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tM, M:tA (워울프는 잘 모르겠음) 두 가지 룰은 사실 다른 TR룰과 상당히 차별되는 점을 가지고 있다. 로리십에서 "기타 분류"로 묶이지 않는 게임들, 즉 그나마 메이저(;;;)한 룰들 보면 D&D, 패파, 스타워즈, 쉐런, 워해머, WoD 등인데 WoD의 룰은 다른 그 어떤 룰 보다도 "이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이며 어떤 인생을 살아왔다"를 룰적으로 규정하게 되어있다. 다른 룰에는 유사한 것이 잘 보이지 않는 '백그라운드' 특성으로 그런 점이 비교적 잘 드러난다.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 지를 알려면 제일 먼저 뭘 보면 될까? 우선적으로 그 사람의 인맥이다. WoD 룰들은 단순한 컨택트, 동료, 멘토, 추종자, 단순한 추종자 등 인맥 부분을 과도할 정도로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이 사람의 재산이 얼마나 되는지, 근거지가 있는지, 상부 조직에 지원을 요청할수 있는지, 운명 지어져있는지, 소속은 어디인지 (근거지랑은 또 다름 ㅅㅂ) 같은 시시콜콜한 것들도 모조리 룰적으로 규정하게 되어있다.
예를 들어 "제 대부는 9세대의 쯔미쉬고 비커밍때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일이 있으며 인간으로 살때 어떤 직업을 가지고 돌아가신 아버지는 어떤 분입니다" 라고 하면 d20 모던은 뱀파이어 템플릿 붙이고 끝이겠지만 VtM은 위의 문장을 전부 다 룰적으로 규정된 대로 기입해야 한다 (패트론, 디레인지먼트, 리소스, 컨택트 등등) 그 뿐만 아니라 메이지는 패러다임, 뱀파이어는 인간성/path 같은 것을 통해 이 캐릭터가 "어떤 것을 믿고 살아가는가" 같은 것 까지 룰적 요소로 반드시 기입하게 되어있다. 이런 괴상한 캐릭터 메이킹 방식은 다른 룰에서는 찾아보기가 힘들다. 보통 이런 것들은 캐릭시트 작성하고 밑의 묘사 란에 기입하게 되어있거든.
다시 말해 WoD의 캐릭터 메이킹은 캐릭터의 현재의 능력이 아니라 캐릭터의 '삶'을 구현하는 요상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WoD가 족같게도 아~주 진정한 의미에서 스토리텔링(^^ㅗ) 게임이기 때문이다. WoD는 비극을 플레이하는 게임으로 디자인 되었다. 위의 룰들은 이 캐릭터가 어떤 삶의 방식을 살아왔고 따라서 어떤 특정한 방식의 비극의 장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것인가, 또는 대응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또한 그것을 실제 RP로 옮겼을때 RP했다! 게임 끝! 이 아니라 룰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만약에 그것이 외적 갈등이라면 가이드라인이 되었던 플레이를 위한 자원이 되었던 백그라운드 점수가 동원 될것이다. 내적 갈등이라면 패러다임이나 인간성이 개입하게 될 것. 이것을 아주 간략화 시킨것이 페코의 면모라고 이해하면 될지도.
WoD는 괴물들을 때려잡는 게임도 아니고 디아블러리해서 초고세대로 올라가는 게임도 아니다. 자기의 믿음과 사상을 관철 시키려다가 좌절하고 세상에 삼켜지며 (MtA) 인간성과 내면의 야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결국 천천히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되어가고 (VtM) 성스러운 의무를 행하기 위해 불가능한 일을 위해 싸우지만 결국 내면의 광포함과 압도적인 적에 의해 패배하는 (WtA) 것이 WoD 게임의 본질이다.
혹시 몰라서 덧붙이는 것이지만 이게 WoD를 다른 룰보다 우월하게 만든다거나 열등하게 만드는 일은 전혀 없다. 다르게 만들수는 있고, 더 복잡하게 만들수는 있지만 애초에 장르가 다르잖아?
문제는 여기서 시작한다. 지금부터는 내가 메이지맨이기 때문에 메이지를 주로 이야기 하겠지만 본질은 다른 라인업도 다르지 않다. 메이지 리바이즈드에 나오는 예시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위에서 말한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떤 캐릭터인가" 까지는 어느 정도 제시해주는데 이 캐릭터가 어떤 비극을 겪을 것인지에 대한 설명을 해주질 않는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구판 인트로나 컨벤션 북 앞에 보면 이 컨벤션은 어떤 컨벤션이고 이들은 뭘 믿으며 대충 어떤 한계를 가진다 정도는 제시한다. 트래디션도 마찬가지. 문제는 그래서 뭘 어쩌라는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M20와 구판, 구구판 등을 여러모로 읽고 또 읽어보니 메이지는 이렇게 플레이하시라고 만든 룰이에요! 가 행간에 조금 있는 것 같긴 한테 명료한 예시 플레이가 전혀 없다. 왜 내가 메이지를 하기 위해 패러다임을 작성해야 하고, 또 패러다임을 작성하기 위해 특정 학문을 파야하며, 그리고 플레이 하거나 소설을 쓰며 대체 이 캐릭터는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지를 마주할 것인지, 그리고 선택지에 따라 어떤 한계에 부딪힐지 같은 "예시"가 없다. 예시라고 쓰여 있는 것은 마법 쓰는 예시 같은거... 심지어 한계에 부딪히는 것도 룰적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 이후의 배드 엔딩까지 상세히 써놓고는 그 중간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즉 룰은 분명히 컨셉에 맞게 만들어 놨는데 이 룰을 가지고 어떻게 플레이하라는 가이드 라인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을 뿐더러 예시도 제대로 없고 그나마 있는 놈들은 비중이 너무 적다. 그리고 이 가이드라인이 차지해야할 부분은 필 브루카토 취향의 수간 강간 윤간이 채우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이 써놓은 매크로한 설정은 분명 매력적이며 그 양도 엄청나게 많고 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특성상 여기저기 가져다 붙이기도 쉽다. 거기에 이들이 써놓은 설정은 이들이 게임을 하게 만드려는 방식과 정 반대다. 캐릭터의 인생의 방식과 한계에서 오는 비극을 플레이하는 것이 기본적인 컨셉인데, 설정은 그게 아니라 오 위대한 우리 컨벤션은~ 우리 트래디션은 ~ 같이 뽕이 가득차게 만드는 방식으로 써있지 않은가??
이 부분의 예시로는 단연코 테크셐크라틱 유니언이 있다. 테키의 비극은 여느 메이지와 다르지 않다. 테키는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정리해 믿고 있으며 그것에 기반해 행동한다. 하지만 그가 초자연체를 때려잡고 메이지를 전향시키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는 동안 그는 자신이 항상 최선의 답이라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어떤 경우에는 최악의 답임을 보게되고,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으며, 자신의 개쩌는 계획에 따라주지 않는 사람들을 만나며, 위대한 인류의 보호자라고 생각하는 테크노크라틱 유니언 안에서 조차 더러운 정치 게임이 벌어지며 그것 때문에 세상을 지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을 보게된다. 그는 절망하고 세상과 타협할 수도 있으며, 패러독스에 먹혀 폐인이 될 수도 있고, 미쳐버려 머라우더가 될 수도 있고, 결국 자신의 믿음은 거짓이라 확신하며 네판디가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라면 1000명의 시민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연인이 포함된 100명의 시민을 포기할 수도 있으며 유니언 안의 암투에 참여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니언의 기수를 틀 수도 있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 체제를 믿도록 사람들을 '교정' 시킬수도 있다. 그리고 만약 켐페인이나 소설이 기~일게 이어져서 아레테 6~7을 찍고 아크스피어를 하나씩 찍다보면 그는 결국 자신의 신념의 상징 같은 것으로 화한다.
그가 세상을 원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는가? 어쩌면 바꾸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가 해온 일들을 보면 '내 믿음을 세상에 관철시키겠어!' or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어, 내 방식대로!'라는 어릴 때의 순수한 목표와 분명 모순되는 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을 것이다. 테키식 비극이다. 이것은 현대의 비극이기도 하다. 테일러 아저씨가 직무의 표준화를 주장했지만 21세기에 와서는 결국 사람의 표준화로 이어졌다던가 하는 ㅇㅇ
그렇다면 메이지 책들은 어디까지 서술하고 있을까?
메이지 책은 "테키는 인류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나름대로의 철학으로 정리해 믿고 있으며 그것에 기반해 행동한다. 하지만 그가 초자연체를 때려잡고 메이지를 전향시키며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는 동안" 과 "패러독스에 먹혀" 정도다. 그리고 설정도 딱 그런 방식으로 써있다. 이들의 한계 대한건 별로 없고 프로파간다가 존나 가득하다 ㅋㅋ 아니 뭐 편견의 게임을 컨셉으로 잡은건 알겠는데 씹새기들아 그럼 "다른 놈에 대한 편견" 만 써야지 "나에 대한 편견"은 가만 놔두면 안되지 시발 겜 컨셉이랑 정 반대잖아 이 니미럴. 아니 그런 설정을 어떻게 써요 ㅠㅠ 쿨하고 멋지게 써야지 안 팔린다구 ㅠㅠ 라고 작가놈들이 말하면 당장 목에 목줄을 걸어서 아주 좋은 예시인 그리스 신화를 100번 읽게 하겠다. 그리스 신화식 비극을 넣은 그리스 신화의 설정은 스테디 베스트 셀러인데 왜 메이지식 비극을 넣은 메이지식 설정은 못 쓴다는 말인가?
그럼 이런 비극을 플레이 하고 싶지 않다면? 만약 WoD로 코미디를 하고 싶거나 활극을 하고 싶다면? 물론 해도 된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을 것이다. 어쨌든 설정은 ㅈㄴ 쿨하고 그건 ㅇㅈ하는 각이다. 설정딸 비중이 높은 것 보면 그렇잖아???? 그런데 그렇게 되면 위에서 써놓은 룰적인 요소가 별로 쓸모가 없어진다. 특히 내적 갈등 요소가. 그냥 설정만 그대로 따다가 범용룰로 하는 것이 낫다. M20에도 우리는 그렇게 플레이 할슈 잇셔용! 이라고 써있지만 글쎄. 그리고 그런거 하려면 누가 d10 다이스풀제를 하냐 걍 퍼지다이스나 겁스나 d20계열로 하는게 젤 쉽지.
따라서 WoD의 게임들은 원칙은 분명 세워져 있고 원칙을 구현하기 위해 짱구를 푱푱 굴린 흔적도 있으며 솔직히 말하면 그 의도 그대로 플레이하기에는 이만한 룰이 없다. 그러나 책들이 서술되어 있는 방식이 그것을 아주아주아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며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게임'과 분명 방향성이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정말 확실히 해야된다고 본다. 정말정말 확실하게.) 설정 역시 그런 방식으로 방향이 잡혀있지 않다.
당연하게도 설정 이야기만 하고 개별 캐릭터 메이킹으로 내려가거나 플레이로 이어지지 않음이 당연하다. 세일즈 포인트와 게임 내의 철학이 다르니까. 워해머와는 다르다. 워해머는 세일즈 포인트와 게임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일치하지는 않더라도 분명 같은 방향이잖아? 뭐 원래는 비극을 세일즈 포인트로 잡았던 것 같긴 한데 WoD 구판 설정 서플들 폭주하는 것 보면 결국 회사 내부에서 우리가 뭘 하고자 하는 지에 대한 의견 일치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사족이지만 이렇게 회사 내에서 우리가 뭘 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컨센서스 수준이 낮은 것을 보고 '기업 문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라고 한다. 한국 대기업들의 기업 문화 어쩌고는 완전 개소리임을 알 수 있다.
그래서 WoD는 이런 자체 모순이 해결되거나 아예 컨셉을 비극을 가장한 활극으로 바꾸지 않는 한 영원히 이 모양 이 꼴일 것이다. 나는 전자는 불가능 하고 후자는 해낼 수만 있으면 현대 판타지 TR룰은 WoD가 점령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1줄 요약: WoD 씹똥룰.
2줄 요약: WoD 씹똥룰. 초챙 애껴요.
이었던것 같음
아 예전에 이 글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서 아랫글 썼던 거임
이게 그 말카비안의 진실을 말하는 그런 거냐
모순을 품고 있는 메이지를 플레이하는 룰이 모순으로 점철되어 있다니 이거 완전 갓겜 아님?
포스트모더니즘이 주제인 룰이다보니 룰 메커닉도 포스트모더니즘이 입각해서 만든듯
초챙 애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