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물건은 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하는 RPG인 레전드(Legend). 몽구스 퍼블리싱의 작품임.
표지부터 간결함의 미학이 넘쳐 흐르지만 250페이지쯤 되는 멀쩡한 룰북인데 1달러니까 일단은 용서됨.....
설마 안 되는 건 아니지?
기본적인 세계관
없음. 사실 있었는데 없어짐. 원래 없었던가? 좀 묘하다.
판정 방식
3d6을 굴려서 능력치를 정하고 % 단위로 스킬을 찍고 100면체를 굴려서 판정하는 어디서 좀 많이 본 방식.
대신 부위 판정도 하는 등 좀 더 시리어스한 면모를 보임.
어른의 사정
리뷰는 이걸로 끝.... 일리는 없겠지? 사실 이 물건은 룰 문제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어른의 사정 부분에 관한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할 물건이거든. 그럼 옛날 이야기를 좀 해 보자.
옛날 옛적...그러니까 80년대 후반에 어떤 출판사가 자사의 모 RPG 관련 트레이드마크를 아발론 힐에 팔아먹었음.
아발론 힐에서는 그걸로 신판을 냈고.... 또 신작도 준비하고 그러다가 얘들이 하스브로에게 먹히고 그러면서 짬됐고
당시 준비하던 물건은 이름 좀 바꿔서 무료로 풀리게 됐음. 그러는 사이 이 시기에 CCG를 하나 냈다 장사가 안 되서
'어떤 출판사'의 경영에서 잠시 손을 뗀 모 RPG의 제작자가 모 RPG 관련 권리를 회수함.
그리고 이 소식을 들은 몽구스 퍼블리싱이 모 RPG의 제작자에게서 라이센스를 따서 또 이 물건을 2000년대 중반에
부활시켰는데, 이 과정에서 옛 제작사 판본의 텍스트를 갖다 쓸 수 없다는 문제에 처해서 몽구스 퍼블리싱 쪽에서는
"비슷한 내용으로" 룰북을 만들면서 당시 흥하던 OGL을 때려박았음. 그리고 2010년에 몽구스 버전 2판을 발매했고
그 다음 해에... 몽구스 퍼블리싱의 라이센스가 끊기면서 이 라인업이 통째로 짬통에 들어갈 위기에 처함.
그리고 몽구스 버전 2판의 제작자들이 따로 회사를 차리고 자기들이 또 라이센스를 따서 이 RPG의 새로운 판본을 냄.
한편 그러는 사이 이 RPG의 저작권이 이전 / 회사간 합병 등을 통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다 맨 처음에 이 RPG를 냈던
그 "어떤 출판사"로 돌아갔고 이 어떤 출판사에서는 이제는 자기들이 직접 신판을 내기로 결정해서 몽구스 버전 2판의
제작자들이 만든 판본도 역시 짬통에 들어갈 위기에 몰림. 아직 신판은 아직 안 나왔고, 퀵스타트만 나왔어.
아마 몇몇 턀갤러들은 눈치챘겠지만, 룬퀘스트(Runequest)에 관한 이야기임. 당연히 "어떤 출판사"는 카오시움이고
"제작자"는 그렉 스태포드 어르신임. 하여간 2000년대에 나온 룬퀘스트 신판들은 다들 라이센스 관련 문제로 인해서
짬통에 들어갈 위기를 겪었고, 그 상황에서 얘들이 택한 생존책은 저작권 문제에 얽힐 내용을 다 째고 이름을 바꿔서
룬퀘스트와는 별도의 행보를 걷는 거였음. 그래서 몽구스판 룬퀘스트는 1달러짜리 룰북인 레전드가 되었고 그 후에
나온 6판... 그러니까 디자인 메커니즘판 룬퀘스트는 미트라스(Mythras)가 되었음. 해피엔딩 해피엔딩.
한편 몽구스판 룬퀘스트는 다른 의미로 중요한데.... 이게 D100 기반 룰 다루는 쪽에 미친 영향이 엄청나게 큰 물건임.
왜냐면 이 물건은 카오시움의 BRP와 거의 유사한 근간 규칙 시스템을 쓰는데 이게 위에 말한 대로 몽구스 퍼블리싱이
OGL을 적용한 덕에 기본 룰이 전부 다 풀린 상태거든. 쉽게 말해서 오픈퀘스트(Openquest)나 르네상스 등 D100 기반
시스템 대다수, 특히 OGL 사용하는 RPG들의 시스템은 이 룰북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고 보면 되는 물건임.
물론 이런 RPG들에 대해서 잘 모를 턀갤러들한테 그나마 그런 쪽에서 가장 유명할 작품은.... 이 물건 되겠다.
3줄 요약
모 고전 명작의 판본 중 하나였는데 라이센스 관련 문제로 1달러로 풀림.
라이센스 관련 문제의 사정을 외부에서 요약해서 보면 의외로 재미있음.
OGL로 룰을 풀었기 때문에 D100 시스템의 확장에 나름 기여한 룰임.
팩트 - 정작 몽구스만 재미는 못 봤다
안 그랬으면 좀 더 멋있는 이름과 일러스트를 넣어서 그대로 끌고 갔겠지.
내 머리 속에선 오함마 소설로 흥한 aaron데리고 글로란사 똥서플 쓰게 한 회사로 기억하게 될 듯. 서플 마감은 되게 빡빡하게 잡았다는데 그래서 서플이 모두 구리다는 전설적인 일화를 남김. 몽땅 논카논 처리됨. 흑역사라면 이정도는 되야 흑역사 취급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이판도 살벌하구나
미트라스 사건의 문제는 상호바뀐 것도 바뀐 거지만 원래 미트라스가 될 룰로 글로란사 세팅북 내려다가 통수맞아버린 거지. 통수치고 나온 결과물은 2.5...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ㅋㅋㅋㅋ 근데 생각해보니까 카오시움이 낸 건 2판이 끝이었으니 2.5인게 말은 되는데...? 하긴 그렇게 넘기기엔 CoC 7판에서 보여준 BRP의 "진보"가 아쉽군.
3판도 아발론 힐 발매일뿐 실제 제작은 카오시움이었다고 한다. 카오시움 입장에선 이게 4판 일뿐.
앗.... 아아....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 coc영감들은 새 판본 나오면 부리나케 갈아탄다. 룬퀘 영감들은 새 판본이 나오면 2판을 한다.
OSR 룰북을 보는 거하고 비슷한 건가
내가 괜히 이번 룬퀘스트를 osr이라 부르는 게 아니다... 이렇게까지 해야하나 납득이 안 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