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는 판정이 너무 심심한 거 아니냐는 글이 있길래 잠깐 써봄.


아포칼립스 월드-이하 AW-는 다들 알다시피 2d6+특성치를 이용하는 판정법을 씀.

특성치는 +3~-2 사이의 값을 갖고. 

가끔씩 "다음 판정에 +1을 받습니다."같은 액션이 연계되거나, 다른 PC의 협력으로 인해 보너스를 받을 수도 있음. 


6 이하(실패)는 MC 액션을 쳐맞는다.


MC 액션은 쉽게 말하면 "MC(아포칼립스 월드에서 마스터에 해당하는 사람)가 당신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라는 의미지. 


유명한 던전월드의 경우에는 액션을 하다가 6 이하가 나오면 항상 MC 액션이 발동하지만, AW는 사실 예외가 꽤 있다. 몇몇 캐릭터 액션이라던가. 2판의 경우에는 [힘으로 빼앗기]라는 대표적인 전투 액션에 실패해도 MC 액션이 발동 안하고, 여전히 옵션을 하나 고를 수 있게 되어있지. 왜? 어차피 전투중이라면 위험할테니까, 굳이 위험을 추가로 안들이대도 이야기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했나봄. 하여간 그런 식으로 2판에선 실패해도 MC 액션이 발동 안하는 물건들이 꽤 많이 생겨서 MC 액션이 발동하는 경우에는 따로 문구가 적혀있다.


"실패할 경우 최악의 상황을 대비할 것."


보통 이런 식으로 MC 액션이 발동하면, 새로운 문제 상황이 주어지고, 기존의 문제 상황은 새 문제에 통합되거나/아예 해결할 수 없는 형태로 종결되거나/아니면 점점 상황이 악화되거나 하는 식이 되버린다. 은밀 행동이 들키면 전투가 시작되거나, 아니면 누군가 종을 울려서 경계도가 올라가거나 그런 식이지.


7~9(부분적 성공)는 대가를 치룬다.


7~12 사이에서 성공이 나온다니 성공률이 너무 높은 거 아니냐? 싶지만 7~9는 대가를 치룬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거지. 이렇게 대가를 치루면 보통 자원을 소비하거나, 아니면 자기가 딱 원하는 그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어쨌든 성공이므로 하려는 행동 자체는 그럭저럭 성공을 한다. 부분적 성공이라는 게 그런거지. 


이렇게 보면 최신 RPG의 실패해도 전진하라와 유사해보이는데, 사실 AW는 실패해도 전진하라와는 좀 거리가 있다. 애초에 레일로드 자체가 아니기도 하고... 왜냐면 아예 실패할 경우 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를 맞는거거든. 


10 이상은 (아마) 성공한다.


6과 7~9의 사례를 보면 10 이상의 성공은 새로운 문제 상황에 직면하지도 않을 것 같고, 대가도 치루지 않고, 온전한 성공의 혜택을 받을 것만 같지? 


근데 사실 룰북 MC 파트에서는 "10 이상으로 성공하더라도, 반드시 완벽하고 좋은 결과를 주지 말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예시로 부하한테 누구를 좀 데려오라는 명령을 내리고 [조종] 판정에 대성공한 걸 보여주는데, 그랬더니 딱 죽지 않을 만큼만 패서 혼수 상태로 데려온다. 시키는대로 잘 했잖아요? 


추측해보건대 판정이 10 이상이 나왔을 때 뭐든지 슥삭슥삭 해결이 되면 금방 문제가 사라지고 다시 이야기를 처음부터 밟아가야하거든. 아마도 액션이 액션을 부르고 이야기가 계속 꼬이면서 쭉 엮이는 구도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서술해둔 것 같음. 물론 플레이어가 좀 억울할 수도 있겠지? 그래서 1/3이나 1/2 정도로 대강 섞어서 가끔씩은 좋은 결과를 내라고 되어있음. 이 얼마나 상냥한 룰북이니? 


뇌 개방은 위험해


AW 룰북을 읽어보면 "이 액션에 실패할 경우 뇌 개방에 실패한 것처럼 됩니다." 라는 식으로 뇌 개방에 실패하면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것처럼 적어놨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는 중간에 등장하는 뇌 개방 실패 사례로 추측할 수 밖에 없는데, 특별히 강한 MC 액션을 해야겠다는 듯이 이야기를 하더니, 플레이어의 배우자가 유령에 빙의될 것이란 암시를 주는 식으로 간다. 2판에선 아예 뇌 개방 실패할 경우 쓸수 있는 옵션 규칙으로 사념 피해 액션이란 게 생겼지. (Ψ-HARM 라는 듯 하지만 볼 때마다 어떻게 읽어야할 지 난처하다.) 피해 판정이랑 비슷한 데 (정신을 잃거나, 갖히거나, 약하면 넘어지거나 그런 것들) PC에게 MC가 원하는 행동을 시키는 옵션같은 것이 있음. 말 그대로 조종당하는거지. 


뇌 개방 자체가 다소 치트에 가까운 정보 획득 수단이다보니 남발하기 위해서 좀 강하게 몰아넣은 것 아닐까 싶음. 일단 실패하면 누군가는 피를 보게 된다. 초여명 리플레이에서는 뇌 개방에 실패하고 자기 머리에 권총을 쐈었지, 아마? 


MC는 어쨌든 판정을 좋아해


AW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액션을 하면 해당되는 행동을 하는거고, 해당되는 행동을 하면 액션을 하는 것이다."임. PC가 딱히 의도하는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게 액션에 해당이 되면 MC가 그거 액션이네요? 주사위 굴리세요. 해버리라는 것. 말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조종]을 굴려버리고 예인이 단 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홀리기] 판정을 하게 함. 그리고 그런 식으로 [액션을 할만한 상황]에 밀어넣는 것도 MC가 하는 일. 


판정의 결과물이 버라이어티하다보니 주사위를 마구 마구 굴리게 하면 이야기가 자연스레 살이 붙게 되는 PbtA의 특징이 활용되어있는 것임. 


(덤) 2d6은 확률 분포가 짜증나



적당히 스프레드 시트로 계산한 건데, 각각 특성치 값이 0,1,2,3일 때에 성공(초록) 부분적 성공(노랑) 실패(빨강)의 경우의 수를 그린 것임.


특성치가 +1일 때는 제법 고르게 나오는 편인데, +2나 +3가 되면 대실패의 경우가 확 줄어서 MC 입장에선 조금 답답하다. 거기에 다른 액션으로 수정치를 +1~2 정도 받는 게 가능한데 그럼 정말 답이 없어짐. 이야기를 전개해도 금방 성공 성공 성공 나와서 별 다른 문제 없이 이야기가 축소되니. 아마 10 나와도 심술 맞게 굴라는 게 이런 분포를 고려한 것 아닐까도 싶다.


이런 걸 맞으면 다음에 관심 능력치(AW에선 다른 플레이어와 MC가 각각 관심 능력치를 하나 정해준다. 이 능력치로 판정할 때마다 경험치를 얻는다.)를 정할 때 제일 낮은 능력치에 쓰윽 체크를 하게 됨 ^^ 총잡이의 강인은 오기를 부려서라도 체크해주지 않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