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자면 이 글에는 결론이 있다. 무슨 결론이냐면 "상시플은 망할 수밖에 없다" 라는 결론이지.


모창 모협 로엔달 세븐시커즈 그리고 대한민국에 존재해왔고 존재할 모든 상시플들은 결국 끝내 망할 수밖에 없다. 절대로 좋은 꼴을 못봄 ㅇㅇ 그리고 내가 그 이유를 설명해줌.



상시플의 정의는, 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플레이 시마다 인원이 유동적으로 바뀌는 캠페인" 이라고 둘 수 있음.


흔히들 생각하는 "플레이 시간이 불규칙" "마스터가 여러명" 같은 건 상시플의 핵심 요소라고 하기 어려워. 플레이 시간이 규칙적이어도, 마스터가 하나뿐이라도 플레이어가 매번 바뀐다면 그건 실질적으로 상시플과 별 다를 바 없음. 당연한게, 그건 세션 내용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니까.


즉 "플레이어가 할 때마다 바뀌고, 계속 새로운 플레이어가 들어온다" 라는 게 상시플의 가장 중요한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상시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이걸 장점이라고 생각할지 모름. 하지만 실제로 돌려본 입장에서는 저 특성이야말로 상시플을 종국에 실패하게 만드는 최악의 단점임. 저게 불러일으키는 부작용으로는 다음 3가지가 있다.



1) 캐릭터의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는다 : 상시플에서는 (정말 마스터의 배려를 듬뿍 받지 않는 한) 캐릭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가 불가능에 가까움. 왜냐면 그걸 "들어줄" 사람이 없기 때문임. 


예를 들어 1회째 세션 때 캐릭터가 품은 갈등이나 고민을, 5회째 세션 때 모종의 경험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치자. 정플에서는 1회째나 5회째나 참여하는 사람이 똑같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 다른 캐릭터들이 확실히 기억하고 반응해줄 수 있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성장 드라마, 이야기가 만들어짐.


하지만 상시플은? 1회째와 5회째의 참여인물이 다름. 그러니 당연히 5회째의 고민 해소가 어떤 맥락에서 나온 건지 참가자는 알 턱이 없고, 반응하기도 힘들어. 즉 절대 좋은 이야기가 안만들어짐. 설령 만들어진다 해도 맥락을 기억하는 자기 자신만이 만족감을 느낄 뿐, 그걸 타인과 공유할 수가 없음.


여기에 더해, 플레이어가 계속 변동하는 상시플 특성상 마스터도 특정 개인을 위한 스토리를 짜서 돌려줄 수 없기 때문에, 기껏 고민이나 배경을 짜왔자 그게 플 내에서 활용되지 않음. 혹 던월이라면 또 모르겠다만, 던월 단편도 제대로 서술분배가 안되는데 상시플이라고 제대로 될 리가... 아무튼 그래서 캐릭터 이야기가 별 의미가 없어지는것.



2) 스토리가 이어지지 않는다 : 1과 완전히 똑같은 논리인데, 이번엔 마스터 입장임. 1회째 세션에 쌓인 복선을 5회째때 터뜨린다고 해봤자, 플레이어들은 그때랑 완전히 달라져있기 때문에 그 변화에 반응하지 못함. 당연히 쭈욱 이어지는 스토리 흐름을 만들어내는 보람이 없음. 


결국 정해진 사람들만 뽑아서 그 사람들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내든가, 아니면 그냥 준 단편처럼 돌리든가 밖에 없는데... 전자는 그럴거면 그냥 정플하는게 낫고, 후자는 금방 질림. 이야기 소재가 무한히 있는 게 아닌데 영원히 단편만 주구장창 돌릴 수 있을 리 있나. 당연한 수순이지.



3) 친목질의 폐해가 확산된다 : 1, 2 따위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상시플이 망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임.


일단 당연한 점을 한 가지 전제하고 넘어가자. "RPG는 친목게임이다". 이건 절대로 부정할 수 없음. 진짜 백스를 장식으로 치우고 깡빌딩 깡전투만 하는 120% G타입 세션이 아닌 한, RPG는 반드시 타인/타 캐릭터와의 교류를 기반으로 함.


RPG에 친목이 필수요소는 아닌데, 친목이 있는 세션과 없는 세션은 만족도가 무척 차이가 큼. 플 당일만 10분 전에 접속해서 세션 땡 참가하고 후담 잠깐 하고 흩어지는거랑, 플이 아닐 때도 개인적으로 얘기하고 잡담하고 같이 게임하고 RP/전개/캐릭터 얘기 나누고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하는거랑은 만족도가 천지차이임. 롤 솔로큐 vs PC방에서 친구들이랑 함께 돌리는 5인큐 수준으로 달라.


그래서 RPG를 오래 하다보면 반드시 친목이 발생함. TRPG에서 만난 인연으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놀랍지도 않고, 흔히 RPG 오래 한 사람들은 다 각자 "지인 풀" 을 갖고 플레이를 행하지. 이건 RPG라는 취미의 구조상 반드시 그리 될수밖에 없는 거야. 진짜 롤-플레잉은 혼자 떠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두의 협력/협조 속에서 가능한 거니까.


얘기가 잠깐 샜는데, 요는 탈갤러들이 학을 떼는 "고인물 친목질" "그들만의 리그" 가 원래 턀판에선 굉장히 일반적이라는 것임. 그리고 실제로도 친목은 정플 체제 하에서는 그렇게 문제가 크지 않아 (없는건 아님). 왜냐면 확산이 안되니까. 정플 팀원이 자기 팀챗에서 자기 팀 얘기 하면서 즐겁게 놀겠다는데 거기에 뺀찌놓을 이유가 뭐가 있음? 내가 거기 낄 수 있는 것도, 껴야 하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상시플은 다름. 정플이야 그 안에서 자기들끼리 뭘 하고 놀든 어차피 두꺼운 벽이 쳐져있으니까 별로 신경 안 써도 된다면, 상시플에서는 절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음. 왜냐면 그 친목 당사자들과 내가 같은 체제 안에 속해 있으니까. 같은 세션에 참가하고 같은 채팅방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


이러면 친목질의 폐해가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함. 올비끼리 각자 친한 상대만 선출한다든가, 이야기 내에서 비중을 자기가 좋아하는 PL에게 몰아준다든가, 채팅방에서 자기들끼리만 아는 이야기를 한다든가 하면 그 소외감을 견딜 수 없는 거임. 나도 같은 플레이어이고 즐길 자격이 있는데 말이야.


설령 친목질이 매우 적은 체제라 할지라도, 상시플 특유의 플레이어가 끊임없이 유입되는 환경이 독이 됨. 아무리 건전하게 "팀 얘기" 만 한다 해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은 그 과거 이야기를 모르니 도저히 대화에 낄 수가 없는 거임. 게다가 먼저 온 사람들은 세션 참가를 통해 레벨도 장비도 입지도 내 캐릭터보다 우위인 상황이니 기본적으로 박탈감을 깔고 갈 수밖에 없지.


신입들을 의식적으로 배려해서 대화에 참여하게 하면 되지 않겠냐고? ㅋㅋㅋ 그게 말처럼 쉬울리가 없지. 일단 RPG는 기본적으로 "취미활동" 임. 즉 베이스 자체가 즐기자고 하는 것인데, 누가 신입 신경쓰기 같은 귀찮은 "노동" 을 하려 들까? 게다가 신입배려를 한다 해도 걔들이 항상 버텨주는 것도 아니고 최소 절반 정도는 취향에 안맞아 도로 나가버리는데 대체 무슨 보람을 찾아야 할까? 혹은 신입이 라그나같은 저질이었을 경우엔?



1, 2번째 이유 탓에 상시플은 드는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이 굉장히 적고, 3번째 이유 탓에 유입들도 학을 떼고 나가떨어지게 됨. 그래서 상시플은 보통 다음 두 가지 결말 중 하나를 맞게 된다.


1) 메인 마스터가 의욕을 잃고 방치해 동력소실로 자연소멸

2) 어떻게든 돌아는 가지만 고인물 씹덕 친목소굴로 전락


아직까지 이 패턴에서 벗어나거나 획기적인 해결책을 찾아낸 상시플은 보지 못했다. 만약 있다면 제보해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