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PG를 고등학생 때 친구랑 처음 시작했는데, 그 땐 공개룰이 있는지 몰랐고 컴퓨터를 못쓰는 상황이라 던월페코를 하지 못했다. 심지어 ORPG는 있는지도 몰랐고 기껏해야 워크로 하는건줄 알았음. 그래서 일단 룰북을 사야했는데... 이게 서점을 돌아봐도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주문을 하기엔 부모님 시선이 있었고 말이지. 여튼 그렇게 한두달을 보내다가... 친구랑 우연히 알라딘에 가게됬다. 혹시해서 검색에 TRPG를 쳐봤는데, 룰북이 2개 나오더라.

겁스 2권과 겁스: 던전판타지
씨발.

멋모르던 순수한 늅이던 우리는 기쁜 마음으로 그걸 샀고, 3일 후 캐릭터 메이킹용의 1권이 필요하다는걸 깨달았다. 개씨발... 결국 다른 친구한테 부탁해서 겁스 1권을 주문했지. 그렇게 두 TRPG뉴비는 겁스로 입문하게 됬다. 결과는 언변에 몰빵해서 상대를 자살로 몰아넣은 캐릭터가 나왔다고만 하자.

그렇게 겁스를 시작한지 2개월쯤... 난 새 룰을 해보고싶었다. 그래서 집앞에 있는 상당히 큰 교보문고를 가서 TRPG를 찾아보았다. 놀랍게도, 무려 3권이나 되는 룰북이 있었다.

V20 뱀파이어 마스커레이드, 이어라니안의 유산, 던 오브 페이트

이런 개씨발. 포켓몬 시작하니 오박사 새끼가 치코리타랑 치코리타랑 치코리타중 골라보라는 수준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서양식의 멋진 뱀파이어물과 마치 게임과 같은 판타지물과 중2뽕을 채워주는 현대판타지 물로 보였지만.
지금 생각해도 그 때 V20 안산건 신의 한수였다.
나머지 2권? 난 라면 2개를 끓여도 라면받침이 충분하다. 더 말이 필요하진 않겠지.
여튼... 그렇게 내 TRPG인생이 시작되었다. 내가 던전월드라는 갓갓룰을 접하기엔 2개월의 시간이 더 걸렸고, 다면체 주사위를 구해오기에는 3개월이 더 걸리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