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오겠다고 다짐했는데 눈팅만 하게 되는군요.
시험 공부도 잘 안되고, 졸업논문은 교수님한테 초고를 보내줬는데 일주일동안 피드백이 안와서 슬프군요.
졸업 할 수 있을지.....
그러니 오랜만에 새벽감성으로 썰이나 풀어볼까 해요.
이건 제가 마스터링한 썰이 아니라 제작년 이맘때쯤에 여기서 유명한 d모 유동님이 돌리신 패스파인더 팀에서 일어났던 일의 썰이에요.
아마 티알갤에서도 몇번 이야기 나왔던걸로 기억하는 로마시대 배경 패스파인더 관련 이야기의 두 번째 세션이죠.
첫 모험이 얼마나 위험천만했는지는 나중에 시간을 내어서 글을 쓰고 싶지만, 지금 당장 내키지는 않으니 대충 요약만 하도록 하는 것으로 할게요.
1레벨 파이터, 위저드, 클레릭으로 구성된 저희 파티는 시청의 요청을 받고 사라진 징수원을 찾아 어떤 마을로 향했어요. 하지만 사실 그 마을은 괴상한 사교를 숭상하고, 스터지를 가축처럼 키우는 사교도들의 마을이었고, 징수원의 행방을 캐던 일행들은 스터지 8마리한테 둘러쌓인채 기습을 당하게 되었어요.
그 결과 파이터의 건강(Con)이 1까지 피를 쪽쪽 빨려 전투를 속행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려서... 일행들은 의뢰도 내팽겨치고 밤중에 사교도들의 마을에서 야반도주했고요.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망치던 도중 식량까지 부족해지자 짐말로 데리고 간 나귀까지 잡아먹는 등 비참하고 구차하게 가까스로 도시까지 살아돌아갈 수 있었어요.
알고보니 마스터가 3레벨용 모듈을 들고 오셨더라고요. 1레벨에 맞춰서 전투 난이도 조정은 해주셨지만....
어쨌든 첫 임무에서 참교육을 당한 파티는 모험가로 먹고 사는게 퍽 쉽지 않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시에서 잡무나 해결하면서 한 달 간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고요.
파이터의 건강도 다 회복이 되고, 위저드와 클레릭도 슬슬 만전의 상태가 되었을 무렵 다시 시에서 사람을 보내 그들을 찾았어요.
갈리아의 지방도시인 '베손티움' 시의 늙은 서기관은 '보에티우스 농장'에 나타난 그리폰으로 인한 피해와, 대략 2주 전에 시에서 그리폰을 퇴치하러 십인대를 보냈다는 사실, 그리고 그들이 시 무기고에서 그리폰을 잡기 위해 '스콜피온 노포'까지 챙겨갔으나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일행들에게 사라진 십인대의 행방에 대해 조사하고, 만약 그들이 죽거나 실종된 상태라면 시의 귀중한 자원인 스콜피온 노포를 회수해 오라는 명을 내렸어요.
그리고 만약 그 야수가 아직 살아서 날뛰고 있다면 그 녀석을 퇴치하라는 의뢰도요.
우리에게 약속한 보수는 원래 금화 200닢이었지만, 파티의 얼굴(Cha 16)이었던 제 클레릭이 날씨도 궂은데다가 십인대를 전멸시켰을지도 모르는 녀석을 겨우 세 명이서 해결하는건 위험부담이 클 것 같다며 우리들의 보수가 적음을 넌지시 피력했고, 따라서 우리들에게 돌아올 보수는 제법 두둑해지게 되었죠.
물론 우리가 살아 돌아왔을 때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회수해야 했던.. 십인대의 스콜피온 노포
보에티우스 농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2~3일 정도 걸리는 짧은 여정이었지만, 겨울철의 갈리아를 여행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기에 일행들은 무사한 여행길을 기원하며..
그리고 지난 여로에서 우리를 위해 희생한 나귀를 기리는 의미에서...... 제 클레릭이 성직을 두고 있는 베스타 신전에 나귀 한마리를 제물로 바치기로 했어요.
정말로 베스타 여신께서 도우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행은 농장으로의 여정 특별한 위험을 겪지도 않았고, 도중에 이민족들에게 습격 당한 마차의 잔해에서 마법 스크롤 한 장과 돈이 될만한 가재도구들을 조금 얻을 수 있었어요. 망자의 물건을 뒤지는 일이기에 마음이 그리 편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산 사람은 또 살아야 하니까요.
농장에 도착한 일행들은 농장의 노예감독관으로부터 농장주가 현재 부재중이며, 우리가 찾던 그 그리폰은 아주 최근까지 농장에 출몰했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어요.
덧붙여서 그 그리폰은 본래 가축만 해치곤 했지만, 얼마 전부터는 사람에게까지 해를 끼치기 시작했다는 정보도 얻을 수 있었죠.
파견된 십인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는데, 며칠 전에 숲으로 들어간 이후부터 그 행방이 묘연해졌다는 것 말고는 아는게 없었어요.
오히려 그들이 농장에 머무는 동안 상당한 골치거리였기 때문에 노예감독관은 그들이 사라졌다는 데에 약간 안도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죠.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리를 스쳤어요. 그리폰이 아직 살아있고, 십인대가 소식이 끊긴 데다가 얼마 전부터 그리폰이 사람까지 습격하기 시작했다니..
게다가 정황상 그리폰이 사람을 습격하기 시작한 시기와 십인대가 숲으로 들어간 시기가 대략 일치했죠.
만약 십인대가 그리폰을 죽이는데 실패했고.. 이 때문에 그리폰이 인간에게 적개심을 품은게 아닐지?
우리는 노예감독관에게 농장의 골치를 해결하는 일이니 몇 명의 노예를 우리에게 보조로 붙여달라는 부탁을 했고, 감독관은 흔쾌히 노예 셋을 우리들에게 딸려 보내줬어요.
만약 십인대가 전멸한 상태라면 스콜피온 노포를 해체해서 들고 숲을 빠져나오는건 상당히 고된 작업이 될테고, 유사시에는 노예를 미끼로 버리고 달아날 수 있을지도 모르죠.
되도록 그런 일은 없었으면 했지만...
십인대가 들어갔다는 숲은 생각보다 깊었어요. 일행들은 십인대가 야영을 했음직한 곳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죠.
숲에는 기괴한 짐승들이 많이 살고 있었어요. 일행들은 거대한 개구리로부터 공격을 당해 클레릭이 익사할뻔 하기도 했고
땅 속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안크헤그의 공격을 받기도 했지만, 누메리아 출신의 흑인 전사 움브라누스는 위기의 순간이 올 때마다 검을 휘둘러 파티원들의 목숨을 구했죠.
우선 야영지를 찾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일행들은 시야가 잘 트인 언덕 위의 고목나무에 그리폰의 둥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둥지를 기어오르자 죽은지 2주는 된 것 같은 커다란 그리폰의 시신이 썩어가고 있었죠. 녀석의 시신에 난 상처는 상당히 예리햇어요. 한 눈에 봐도 죽은지 2주는 된 것 같았죠.
아마도 짐승의 이빨이나 발톱에 당한게 아니라 날붙이, 그러니까 인간의 냉병기에 당한 것이 분명했죠. 보아하니 녀석은 자는 중에 당했는지 반항한 흔적도 없이 바로 숨이 끊어진 모양이에요. 그렇다면 십인대가 임무에 성공한 것일까요? 하지만 그리폰은 분명 며칠 전에도 나타났는데?
그렇다면 이 숲에 살던 그리폰이 한 마리가 아닐 수도 있다는 거겠죠.
이때 파티의 위저드인 다리아가 말하길, '그리폰은 평생 하나의 짝만 가지며, 만약 배우자가 살해당한다면 보통 둥지를 버린다' 는 이야기를 해 줬고, 그제서야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략적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했어요.
즉 죽은 그리폰이 꽤 오랫동안 방치된 것을 보아 최근까지 보에티우스 농장에서 활약한 그리폰은 아마도 배우자가 살해당한 이후 이 둥지를 떠났을 것이 분명하며, 자신의 반려를 죽인 대상에게 복수하기 위해 인간들을 노리게 된 것이었죠.
혹시나 다른 단서가 될 만한 것들이 있는지 둥지를 더 뒤져봤지만 별다른 것은 찾을 수 없었어요. 그리폰의 알에서 나온 듯한 가루들이 좀 있었는데 둥지 근처에는 알은 커녕 알 껍질조차 찾을 수 없었죠.
일행은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어서 십인대의 야영지를 찾아야 했죠. 만약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다면 십인대에게 한 마리 남은 그리폰에 대해 아직 경고를 해 줄 시간이 남아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요. 어쩌면 이미 늦어버렸을지도 모르지만..
수색을 재개하던 일행들의 눈 앞에 멀리 풀숲 사이에서 불빛이 보였고, 일행들은 아직 야영지와 십인대가 건재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그곳으로 접근했어요.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그 불빛은 왠 남루한 차림의 사내가 피운 모닥불이었어요. 불 앞에서 쥐를 구워먹고 있던 사내의 팔꿈치에 찍힌 낙인으로 보아 그는 노예임이 분명했고, 그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낫을 치켜들며 일행들에게 가가이 오지 말라고 위협하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농장에서 데려온 노예들은 그를 잡아서 주인님에게 넘기자고 넌지시 제안을 해 왔어요. 같은 노에라고 해서 딱히 동정심을 느끼거나 하진 않는 모양이었죠. 아니면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그런 건가? 어쨌든 모닥불 앞에서 담소를 기울이며 육포를 함께 뜯을 만한 상황이 아닌건 확실했죠.
저는 노예에게 일단 순순히 무기를 내려놓는게 좋을 것 같다고 설득을 하기 시작했어요. 왜냐하면...
거센 호통과 함께, 무기를 많이 들고 다니는 흑인 전사... 아니 움브라누스가 번개같이 달려들어 녀석의 검을 쳐냈고, 낫은 멋진 호를 그리며 근처의 땅에 쳐박혔어요.
순식간에 목젖을 겨누고 있는 서슬퍼런 장검을 보자 도망노예는 울며 애원하기 시작했어요. '농장으로 다시 돌아가면 자기는 주인님에게 매맞아 죽는다'고요. 제발 살려달라고요.
아무리 그가 딱하다고 한들 노예는 농장의 재산, 도망노예를 순순히 놓아주는건 옳지 못한 행동이에요. 이대로 그를 주인에게 넘기는 것이 오히려 낫겠죠.
하지만 제 클레릭 아엘리우스는 그게 정말 '옳은' 행동인지 자신이 없었어요. 그가 정말로 맞아죽을지 아니면 죽을만큼 맞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노예도 뭔가 살고 싶어서 도망친 거잖아요? 결과적으로는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여튼 그걸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건 왠지 마음에 걸렸어요.
"무슨 소린가? 우린 도망 노예를 잡은게 아니라... 너희 농장에서 그리폰이 채어간 노예를 구출한거다. 그렇지 않나?"
본인도 모르게 클레릭은 도망 노예를 두둔하는 행동을 하고 말았어요. 그러자 다른 노예들은 자기 주인에게 거짓말을 할 생각이냐며 우려를 표했지만 '너희들 주인님도 맞아서 골골대는 노예를 갖기보단 그리폰에게 멀쩡히 살아서 돌아온 노예를 가지는게 더 이득 아닌가?' 라고 되묻자, 반박한 말을 찾지 못한 것인지.. 아니면 같은 처지에 대한 일말의 동정심 때문인지 곧 수긍하기 시작했죠. 도망노예도 움브라누스도 다리아도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긴 했지만 제 방침에 딱히 반박은 하지 않았어요.
아마 그들도 내심 그를 죽게 내버려두는건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라 생각해요.
한밤중이나 되어서야 일행들은 십인대의 야영지를 찾는데 성공했어요.
예상대로... 십인대의 야영지는 처참한 흔적들 뿐이었어요. 음식과 술이 사방에 널부러져 있었고.. 본디 이곳에 머물렀을 십인대는 야영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어요.
보아하니 십인대는 요 앞 봉우리에서 그들이 거둔 '작은 승리'에 도취되어 남아있는 술과 음식들로 잔치를 벌인 모양이에요.
또 한 마리의 그리폰이 숲에 남아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이죠. 죽음은 순식간에 찾아온 모양인지 전투의 흔적은 별로 보이지 않았어요.
야영지를 뒤져보자 그들이 사용했던 물품들과 본래 둥지에서 어미의 품 속에 품어져 있었을 그리폰 알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알 하나는 완전히 곪아서 상했고. 다른 하나는 소란 중 깨져버렸지만. 아직 하나는 멀쩡했죠. 아마도 도시에 가면 높은 값을 쳐 줄 지도...
움브라누스가 야영지의 반대편에서 십인대가 사용하던 노포와 병장기들을 발견했고,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목표 중 절반이 완수되었음을 확인하고 불안한 시선들을 나누었어요. 이제 마지막 남은 목표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죠. '보에티우스 농장의 그리폰 처치'
일행은 모닥불을 켜고, 십인대 야영지를 털어서 나온 나머지 전투식량을 불가에 둘러앉아 나눠 먹었어요. 노예들에게도 아낌 없이 풀었죠.
아낄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어쩌면 이것이 마지막 식사가 될 지도 몰랐거든요.
보에티우스 농장의 재앙(Mala Bestia)
하지만, 십인대와는 달리 우리는 죽음이 언제 찾아오는지도 모르고 죽을 생각은 없었어요.
만약 우리마저도 패하여 십인대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되더라도, 나와 내 동료들은 언제든 그것과 당당히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죠.
아침이 되었고, 사냥의 시간이 왔어요.
우리는 탁 트인 곳에 말을 매어두고. 노포를 풀숲에 숨겨두었다가... 그리폰이 말을 노리고 달려드는 순간 녀석에게 최대의 화력을 집중하기로 했어요.
소문에 의하면 그리폰은 '말 고기'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한다고 했으니 떠올릴 수 있는 수단 중 이게 가장 최선의 방법임이 분명했거든요.
조금 더 숲을 헤멘 끝에 일행들은 그 작전을 실행하기에 딱 좋은 위치를 발견했어요. 하지만 행운에는 항상 불운이 따르는 법...
그곳은 덩치 큰 아울베어의 보금자리이기도 했죠. 녀석은 우리에게 바로 적개심을 드러냈고, 싸움은 피할 수 없었으니. 우리는 녀석에 맞서 우리의 강함과 날카로움을 시험해야만 했어요.
녀석은 만만찮은 상대였어요. 움브라누스는 큰 피해를 입었고, 저 또한 그랬죠. 베스타 여신의 권능으로 상처를 계속 회복하지 않았더라면 죽었을지도 몰라요. 아니, 확실히 죽었을 것에요. 다리아가 본래 그리폰전을 위해 비장의 수단으로 준비해두었던 '거대화Enlarge' 주문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울베어는 파티를 완전히 수세로 몰아넣고 있었어요.
절체절명의 순간, 노예 하나가 갑자기 아울베어에게 달려들었어요. 그는 전날 밤 우리가 생포했던 바로 그 도망노예였어요.
본디 힘과 경험으로는 하나가 아니라 열 명이 몰려왔어도 아울베어를 상대로 현격히 모자랐을 허약한 노예였지만, 그런 노예의 용맹함에 아울베어는 잠시나마 주춤거리며(실제로 Str10짜리 노예가 Str21짜리 아울베어를 상대로 그래플 체크에서 승리했음) 방어에 전념했고, 그 무모한 행동 덕분에 저와 움브라누스가 자세를 회복하고 반격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분에 넘치는 용감함의 대가는 언제나 그렇듯이 죽음이었어요. 잠시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아울베어에게는 성가신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그 노예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발톱 아래에 목숨을 잃었죠. 그리고 곧 그 아울베어도 움브라누스의 검 아래에 숨을 거두었고요.
자유를 위해 자신의 삶으로부터 도망쳤던 이름모를 그 노예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를 위해 그 삶을 버리고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되었어요.
슬프게도. 이제 우리가 상대해야 할 그리폰은 십인대 외에도 노예 한명의 목숨만큼 그 가치가 더 오른 셈이죠.
더 이상 물러날 곳도 망설일 시간도 없이... 우리는 그리폰을 유인하기 위해 꽤나 충실한 길벗이었던 우리의 짐말을 매질하기 시작했어요.
그리폰은 말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지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모습을 드러냈어요.
그건 우리가 당초에 예상한 시간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변수를 하나 맞이해야만 했어요.
처음에 보았을 때는 풀 숲에 숨긴 스콜피온 노포가 절대로 들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지만, 오후가 되어 태양이 그 위치를 서쪽으로 옮기기 시작하자.
우리가 보기에도 확연히. 노포는 햇볕을 반사하기 시작했죠. 그리폰에게 말고기 만큼이나 관심을 끄는게 있다면 바로 반짝이는 물건일 것에요.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리폰은 말보다 노포를 더 먼저 발견했고. 곧장 우리를 향해 선회하여 내려오기 시작했죠.
노포가 사격할 시간도 벌지 못한 채 녀석이 우리에게 접근해버리면 우리 또한 십인대와 같은 운명을 걷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었죠.
이때 움브라누스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투창을 들고 비탈 아래로 내려가 그리폰을 유인하기 시작했어요. 투창이 닿을 만한 거리는 아니었지만 자신에게 당면한 위협에 적개심을 느낀 그리폰은 목표를 바꿔 자신에게 창끝을 겨누며 달려든 겁도 없는 전사를 향해 쇄도했죠.
그리폰의 발톱이 섬광처럼 움브라누스를 유린했고. 움브라누스는 몸을 웅크리며 공격을 버텨냈어요.
발톱에 의한 피해는 한 눈에 보기에도 정말 끔찍해 보였지만, 움브라누스는 그 짧은 순간에 필룸을 던져 그리폰에게 적중시키기까지 했죠.
그리고 그 때, 다리아가 '진실한 타격True Strike' 주문을 걸고 발사한 노포가 그리폰에게 적중했어요.
사슬이 달린 탄환이었기 때문에 그리폰은 한 눈에 봐도 움직임에 제약이 심해 보였죠. 새된 비명을 내지르며 그리폰은 방향을 바꿔 움브라누스에서 노포 쪽으로 향했어요.
다음 탄환이 명중되기 전까지 나 혼자서 시간을 벌 수 있을까? 제 클레릭은 잠시 만감이 교차했지만, 고민하든 말든 어쨌든 답은 한 가지.
결국 승리는 피와 땀, 그리고 우리가 손에 쥔 것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니!
베스타의 클레릭 아엘리우스는 신의 가호를 읊조리며 무기를 뽑아들었고, 거의 그와 동시에 그리폰은 발톱과 부리를 앞세워 태산과 같은 기세로 격돌했어요.
파이터도 아니고 고작해야 클레릭, 그것도 변변한 보조마법도 걸지 못한 2레벨 클레릭이었기에 너무나도 어설픈 창질은 그리폰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줄 수 없었어요.
하지만 그래도 한 턴 정도의 시간은 벌 수 있었고, 그 한 턴 동안 유의미한 일들이 일어났어요.
이어 움브라누스도 비탈을 기어올라와 유성과도 같은 검광을 흩뿌리며 전투에 다시 합류했고, 다리아는 노예들이 가까스로 장전한 발리스타 탄환을 한번 더 발사해 그리폰에게 명중시킨 뒤, 버려진 수레에서 얻어낸 '이글거리는 광선Scorching Ray' 스크롤까지 사용해 그리폰의 깃털과 살점을 불태우는 활약을 했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폰은 다리가 넷에 날개까지 두개나 달려서 그런지. 덩치에 걸맞지 않게 정말 빠르고 맹렬하게 싸웠어요.
제가 보기엔 우리의 기세도 그에 뒤지지 않았던 것 같지만. 곧 움브라누스가 먼저 녀석의 발톱 아래에 무수한 상처를 입고 쓰러졌고. 어찌할 틈도 없이 저 또한 녀석의 부리에 맞아 땅 위에 볼품없이 나가떨어졌어요. 고개를 들어 다리아가 있는 쪽을 바라보니.... 이미 노예들은 모두 달아나고 있었고(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당연한 선택을 했을 뿐이지만) 다리아는 필사의 각오를 다지는듯이 눈을 감으며 마지막 남은 주문을 영창하고 있었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반쯤은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만약 거대화 주문이 지금 이 순간에 있었다면 우리는 녀석을 이길 수 있었을까?'
글쎄요, 우리는 매 순간순간에 선택을 해야만 하죠. 삶은 결국 선택의 연속이고. 앞으로 할 선택이라면 몰라도.. 지나간 선택은 어찌되었건 우리를 배신하지 못하거든요.
이미 지나간 과거가 어떻게 배신을 해요? 그러니 그녀는 지금까지 충분히 자기 몫을 다 했을 뿐 여기에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겠죠.
자 이어서 클레릭의 턴이 왔어요. 마지막 남은 행동은 아마도 단 한 차례에요, 이번 턴이 지나면 그리폰의 발톱은 클레릭을 산산조각 낼 테니까요.
하지만 그리폰도 우리와의 전투로 이미 소모가 심한 상태. 클레릭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창을 들어올려 그리폰을 조준했어요.
지금 이 창을 던져서 명중시킨다면 그리폰의 숨통을 끊을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하면서요.
만약 이 창이 빗나간다면 아마도 파티는 전멸할 거에요. 만약 명중한다고 해도 그리폰을 쓰러트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고요.
고민을 마친 그는 이내 그것을 내리고는 그리폰의 발톱 아래에 쓰러져 있는 파이터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쓰러져 죽어가는 움브라누스를 향해 마지막 남은 주문 슬롯을 사용해 치료 주문을 시전했죠.
클레릭을 노리고 휘둘러진 그리폰의 기회공격은 아슬아슬하게 종이 한 장 차이로 비켜 지나갔어요.
이걸로 제 선택은 끝났고, 그리고 이제는 죽음의 문턱 직전에서 막 일어난 파이터의 턴.
그리폰의 발톱 아래 짓눌려있던 파이터가 괴성을 지르며 자신의 롱소드를 그리폰에게 내질렀어요. 파이터의 주사위는 19, 롱소드의 크리티컬 범위였죠.
그의 그림자(Umbra) 같은 일격은 그대로 녀석의 목과 날개죽지 사이를, 심장과 가까운 그 곳을 관통했어요.
끔찍한 짐승은 그 공격을 견뎌내지 못했고, 그대로 움브라누스의 일격에 경련하더니 이내 마지막 숨을 내쉬고 말았죠.
그리폰을 덮친 흑형의 일격.
베손티움 시로 돌아오는 길은 짧았어요. 우리가 농장으로 돌아오는 길에 발견했던 수레와 가재도구들은 알고보니 농장주인 보에티우스의 것이었어요.
추가적인 지원을 시에 요청하고 가려다 그만 도적떼를 만나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던 거죠.
우리들을 인솔했던 노예들은 무사히 주인을 찾아 돌아갔지만, 그 주인은 영영 돌아오지 못하게 되었어요.
한동안 그 농장은 상속에 관련된 문제 때문에 시끄러워질 것이라고 했죠.
우리가 잡은 그리폰이 예상보다 많이 크고 흉폭한 녀석이었는지. 녀석의 시체를 끌고 와서 만든 박제는 한동안 도시의 주점에서 손님들을 떠들썩하게 했고.
그 녀석을 마침내 베손티움 시청에 기부하였을 결정했을때. 시장님께서도 '보에티우스 농장의 재앙'과 그 일화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으셨는지 일행들을 공적인 자리에 초대해 별도의 포상금과 함께 큰 치하의 말씀을 건네주기도 했죠. 일행들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죠.
어쨌든 파티원들의 부상을 회복하고, 죽음의 위기로부터 구할 수 있는건 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니까 말이죠.
그리고 거대 개구리(CR 1) 세 마리, 안크해그(CR 3), 아울베어(CR 4), 어드밴스드 그리폰(CR 5)을 한 세션만에 모두 처치한 우리 파티(레벨 2)는...
..........렙업을 했습니다.
-끝-
반쯤 잠에 취해서 썼더니 글이 뭔가 맘에 안드는군요. 비문이나 오탈자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고치고 이만 자러 갈래요.
후후 수정하지 못하도록 추천을 박아버리겠어
PC 셋이서 포릴 악당 3인방처럼 됐으면 좋겠당 넘나 재밌음 이런글
악캐는 아니지만..
첫 이야기는 레이븐무어네.
2레벨 오를 경험치인데 말이죠
네크/ 히익.. 자고 일어났더니.. 추천이.. 무서운 추천이... 하지만 수정 완료!
49.143/ 네 맞아요. Feast of Ravenmoor 던가 하는 모듈이었을 거에요. 스터지의 공포!
223.38/ 처음 몇 세션까지는 파일럿 테스트라서 경험치 계산 같은거 안하고 바로바로 레벨업을 했던 것 같아요.
216.57/ 하지만 이후 시나리오에서 졸라 짱센 혼돈-악 바바리안 PC를 파티에 영입하게 되면서 아슬아슬한 트로이카 체제는 끝나게 됩니다. 그리고 점점 파티에게 어둡고 음습하고 축축한 악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데...
쪼랩 파티들이니까 별 다른 능력 없이 심심한 몬스터들이 엄청난 위협이 되는구나.
셸먼/ 아무래도 2레벨이면 평타 크리한방에 뻗을 위험성이 있는지라....제 기억상으로 그리폰은 코어 데이터에 마스터가 수정을 기울인 녀석이라 막 파워다이브도 쓰고 그랬던것 같아요. 무시무시했음. 막 다크소울 하는 기분
잘 읽었어요 음유시인! 당신의 필력...아니 입담에 건배!
근데 로그보면서 쓰는건가... 그냥 기억나는대로 썼다면 저걸 다 기억하는게 신기하당
음유시인의 아름다운 말솜씨덕에 재밋게 보고갑니다
디시버 아재 플인가.. - dc App
어, 위쳐? - dc App
위쳐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