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환상주사위라는 다음 웹툰이 있었다.
한 고등학교의 TRPG부를 다룬 만화였는데, 사실 만화 자체의 중점은 TRPG가 아니라 남주 여주의 썸타기였음.
'TRPG 만화'가 아니라 'TRPG부에서 썸타는 만화'였지.
애초에 작가분의 의도가 그거였기도 하고.
그래도 TRPG를 상당히 상세하게, 그리고 정확하게 묘사한 만화이기도 했기 때문에 저걸 본 네덕 중고딩들이 네캎에 엄청나게 쏟아져 들어왔었다.
당시 사람들은 '유입자가 늘어난다'고 좋아하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고 나서 보니 그렇게 좋아할만한 일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지.
지금 던월밭의 지뢰들이랑 성향이 똑같았거든.
룰북을 돈 주고 살 생각도 없고, 룰을 깊게 파거나 진지하게 볼 생각도 없고, 그냥 자캐딸이 목적인 애들.
걔네들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하고 얼마 안 있어 다 사라져 버렸다.
왜냐면 그때는 한글화 룰도 없었고, 무료공개 룰이라는 것도 없었고, 결국 암암리에 돌아다니는 번역본만이 길이었으니까.
게다가 애들은 웹툰보고 뽐뿌받아서 자캐딸 치러 왔는데, 번역본 돌아다니는 것들은 룰도 복잡하고 세계관도 뚜렷해서 자캐놀이에 적합하지 않았음.
그런데 몇 년 지나서 던월이 튀어나왔다.
환상주사위 때 실패했던 르네상스가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공짜한글룰, 지극히 스탠다드한 중세 판타지 배경, 공부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간단한 룰, 자기 입맛대로 다 돼서 자캐딸 치기 좋은 시스템.
그 결과가 지금이지.
물론 던월이 그래서 똥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흔히 말하는 '급식형' '네덕형' 빌런들이 던월에 많은 것일 뿐, 고인물 룰에는 또 그에 어울리는 타입의 빌런들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므로...
그저 시장이 워낙 크고 인구가 워낙 많으니까, 당연히 머저리도 많이 보일 수밖에 없는 것...
중국과 우리나라가 각각 똑같이 인구의 1%가 머저리라고 치면, 우리나라의 머저리는 50만명뿐이지만 중국의 머저리는 1300만명이잖아.
맞말추
지금 이건 뉴비 대량 진입에 의한 착시 효과고, 사실 그건 이전에도 얼마든지 있었던 일이며(섀도 오버 미스타라라든가 발더스라고 말이지...), 이미 던월 진입기는 끝나가는 상황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내 생각... 물론 던월은 여전히 공짜이니 영향력은 앞으로도 남겠지만
솔직히 윳툴루 붐이 이번 CoC 정발과 동시에 일어났으면 던월보다 더 까이면 까였지 덜 까이진 않았을듯
본문에도 적은 내용이지만, SoM나 발더스로 유입된 애들은 직관성 개판이고 복잡하고 어려운 AD&D와 맞닥뜨려야 했지. 리타이어자의 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음. 하지만 던월은 장벽이 낮으니까, 기존의 사례들보다는 훨씬 영향이 크고 길게 가지 않을까.
진입자가 많으면 리타이어한 사람 많아도 일부는 남아서 고인물이 되겠지 뭐... 그리고 자기 다음에 들어온 뉴비들이 겪는 시행착오는 이해 못하고 깔 테고...
여담이지만 환상주사위 재밌었다. 실제로 RPG 하는 사람 입장에선 "고작 주사위굴리는거에 너무 대단한 의미부여하네 ㅋㅋㅋ" 라는 느낌이었지만, 만화란게 다 그런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