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나 나나 우리들은 천재가 아니다.

딱히 우리가 똑똑해서 룰북 꿰고 RPG를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보고 이해할 수 있는 게 RPG 룰이라는 거지.


우리들은 시작할 때 초보자 친화형 룰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왔나?

그저 이 놀이문화가 무척 취향에 맞고 열의도 그만큼 있었기 때문에 잘 적응했을 뿐이다.


열의가 있다면 처음부터 겁스를 시작해도 되고, 열의가 없다면 '고기동형 던전월드 경량판'을 갖다줘도 안 돼.


"ㅎㅎ TRPG 좀 해보려고 하는데... 룰북 읽기는 좀 귀찮구요. 제가 학생이라 책 읽을 시간도 없고 ㅎㅎ" 라는 녀석한테는 '쉬운 룰' 갖다줄 생각하지 말고 그냥 버려.

이건 쓸데없는 부심이 아니라 모든 취미에서 마찬가지다.


먹겠다는 걸 옆에서 좀 도와줄 수는 있어도, 떠먹여주기까지 해야 할 정도로 걔네들은 애기가 아니다.


롤은 AD가 어떻고 AP가 어떻고 계수까지 다 꿰고 스킬 발동시간 다 계산하고 궁 각도 재가면서 잘들 하잖아?

롤에 취향이 맞으면 다들 그정도는 한다. 초중딩들도 야스오 잘만 굴리지.

하지만 롤에 취향이 안 맞는 인간한테는 암만 친절하게 알려줘도 캐릭터 연구나 연습을 잘 안 하고 걍 깨작깨작 하다가 관두던가 한다.


RPG도 마찬가지임.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의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는 룰' 따위는 없다.

외국어 문제 정도는 확실히 장벽이 될 수 있겠지만, 요즘은 한글 룰들도 괜찮은거 많잖아.


그냥 취향 정도만 물어봐. 판타지를 좋아하냐? 호러물은 어때?

판타지 좋아한다고 하면 13시대나 댄디 갖다주고, 호러가 취향이라고 하면 CoC 갖다주고, 자신을 학대하는게 취향이라는 변태한테는 겁스 갖다주면 된다.

걔가 RPG에 취향이 맞는 녀석이라면 어느새 나름대로 캐메를 하거나 룰북 정독을 하고 있을 것이고, 취향이 안 맞는 녀석이라면 다시 롤 하러 가겠지 뭐.


'룰북 어려워서 이해가 안돼요' 라는 녀석들한테 더 쉬운 룰 갖다주려고 노력해봤자 소용없음.

걔네는 진짜로 어려워서 이해가 안 된 게 아니라, 그냥 그걸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생각이 없는 것뿐이야. 취향에 안 맞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