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이야기 해보자. 페이트에는 D&D 같은 combat encounter가 없다.
페이트에서 제공하는 것들은 전투가 아닌 난관, 경쟁, 대결이다. 그 중에서 대결이 전투와 가장 흡사하니 D&D의 전투와 페이트의 대결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면...
D&D는 각 캐릭터간의 역할 분배가 잘 되어있다. 탱, 딜, 힐이 각자의 할 일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능력을 사용하여 강한 적을 쓰러뜨리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사제에게 날아가는 화살을 전사가 몸으로 막아주고 바바리안이 돌진해서 휩쓸어버리는 와중에 레인저는 엄호 사격을 해주는 장면을 연출 할 수 있다.
페이트의 대결은 이야기의 연장이다. 주먹질을 하다가도 주변에 불을 지를수도 있고,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하자고 상대방을 설득할수도 있다.(D&D에서 전투중에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자고 한다면 그것 또한 부적절한 플레이일 것이다.) 페이트의 대결은 물리적인 충돌 뿐 아니라 용의자와 수사관들의 심문장면이나 서로의 시스템을 해킹하려는 프로그래머들의 해킹 장면을 다룰수도 있다. 룰이 간단해서 다른 유형의 장면에 적용하기도 좋고 진행자가 즉흥적으로 새로운 요소를 넣기도 쉽다.
세상 만사가 그렇듯 RPG 룰도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을수는 없다. 누군가는 D&D의 치밀함이 좋을것이고 누군가는 페이트의 자유로움이 좋을수도 있다.
다만 페이트를 하면서 D&D같은 전략성이 부족하다고 하는건 짜장면을 먹어놓고 왜 짬뽕처럼 얼큰하지 않냐고 하는 것과 같다.
또한 페이트에 전투가 없다는것은 페이트를 진행하는 진행자가 가장 확실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페이트에서 대결이 재미있으려면 전략적인 치밀함이 아닌 다른 요소들을 강조해야 한다.
'전투'의 용어정립부터 필요한 상황이겠군요. 'D&D식 전투'라면 당연히 없죠. 하지만 사전적 의미의 전투라면 당연히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거여요.
용어의 혼동이 아니라 페이트의 지향점과 D&D의 지향점이 혼동되는 상황 아닌지.
전투(戰鬪)[전ː-] 「명사」 「1」두 편의 군대가 조직적으로 무장하여 싸움. ≒투전03. 「2」『북한어』무엇을 쟁취하거나 발전시키기 위한 격렬한 활동.
라는 의미에서요. '조직적'이란 말을 시스템적으로 조직적으로 볼 것인지 이야기적으로 조직적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다르지만, 페이트에서도 군대끼리의 전투는 당연히 벌어지는 것 아니겠어요...?
물론 룰북에는 '전투'라는 말 대신 '대결'이란 말을 쓰고 있긴 하여요.
'용어의 혼동이 아니라 페이트의 지향점과 D&D의 지향점이 혼동되는 상황 아닌지' 란 말을 반복할 수밖에 없음.
알피지에서 준비~ 땅~ 하고 전용룰로 싸우는건 원래 그런건지 게임 영향인지.
페이트에서 주먹다짐이나 군인간의 전쟁이 안 된다는 말은 한 적이 없음. 본문에 주먹질 하다가 불 지른다는 예시도 있는데.
페이트는 전투와 비전투(혹은 대결과 비대결)의 경계가 희미 함. 우선권도 안 굴리잖아.
그래요. 본문 말 저도 다 찬성하는 거여요. 단지, 제목에 적힌 '전투가 없다'의 전투란 사전적인 의미의 전투가 아니라 D&D식 전투라는 사실을 언급해 보았던 거여요.
그리고 페이트 코어는 기억이 흐릿한데, 최소한 기동형 페이트에선 전투 우선권을 굴리는 거여요. 물리적 전투라면 날쌔게를 굴려서 서로 판정해보고 정신적 전투라면 세심하게를 서로 굴려서 비교하는 거여요.
어느 한쪽이 물러나는 시점에서 전투 패배자에게 운명점을 주는 시스템을 봤을 때, 전투턴과 비전투턴의 경계가 매우 희미하긴 하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요. 첨언하지만 저는 페이트 전투(혹은 대결)이 D&D 보다 우월하다, 못하다를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닌 거여요. 저도 짬뽕 짜장 비유 다 동의하는 거여요.
Combat encounter 라는 단어를 이미 본문에서 언급했다고 생각하지만
음... 다시 생각해 보니 이미 본문에 일반적인 전투란 말이 아니라 D&D식의 그것이라 하셨는데 괜히 제가 사족을 덧댄 꼴이네요. '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