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는 "기초적인 시나리오"를 돌려보는 걸 다뤘으니 이제 좀 더 파고들어보도록 하자. 시나리오 쪽에 대해서

파고드는 걸로 한 두 편 정도 더 쓰면 이거도 끝낼 듯. 7판 룰북의 '붉은 서류들(Crimson Letters)' 시나리오의

스포일러가 조금 있을 수 있음.


상황 묘사 다듬기

엄청 중요하진 않은 거 같은데, 그래도 일단 장면 하나하나를 구현할 때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함. 예를 들어서

탐사자들에게 이성 판정을 시킬 때는 좀 괴상하고 기괴하며 하여간 밥맛이 떨어질 듯한 묘사를 수반하는 쪽이

좀 더 괜찮을 거라고 봄. 그쯤은 되어야 이성이 까이겠지.


설정을 읽어두기

네가 신화생물을 꺼낸다면 그것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지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설정을 읽는 거임. 하지만

이것도 문제는 있다. 너 영어할 줄 암? 너 해외도서 구매할 줄 암? 등이지. 그러니까 잘 모르겠으면 그냥 얌전히

크툴루의 부름 룰북에 나온 설정을 읽고 그걸로 때우면 됨. 반대로 말해서 이 정도는 기본적으로 해야한단 거임.


세부 묘사를 충실히 하기

중요하다 싶은 것은 확실하게 세부 묘사를 할 필요가 있음. 설명이 길어지는 것 자체로 뭔가 중요하다는 느낌을

주고, 동시에 설정이 길어진 만큼 거기에서 탐사자들이 뭔가 정보를 캐낼 포인트를 찾을 수 있게 되기 때문임.


NPC 다루기

일단 탐사자들보다는 NPC부터 좀 다뤄보자. 메커니즘 쪽에서 보면 결국 얘들은 스킨을 씌운 일종의 무대장치라

보면 됨. 세계구급 부자든 사교도 두목이든 다 너님이 원하면 등장하고 필요없어지면 퇴장하는 거야. 근데 뭔가

장치를 다루려면 한 번쯤은 사용 설명서를 읽어봐야겠지?


NPC 소개 / 묘사 준비하기

시나리오 내에서 중요하게 사용할 만한 NPC는 최대한 잘 설명해 줘야 시나리오의 진행에 도움이 됨. 예를 들어서

탐사자들이 소속된 집단의 '높으신 분'들은 대개 이야기의 흐름을 통제하는 데 활용되기 때문에 그런 상하관계에

대해서 확실하게 설명을 해 둘 수록 편해지고, 시나리오 내의 비밀을 쥔 캐릭터도 당연히 구체적으로 설명해 놔야

탐사자들 입장에서 편함. 외모를 묘사하면서 일종의 감정을 담아 '뱀 같은 눈빛의 대머리" 등으로 묘사하는 식으로

선입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좋은 전술임.


NPC 운영하기

가끔씩 탐사자가 "경찰! 경찰을 좀 불러주시오!" 할 때가 있을 거임. 이게 싫으면 경찰이 안 올 곳을 배경으로 삼는

시나리오를 하거나 아예 델타 그린마냥 우리가 경찰인 상황을 만들면 되는데, 사실 그보다 좀 더 일반적인 방법은

어차피 불러봤자 통제권은 나한테 있으니까.... 결국에는 내 맘대로 굴리는 거임. 좀 더 쉽게 말하자면 탐사자들이

기대한 상황을 제대로 안 주기만 하면 된다는 거. 예를 들어서 탐사자들이 경찰을 부른다고 치면 경찰은 밤 늦게

뭐하는 뻘짓이냐며 와서 둘러보다가 거기에 있던 존재에게 공격받아 죽게 되거혹은 괴상한 걸 찾지 못해서

장난신고하지 말라고 하고는 돌아갔다고 해 버릴 수 있을 거임. 물론 경찰이 떠나면...


탐사자 다루기

탐사자를 적당히 통제하는 것은 세션이 폭발하지 않게 하려면 필수적임. 다만 충분히 여유가 있다면 탐사자들의

돌발 행동 등도 척척 받아주고 그러는 센스로 완급을 조절하는 게 중요함. 탐사자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들은

너님의 시나리오를 진행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같이 즐기기 위해서 참여하는 사람들이거든. 절대로 놀라게...

아니 적대하면 안 됨. 이 게임은 키퍼가 오히려 베이비시팅을 해 줘야 끝까지 갈 여지가 있는 그런 게임이거든.


"진짜로 그렇게 할 건가요?"

행동을 통제할 때 쓰기 가장 좋은 마법의 주문. 그 결과가 영 좋지 않을 때 일단 이걸 제시하고 그래도 한다면

인정해 줘라. 사실상 책임 회피 수단 및 압박 수단을 겸하는 질문이며, 물론 화장실 문 안 닫고 나오는 그런

수준으로 사소한 거에는 이렇게 일일이 물어볼 필요 없음.


돌발 행동 통제하기

흔히들 루니...라고 말하는 그런 돌발행동은 조져야 함. 물론 이걸 조지는 방법도 내용에 따라 달라져야 하겠지?

반사회적인 행동의 경우는 이게 좀 아니다 싶으면 간단하게 좀 시간이 지난 뒤에 경찰이 출동하는 방식으로

처리가 가능함. 대신 이러면 시나리오가 좀 꼬일테니 탐사자들이 도망갈 기회를 준다거나 그러면 되고, 이걸로

뭔가 시나리오의 진행이 가능해 보이면 적당히 결말까지는 눈 감아 줄 수 있음. 물론 에필로그에서는 나름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야겠지만. 안 그러면 나쁜 버릇이 들어서 시작부터 NPC를 잡아다 고문하려고 들 게 뻔하거든.


사실 그보다 더 위험하게 시나리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돌발 행동으로는 막 시나리오 진행을 거부한 뒤에 그냥

도망간다거나 서점에 가서 "크툴루의 부름 룰북을 산다"등 개드립을 칠 수도 있는데, 당연히 이런 건 막아야 함.

공포영화에서 남들보다 먼저 도망가려는 놈들은 대개 어떻게 됐었더라...? 뭐 이쯤만 말해 줘도 감이 올 거 같음.

CoC 룰북의 경우 크툴루가 뭔지 모르는 사람이 현실의 수백 배쯤 될 크툴루 신화의 세계관에서 크툴루의 부름

RPG는 당연히 나올 리가 없는 것임. 좀 더 장난기를 발휘하면 룬퀘스트나 겁스가 D&D를 제칠 만큼 흥했다고

서술할 수도 있을 듯.


탐사자 살려주기

키퍼가 자비심이 좀 없으면 다키스트 던전처럼 탐사자들이 퍽퍽하고 갈려나감. 근데 다키스트 던전에서는 매주

역마차에 애들이 실려오는데 CoC는 그게 아니잖아? 근데 시나리오의 엔딩은 보기는 봐야 할 거 아님? 그러니까

매 세션마다 탐사자들을 갈려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으로 밀어넣고 죽을 때마다 새 탐사자를 만들라고 하면

'로스트 가능성 있다'는 그런 걸 시나리오에 언급해 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꽃밭과도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시적 광기에 빠질 거임.


또한 이거 외에도 시나리오를 도중에 짬시키고 싶지 않으면 탐사자들을 후반의 진실까지 도달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생각해 봐야 함. 어쨌든 결론은 키퍼는 가끔 선의를 갖고 탐사자들을 살려주고 그래야 한다는 거임.

가장 좋은 방법은 스크린 뒤에서 피해 주사위를 주작한다거나 원래 시나리오대로는 죽을 상황도 뭔가 그보다는

강도가 낮은 대가를 치르게 완화해 주는 거임.


탐사자 죽이기

뭐 근데 맨날 내가 봐 줄 수만 있는 거도 아니니까 누군가 뚝배기가 깨지거나 미치거나 그렇게 할 수도 있겠지?

근데 이런 건 일단 '분위기'를 잡아줘야 반동이 적음. 쉽게 말해서 그 상황에서 실패하면 탐사자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임을 보여주어야 함. 예를 들어서 내가 흔들다리를 건너는데 발판이 떨어져 탐사자가 아래로 빠지는 장면을

연출하고 싶어졌다고 치자. 물론 그냥 발판이 뜬금 없이 떨어지면 조금 이상하니까 행운 판정을 시켜 줄 거긴 함.

그리고는 이러면 죽는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흔들다리 아래는 끝없는 낭떠러지라든가 악어들이 사는 큰 강이

있다거나 그런 식으로 묘사를 할 거임. 이 정도면 실패하면 죽는다는 건 인식이 됐겠지?


또한 너무 일찍 죽이면 흥이 깨지니까 뭔가 무섭고 기괴한 것이 등장하는 시점 혹은 그 이후에 갈아넣는 장면을

연출하는 게 이래저래 정신건강에 편할 거임.


탐사자 충원하기

죽은 탐사자는 어디서 충원해야하지? 그야 당연히 상식적인 범위 내에서 충원해야 함. 빈 집에서 갑자기 뿅하고

생성되고 그런 게 아니잖아? 그러니까 문제가 됨. 대개 약간의 갭을 두고서 탐사자들이 다른 관계자를 끌어들여

새 탐사자를 채우는 게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고, 탐험 등 인류 문명과 고립된 환경을 배경으로 한다면 한 명이

여러 탐사자 캐릭터를 갖고 있도록 하는 것도 써 볼만은 한 전략임. 대신 이 경우 탐사자 캐릭터 여럿을 동시에

꺼내서 혼자 돌려먹으려 드는 걸 막기 위해서 처음 시작한 탐사자가 죽기 전까지는 그냥 잉여 NPC1 형식으로

킵해두게 하는 방법을 쓰는 게 낫겠지.


비-선형 시나리오(Non-Linear Scenario)

당연히 비선실세와는 관계가 없고, 플레이어의 선택 등에 따라서 결말이 변화하는 그런 형태의 시나리오를 말함.

'오래된 숲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7판 룰북에 실려 있는 시나리오인 '붉은 서류들(Crimson Letters)'가 이 부류 중

아마 가장 찾기 쉬울 물건이 아닐까 싶음. 이런 물건은 대개 키퍼에게 더 복잡한 준비를 요구하는데, 그런 경우에

어떻게 하면 될 지도 설명해 봄.


요점 구성하기

이 시나리오의 요점을 정리하면 이렇다.

1. 어떤 교수가 죽고 그가 가지고 있던 서류 일부가 사라졌음.

2. 당연히 서류를 몰래 가져간 누군가가 관계자 중에 있음.

3. 이걸 찾는 과정에서 탐사자들은 이것저것 사건들을 겪음.

4. 뭔가 이상한 괴물이 책에서 튀어나올 수 있음. PDF 만세!


당연히 이거만 갖고 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며, '이것저것' '누군가' 등의 빈 칸을 너님이 채워넣어서 완성해야 하므로

단순한 정리가 아니라 '구성'이 됨. 또한 이 과정은 매번 플레이할 때마다 / 키퍼마다 각기 다르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시나리오를 비선형이라고 부르는 거임. 다만 이걸 잘 모르겠는 입장에서는 단순한 캐릭터 / 장소 등의

나열로만 보이게 될 가능성도 높음.


장면 구성하기 & 플레이하기

이제는 너님이 정한 요점 내용과 이 시나리오에서 장면의 '중심 요소'에 맞춰 장면을 구성할 차례임. 붉은 서류들의

중심 요소는 많이 쓰는 시공간적 요소 뿐 아니라 인물들도 중심 요소로 사용됨. 그러니까 탐사자들은 죽은 사람과

관계된 주변 인물들을 인터뷰하며 정보를 얻고, 누가 서류를 빼돌렸을 지 알아내야 됨. 문제는 여기서 탐사자들이

무슨 선택을 할 지 / 무슨 결론을 내릴 지 플레이 전에는 네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건데, 따라서 넣어야 시나리오가

돌아가는 중요한 장면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장면들은 그때그때 급조해도 괜찮아짐. 그런 이유로 비선형 시나리오는

장면 구성하기와 플레이하기를 세트로 묶어서 설명해 봄.


넣어야 하는 장면들

빼면 기-승-전-결의 이야기가 안 되는 장면들임. 이 시나리오에서는 도입부 - 주요 인물들과의 조우- 서류를 챙긴

인물에 얽힌 추가 장면 - 서류의 회수 및 마무리 정도로 나눌 수 있을 거임. 각 장면들의 내용은 대충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 될 듯.


도입부 : 시작부터 어느 정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

주요 인물들과의 조우 : 인물 소개 / 단서 및 낚시용 정보 제공. 다만 어렵게 할 게 아니라면 낚시는 안 해도 됨.

서류를 챙긴 인물에 얽힌 추가 장면 : 역전재판 재판마냥 추궁하고 그러면서 서류의 구체적인 행방을 확인하면 됨.

서류의 회수 및 마무리 : 그냥 서류를 찾아서 원하는 사람에게 갖다 주는 건데... 도중에 다양한 일이 있을 수 있음.


세세하게 또는 복잡하게

일단 큰 그림은 그려졌으니까 이걸 복잡하게 꼬아볼 차례임. 가장 쉬운 방법은 주요 인물들간에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발언을 하게 해서 탐사자들을 이래저래 혼란시키는 거고, 특히 딱 한 명만 대놓고 '거짓말'을 하게 만들면

나중에 사실을 알게 된 탐사자들은 거의 그 인물을 용의자로 삼게 될 테니 다음 과정으로 넘기기도 훨씬 수월해짐.

그 다음으로는 사실 서류를 챙긴 인물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가 다시 빼돌려 가져가는 등의 전개를 써서 상황을

늘리는 거. 이러면서 결국 마무리는 서류 안에 있는 괴물 내지는 그걸 빼돌린 놈과의 대결으로 몰고가서 끝내면 됨.


상식이라는 이름의 안전장치

근데 위에서도 말했었지만 이런 비선형 시나리오는 네 계획대로만 흘러갈 리 없음. 그런 상황에서는 결국 재치와

순발력으로 커버해야 함. 그리고 그럴 때 가장 대표적인 안전장치는 '상식'임.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소리를 하면

그게 말이 되냐는 식으로 받는다거나 예상 외의 행동을 하면 상식적으로 그걸 본 NPC가 어떻게 반응할까 떠올려

대응하거나 그러는 거지. 물론 인간으로서는 그 사고 방식을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의 괴물을 내놓았다면 비상식에

비상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괜찮을지 모르겠음.


캠페인 진행하기

캠페인이라고 하면 대개 시공간적 배경을 바꿔가며 여러 세션에 걸쳐 진행되는 장기 플레이를 말함. 애석하게도

국내에서 이 쪽 사이즈로 번역되었다고 할 만한 물건은 악마의 아이들(Devil's Children) 정도일 거임. 초여명이

나중에 7판으로 나올 니알랏토텝의 가면들(Masks of Nyarlathotep)을 번역하려는 생각이 있는 거 같지만 일단은

영문판도 안 나왔으니까 적어도 올해는 꿈도 희망도 없다고 보면 될 거임. 일단 다음 CoC 정식 발매 서플먼트인

'어둠으로 가는 문'이 올해 내에 발매가 되긴 할 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음.


시나리오 단위로 나누기

결국 이런 캠페인 대부분은 자잘한 시나리오의 연쇄고, 그 사이를 큰 줄기의 플롯으로 이어놓은 거임. 그러니까

각각의 시나리오를 어떻게 돌릴 것인가를 생각해 놓고, 그걸 마무리하면 그 다음 시나리오로 이어지게 하면 됨.

이 연결 방식에 따라서 캠페인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을 거임. 시나리오를 뜯어보는 과정이야 뭐 뻔하지?


선형적 구성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일방향으로 달리는 구성. 쉽고 간단하며 내용도 짧다. 공포의 심장(Horror's Heart)이나

차토구아의 자취(Trail of Tsathoggua) 같은 게 이 범주에 들어가고, 위에서 언급한 악마의 아이들 시나리오도

역시 이 범주에 넣을 여지가 있다고 생각함. 당연히 준비할 것도 적고 분량도 적기 때문에 초보라면 일단 선형적

구성 캠페인을 다루어 보는 게 훨씬 편함.


비선형적 구성

이런 캠페인 중에는 동시에 캠페인 시나리오의 도입부를 몇 개 제공해 탐사자들이 어디 배경 시나리오부터 할 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물건도 존재함. 예를 들어서 도입부 시나리오의 보스를 조졌더니 소지품에서 그 동료들로

추정되는 이들과 찍은 사진이 나온다거나, 그런 식으로 서로 동떨어진 시공간에서의 시나리오 중 하나를 택해서

그거부터 진행하게 하는 방식. 좀 촌스럽게 말하자면 록맨 보스 고르는 그거 맞다....


이야기 이어나가기

문제는 이게 시나리오 하나만 해도 뚝배기가 깨지고 미친 놈이 나오는 CoC에서 장기 캠페인이라는 게 돌아가긴

하냐는 건데, 당연히 돌아감. 왜냐면 이 게임은 애시당초 키퍼가 탐사자들 모가지를 잡고 끌고가는 베이비시팅이

전제되기 때문임. 그 내용은 위에서 제시했으니 참조.


3줄 요약
키퍼는 결국 상황 묘사 / NPC 운영 / 탐사자들 통제를 잘 해야 한다고 봄. 
비선형적 시나리오는 선형적 시나리오보다 준비할 것도 대응할 것도 많음. 
캠페인은 결국 여러 시나리오를 묶은 거라 그 연계 과정만 잘 처리하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