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나서 끄적거리는 별 의미 없는 글. 그냥 무시해도 상관은 없을 거 같음.



초여명이 며칠 전에 어둠으로 가는 문 작업 중이라고 서문 나오는 짤을 올렸음. 근데 나는 10초쯤 보고서 뭔가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왜냐면 본 적이 없는 단어가 나왔거든. 그렇다고 내 어휘력이 딸리는 것은 아닌 거 같았고.....



그래서 당연히 내가 갖고있는 Doors to Darkness 영어판과 대조해 봄. 띠용! Unsafe Sex가 바다괴물로 바뀌었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어휴 초여명은 원작의 내용도 은근히 검열하는 출판사라능! 아무튼 그럼! 뭐 그런 비난을 하려는 것은 아님. 이게 초여명측 생각에는 별 연관이 없어서 그냥 좀 더 흔하게 떠오를 바다괴물로 바꾸었을 수도 있고(편역이라고 봐야겠지?), 혹은 그냥 이 소재 자체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도가 들어갔을 수도 있을 건데... 사실 둘 다 나쁘지는 않다고 보거든. 일단 그런 뜻에서 '주 소비층을 고려해 적당히 혐오스러운 내용을 편집'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생각하나 끄적여 봄.


크툴루 신화의 비인간성이 나타나는 방식을 거시적으로 보면 크고 굉장하고 그런 '크툴루스러운 것'이 인간을 벌레로 취급하는 강대함, 그러니까 니알랏토텝이 "ㅋㅋㅋ 너희는 장난감에 불과해 ㅋㅋㅋ" 하는 그런 게 주로 나타나지만, 미시적으로 들어가면 대개 이렇게 요즘 같은 사회라면 누군가가 그 묘사에 불편함을 표현할 수도 있을 만한 그로테스크한 묘사와 소재들을 통해 구현되는 경우도 적지 않음.


예를 들어서 '우주 너머의 색채'에서는 한 농부 가족이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했고, '레드 훅의 공포'에는 부패한 시체가 무너져 내리면서도 앞으로 나아가 옥좌를 망가뜨리는 광경이 묘사됨. 물론 나는 당연히 이런 거 좋아함. 다만 이런 걸 어디의 누구 마냥 대놓고 외부에 어필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임.


"네... 여러분은 지금 OOO던 존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양 다리가 마치 녹아내린 딸기맛 아이스크림 마냥 끈적한 분홍빛 액체로 변해가면서 바닥으로 흘러내리고, 왼쪽 어깨에서는 팔 대신 OOO와 그다지 닮지 않은 또 하나의 작은 머리가 얼굴의 절반쯤이 녹아내린 형상으로 튀어나와서 신음소리를 내네요. 그래도 OOO는 아직 약간이나마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러분을 향해 가냘픈 목소리로 도와달라며 남아있는 오른팔로 몸뚱이를 질질 끌고 서서히 앞으로 다가오려 하고, 그러는 사이에도 계속 하반신이 녹아 흘러내리며 바닥의 카페트를 더럽힙니다...." 뭐 이런 거 말이지. 써 놓고 보니 아무래도 냄새 등의세세한 묘사가 조금 많이 부족한 느낌이 들지만 그냥 이걸로 치우자.


근데 이런 걸 지금 CoC를 즐기는 국내 플레이어들 모두가 좋아할 건 아닌 거 같아. 로스트 가능성이 있는 시나리오를 미리 경고하고 그러는... 어 그래 "하하호호"하고 싶어하는 그런 분위기의 흐름으로는 말이지. 그러니까 그런 면을 생각한다면 그런 주 소비층에서 부담을 느낄 만한 텍스트는 이렇게 조금 컷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음. 물론 나는 애시당초 이런 장르의 물건에 손을 대는 이상 순수하게 텍스트 자체의 혐오스러움과 그로테스크함, 불쾌감 등을 어느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꼬우면 딴 룰해라'라는 입장이긴 한데 어차피 영어판을 살 테니까 한국어판이 어떻게 되든 그런 것까지 신경을 써야 할 필요가 없거든...^^ 뭐 그냥 그렇다고.


P.S :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학살(참수와 사지절단 포함), 식인과 임산부의 머리가 터져나가는 장면을 모두 세트로 감상할 수 있을 니알랏토텝의 가면들 캠페인의 7판 버전 신판을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