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화 Descension
“너로 해야겠군. 아주 잘 만들어졌단 말이지. 역시 옛날 실험들은 쓸모가 있었단 말이야.”
아주 깨끗한 의사 가운을 입은 남자. 그의 손, 얼굴, 신발을 비롯하여 가운이 가려주지 않는 모든 곳은 피가 낭자하다. 마른 얼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아주 살짝 드러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게 관리된 그의 피부는 그를 몇십살이나 젊어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수술대에 묶인 채 누워있었다. 가끔 그의 배가 이상하게 경련을 일으키는 것만 빼고는, 겉보기로 멀쩡하다. 그가 배를 툭툭, 두드리자 묶여 있는 남성이 작게 신음소리를 낸다.
“원래… 트럭 운전사였지? 자네는?”
그가 살짝 끄덕인다. 눈동자의 상태를 보건대, 그는 약물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자, 네 임무는 간단하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목에 주사가 꽂힌다. 그와 동시에 남성이 신음을 멈춘다. 연달아 그의 몸 이곳저곳에 주사액이 주입된다. 진통제, 그리고 세뇌를 위한 약물이다. 남성의 눈동자에서 완전히 초점이 사라진다. 반평생의 노동과 험한 일로 다져진 몸이 축, 하고 쳐진다. 그의 눈 앞에 ‘의사’가 사진을 하나 들이댄다.
“이 여자를 찾는 거다. 그리고 트럭으로 밀어버려. 교통 사고 정도”
남성이 축 처진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가라. 트럭은 원래 있던 곳에 있을거다.”
풀려난 남자가 방을 나선다. 좁은 복도를 통해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을 의사가운을 입은 자가 대견하다는 듯이 바라본다. 사방에서 신음이 들려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잘 보존된 한옥이지만, 그 안은 지옥이다. 지하감옥 같은 실험실. 사람들이 의료용 침대 위에 묶어 피와 고름을 흘리며 신음한다. 등이 서로 꿰매어진 남녀가 휑하게 빈 안구에서 하염없는 눈물만 흘린다.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사람이 천천히 흔들리며 흉측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의 팔과 다리는 보통 인간의 몇배나, 인체의 한계 따위는 한참 넘어선 길이로 늘어나 있었다.
“오, 잊을 뻔 했군.”
서랍에서 작은 유리병을 꺼내는 그. 그 안에는 평균보다 약간 큰 파리 같은 곤충이 들어있다. 일반인의 눈에는 조금 큰 파리 같겠지만, 숙련된 프로제니터의 연구원의 눈에는 곤충에 인간의 신경을 이식해 만든 생체 드론임이 명백할 것이다. 그가 유리병을 흔들고는 곤충을 꺼내 준다. 복도를 나가기 시작하는 남자의 어깨 위에 달라붙는 그것. 그 벌레가 즐겁기 그지없는 장면에 유흥을 더 해줄 것이다.
“자. 그럼 오늘 재료는 무엇으로 할까.”
그가 중얼거린다. 이렇게 기술이 발전한 요즘도 좋지만, 그래도 옛날이 좋았지, 하고 손을 비비는 그.
이곳은 네판디의 성역Sanctuary. 모든 것의 추락Descension이 태어나는 곳이다.
“안 졸고 잘 참았어요, 하은씨.”
“아닙니다.”
그들은 한 국제 의학 세미나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소피아는 몇 년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비슷한 성격의 모임에 참가한다. 프로제니터 내에서만 실시되는 의료 기술 중, 수면자들의 세계에 적용 될 수 있는 -기술적 수준과 경제적 수준을 모두 고려한- 기술들을 발표하기 위해서다. 수면자들이 발전시킨 기술 중 아직 그들이 알지 못하는 부작용을 가진 기술들을 필터링 하고, 새로운 연구원을 모집한다. 그 뿐만 아니라 유니언의 적이 퍼트린 새로운 질병에 대한 대응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 이외에 수많은 목적을 위해, 학술 세미나만한 자리가 없다.
두 사람은 AP-5 아말감의 대외 업무용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다. 세련된 외관이나 디자인 같은 것은 둘째 치고, 완벽한 자동 운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는 차량이다. 몇 번이나 타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아무도 운전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 대해 약간의 꺼림칙함이 느껴진다. 차가 터널에 진입한다.
“사고 날까 봐 불안해요?”
“아뇨, 뭐 별일-“
쿵.
순간 두 사람이 타고있는 차가 붕, 하고 뜨며 공중에서 마구 회전한다. 화물 트럭이 미끄러지며 터널 속에서 차들을 휩쓸고 지나간다. 가장 먼저 받힌 두 사람의 차가 터널 옆 면에 부딪친 이후 바닥에 내팽개쳐진다.
순식간에 터널 안은 아비규환으로 변한다. 그들이 탄 차량이 제일 먼저 받혀서 트럭의 속도를 늦췄음에도 불구하고 좁은 터널 안에서 휩쓸린 차들이 여기저기 전복되거나 부서진 채 널려 있었다. 그 와중에 트럭은 옆으로 엎어진 채 터널 한쪽 벽을 박살내고서는 멈춰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두 사람은 멀쩡하다. 아니, 애초에 두 사람이 탄 차 자체가 약간씩 찌그러진 부분을 제외하면 거의 이상이 없다. 공중에서 내부 메커니즘의 반동을 이용한 자세 제어를 통해 뒤집어지지 않게 설계되어 있는 차다. 깊은 수심에서도 버틸 수 있는 방수 시스템, 몇몇 철갑탄도 충분히 버텨내는 방탄 기능, 엄청난 가속력, 그 이외에도 말 그대로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기능들이 갖춰진 요원 전용 차량. 그러나 그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사고상황에서도 착용자들을 지켜주는 다수의 충격 흡수 시스템이다.
“저, 전 괜찮아요.”
그녀는 약간 당황한 듯 했다. 하은이 문을 열고 나서자, 매캐한 연기가 터널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사람들이 터널 내의 소화기를 꺼내다가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소피아가 그 광경을 둘러본다.
화염, 피의 냄새, 매캐한 연기, 부서진 차량들, 널 부러져 비명 지르는 사람들.
순간, 하은이 소피아의 눈에서 흔들림을 보았다고 생각했다.
“하은씨, 터널 밖으로 통하는 길을 뚫어주세요.”
“네.”
하은이 즉시 그녀의 말에 따른다. 소피아가 즉시 상황을 살핀다. 다친 사람은 30명이 넘는다. 아비규환의 현장에서 그녀가 방황하고 있는, 아직 멀쩡한 사람들을 불러 세운다.
“거기 학생!”
그녀의 말에 멍하니 돌아보는 남학생. 그는 가족 중 유일하게 차 밖으로 빠져나온 모양이었다. 소피아가 재빨리 차와 안에 있는 가족들을 훑어본다.
“학생, 가족들은 괜찮아요. 알았나요?”
그녀가 학생의 어깨를 흔들며 말한다.
“나 좀 도와줘요. 내가 말한대로만 하면 돼요. 알겠나요?”
“의사 선생님인가요?”
그의 질문에 소피아가 세차게 끄덕인다. 학생이 멍하니 중얼거린다.
“어… 엄마랑 아빠는 괜찮은가요?”
소피아가 다시 그들을 훑어본다.
“어머님이 팔 골절로 3주 입원, 아버님이 타박상으로 내원 치료 받아야 되는 것 빼고는 괜찮아요. 두 분 잘 보세요. 괜찮으실 거에요. 지금 충격으로 잠깐 정신을 잃으신 것뿐이니까.”
과연 그녀의 말 대로 축 쳐져 있던 두 사람이 살짝 움직이며 신음을 내기 시작한다.
“어서! 이리와요!”
소피아의 외침에 학생이 엉거주춤 그녀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녀가 핸드폰을 꺼내서 즉시 백 사장에게 연락한다.
“사장님, 저에요. 지금 당장 공중에 응급 헬기 좀 띄워 주셔야겠어요.”
김 교수는 초조했다. ㅁ대학병원 중증외상센터 장인 그가 사고 현장에 도착한 것은 이례적으로 빠른 일이었다. 무슨 일인지 그가 연락 하기도 전에 다수의 응급 헬기가 현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훈련 중이었다던가, 아니면 다른 환자의 후송을 끝낸 이후였다던가 하는 이유로 이미 체공 중이었던 헬기들이 꽤나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탑승한 헬기도 막 ㅁ대학병원에 다른 환자의 후송을 끝낸 상태라 왕복을 위한 연료만 채운 상태에서 바로 출발 할 수 있었다.
좁은 터널 안에서 트럭이 다수의 차량을 치고 지나간 다중 추돌사고. 걱정이었다. 고속도로 근처라, 당장 경찰이나 소방차보다 자신이 더 먼저 도착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교통정리가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헬기가 착륙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밖의 날씨도 좋지 않다. 잘못하면 돌아가다가 중간에 착륙해서 앰뷸런스로 환자를 옮겨야 할 수도 있다.
“교수님!”
헤드셋으로 기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착륙하겠습니다.”
헬기가 부드럽게 내려앉는다. 그가 잠깐 의아해한다. 차가 없을 만한 도로도 아닌데 헬기가 착륙할 만한 공간이 있단 말인가?
“덜컹.”
헬기가 착륙하자마자 뛰어나가는 그. 그를 따라온 다른 의료진 역시 마찬가지다.
“그쪽 차량! 계속 거기에 계셔 주십시오!”
그를 맞이한 것은 고속 도로 양쪽으로 깔끔하게 주차를 해 놓은 차량들과 마치 의료 헬기가 착륙 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공간. 주위에서 충분한 간격을 두고 차례로 몇몇 의료 헬기가 내려 앉을 수 있을 정도였다.
“저쪽입니다!”
그 모든 현장을 지휘하는 듯한 어린 여성이 김 교수를 부른다. 그녀는 바삐 뛰어다니며 차량들을 정리하고, 헬기의 착륙을 유도하고, 막 도착한 응급구조 요원들을 안내한다. 마치 익숙한 항공 요원을 보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곳에 신경 쓸 만한 여유는 없다. 그가 터널 속으로 뛰어들어간다. 천만 다행으로 거리는 얼마 멀지 않아 뛰어서도 금방 도착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쪽 분부터 옮기세요! 이쪽 분들은 마지막으로 보냅니다!”
그 안에서도 누군가 현장을 지휘하는 듯한 모습. 마치 조각상을 연상케 하는 완벽한 미모를 가진, 갈색 머리의 여인이 의사 가운을 휘날리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었다.
“학생, 이곳만 꼭 누르고 있으면 돼요!”
여의사가 그렇게 외친다. 그녀의 말에 앳된 학생이 심한 출혈이 나고 있는 여성의 다리를 꾹 누른다.
“아! 김 교수님이시죠!”
외국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아주 익숙한 한국어 발음.
“기다리고 있었어요. 소피아 라이언 입니다. 닥터 소피아라고 불러주세요.”
소피아 라이언, 이라는 이름은 그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중증 외상 분야에 상당히 중요한 테크닉들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의사였다.
“김종윤입니다.”
이름만을 교환한 그들이 즉시 본업에 돌입한다.
“최소한 5명 정도의 중증 외상 환자가 있습니다. 지금 당장 후송을 해야하는데 꼭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서 시작하죠.”
두 사람이 지체없이 뛰어다니기 시작한다. 소피아가 이미 환자들의 우선순위를 모두 분류해 놓았다. 그러나 이 근처, 중증 외상 환자를 살려낼 수 있을만한 곳은 ㅁ 대학병원 밖에 없다.
그들이 바삐 환자를 옮기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5명이나 되는 중증 외상환자가 있으면 우선 순위를 정해야 하지만, 오늘은 운이 좋게도 딱 맞는 숫자의 헬기가 있다. 물론 전부 적절한 장비가 모두 갖춰진 것은 아니지만 이정도면 일단 병원까지는 모두를 살려서 운반할 수 있다. 교수는 오히려 이런 상황이 어색했다. 평소라면 이 정도의 대형 사고가 나면 민관이 엮이고 행정 체계가 꼬여서 늦은 후송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파일럿들과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도, 애초에 윗선에서 허가가 나오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인튜베이션!”
소피아가 외치자, 김 교수와 온 의료진 중 한명이 그에게 기도삽관용 튜브를 재빨리 건네 준다. 그녀가 놀랍도록 신속한 솜씨로 환자의 후두개를 기구로 밀어 열고, 관을 삽입한다. 청진기로 삽관 완료를 확인하자 마자 그녀가 외친다.
“인튜베이션 됐어요!”
그 와중에 김 교수는 무언가 이상한 점을 눈치챈다. 5분 전부터 갑자기 날씨가 개기 시작한 것이다.
“상관없으니까요. 네. 날씨는 확인 했어요. 정 안되면 제 개인 예산에서라도 빼주세요.”
소피아가 응급처치를 계속하며 헤드셋을 통해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궁금하지만, 신경 쓸 여유가 없다. 그도 빠르게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것이 우려되는 환자에게 중심정맥관 삽입술을 실시한다. 소피아가 그의 작업을 살펴본다.
“역시 김 교수님이네요.”
“아뇨, 닥터 소피아야말로.”
두 사람이 말을 교환하지만, 시선은 환자에게 고정되어 있다.
“날씨가 개서 다행입니다. 한가지 걱정이 있습니다만, 저희 병원에는 이 정도 환자들에게 수혈할 만한 양이 비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옮겨와도-”
“아뇨. 그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즉시 소피아가 또 다시 전화를 건다.
“…사장… 이송… 전용기…”
무얼…?
그러나 김 교수가 다시 환자에게 집중한다. 5명 중, 2명이 제일 위험하다. 일란성 쌍둥이 자매. 두 사람은 트럭에 의해 후면에서 받혀 몸 전체가 으스러진 상태다.
“닥터 소피아, 일단 처치부터 하고…”
“그랬다가는 둘다 죽겠어요. 일단 헬기부터 띄우죠. 저 좀 도와주세요.”
그녀가 환자를 즉시 헬기로 옮긴다. 헬기 안에서는 복잡한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요 처치를 한 이후에나 옮기는 것이 맞는 일이다. 김 교수가 그 생각에 순간 망설이지만 웬지 모를 직감에 그녀의 말을 따른다. 순식간에 헬기들이 하늘로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
날씨가 개긴 했지만 바람이 심하다. 흔들리는 헬기 안. 몸 가누기도 힘든 순간들이 지속된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소피아는 멀쩡하다. 혼자서 머릿속에 자이로스코프라도 달고 있는 느낌으로 헬기 안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그거 주세요!”
그녀의 말에 의료진이 가까스로 주사관과 약물을 넘겨준다. 그녀가 마치 흔들리는 헬기와 한 몸이 된 듯 완벽한 균형으로 관에 약물을 주입한다.
“군의관 출신이어서요.”
그녀가 김 교수의 시선을 의식한 듯 멋쩍게 이야기한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손은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다. 단순한 연습이나 재능에 의한 결과가 아니라, 수백, 수천번은 거치며 익힌 것 같은 손놀림이다.
“자, 열겠습니다! 이리게이션!”
소피아의 말과 함께 환자의 배가 개복된다. 방에는, 무려 두명이나 되는 환자가 있다. 아까의 그 자매다. 두 사람을 한곳에서 수술한다는 것은 평소였다면 대대적으로 뉴스기사가 될 만한 일이지만 수술실이 꽉 들어찬 마당에 그런 걸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외부의 의사를 급히 들여오는 것도 드라마에서나 있을 일이다. 물론 그 때문에 김 교수가 문책을 듣게 되겠지만, 당장은 누가 제지하려 해도 수술실에 들어간 의사들을 끌어낼 수도 없는 일이다. 다른 외상 전문의들 역시 각각 나뉘어 나머지 환자들을 보고 있었지만 가장 심각한 환자는 두 사람이 맡고 있다.
개복과 함께 엄청난 양의 피가 쏟아져 나온다. 피가 공중으로 튀어 소피아와 주위 의료진의 옷에 묻는다.
동시에 김 교수 측에서도 수술이 시작된다.
그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몰아친다. 그러면서도 달인의 솜씨로 움직이는 손. 파열되어 너무 출혈이 큰 비장을 절제하고, 박살난 뼈 조각을 들어낸다.
“…”
그가 맡고 있는 것은 자매 중 동생. 김 교수는 그녀가 살아남을 수 없음을 직감한다. 그 무엇보다, 사고로 인해 심장 쪽에 손상이 가 있다. 지금이야 어떻겐가 되겠지만 수술이 끝날 때쯤엔 어떻게 될지 모를 일. 그와 소피아는 대각선으로 나란히 서있다. 그가 얼굴을 닦기 위해 목을 돌리자, 소피아의 긴장한 얼굴이 보인다.
“닥터 소피아.”
“네?”
“너무 긴장하고 계십니다. 제가 참견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긴장 하시면 좁은 시야로 수술을 하게 되니…”
소피아가 끄덕인다. 중증외상환자는 보통 다수의 장기가 훼손된 상태기 때문에, 지금 당장 잡고 있는 부위만 신경 쓰게 되면 결국 중요한 부위를 잡지 못해 환자가 사망에 이른다. 김 교수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무겁다.
“셀라인!”
“마취과 선생님!”
의료진들의 말이 계속된다. 김 교수가 수혈팩을 본다. 이상했다. 분명히 비축량이 간당간당할텐데.
“이 간호사, 지금 팩 얼마나 남았어요?”
“충분합니다, 교수님.”
“다 쓴 거 아니에요?”
“아뇨, 방금 공수된 분량이 꽤 많아서…”
공수된 분량이라니. 아까 소피아의 통화가 생각난다. 그러나 잡념은 금물, 바로 집중하는 그다. 한편, 소피아가 맡은 환자의 상태가 점점 악화된다. 그러나 도와줄 여유도 없다.
마침내, 사형 선고의 소리가 울린다.
“삐-“
의사에게 주어진 시간은, 여기까지다.
“…”
소피아가 힘없이 손을 떨어트린다. 다수의 의료 기기가 심장 마사지 같은 것은 쓸모 없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닥터 소피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알고 있어요.”
소피아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든다. 그리고는 동생 쪽을 살핀다.
“하죠.”
김 교수가 오한에 몸을 떤다.
“무엇을 말입니까?”
“심장 이식이요.”
그녀가 담담히 말한다. 중증 외상 상태에서 쌍둥이 간의 카데버 이식. 그것도 심장을 대상으로 한 이식 수술이다. 면역 쪽의 걱정은 없지만 애초에 이런 수술을 동시에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해야 합니다. 김 교수님도 아시잖아요.”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모습을, 구석에서 하은이 멍하니 바라본다. 그녀는 소피아의 보조, 아니면 참관이라는 명목으로 들어와 있지만,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없다. 소피아를 보며 그녀는 무엇인가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소피아가 바쁘다는 것은, AP-5 아말감이 아주 나쁜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어쩌면 그녀가 중상을 입어도 빠르게 회복 할 수 있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몰랐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녀는 끝까지 남아있어야 하니까.
8시간짜리 수술은, 성공으로 끝났다. 아마도 ㅁ 대학병원은 수면자의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증 외상 환자 간의 심장 이식에 성공한 병원으로 기록될 것이다. 하은과 소피아는 발코니에 나와있었다. 5명의 환자 중에 1명이 사망했지만, 나머지는 생존 가능성이 높다.
“괜찮으십니까?”
“난 괜찮아요. 시간에 맞춰서 다행이네요.”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일반인들로 이루어진 조직보다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조금 더 늦었으면 둘 다 죽을 뻔 했어요.”
“네…?””
하은이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내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아차린다. 소피아는 쌍둥이 자매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럼 설마…”
“아뇨. 죽인 게 아니에요. 그저 더 일찍 죽게 한 거죠. 애초에 병원에 도착한 시점에서 사실 사망은 확정된 상태였어요. 제가 억지로 끌고 온 이유도 거기에 있고.”
그녀의 말은, 마치 고기를 손질하며 육질에 대해 말하는 푸줏간 주인을 연상케 한다.
“한쪽은 가망이 없는 총체적 중상이고, 다른 쪽은 심장 빼고는 소생 가능한 수준이죠. 어쩔 수 없었어요. 괜히 같은 수술실에 들여보내야 한다고 우긴 게 아니에요.”
“하지만!”
하은이 반론을 제기하려 하지만 소피아가 그녀를 무섭게 쏘아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위협 같은 것이 담긴 것이 아니었다.
그 눈에는 확신이 들어있다.
어떤 원칙에 의한 확신 같은 것이 아니라, 경험에 의한 확신이다. 자신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을 때 마다 사람들을 살리지 못했다, 라는. 철학이 아니라, 실용에 의한 확신이었다.
“…뇌출혈 같은 건 없어서 다행이었어요. 운이 좋았죠.”
“아, 소피아 교수님!”
“닥터 소피아에요.”
지나가던 의료진이 그녀를 발견하고 다가온다.
“CT 검사 중인데 좀 와 달라고 하셔서… 사고를 일으킨 트럭 운전사입니다.”
“지금 갈게요.”
서두르는 소피아를 따라가는 하은. 대체 어떤 일들을 겪었길래 그런 결정을 망설임 없이 내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한참이나 하게 되는 그녀였다.
CT결과를 본 소피아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진다. 그 분위기를 감지한 김 교수가 묻는다.
“뭔가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그냥 조금 화가 나서요. 장본인인데.”
“그건…”
김 교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내 다시 업무에 파묻히는 그를 뒤로 하고 소피아가 재빨리 방을 나서며 하은을 부른다. 아무도 듣지 않고 있음을 확인 한 후, 그녀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비상이네요.”
“어떤 일입니까?”
“역시, 단순 사고가 아니었어요.”
그녀가 바로 직통 회선으로 소령에게 연락한다. 물론, 사고 직후 날씨가 개인 것은 소령이 한 일이다. 보이드 엔지니어가 보유한 위성에는 다양한 무기들이 장착 되어 있다. 도시 한 블록을 싸그리 날려버리는 질량 투사 병기부터 시작해서, 날씨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들까지 마련되어 있다.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문제는 당연하게도 예산이다. 특히 단순한 민간인 구조에 사용했다고 하면, 아무래도 추후 다른 종류의 요청을 하는데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된다.
“다행이군. 사건 해결 명목으로 예산 이야기는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겠어.”
“그랬으면 좋겠네요. 잘 해결된다면 말이에요.”
그녀의 말은 진심이었다.
윙-
하은이 착용한 안경이 작동을 시작한다. 보통의 안경보다 살짝 두꺼운 그것은, 증강 현실 헤드셋의 경량판이라 할 수 있다. 그녀도 이제야 막 사용 허가를 받은터라, 실 사용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잠시 후, 빈 병실에 웨더스, 그리고 백 사장이 나타난다. 백 사장은 언제나처럼 집무실 책상에 앉아있고, 웨더스는 벽에 기댄 채였다. 물론 그들이 실제로 거기에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은이 착용한 안경이 그들의 모습을 시각적 자극에 덮어씌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소피아는 그런 장치가 필요 없다. 인공 조직으로 만들어진 인공 안구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회의랄 것도 없지만 시작하도록 하지. 꽤나 긴급한 사안이니까. 소피아.”
“이번 사고는 우연이 아니었어요. 사고를 일으킨 트럭 운전기사는 네판디에게 개조 당한 상태입니다.”
네판디.
세상의 파괴 그 자체를 원하는 자들.
“네판디는 뭐죠?”
하은이 묻는다. 웨더스가 그 소식에 얼굴을 찌푸리더니 대답한다.
“우리와 정확히 반대의 일을 하는 자들이지. 현실 그 자체에 대한 테러를 가하는 놈들이다. 이번 같은 스케일의 파괴는 그들에게는 일상이지.”
“그런 파괴 행위의 목적은 뭡니까?”
“파괴 그 자체.”
“아니면 더 큰 파괴, 겠죠.”
소피아가 약간 초조한듯이 말한다.
“어쨌든,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CT 사진으로 봤을 때도 분명한 수준이에요.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그 트럭 기사는 생체 폭탄으로 개조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과연. 그래서 병원까지 안전하게 들여올 수 있었던 건가.”
“네.”
그녀가 ‘폭탄’에 대해 설명한다. 인체 장기처럼 위장된 다수의 인조 장기를 설치하여 개조한 인간. 몸 속에 흐르는 물질들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반응하기 시작해, 시간이 되면 폭발한다. 폭발 전에는 누가 봐도 심상치 않은 징후 -부풀어 오르는 몸이나, 악취 같은-가 나타나지만 그 전에 모든 생명체들을 마비시키는 기체를 뿜어내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애초에 그 정도가 되면 터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신호지만.
정말 다행스러운 것은, 여느 시한 폭탄처럼 카운터가 있다는 것이다. 훈련 받은 프로제니터의 군의관이라면 CT 사진만 보고도 터질 때까지 남은 시간을 대략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위장 때문인지 원격으로 기폭시킬 수 있는 방법도 없다. 따라서 적당한 암시를 주어 원하는 곳까지 침투시키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3시간 정도…”
“해제는 할 수 있나?”
잠깐 소피아의 설명이 이어진다.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방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소피아가 직접 그 방에 들어가 무력화 시키는 것. 다른 하나는 원거리에서 저격하는 것이다. 물론 당연히 생체 폭탄을 죽이게 되면, 터진다. 약화된 위력이지만 어떻게든지간에 본래의 기능을 다하게 설계되었기 때문에 민간인의 피해는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동을 시작하기 전에 죽이면, 원래의 피해보다는 훨씬 줄어든 피해로 끝낼 수 있다.
“필요한 장비는 신속하게 공수하도록 하지. 백업 역할의 저격은 네가 한다, 노하은. 저격 보조는 내가 원격으로 한다.”
하은이 끄덕인다. 새로운 팔을 이식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의 웨더스가 저격을 하는 것은 불안정한 요소를 더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지금이라면 그녀가 적임이었다. 소령의 말에 백 사장과 소피아가 준비를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하은도 AR 글래스, 그리고 연동된 본사의 서버를 이용하여 최적의 저격 지점을 찾는 작업에 돌입한다.
카메라 렌즈가 돌아가는 소리가 난다. 저격총의 스코프로 트럭 기사가 누워있는 병상에 접근하는 소피아가 보인다. 하은이 트럭 기사의 심장을 조준한다. 웨더스의 명령 한마디면 그녀가 방아쇠를 당길 것이다. 심장에 맞는 순간 그의 생명은 다한다.
그리고 어떤 식으로든지 간에 그의 몸에 심어진 생체 폭탄은 작동을 시작해, 최소한 수십명의 희생자를 낼 것이다. 그러나 병원 전체를 날려버리는 것보다, 중환자동을 날려버리는 정도의 피해라고 생각하면, 산술적으로는 맞는 계산이다.
하은이 머릿속에서 그 광경을 그린다.
방아쇠를 당긴다.
주황색의 물질이 -왜 그렇게 상상했는지는 그녀도 모를 일이다- 터져 나오며, 소피아를 덮친다.
직후 그의 몸이 부풀어 오르며, 흰색 가스를 내뿜는다.
폭발과 함께 그, 소피아, 그리고 중환자 동의 환자들이 모조리 죽는다. 어쩌면 소피아는 살 수도 있겠지.
이상했다. 그런 광경을 그렸는데도 그녀는 별 감흥이 없다.
구할 수 있는 사람은 다 구한-
삑, 하는 소리가 상념에서 그녀를 깨어나게 한다. 저격총의 조준 보조 시스템이 계산을 마치고 그녀의 AR 글래스에 예상 탄도를 띄워준다. 위성을 통한 위치 추적, 병원 근처에 떠있는 초소형 드론을 통한 풍향 및 습도 측정, 그리고 그 모든 정보를 한데 모아 묶은 사격 통제 시스템까지. 빗나갈 일은 없다.
그녀가 숨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웨더스의 지시를 기다린다.
소피아는 마치 수술하는 기분으로 트럭 기사의 몸을 ‘해제’ 해 나간다. 복부를 가르고, 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위장 같아 보이는 인공 장기를 떼어낸다. 말이 인공 장기지, 촉매가 되는 물질들을 담고 있는 탱크나 다름 없다. 이것으로 폭발이 일어나더라도 병원 전체가 날아갈 일은 없다.
소피아가 얼굴을 찡그린다.
사람을 일회용 무기로 바꾸다니.
2차 세계 대전부터 네판디 사이에서는 유행이라도 탄 것인지, 이런 방식이 한참동안 성행했다. 덕분에 부상자를 치료하던 야전 병원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빈번했다. 초기에는 폭격, 아니면 포격의 결과로 위장되었지만, 결국 프로제니터의 군의관들이 생체 폭탄을 해제하는 절차를 개발했다. 위장의 복잡성 때문인지 몇 십 년 동안이나 그 방식은 변하지 않았고, 절차는 계속 유효한 채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번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녀가 절차를 거의 다 마쳐간다. 이미 트럭 기사는 생명이 몇 분 남지 않은 상태.
“…미안해요.”
그녀가 입술을 깨물며 약물 주입기를 손에 든다. 그 안에는 혈액에 남은 마지막 몇몇 물질들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있다. 그것만 주입하면 끝이다. 그녀가 팔을 뻗는다.
“!”
소피아의 몸이 굳는다. 그녀의 한쪽 팔에 무엇인가 작은 벌레 같은 것이 내려앉아 있다. 조금 큰 파리 같이 보이겠지만, 검붉은 살색. 자세히 관찰해 보면 그것은 인간의 신경계와 내장으로 개조되었음을 알 수 있으리라. 그녀가 집중하는 틈에 접근을 허용해 버린 것이다. 이른바 뉴럴 패러사이트, 즉 신경 기생충이라 불리는 이 것은 프로제니터 및 유사한 기술을 보유한 자들이 가진 가장 조용한 병기 중 하나다. 순식간에 신경계를 점령하여 사람을 조종할 수 있게 해주는 벌레로 위장한 생체 병기.
소피아의 신체는 일반인을 훨씬 뛰어넘었기 때문에 마비되는 정도에 그쳤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다.
“ㅇ…윽…”
그녀가 신음을 내지만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끄..끄르륵…”
동시에, 시체가 된 것이나 다름 없는 남자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안…안녕하신가. 라이언 중위.”
그의 성대가 긁는 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무엇인가를 내뱉는다. 소피아는 그것이 네판디의 소행임을 알아차린다. 원격 통제는 아니다. 인간의 몸을 매체로 사용한 일종의 축음기라고 해야할까.
“요즘 아이들은 말이야. 핸드폰이니 뭐니 해서 목소리를 몇 번씩이나 거쳐서 전달하지 않던가? 너무 미적 감각이 떨어져. 사람의 말은, 이렇게 직접 성대를 통해서 전달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하네.”
트럭 기사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며 웃는다.
“자. 이 부분까지 듣고 있다면 아무래도 자네는 실패한거 같으이. 물론 자네들이라면 이 남자를 원거리에서 처치할 수단을 마련해 놨겠지? 그렇게 되면 펑, 하는거지. 자네야 뭐… 살아 남겠지만. 예전에도 살아남지 않았는가? 물론 혼자 살았지만.”
소피아가 그 말을 듣자 마자, 이 일이 누구의 소행인지 알아차린다. 과거의 악몽 중 하나. 분명히 죽었어야 할 인간이, 살아있다. 소피아가 이 상황을 알리려 하지만 어떤 수단도 통하지 않는다. 말도 할 수 없고, 신경 통신망은 패러사이트에 의해 당연히 차단되어 있다.
“자, 이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을걸세. 이 기술을 발명한지 수십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원격 기폭을 못 시키는 건 안타깝지만 말야. 그럼 다음에 보세, 닥터 소피아.”
소피아가 표정을 일그러트린다. 그러나 그녀의 몸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다.
“소령님.”
하은의 말에 웨더스가 즉각 대답한다.
“나도 보고 있다. 움직이지 않는군.”
저격총 스코프의 시야를 원격으로 공유하고 있는 그. 그 뿐만 아니라 체공중인 드론과 위성감시도 병행하고 있다. 그의 지시로 저격 위치에 접근하는 통로도 모두 감시자를 두고 있다.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하는 건 폭탄 쪽 뿐인데. 소피아 쪽은…”
반응이 없다.
“실패한 모양입니다.”
“…이상한데.”
웨더스가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다.
“백 사장. 병원 안의 CCTV 채널은 감시하고 있나?”
“네. 아무 이상 없습니다만.”
방이 완벽하게 밀폐된 것도 아니고,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소피아만…?
“소령님, 쏘겠습니다.”
그의 생각을 끊듯 말하는 하은.
“가스가 분출되기 시작한거라면, 25초 남았습니다.”
백 사장의 보고.
“소령님!”
“아냐. 기다려.”
“20초 남았습니다.”
“노하은, 소피아 쪽을 보여줘.”
“지금 조준을-“
“됐고, 어서!”
그의 말에 하은이 소피아 쪽으로 사선을 옮긴다.
“!”
두 사람의 눈에, 무엇인가 보인다. 팔에 붙어 있는 새까만 것이.
“그녀의 팔을 쏴라, 지금 당장!”
그의 말에, 하은이 숨을 삼키며, 방아쇠를 당긴다. 저격총의 반동이 그녀의 어깨를 통해 온 몸으로 전달 된다. 반동이 전신을 스프링 삼아 흡수된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명중이다.
퍽-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진흙이 터져 나가는 듯한 마찰음이 울린다. 소피아의 한쪽 팔이 엉망 진창으로 찢어져 나간다. 그녀가 그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진다. 그녀의 인공 장기들이 즉각적으로 팔의 손실에 대응하기 위해 활동하기 시작한다. 몸의 열을 올리고, 지혈 물질을 마구 분비한다. 쇼크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장기들이 기능을 정지한다.
“윽…“
그녀가 거의 기어가듯 침대로 다가가, 발작하기 시작한 남자의 몸에 주입기를 꽂는다. 부풀어 오르던 그의 몸이 서서히 진정되고, 몸 속에서 공기가 압박 받아 빠져나오며 내는 기분 나쁜 소리도 없어진다. 장기가 멋대로 움직이며 내는 고기덩어리의 마찰음도 조용해진다.
“하…”
그녀가 털썩, 하고 주저 앉는다. 추웠다. 예상보다 험한 꼴을 보았기에 사후 위장 절차가 좀 복잡해지긴 하겠지만, 일단 엄청난 수의 민간인이 사망하는 것 자체는 막았다. 그러나 소피아가 다시 일어선다. 쉴 때가 아니다. 이 문제의 근원을, 이번에야 말로 뿌리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은의 말에 웨더스가 약간 심드렁하게 대답한다.
“그냥 직감이지.”
“…”
하은이 스코프로 그녀를 관찰하며 물었지만, 대답은 그 정도 였다.
“위성 감시를 중지하겠다. 신속히 장비를 회수해서 귀환하도록. 소피아 쪽에는 따로 인원들을 보내지.”
“알겠습니다.”
그녀가 저격총을 분해하여 가방에 넣는다. 사격 보조용의 초소형 드론도 회수한다. 건물 옥상에서 내려가는 그녀. 엘리베이터는 만일을 위해 꺼 놓은 상태기 때문에, 계단으로 내려간다. 희미하게 켜진 비상등에만 의지해 혼자서.
아까를 떠올린다.
방아쇠를 당겼으면, 지금쯤 수십명이 죽었겠지.
그것을 생각하는데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뭘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나?”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하은이 반사적으로 권총을 꺼내 노린다.
계단에 누군가 서있다. 마른 체구의 남자. 그리고 그 뒤에 서있는 훨씬 큰 체구의 남성.
“여기서 거의 반나절이나 기다렸단 말일세. 나도 나름 군인 훈련을 받은 몸이라 이 건물로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맞췄구만.”
-올라올 때는 엘리베이터로 올라왔기 때문에, 이 남자를 보지 못했다.
“자네들의 그 감시인지 뭔지 때문에 말이지.”
“넌 누-“
그 순간, 그녀가 권총을 떨어트린다. 마비 가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몸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앞으로 쓰러질 뻔 한 그녀를, 큼지막한 체구의 사람이 받아 든다.
“자자. 가자고. 뿌리부터 뒤집어 까서, 속은 어떻게 되어 있는 아이인지 보도록 하지.”
남자가 히죽히죽 웃으며 계단을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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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dc에선 소설보기 안 좋다. 앱으로도 안 좋고.
필력이 아깝당
김교수 계속 이상하게 생각하는거 여러명이 그러면 패러독스 먹는거임? - dc App
글고 소피아가 더 일찍 죽였다 하는거는 현실과 타협한건가 아님 자기 합리화인가 - dc App
하은이의 운명은?
필력 너무 좋은데 오닉스 패스에 투고해서 정식 작가 되는거 어떠냐
아니면 그냥 파놉티콘처럼 양웹에 원어로 올리면 호응 쩔어줄텐데
뭐하러 독수리가 이런 촌구석에서 땅에 배를 붙이고 기어다니고 있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비상해야지
네판디면 트레디션도 나오... 아 저번에도 네판디만 나왔지
ㄴ바보들아 정식 작가가 여기서 이러고있는거일 가능성은 생각해보니 없을거 같네 바보라고 해서 미안
125.130 & 125.187 // 칭찬은 감사.. 그렇지만 좋아 보이는 부분의 상당수가 오마쥬라 그런 것 같고, 지금도 연재 느린데 영어로 썼다가는 3주에 하나 나올듯 (..) /////////////여난달 // 트빨갱이들 나옴.
1.235 // 여러명이 '이상하다' 정도가 아니라 '저건 불가능 하다'라고 생각되면 패러독스 먹을 확률이 증가. 소피아는.. 다음편을 보시면 알수 있습니다 콘
김 교수는 적어도 비범한 시민 급이고, 계몽되고 있는 도중인 것 같은데, 그러면 설사 김 교수가 '저건 불가능 하다'고 생각해도 패러독스 안 먹는거 아님?
그리고 패러독스 먹는 건 단순히 목격자 여러 명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정도로는 안 됨. 군중이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간주해야 함. 게다가 설령 그렇다 해도 무조건 패러독스 퍼먹는다는 보장이 없음
10화쯤 뒤에 아말감 신입 요원으로 김교수가 영입되는 전개 예상해봅니다
퍄퍄퍄챠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