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의 핵심 콘셉트는 두 가지다. 하나는 패러다임ㅡ인간인식과 모순, 이것을 아주잡음으로서 이뤄지는 승천, 신명을 받아 이에 뛰어드는 마법사들. 하나는 전통적인 스타일의 비밀결사물, 상상도 못할 조직도 위에 존재하는 신적인 교조와 헤아릴 수 없는 계획, 사막에 모래알을 놓듯이 목숨바치는 이들.

이 게임 설계상의 모순은 이야기 에스프리는 완전히 전자의 것임에도 구성에서는 후자의 입김이 지배적이라는 점. 조직이 인간에 선행하여 존재하고 각성한 개인이 자기만의 평천하를 구가할 여지는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미시사 책이나 팔아주며 골똘하느라 게임은 돌아가지도 않는 풍조가 내려앉았음.

나는 내 메이지 세션에서는 어쨌든 사조보다는 주장이 중요하다고 플레이어들에게 역설해왔음. 철거 직전의 상가를 구하기 위해 꽃밭을 가꾸는 캐릭터에게 중요한 것은 이 계획의 의미와 실천방안이지, 그것이 어느 교파의 지론인지가 아니다. 이렇게 아젠다를 바탕으로 메니페스토 모임 구성하듯 마법사 크루를 만드는게 실천가능한 메이지 플레이의 핵심이지 않은가 싶다. 누구는 꽃밭을 가꿀 동안(창조) 꽃들에 알맞은 풍토를 꾸리는 이(유지)와 꽃밭을 지키며 파괴자들을 솎아내는 이(파괴), 그 꽃밭을 다른 방향으로 해석할 이(4인팟일때)까지. 일단 역할을 나눈뒤 스타일을 결정하고 게임에 들어가면, WOD의 끔찍한 고증놀음에 빠지지 않고도 이야기를 꾸릴만한 충분한 요소들이 있음을 알게됨.

여하한 방식으로 판을 짜는 걸 고려해서라도 나는 그놈의 테크노ㅡ트레디션 대립구조같은 것은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실질적으로 변증법과 역사인식이 박힌 사람이라면 저런 양팀 구별이 말이 안된다는 것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을 거다. 비밀결사 테마와 거시담론, 이상향 같은 아이템들은 이 게임에 있어 책을 내기 위해 강제된 지저분한 부속이야. 새 어쎈숀인서울 팀을 짜다가 새삼 구술하고만 있던 것을 내놓아봄.

3줄
ㅡ메이지는 패러다임이 알짜고 비밀결사는 부속이다
ㅡ초거대담론 뽕에 취해서 각각의 메이지가 자기완결하지 않는 독자적인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는 팀은 조짓다
ㅡ차라리 우리동네 매니페스토 같은 손에 닿는 아이템들로 짜는 편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