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정신을 차린 하은이 주위를 둘러본다.
숨막히는 광경.
도저히 지하에 있을 수 없을 듯한, 마치 판테온 신전의 내부를 연상케 하는 거대한 공간. 벽은 마치 지속적으로 공간을 넓혀 나간 듯, 고대 건축에서나 쓰던 흙을 굳혀 만든 벽돌에서부터 최신식의 소재까지 다양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벽 곳곳에 번쩍이는 모니터들이 붙어 있었다. 천장에는 수천, 수만개의 전선과 통신망이 지나가며 거대한 거미줄을 그린다. 랫킨들이 -아마도 오래전에 구덩이로 버려진- 멍한 눈빛으로 무엇인가 끊임없이 옮기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오래된 수도 파이프가 수백개는 흐르고 있었다. 랫킨들이 움직이며 파이프에 붙어있는 계량기 비슷한 기기를 점검한다.
번쩍, 하는 빛과 함께 거대한 모니터 중 하나가 켜진다.
하은이 알아볼 수 있는 몇몇 글자들을 읽어낸다. 전력 공급량, 상수도 시스템의 상태, 하수 정화 장치의 수명, 통신망 정보, 교통망과 정체 상황 등을 보고 하는 내용이다. 랫킨들이 공구들을 지고서는 한쪽의 어두운 터널로 사라져간다.
갑자기 한쪽의 벽에서 쇳소리와 돌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바깥쪽에서 밀어내는 듯이 벽이 안쪽으로 찌그러진다. 그러나 그 부분이 천천히 형상을 갖추기 시작한다. 인간형인 무엇인가가 발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발은 벽돌과 같은 재질로, 발목부터 허벅지까지는 철근과 콘크리트로, 몸통은 유리와 플라스틱으로, 마지막으로 머리는 아무런 틈도 없이 완벽하게 매끄러운 알 수 없는 소재로 완성된다. 그것이 천천히 하은에게 걸어온다.
“우리의 동류Mage 중 하나로구나.”
그 형상이 여러가지의 목소리로 동시에 말한다.
“당신들은… 누구죠?”
하은이 묻는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형상은 단순한 단말에 불과하다. 이것에 연결되어 있는 본질은 하은이 과거에 본 어떤 것보다 거대한 무엇인가Oracle다.
“우리는…”
낮은 남자의 목소리, 인공적인 합성음, 사무적인 여성의 목소리, 신경질적인 목소리, 그 밖의 10개는 되는 듯한 목소리가 동시에 말한다.
“우리는 도시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두를 지탱한다.”
“우리는 관리자다.”
목소리들이 동시에 스스로를 다른 것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개념으로 화한 망집이다.”
그들이 구슬프게 말한다. 하은이 가만히 그들의 말을 기다린다.
“…미안하구나, 아이야. 우리의 말은 단지 그 형태만이 너희의 것과 같을 뿐. 너희와 우리가 소통하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서 어려운 일이다.”
그 중 하나의 목소리가 떠올라온다. 사무적인 여성의 목소리다.
“우리는, 최초로 도시를 만든 자들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는 모든 도시의 지하에서 그 혈관과 심장을 관리한다.”
또 다른 목소리가 말을 시작한다.
“아직 인간이 뭉치지 못하였을 때, 아직 왕족이 역사에 등장하지 않았을 때, 인간이 강철의 강력함을 인지하지 못하였을 때, 그들이 아직 성벽을 쌓지 못하였을 때 우리가 존재하였다. 인간이 야수의 형상을 한 괴물들에게 사냥당하고, 피를 빠는 거머리들에게 사육되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고 흔한 일이었다.”
그 형상이 쓸쓸한 모습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것이 서서히 수도관으로 다가가 손을 올린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강력하였다. 우리는 밤을 새워 무기들을 만들었다. 우리를 도와줄 인형들을 만들고 조종하였으며, 괴물들이 흠집도 내지 못할 금속과 연금술의 결정체를 통해 그들을 죽이고 불태웠다.”
갑자기 콘크리트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마치 수도관이 심장이 뛰듯 진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수는 너무나도 적었다.”
형상이 돌아선다.
“괴물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평범한 사람들을 모두 지키기에는, 우리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우리가 아무리 강력해도 달이 제위치를 떠나 다시 돌아올 때까지 깨어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형상이 전력망을 올려다본다. 그 시선에 반응하듯 전선들이 시퍼렇게 빛나기 시작한다. 형상의 머리가 조금씩 구체적으로 변해간다.
“우리는 결정하였다.”
모든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진다.
“우리가 지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를 지키게 하자고.”
열망에 불타는 목소리가 하은의 머리를 울린다.
“우리가 사람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우리는 보통의 사람들을 지휘하여 성벽을 쌓게 하였다. 그 중 제일 뛰어난 자를 뽑아 우리마저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
그 형상이 천천히 방 주위를 돈다.
“그러나 한가지가 부족했다. 성벽을 쌓고, 무기를 만들고, 왕을 옹립해도 결국 그들이 살 수 있는 기반이 없이는 와해될 뿐이었다. 식량과 물의 공급, 오수의 처리, 기초적인 통신망의 확립, 전문화된 구역, 시장. 사람들을 뭉칠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그것이 잠시 말을 멈춘다.
“…도시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을 뭉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그것이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들이 지상에서 번영하는 동안, 우리는 지하와 오물이 가득한 곳을 걷기로 하였다. 우리가 수백개의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수십의 사람들이 수만개의 무기를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역할을 사람들에게 넘기고, 도시의 기반이 되었다.”
형상이 다시 한번 하은의 앞에 선다.
“우리는 오물 사이를 걸으며 연금술의 비의를 통해 물을 정화하고 전염병을 몰아내고자 노력하였다. 도시의 끝에서 전령이 출발하면 그를 신속히 인도하여 소식이 당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가 잠든 밤에 기어나와 성벽을 보수하고 망가진 시설들을 고쳐 놓았다.”
그것의 시선이 하은을 꿰뚫어본다.
“우리는 오만하였다. 우리의 힘이라면 도시가 몇 개가 되어도 위생이 유지되고, 상시 적당한 식량이 공급되며, 방비도 완벽한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언제나 전염병에 걸려 수천이 죽어 나갔으며, 완벽하다 생각한 방어는 괴물에게 뚫려 수백명이 학살 당했다. 도시의 수는 늘어가고, 목적은 달성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능력은 부족하였다. 우리는 다급 해졌다. 우리의 몸을 더 효율적으로 개조하였으며 연금술과 기계의 비의를 이용해 무한하게 감각을 확장하였다.”
하은이 그 형상을 다시 한번 훝어본다.
그것은 마치… 건물 같았다.
“그것이 지금의 우리다. 우리는 도시를 관리하는 자다. 우리는 수면자들이 놓치는 부분을 교정하려 노력하는 자들이다. 우리는 완벽한 도시를 만들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를 한 곳에 묶어 놓을 수는 있다. 우리는 인간들이 흩어져 학살당하는 것 만은 막을 수 있다.”
형상이 말을 멈춘다.
“당신들은 인류 최초의 건축가와 연금술사들이군요.”
“그렇단다, 총명한 아이야. 우리는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연금술사.”
“건축가.”
“대장장이.”
“마법사.”
“의지 행사자Willworker.”
여러가지 목소리가 또 다시 울려 퍼진다. 이내 목소리들이 잦아들자, 형상이 여성의 목소리로 말한다.
“어쩌다가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
그녀가 자초지종을 최대한 간략하게 설명한다.
“그렇구나. 도시가 이렇게 커지고, 사람들의 수가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어났지만 아직도 괴물들이 활보하는 밤이 계속되고 있구나. 너는 돌아가고 싶은게로구나. 그렇지 않느냐?”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공간이 우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울린다. 목소리들이 그 말에 반발하나, 이내 잦아든다. 형상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 거대한 공간을 공간을 훑어본다. 만약 우울증에 걸린 신이 있다면 이러한 모습이 아닐까.
“무슨 말입니까?”
“아직도 학살은 계속되고 있지 않느냐.”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흘러나온다.
“알고 있겠지. 우리가 느끼고 있는 것은 ‘도시’뿐이다. 우리는 더 이상 사람들을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오직 그들의 죽음만을 느낄 뿐이다. 수천 년 동안 아무도 이곳에 오지 않았고, 답을 줄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아이야. 우리는 단지 묵묵히 의무를 수행할 뿐이었다.”
그 형상이 하은을 마주한다.
“아이야, 물으마. 우리의…”
신의 망설임.
“…우리의 승리는 아직도 요원한 것이냐?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 나가는 것은 대체 어떤 괴물 때문이더냐?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정말 무의미 하였더냐? 대체 어떤 악이 지상을 휩쓸고 있기에 수천만이 죽고, 심지어 가장 안전해야 할 도시 안에서도 수만명이 학살당하는 것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지난 백 년간 수천만명이 죽어 나갔다. 그들의 시체가 광야와 도시에 쌓여, 우리는 도시를 관리하기는커녕 그들의 시체가 묻힐 곳을 마련하고, 관리하느라 온 힘을 쏟아야 했다. 죽어 나간 자가 어찌나 많은지, 그들의 유골로 건물을 지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하은이 그들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몇 천년 동안 오직 한 가지, 도시를 관리하는 것에만 집중한 이들의 두뇌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면- 이미 사람의 행동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이 유일하게 인식할 수 있는 것은 도시에서 죽어 나간 사람들뿐이다. 화장되어 납골당에 보관되거나, 무덤에 묻히면 그때부터는 도시의 일부분이니까.
이들은, 이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사람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지고, 다시는 재건될 수 없을 것 같이 산산조각 나는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우리는 어둠속에서, 그들의 손이 닿지 않는 토대에서, 수면자들이 잊은 문서 위에서, 모든 곳에서 그들이 도시를 짓고 복구하는 것을 도왔지만, 충분하지 않았다. 그것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구나, 아이야. 지금 마저도 말이다.”
형상이 마치 숨을 몰아 쉬 듯 말한다. 너무나 오랜만에 말을 하기 때문일까.
“대체 어떤 괴물들이 밤을 지배하고 인간들을 학살한단 말이냐… 우리의 모든 노력은, 우리의 대의를 이은 자들의 피와 땀은 정말 무의미 한 것이었단 말이냐?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어둠속에 숨은 괴물들에게 잡아 먹힐 수 밖에 없는 피식자의 역할 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냐?”
하은이 잠시 망설인다.
만약 이들이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떻게 반응할까. 그들이 알고 있는 수백, 수천만의 죽음은 괴물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한 것임을 알면?
-그러나, 이들은 알아야한다.
“…그것은 괴물들의 소행이 아닙니다.”
목소리들이 침묵한다.
“이제 인간을 학살 할 수 있는 것은 인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괴물들이 죽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한번에 수 백, 수 천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인간은 한번에 수백만을 죽일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그것을 휘두르고 있습니다.”
묘하게 지상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생물학 병기를 사용해 테러를 저지르려는 자들. 그것을 돕는 랫킨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랫킨들로 인해 불발로 끝난 우발적 핵전쟁들까지.
그녀의 말에 거대한 공간이 일순 올린다. 한참 동안이나 그들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형상이 천천히 질문을 던진다.
“그것이… 정말이더냐? 그렇다면, 수백, 수천만의 죽음이 정녕 괴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손에 의한 것이더냐?”
“네.”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침묵이 이어진다.
아주, 아주 긴 침묵이.
그 침묵을 깬 것은, 여성의 목소리였다.
“여러분. 우리가 승리하였소.”
목소리들이 엄숙하게 선언한다.
“우리가…”
“우리가.”
“…우리가.”
“우리가 승리한 것이오. 괴물들에게서 밤을 되찾았소. 인류의 운명은 오직 인류의 것이오.”
하은이 반론을 제기하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말을 삼킨다. 이들은 자신이 아는 것에 대해서는 전지하나, 그 이외에는 철저하게 무지할 뿐이다. 어떤 논리와 설득을 통해서도 이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인류가 서로를 학살한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인간을 절멸 시킬 수 있는 존재는 인간 자신을 빼고는 이제 하나도 남지 않았다. 그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우리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소. 인류는 번성하였소. 우리는 우리의 존재가 다하여, 그리고 수면자들이 더 이상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 정도로 발전하는 순간까지 지하에서, 오수 속에서, 어둠 속에서, 남겨진 서류 더미 속에서, 잘못된 전기 신호 속에서-“
“댐과, 벽돌과, 토대와-“
“가로등과, 도로와-“
“수도관 속에서, 편지함 속에서-“
“-의무를 다할 것이오.”
형상이 그녀의 앞으로 다가서서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바닥에서부터 철근이 솟아나와 천장을 뚫고 올라간다. 그 사이로 각종 건축자재, 전선, 강철 케이블, 합판 등이 채워져간다. 보이드 엔지니어나 이터레이션 X이 이론적으로만 연구하고 있는 나노머신 클라우드에 의한, 마치 마법과 같은 일.
그녀의 앞에는, 최신식의 엘리베이터가 생겨나 있었다.
“가라, 총명한 아이야. 우리의 힘이 닿는 대로 너를 도와주겠다. 가거라!”
하은이 즉시 엘리베이터로 뛰어든다. 엘리베이터가 마치 중력을 거부하는 듯이 엄청난 속도로, 그러나 너무나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여긴…?”
그녀가 내린 곳은 한 빌딩의 로비. 뒤를 돌아본다. 엘리베이터는 그냥 평범한 엘리베이터에 불과하다. 심지어 지하층도 없다. 그러나 어떻게 이곳에 도착한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가 즉시 건물 밖으로 뛰쳐나온다. 시간은 어느새 아침이다.
-익숙한 차가 있다. 그때의 그 봉고차다.
하은의 시선이 조수석에 탄 자와 마주친다. 랫킨들 중 하나다. 그들의 안색이 변하더니 순식간에 트럭이 출발한다. 하은이 빌딩 밖으로 뛰어나가지만 맨몸으로 잡기에는 늦었다. 그녀가 도로로 뛰어나가다가 무엇인가에 부딪힐 뻔 한다.
“…?”
마치, 그녀를 위해 준비된 듯한 스포츠 바이크가 있다. 새까만 프레임, 날렵한 유선형의 페어링, 새로 출고된 듯 깔끔한 바퀴까지. 하은이 주머니에서 무언가 걸리적 거리는 것을 느낀다. 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낸다. 마찬가지로 반짝이는, 새로 만든 듯한 열쇠다. 그녀가 즉시 바이크의 키박스에 열쇠를 꽂는다. 거짓말처럼 걸리는 시동. 하은이 재빨리 바이크에 올라탄다.
부아앙-
하은이 도로를 질주한다. 이미 상당한 거리차를 두고 출발하는 바람에, 봉고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은이 바이크를 몰던 중, 이상한 점을 느낀다. 어떤 도로는 평소보다 너무 막히고, 반면 어느 쪽은 차로 한 개 정도는 비어 있을 정도로 차가 없다.
‘우리의 힘이 닿는 대로 너를 도와주겠다.’
하은이 그 말을 떠올리며 즉시 비어 있는 차선으로 방향을 튼다. 마치 도시 그 자체가 그녀를 도와주는 듯 했다. 신호등이 적시에 바뀌며 그녀가 질주할 길을 뚫어준다. 도로망 전체가 교묘하게 조작되어, 각 도로만 봤을 때는 평소와 신호가 겨우 몇 초 차이가 날 뿐이지만 그 몇 초의 차이가 누적되어 하은이 달리고 있는 길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침내 따라잡았다. 그들이 하은을 뿌리치려는 듯 차를 거칠게 몰지만 여기저기서 신호 혼동으로 인해 튀어나오는 차들을 피하느라 계속 속도가 느려 진다. 그녀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린다. 상판이 접힌 상태의 카 캐리어가 있다. 기막힌 타이밍에 신호등이 바뀌며 캐리어가 멈춰 선다. 반면에 랫킨들이 타고 있는 트럭은 갑자기 막히기 시작한 길 때문에 점점 더 느려 진다. 하은이 오토바이를 몰고 캐리어의 상판을 탄다.
부앙-
시끄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그녀가 탄 바이크가 날아오른다. 한바퀴 회전하는 바이크에서 하은이 뛰어내린다. 낙법으로 멋지게 착지하는 그녀. 그러나 바이크는 봉고차의 뒷좌석에 처박힌다. 봉고차가 균형을 완전히 잃은 채 급하게 커브를 시도하다가 전복되어 굴러간다. 중간에는 방지턱에 걸려 한번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수직으로 도로에 처박힌다. 천만 다행으로 아무도 없는 도로 한복판에 엎어지는 봉고차.
하은이 그 쪽으로 걸어간다. 몇 명의 랫킨이 옆 문을 열고 뛰쳐나온다. 보통의 인간인 테러리스트들은 모조리 기절해 있는 듯 하다.
“네년은…! 역시 죽지 않았구나!”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험악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여기서 작동 시키기만 해도-“
그러나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자기 도로가 갈라진다. 아스팔트가 조각나고, 그 밑의 각종 배관이 부서지며, 그 밑의 단단하게 다져져 있어야할 지반이 움푹 꺼지며 거대한 구멍을 만든다. 랫킨들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들과 트럭이 순식간에 생겨난 동공으로 떨어진다. 그들의 비명은 지면에 닿는 것보다 빠르게 거대한 싱크홀에 삼켜져 버렸다.
하은이 거대한 싱크홀을 내려다본다.
끝까지, 무언가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노하은.”
“아, 소령님. 돌아오셨습니까.”
웨더스가 끄덕인다.
“에이다에게 보고는 들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네가 AP-5 아말감의 지휘관이 되겠군.”
“칭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하은은 그 어떤 현실교란적Deviant인 사항도 보고할 필요가 없었다. 이를테면 싱크홀은 국내의 유명한 모 건물에 의해 우려되고 있던 현상 중 하나가 하필 중형 봉고차가 수직으로 처박는 바람에 발생한 것으로 설명되었다. 마치 꽉 찬 물컵에 물방울을 하나 떨어트린 것처럼.
CCTV를 통한 영상 기록도 모조리 조작되어 있었다. 예를 들어 하은이 그 건물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봉고차에서 하은이 격투 끝에 탈출하는 듯한 모습이 기록되어 있었다. 하은은 그대로 증언만 하면 되었다.
오늘의 진상은, 오직 하은과 도시 깊숙한 곳의 망령들 밖에 알지 못할 것이다.
“난 지상 근무만 끝나면 다시 원래 보직으로 돌아갈거라서. 몸이 근질근질하구만.”
“지상 근무… 말입니까.”
“그래, 그래. 원래는 해군이거든. 자, 이 임무만 끝나면 지상 근무가 끝나니까 말야.”
그가 호쾌하게 말하며 하은에게 문서 하나를 내민다. 작전 계획서다.
“곧 시작될 작전의 계획서다. 우리가 항상 적들이 나타나길 기다렸다가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건 아니지. 가끔은 우리가 먼저 공세에 나설 때도 있으니까. 달달 외워두도록.”
하은이 고개를 끄덕인다.
문서의 제일 앞면에, 큼지막하게 쓰인 제목.
[OPERATION RECONQUIS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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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오버 흉내 좀 내보려고 룰북 읽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으므로 일단 아는 범위에서만 써넣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 당연히 룰북과는 내용면에서 가감이 가해져있습니다.
하은은 아마 짤방처럼 생기지 않았을까?
수면자가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은 자기들끼리 싸워서 자멸한 상황이겠지
아따 글 재밌게 잘쓰네 오늘은 또 두편이나 쓰고
ㄴ ㅎ 사실 용량제한때문에 짤린것입네다..
랫킨들 오묘하네
인간이 자기 운명의 주인이 되고자 할수록 스스로를 예속하게 된다는 생각이 드네요
오라클 보니까 참 기묘해보이네요;;
인간이 아닌거처럼 느껴짐...
그리고 주인공은 앞으로 쭉 오라클 가호를 받는건가요 ㄷㄷ 정령에 대마법사에
ㄴ 긔여운 오라클챠는 곧 하은을 다시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더 맨은 계속 됩니당
근데 오라클은 모두 저렇게 기묘하게 되나요
ㄴ 무어.. 그렇겠지여?
매법사들 감명깊어 하는거 뭉클 - dc App
오라클들 넘나 감동적인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