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주군 (The Pit Prince)
주위를 둘러보면, 이제 과거의 귀기 어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괴하기는 여전합니다. 문명 세계라 보기 힘든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지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떤 도시에서 맹수 고기를 썰어다 파는 오거의 상회와, 거기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뒷다리를 통째로 사는 늑대인간을 볼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받아들여야 합니다. 여긴 문명 세계의, 말 그대로의 가장 밑바닥, 나락입니다.
"이봐, 그 앞은 나락이다."
- 블랑카. 활잡이.
대략적 위치
나락 중앙에는 한 때 나락 마귀들이 세웠던 탑이자 성채요, 나락의 천장을 받치는 돌기둥인 마귀뿔이 있습니다. 악귀들을 모두 몰아내고, 나락 주군은 이 곳을 개수해 자신의 궁성으로 삼았지요.
알려진 이야기
나락은 외눈이 된 유린자와 함께 이 세계를 떠나지 않고 아랫세계로 숨어들어간 나락 마귀들이 다스리는 곳이었습니다. 그것만으론 문제가 없었습니다. 유일한 결점은 그 어떤 아랫세계의 주거지보다 지상 문명 세계에 가까웠다는 점이었지요. 나락의 악귀들은 계속해서 지상을 공격해왔습니다. 지상 뿐이었나요? 그보다 아래에 있던 아랫세계의 주거지들도 공격했죠. 결국 사상 최초로 지상의 문명 세상과 아랫세계의 존재들이 협력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들은 나락을 역으로 공격했고, 이 사건을 지옥살이라 부릅니다. 그렇게 나락은 아랫세계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아랫세계의 병력을 이끌던 이는 제왕과 봉신의 계약을 맺고 나락의 영주가 되었고, 이제는 나락 주군이라 불립니다.
나락은 문명 세계에 속하긴 하지만, 또한 동시에 아랫세계에 속합니다. 나락 주군이 나락을 다스리는 방식은 지상의 여느 다른 도시와는 다릅니다. 나락에서 새앙쥐 조합은 뒷골목에 숨지 않고, 공권력과 협력해 허가증을 받지 않은 도둑 따위를 단속합니다. 그림자회는 공공연히 간판을 내어놓고 실험실을 운영하며, 그 앞의 판매대에서 위험 경고 딱지가 붙은 물약을 팝니다. 시장 알림판에는 흡혈귀들이 피를 산다는 벽보가 붙어있으며, 영원신부의 하인들은 종종 보다 깊은 땅 속에서 나락까지 올라와 휴식을 취하고 갑니다. 달빛이 비치지 않는 그림자 속, 굳이 숨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문명 세계의 도시가 바로 나락입니다.
친구와 적
대부분의 문명 세상 영주들은 옛 영웅의 추종자들, 여명대의 병사들, 신비령의 아바타르들과 협력합니다. 하지만 나락 주군은 아닙니다. 나락 주군은 오히려 도시의 운영에 이들과 척을 진 이들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나락 주군 스스로가 질서의 수호자들과 척을 진 것은 아닙니다. 나락 주군은 그 기원부터가 악귀들과 적대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아무리 자신을 뒤따라 오지 않은 잔당들이었다 하여도, 외눈은 이후 다시금 이용할 수 있었을 악귀들을 쫓아낸 것을 고깝게 보고 있습니다.
진정한 위협
지옥살이 이후에도 나락 마귀 몇몇이 나락 내에 잠들어 있다는 소문이 돈 적이 있습니다. 그 소문의 진위는 밝혀지지 않은 채 어느새 사라져버렸지만, 이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언젠가 나락이 지옥불에 휩싸이는 날이 올 지도 모릅니다.
프린스는 대부분 대공으로 번역하는데 굳이 주군으로 한 이유가 있남
그냥 별 큰 이유는 없음/이전에 9시대에서 요정쪽 군주인 Prince를 주군으로 번역했었거든
그 땐 "수많은 요정 진영 군단의 지휘관이 Prince인데 그들 전부가 정말 '대공'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했었어
나락은 왠지 대공이 더 어울리지 않냠? 너무 흔한 맛이 있어서 빼버린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