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세습체제는 아닐 듯. 부모가 뛰어난 마법사라고 자식도 마법사가 되는 건 아니니까.

독재정도 아닐 거 같음. 다른 고위 마법사 다수를 단신으로 제압할 만큼 탁월한 마법사는 흔치 않을 테니, 강력한 대마법사들이 서로를 견제하면서 합의하여 의사를 결정하는 과두정, 집단지도체제에 가깝지 않을까. 물밑으로는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

권력이 느슨하게 분산된 할거주의도 아닐 거 같은 게, 마법사의 진정한 강점은 원격통신, 원격이동 같은 행정력 확보수단에 기반한 고도의 중앙집권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고 보거든. 그 강점을 제대로 발휘해서 특권계층의 지위를 유지하고 아랫것들의 반란에 당하지 않으려면 따로 노는 게 아니라 일사분란하게 조직된 중앙집권체제를 갖출 필요가 있겠지.

정리해 보자면, 특권계층인 마법사들을 구성원으로 권위적으로 조직된 팩션이 다른 하위계층 위에 군림하고, 팩션 내부에서는 사승관계로 형성된 마이너 팩션들이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구성원인 수장의 영도하에 치열하게 권력투쟁을 벌이는...현실사회주의 국가의 공산당 일당독재, 정당 내부의 집단지도체제와 유사한 형태를 띠지 않을까 싶음.

봉건적 혈연세습제와 비교할 때 어떤 면에서는 메리토크라시의 철저한 실현이라는 점에서 더 낫다고 볼 여지도 있겠지만, 절대다수의 '무능력자'인 사람 입장에서는 악몽 같이 끔찍하지 않을까. 다수 대중이 뭉친다고 소수 특권계층을 몰아낼 가능성도 희박할 뿐더러, 실제 능력의 격차가 현격한 세계에서 지배계층인 마법사들이 하위계층을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대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