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초보자가 키퍼가 될 때 해야하는 / 생각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해 봄.

'오래 된 숲 속에서(Amidst the Ancient Trees)'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음.


룰북 구입하기

이건 누구나 돈과 시간만 있다면 할 수 있을테니 생략.


룰북 읽기

쇼고스 공격력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건 몰라도 되고, 일단 캐릭터 만들기 / 스킬 등의 기본적인 메커니즘 부분을

읽는 걸로 시작해야 함. 왜냐하면 대부분의 데이터는 시나리오 내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기본적인 메커니즘만

알면 상황이 어느 정도 커버되기 때문임. 그 외에는 대개 NPC가 들고 나오는 주문 내용 정도만 미리 봐 두면 됨.

그 다음부터는 이제 좀 정독을 해 볼 시간이겠지? 근데 그런 건 네가 시나리오를 짤 정도의 짬밥을 먹을 동안에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음.


사람을 모으기

행운을 빈다. 끝.


시나리오 읽기

네가 메카닉적인 부분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이제 시나리오를 읽어야 함. 시나리오를 자작하면 안 되냐고 한다면

안 되는 건 아닌데, CoC 7판 룰북은'이 책이나 다른 CoC 서플먼트의 시나리오를 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하고 있고 나는 그냥 좀 더 강하게 '그냥 그런 거 하지 말라'고 하겠음. 너님은 지금 키퍼가 되려는 병아리라고....

그럼 일단 지금 키퍼하려는 애들이면 다 봤을 시나리오인 '오래 된 숲 속에서(Amidst the Ancient Trees)'를 보자.

설마 이걸 가지고 저 못 봤으니 스포일러 자제요 하는 키퍼는 없겠지? ^^


요점 정리하기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는 대개 탐사자들이 알게 될 진실... 그러니까 중요한 포인트가 몇 개씩 존재하고 키퍼는

가능하면 이 포인트들을 모두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좋다고 봄. 이 시나리오의 요점을 몇 개 정리해 보자면...


1. 탐사자들은 납치범들과 인질을 찾기 위해서 숲으로 감.

2. 근데 이 숲에서는 누가 수십 년간 리얼 삽질을 해 온 거임.

3. 삽질하던 애들은 다들 인간을 때려쳤고 동료를 모집 중임.


대충 이 정도가 될 거임. 그래서 전개는 결국 숲으로 들어가서 납치범들을 찾으려다가 삽질하던 놈들을 발견하고

거기서 삽질하던 놈들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어찌어찌 해서 납치범들 손에서 삽질하던 놈들에게 넘어간 뒤

계속 갇혀있는 인질을 데리고 살아서 돌아오면 된다는 이야기임. 그러면 키퍼는 뭘 해야 할까? 일단 1은 시작부터

충족되는 조건이니까 탐사자들이 숲을 뒤지다가 삽질하던 놈들을 발견해야 하고, 그 다음에는 그 주변을 조사하다

여기 일하는 놈들이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는 - 최소한 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어야 함. 마지막으로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고 싶다면 "당신은 민달팽이가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도망쳤다" 같은 마무리를 넣어주면 되겠지? 그러니까

이 요점정리는 결국 시나리오의 기승전결을 정리하고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해도 될 거야.


장면을 나누어 분석하기

시나리오의 전개를 배경이 되는 곳 / 시간대 등 시공간을 기준으로 장면으로 나누어 보는 게 좋음. 왜 이게 좋냐고?

그야 네가 그 장면을 묘사하며 플레이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분석하기 쉽기 때문임. 지금 보고 있는 시나리오는

아예 작정하고 장면을 다 분해해 놓고 각 장면에서 벌어질 일들을 제시해 놓았음. 그런데 이렇게 정리된 걸 보기만

하는 게 다가 아니고 마스터는 나름대로의 "분석"을 해서 무엇을 어떻게 묘사하면 좋을까라든가 그런 상황을 어떻게

연출해야 할까 그런 걸 미리 준비해 두라고 이렇게 하라는 거임. 예를 들어서.....


제시된 상황을 좀 더 자연스럽게 바꿔보기

위 시나리오는 딱히 부자연스러운 걸로 문제가 될 장면은 별로 없어보임. 일단은 말이지.


구체적인 묘사 준비하기

장면이 분할되었으면 이제 묘사를 준비할 차례임. 일단 간략하게나마 장면 별로 상황에 대한 묘사를 주지만, 그걸로

모자라다면 그 부분은 네가 준비할 차례임. 예를 들어서 산탄총을 들고 날뛰는 납치범을 묘사하거나 그럴 때 말이지.

그나마 이 시나리오는 초보자용으로 제시된 물건이라 이것저것 웬만한 건 묘사를 그럭저럭 넣어 준 거 같음.


쓸데없는 사족 붙이지 말기 / 없애기

뭔가 시나리오 내에서 의미를 가질 수 없다면 그것은 사족임. 그걸로 뭐할 거냐고 누가 물어보면 답할 수 없을 테고,

좀 더 멍청하게 보일 것이 분명함. 그러므로 시나리오 내에서 별 의미가 없는데 쓸데 없이 진지하게 보이는 것들 =

쓸데없는 사족은 시나리오 재구성 도중에 깔끔히 정리하는 것이 여러모로 정신 건강에 좋음. 체호프의 총 이야기를

생각해 봐라. 도중에 쓰지도 않을 총은 굳이 "총"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등장시켜야 할 필요가 없고 장식 취급하면

된다는 거야. 시나리오로 돌아가면 예를 들어 트럭이 나오는 장면은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생략해도 된다는 거지.


스크린 뒤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서 모아 놓기

쉽게 말해서 탐사자들이 뭔가를 물어보면 네가 답할 내용을 머릿 속이나 스크린 뒤에 미리 준비를 해 놔야 한다는 거.

초보들이 착각하는 게 스크린은 그냥 주사위 주작질 하는 거 감추려고 쓴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더 많은 의미를 가짐.

예를 들어서 내가 상황 변수가 될 만한 게 나올 때마다 체크해 둘 노트와 필기구라든가, 특정 상황의 판정법이라든가

그런 식으로 무대에는 보이지 않아야 하는 무대 장치와 같은 것들을 전부 스크린 뒤에 두는 거임. ORPG의 경우는

그냥 옆에 책 펴놓거나 메모해두면 되겠지? 이렇게 준비가 잘 되어 있을수록 여러 상황에 대한 대처가 빨라질 수 있고

또한 좀 더 유연해지게 됨. 쉽게 말해 필요한 거 챙겨두면 굳이 따로 안 찾아봐도 되니 편하다는 거지.플레이어들이

봐도 된다고 생각되면 굳이 스크린 뒤에 놓을 필요까지는 없을 거고.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해 놓기

초보 마스터가 플레이 도중 가장 곤란해지는 건 플레이어들이 자기 생각대로 안 움직일 때임.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시나리오 내의 그런 상황에 대해서 미리 머릿속으로(혹은 메모장과 필기구를 준비해서) 시뮬레이션을 좀 해보는 거.

그러면 일단 성공하든 실패하든 "예상 범위 내의" 문제로 처리될 수 있음. 플레이 때 그런 게 안 나온 다면 좋은 거고

나와도 일단 그렇게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게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이거지.물론 순발력으로 대안을 찾아내는 방법도

좋은데 제발 돌발 행동이 선언된 후에 '말도 안 되는 억지'로 막거나 그러지는 마라.


다시 시나리오로 돌아가서, 트럭이 나타나자 탐사자들이 트럭을 세우고운전사를 조사해 '뭔가'를 알아냈다고 치자.

그럼 이제 이 시나리오는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짐. 운전자는 탐사자들에게 끔찍하게 살해될... 맞나? 그렇다고 쳐.

하여간 이 다음이 키퍼에게는 더한 문제인데, 탐사자들에게는 뭔가 이상한 곳에 대한 정보가 하루 일찍 들어갔음.

따라서 얘들은 장면 몇 개를 씹어먹고 이제 그리로 직행할 가능성이 생겼는데, 설상가상으로 얘들에게는 이제

다이너마이트가 실린 트럭도 있음.이제 이상한 곳에 트럭을 타고 가서 조사하고 총 좀 쏘다가 거기에 보너스로

다이너마이트를 몇 개 선물로 던져준다고 상상해 보자. 짝짝짝.


처음부터 가능성 없애기

트럭은 오지 않았다. 알겠지? 혹은 트럭의 운전자는 사실 멀쩡한 사교도였어요 ㅋ 해서 관심법을 쓰지 않는 이상

원래 시나리오에서 얻을 수도 있었던 정보를 아예 얻을 수 없게 막아버리는 것도 괜찮은방법임. 근데 이런 거는

네가 시뮬레이팅을 하든 그 자리에서 즉시 생각하든 플레이 도중에 멋모르고 결과를 내주기 전에 떠올려야 함.

결과를 내주고 수습하려고 하면 더 힘들어.


틀어진 장면 재활용하기

근데 이미 늦어서 탐사자들은 트럭을 몰고 이상한 곳에 가서 일단 보이는 놈 대가리에 산탄총을 쏠 계획을 세웠음.

아마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라고 엎드려 비는 그런 거 말고는 그런 시도를 딱히 막을 수 있을 방법은 없을 거임.

그러니까 이제는 거기서 무슨 일을 벌어지게 연출할 까를 생각할 시간이야. 생각해 보자.원래 예정대로면 이후에

탐사자들이 만날 예정이던 친구들은 어떻게 될까? 그건 아무도 모를테니 이제 걔들을 후방에서 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으로 적의 인원을 늘려 보고, 모자라면 호수에서 민달팽이도 꺼내고...어차피 시나리오는 틀어진 거 같으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까진 아니더라도 이걸로 틀어진 장면들에서 가져올 수 있을 소재들을 꺼내 재활용해서

수습하려는 시도도 가능함.


수준에 맞춰서 대응하기

탐사자들의 현 상황에 맞게 상황을 맞춰주는 거. 위의 사례의 경우 탐사자들은 기동력 / 화력 / 정보를 얻었으니

이쪽도 그에 맞춰서 최소한 화력을 올려 줬고,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해 안 나올 것 같아진 장면을 소재로 써먹어

한 큐에 둘을 처리해 봤음. 혹은 Dominate로 탐사자 중 하나가 다이너마이트에 불을 붙여서 자폭하게 시킬 수도

있겠고, 날뛰는 캐릭터 한 놈한테 Wither limb 날려서 손발리 오그라들게 방법할 수도 있음. 반대로 탐사자들이

빌빌거린다면 얘들도 인원을 좀 줄인다거나 혹은 도중에 일시적 협력자를 준다거나(이 꼬라지를 견디느니 그냥

협력하고 차라리 감옥에 가는 게 인간으로서는 낫다고 생각한 납치범 등)그런 방법을 생각할 수도있을 거임.


플레이하기

즐기면 된다...는 아니고 여기도 생각할 것이 있음. 근데 준비를 잘 하면 별로 많이 생각하지 않아도 됨. 왜냐하면

이 도중에 생각해야하는 것들은 대개 위의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해 놓기'의 실시간 버전으로보면 되거든.

그러니 그 외의 다른 것들을 떠올려 보자.


비중 배분하기

CoC에서의 비중은 공평하지 않음. 예를 들어이 시나리오에서 고고학 / 역사 / 문학 책만 보고 살아왔기 때문에

총도 잘 못 쏘고 숲에 대한 지식도 없고 요리도 못하고 그런 문돌이 캐릭터를 들고 오면 껄렁껄렁한 사냥꾼이나

뭐 그런 스타일의 캐릭터보다 빛을 발할 기회가 적을 거임. 그러니까 이렇게 비중 배분이 곤란한 탐사자를 들고

플레이를 시도한다면 그냥 컷...은 아니고 비중을 배분할 방법을 생각해 줘야 함. 얘 혼자만 뭔가 특별한 현상을

겪는다거나 혹은 얘가 가지고 있는 기능 중 하나가 의외로 도움이 되는 상황이 나온다거나 그런 식으로 말이지.


질문에 대답해 주기

"그 질문에는 답변드릴 수 없습니다" 같은 소리하면 큰일....까진 아니더라도 플레이어들이 너를 불신의 눈으로

보기 시작할 거임. 일단은 시나리오에 안 나왔어도 뭔가 상식적인 선에서 답하면 됨. 대신에 이렇게 답해주는 건

'플레이 도중에 제시된 것'이므로 나중에 그럴듯한 근거 없이는 뒤집기 곤란하다는 거만 명심하면 될 거 같음.


스크린 활용하기

CoC에서 사용하는 BRP는 흉악한 전투 룰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두 방에 피떡갈비가 되는 연출이 나오기 쉬움.

그러니까 필요하다면 스크린 뒤에서 주사위를 굴려서 좀 더 기회를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볼 만함. 때로는 이것이

상황 전개에도 도움이 되는데, 예를 들어서 위의 시나리오 도중에 막 부상을 입어 빌빌대는 납치범이 쏜 총탄에

맞아서 탐사자는 셋인데 사상자가 둘 나오면 이건 그 후의 진행을 뭐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할 거임.그러니까

필요하다면 그런 주사위는 스크린 뒤에서 굴릴 필요가 있다는 거임. 물론 이 시나리오는 일부러 위험성을 많이

낮춰준 건데.... 이런 배려가 없는 시나리오의 경우 진짜로 짤 없으니 너님이 봐주는 게 유일한 안전장치임.


정체 상황을 막기

뭔가 판정에 실패해서 시나리오가 꼬인다면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일단 기대하지 않았던 뭔가를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음. 예를 들어서 시체를 발견하고 죽기 전에 그가 이동해 온 경로를 추적하는 데 실패했다면 대신에

조금 걷다가 뭔가 '지금은 별로 도움이 안 될' 정보(사용된 듯한 남부군 병사의 장비 중 하나)를 발견하게 했다고

가정하자 . 만약에 마을에서 남부군 유령에 대한 소문을 들은 탐사자가 있다면 진짜로 남부군 유령까진 아니어도

그 흉내를 내고 있는 뭔가가 있긴 있는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 있을 거고, 그러면 또 그에 대한 추적 같은

새로운 행동을 시도할 수 있을 동기가 생길 수 있을 거임. 물론 성질이 더러운 키퍼라면 야생 동물을 데려와서

괴롭히는 것도 괜찮을 거 같음.


마무리하기

일단 탐사자들이 진실에 도달하거나 혹은 그 전에 포기하거나 어쨌거나 시나리오가 끝나면 이제 정리를 하면 됨.

이때는 엔딩이 자신이 생각했던 대로 끝났나, 그렇지 않았다면 어디서 꼬였을까를 체크해 놓고 다음에 할 때는

그렇게 꼬인 부분을 잘 수습할 / 혹은 아예 시작부터 방지할 방법을 생각하면 될 듯. 그러는 과정은 아마도 위에서

설명한 것들의 반복에 가까울 테니까 생략할래.


3줄 요약

룰북과 시나리오를 잘 읽으면서 준비하자

플레이 도중에는 발생할 상황에 대응하자

끝나면 나름대로 평가를 하고 정리를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