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그 바닥에서도 보다 진보된 스타일이 적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어릴 적엔 비툴 커뮤를 했고 최근엔 티알을 한다. 양측은 유사하면서도 결정적으로 상이한 부분을 갖고 있는데, 다음이 내가 당시 관찰했던 두 놀이의 성격적 차이다.



의사진행방식


티알피지 : 선언식 의견표현 - 게임판 위에서 즉각적인 선언들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예측불가하게 움직이는 것이 티알피지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이다. 서술 단위 하나까지 조밀하게 조정되고 그게 안되서 30분전으로 롤백을 외치는 등 혼란한 체제지만, 이러한 양식이 커뮤니티와 가장 다르게 티알피지를 입밖에 내는 순간 공공의 놀이가 되는 이유다.


커뮤니티 : 포고 형식의 의견표현 - 비툴 커뮤니티 당시에는 내가 작품을 만들어 제출하는 순간 완성된 형식의 이야기가 공동에 추가됐음. 적어도 핵심 사건 하나를 두고 소설이나 만화 형식으로 제출해야 했는데, 이는 한 장면을 두고 참가자들이 창작을 할때 각각 완성된 작품을 내놓고 누구 하나가 발을 빼든 한쪽 내용이 다른 편에 수용되든 주도권은 한 사람에게 넘어간다는 것을 말함. 티알피지가 협동이라면 커뮤니티는 복속이다. 이게 느그 놀이는 사악하다는 말뜻은 아니다만 소통 방식의 차이가 만드는 한계는 분명히 있다고 본다.


규칙의 성격


티알 : 활발한 규칙 - 규칙 자체에 대한 수요가 있음. 특정한 룰의 방식으로 의사결정하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 될 수 있다. 판정은 나와 너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만 존재하지 않고 그 자체가 이야기의 향방에 지대한 기여를 할 만큼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규칙에 대한 이해와 응용이 특정 룰에서는 더 체계적인 놀이를 위해 추구해야해야 할 학술적인 지식과 비슷하게 취급된다. 적극적으로 재미를 창출한다는 점. 


커뮤니티 : 수동적 규칙 - 분쟁을 막고 공평한 결정을 위한 방식으로 한도를 두고 운용한다. 다수의 사람들을 관리하는 단 몇명의 관리자들 주도로 운용하기 때문에 이것이 폭거로 비칠 수도, 실제로 폭거일수도 있다. 커뮤니티의 판정 규칙, 규범 일체는 다분히 어쩔수 없어서 쓰는 것이다. 규칙 자체가 창출하는 재미는 특별히 발견되지 않았고, 가급적 꺼내지 않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또는 누군가가 독재중인) 양상으로 비춘다.


결과물의 형태


티알 : 최소공배수 - 전개에 따라 팀원들이 합의하고 규칙이 보조하여 그 시점에서 있을 수 있는 가장 타당한 방향으로 나아간다. 의견 수렴이 엇나가지 않은 한 기본적으로 참가자들이 모두 인정한 양상으로 진행하므로 결과물은 참가자들의 성격 범주가 마주치는 접점에서 나온다. 이는 보다 덜 자극적이고 덜 기발하더라도 사회적인 의견교류의 결과물이므로, 나한테 작년에 가진 어느 술자리가 소중하듯이 참가자들에게 각별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어이구 내새끼


커뮤 : 최대공약수 - 주제를 놓고 투고한 이들 중 가장 잘 그리고 재밌는 사람의 의견 아래 모인다. 한 사람이 이틀 사흘 동안 준비한 것과 다른 사람이 30분간 끄적인 것 사이에서 후자가 이길 수 있다. 어차피 커뮤니티 인원이 고정적인 이상 우열 관계는 정해져 있으므로 커뮤니티 기조는 존잘이나 인기 캐릭터들이 구축한 질서 아래 움직인다. 대단히 일방통행적이지만 누군가가 복종하기만 한다면 퀄리티는 높을 수 있다.

(문찐이라 ㅈㅅ 수정합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어디까지 현재 커뮤니티에 맞고 다른지 잘 모르겠다. 아래 있는 글에서 보이듯이 trpg 커뮤니티는 비슷한 시대에 대두됐고 사회 문제가 될뻔한 자캐커뮤와의 유사성을 부정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나도 내 세션에 상시플 묻는게 그지같은데 범죄자를 배출한 놀이랑 엮이면서 ㅂㄷㅂㄷ대는 업계 심리를 모르는 건 아니다. 크로스오버는 늘 비극을 부르는 법이니 부득불 되도 않은 차이점 몇개를 제시해 보는 바임. wod 크로스오버 하지마라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