 성공을 자축하기 위해 술집에서 떠들썩한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녹슨 돌쩌귀가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는, 잘 닦아 광이 나는 검은 색의 가죽 부츠와, 그보다 더 검은 머리칼, 그리고 매력적인 초록색 눈을 가진 남자가 술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렇다, 술집 안으로 들어선 것은 바로 마르코 데 몬차였다.
서부에서 이름을 날리는 한량과, 서부에서 가장 악명높은 범죄자가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마르코 데 몬차는 천천히 바에 다가가서 말했다.
‘라테 마키아토 한 잔, 설탕을 가득 넣어서.’
그렇다. 마르코 데 몬차는 놀고먹는 건달이었지만, 술은 안 마시는 건달이었던 것이다.
그걸 들은 안톤 밀딩은 웃음을 터뜨렸다.
‘바까지 와서 커피를 마시다니, 저것도 꼴에 사내새끼라고 낳고 기뻐했을 어머니가 불쌍하군!’
그 말을 들은 마르코 데 몬차는 짙은 눈썹을 꿈틀대고는, 안톤 밀딩이 술을 마시던 테이블로 다가갔다.
‘내 어머니를 모욕한 것을 사과하는 게 좋을 거요.’
젊은 이탈리아인은 위협적으로 말했다. 안톤은 그 말을 듣고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이봐, 네 어머니랑 상봉하기 싫으면 지금 당장 꺼지는게 좋을 걸.’
그리고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뒤집어진 테이블과 깨진 유리병, 그리고 매캐한 화약 냄새가 방을 가득 채운 가운데, 천천히, 검은 머리의 이탈리아인이 테이블 뒤에서 몸을 일으켰다. 마적단은 단 한 명을 빼고 전부 목숨을 잃은 채였다.
안톤 밀딩은 불타는 듯한 눈으로 마르코 데 몬차를 노려보며 기둥 뒤에서 천천히 걸어나왔다.
‘총 깨나 쏘는군.’
안톤이 입을 열었다.
‘당신 또한.’
피로 물든 허리를 부여잡고, 마르코 데 몬차가 대답했다.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한참을 대치하던 중, 안톤 밀딩은 총을 허리춤의 홀스터에 밀어넣었다. 서부답게 결투로 끝을 보자는 것이었다. 마르코 데 몬차는 이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총을 홀스터에 찔러넣었다.
잠시 서로를 바라보던 마르코와 안톤은 천천히 허리춤에 손을 가져다댔다.
하나, 둘, 그리고 셋.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그들은 동시에 총을 뽑아들었다.
그러나, 한바탕 총소리가 울리고 난 후, 황무지 위에 두 발로 굳건히 서 있는 사람은 오직 마르코 데 몬차 뿐이었다.

한산해진 술집에 홀로 남은 마르코 데 몬차는 바에 다가가서 바텐더에게 말했다.
‘라테 마키아토 한 잔, 설탕을 가득 넣어서.’
바텐더는 벌벌 떨며 말했다.
‘죄송하지만, 아까 총격전이 있을 때 설탕 통이 깨졌습니다. 그래서 지금 설탕이 하나도 없어요.’
‘그럼, 저 친구들이 가져온 물건을 쓰지. 아까 보니, 꽤 괜찮은 시럽이 한 통 있던데.’
어깨를 으쓱하고는, 마르코 데 몬차는 커피에 캐러멜 시럽을 한가득 부어넣었다.

그리고, 뭐, 다들 알다시피, 그렇게 카라멜 마키아토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