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캠페인 준비 엄청 해서 지도도 채우고 그러면 과정부터 재미있어요. 무엇보다 설정을 채워넣는 행위 자체는 불 붙기 시작하면 계속 하고 싶어지는 겁니다.

던전월드는 그걸 좀 지양하라는 분위기에요.
강령에도 많이 강조되고 있고, 같이 모인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좋다는게 던전월드가 권유하는 플레잉입니다. 사람들은 던전월드 하면 \"즉석\"이라고 곧 잘 떠오르곤 하는데 그게 크게 틀리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사실 너무 이상적인 말인 것 같아요. 사실 RPG자체가 순환이 빨리빨리 되는 TRPG에서 하기 편한데, 던전월드는 ORPG로 특히 하기 힘든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사람 넷쯤 모여서 모두가 재미있어하는 이야기가 나올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쏟아져나오는 소재들을 조율해서 준비된 캠페인보다 훨씬 부드럽고 매끄럽게 이끌어 나간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물론 저는 여러가지를 준비하는 게 던전월드 플레이를 완벽하게 만들어줄 방법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세션을 준비한다고 해서 재미없던 경우도 많이 경험했고, 자칫하면 일자식으로 지나치게 작위적이게 이끌어버릴 수도 있는데다가 그게 또 걱정되어서 마스터가 너무 또 여러가지 변수를 생각하고 준비를 하면 고민할게 더 늘어나니까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던전월드가 제시하는 방법이 맞는 팀도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틀을 잡고 플레이어가 마주칠 것들에 대한 구성을 하는 것은 메리트가 있어요. 마스터의 부담도 줄어들고, 사람들이 노력만 한다면 필연적으로 내용이 깊이가 있게 되잖아요. 어디까지나 방법적으로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어요.

물론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이 안타까운 취미도 한가지 다행스러운 점이 있다면 선택을 할 수 있는거에요. 자기가 생각하기에 던전월드는 정통적으로 무조건 사람들하고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같이 플레이를 안하면 되는 거에요. 플레이 하지 않는 사람이 뭐라고 하는 것도 웃길 뿐더러. 감수하면서 플레이 하기로 했다면 판을 짠 사람한테 뭐라할 권리는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