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플레이 자체는 평범한 던전까기 플레이였음. 평범한 것치곤 적이 나이트스토커라든가 기스양키라든가 괴상한 것들이 나오긴 했었지만 여하튼.


구성은 나(파이터), 쉼터(건슬링어), 무갤럼1(궁수), 무갤럼2(아케인트릭스터), 무갤럼3(드루이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이게 맞는진 모르겠는데 하여튼 이런 느낌이었던걸로 기억함. 드루이드는 3.5 전통의 변신드루였고.


근데 다 초보라서 5피트스텝 후 이동이 되는 줄 아는 븅신들이었기 때문에 밸런스면에서 문제가 일어난적은 없었던듯.




각설하고, 던전까기를 계속하다보니 골렘이 지키고 있는 방에 어쩌다가 무단침입을 하게 되었음.


당연히 경비골렘이 위잉철컥 하면서 달려왔고 우리는 각자 전투준비를 하면서 긴장에 빠져있었는데


갑자기 골렘이 "와ㅎㅎㅎ만나서반가워옇ㅎㅎㅎㅎㅎ" 하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거임


알고봤더니 자의식이 있는 골렘이었고, 외로운데 아무도 안 찾아와서 심심하던 차에 우리가 나타나니 좋아했던것.


물론 우리는 "마스터가 저 골렘 스펙을 장식으로 준비해뒀을리 없는데...?" 하면서 여전히 긴장을 빨고 있었음.




그러다가 골렘이 갑자기 아케인트릭스터 PC를 지목하더니 "엏ㅎㅎ님 마법사죠?" 함


해당 PC가 고개를 끄덕이자, 골렘은 좋아라하더니 자기가 최근 취미로 마법 연구를 하고있으며


자기 성취가 어떤지 전문가의 평가를 받고싶다고 말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끄적인 노트를 내놓았음.


그리고 그 아케트릭 PC가 주문책을 펼치자 마스터는 다음과 같은 정보를 줌.


"굉장히 형편없고 조잡하며, 마법의 마 자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정보들을 끄적여놨을 뿐입니다. 수학으로 치면 초등학생 사칙연산이네요."


고개를 들어보니 거대 골렘이 존나 기대만발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보고 있음.




이쯤에서 우리는 DM의 노림수를 눈치챘음.


아케트릭이 사실대로 "이건 존나 초보적인건데? 대단할거없다" 라고 하면 골렘이 분노해서 이쪽을 덮치게되는거고


거짓말로 "굉장히 훌륭하네! 정말 잘했어" 라고 말하면 거짓말을 눈치채고 왜 구라를 치냐며 공격해오는 그런 전개가 되는 거임.


물론 허세체크를 굴리게 시킬 수도 있었겠지만, 기계니까 뭔가 거짓말 탐지기 같은 게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아무튼 뭐라고 대답해도 구실을 붙여서 상대가 덮쳐올 게 뻔한 상황이라, 우리는 기대를 버리고 전투준비를 하며 아 시바 저거 어떻게 조지지... 하고 실컷 긴장을 빨고 있었음.


그런데 그때 아케트릭 PC가 책을 딱 덮더니 하는 말.




"좋네. 쉽게 간과하고 넘어가기 쉬운 기초적인 부분들이 잘 정리되어있어."




저 한 마디를 듣고 마스터고 플레이어고 할 것 없이 모두 뒤집어져서 ㅋㅋㅋㅋㅋ만 연발함


당연하지만 골렘은 기뻐했고, 결국 우리는 전투 없이 선물만 잔뜩 받고 그 자리를 이탈함. 그리고 아케트릭 PC는 플 끝난 뒤 그날의 MVP로 선정.


오알에 발담고 3년간 여러 캐릭터를 경험해왔지만 아직까지 저 한마디를 능가하는 RP를 본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