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심심하다보면 뭐든 하게 되어있음.


스트리트 파이터2가 오락실 최신 게임이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형님은 오락실 가는 것 보다 집에 있던 286 컴퓨터 만지고 노는 걸 즐겨했음.


근데 우리집 컴퓨터에는 당시까지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KOEI 사의 삼국지 2가 없었던 거야.


형님은 삼국지 2를 하고싶어서 백방으로 돌아다녔지만, 정품은 꼬꼬마인 형님에게는 너무 비쌌고, 형 친구들 중에 컴터 있는 집이 없어서 구할 방법이 없었어. 


그 때 형은 컴퓨터 잡지를 구독하고 즐겨봤는데 그 잡지 부록 중에 독자가 투고한 베이직 코드가 있었음.


그런데 어떤 미친 컴덕 아조씨가 <삼국지2>를 베이직으로 코딩했다는거야.


우리 형님 신이 나서 부록에 나온 대로 열심히 코딩을 했는데 당연히 개 씹 구라였지.


중국대륙 지도가 나와야 할 자리에 "지도가 너무 멋있어서 표현할 방븝이 없네" 대충 이런 멘트가 출력되었는데 지금 생각해도 병맛 오졌음.


게다가 코드에 뭔가 오류가 있었는지 형님이 뭘 잘못 입력했는지 버그 투성이라 결국 빡쳐서 집어 치웠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형님은... 갑자기 흑화하더니 삼국지 2를 공책에 만들어서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자작 보드게임 같은 거였지.


나도 형님이 끼워줘서 몇판 해보긴 했는데, 도대체 무슨 구조로 돌아가는 게임이었는지 알 수가 없었어. 지금도 마찬가지고.


그때는 형님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옛날에 평범해 보이긴 하지만 약간 범상찮은 사람들 소개하는 테레비 프로가 있었거든.


그 프로에 형이랑 똑같은 짓을 한 사람을 보고 생각을 고쳐 먹었어.


나잇살 처먹은 아조씨들이었는데 집 컴퓨터에 깔린 삼국지 2를 밖에 나와서도 하고싶어서 그딴 짓을 했다고 하더라.


첫줄에 쓰긴 했지만 사람은 심심하면 뭐든 하게 되어있음.


그게 인터넷에 올라와서 간혹 흑역사로 남게 되는 거긴 하지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