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물건은 턀갤럼들이 그토록 리뷰를 기대하시던 피터슨 할배의 흉물들(Petersen's Abominations) 되겠다.

솔직히 말해서 트위터의 수많은 플레이어들 중 누군가가 읽고 한국어로 소감을 쓰지 않을까 기대했다만 역시 그런 건 없었음.

현대 배경 시나리오집으로, 샌디 피터슨 옹이 직접 쓴 시나리오들만 모은 물건이라고 함. 저 할배가 누구냐고? CoC의 원작자.


호텔 지옥(Hotel Hell)

캐나다 서부의 산골짜기에 있는 호텔을 배경으로 막 지옥의 망자들이 튀어나와서 돌아다니면서 깽판을 놓고 그러는 시나리오.

의외로 카오시움 신화(카오시움이 나름대로 정리+해석한 상태의 크툴루 신화)에서 아주 중요한 내용이 나왔다.


샌디 피터슨 옹의 카오시움 신화 내에서는 우리가 아는 '지옥'은 뭐라고 부르든 간에 사실 괴상한 이차원을 말하는 거라고 함.

그리고 불의 고리(Ring of Fire) 일대에는 일곱 개의 지옥 문(Gate of Hell)이 있는데 이게 다 열리면 지각 변동이 일어나서

르'뤼에가 부상하고 크툴루가 나와서.... 그 다음엔 어찌 될지 잘 알겠지? 1925년에 크툴루가 증기선에 배빵당하고 돌아간 건

이 지옥문 쪽에 문제가 생겨서.... 일이 꼬였다는 떡밥도 좀 흘렸음.


난파선(The Derelict)

리뷰 안 함. 이유는 다들 알겠지?


만병통치약(Panacea)

웬 장애인 겸 당뇨병 환자가 자이메드바이오 사의 자일락티스(Zylactis)라는 우유 비슷한 물질 실험에 참여한 후에 갑자기

자기가 당뇨병과 장애를 극복했다고 친구들을 모아서 파티를 하는 시나리오. 참고로 이 장애인의 장애는 저 당뇨병 때문에

양 발을 절단한 거... 그런 걸 극복했다니 뭔가 정상이 아니라는 건 바로 감이 올 듯.


사실 자이메드바이오 사는 슈브-니구라스의 젖(Milk of Shub-Niggurath)으로 알려진 우유 비슷한 물질을 일단 가공한 다음

약품으로 상용화하고자 하는 정신 나간 교단임. 델타-그린의 쵸-쵸 놈들은 이걸 농작물 비료로 썼지만 적어도 멀쩡한 사람에게

먹이진 않았는데.... 카오시움 신화의 쵸-쵸들은 인체에 직접 투여해 버림. 이게 효능은 쩔어서 웬만한 건 낫는 대신 부작용이

심각해서 멀쩡한 사람을 사티로스(일종의 반인 반수)로 변화시킴. 확실히 델타-그린 세계관 쵸-쵸들이 좀 더 예의 바른 듯.


모홀(Mohole)

모홀은 쉽게 말해서 지구 내부를 조사하려던 미국놈들의 계획 이름이고, 여기서 탐사자들은 지하 깊은 곳 어딘가에 있다는

에너지원이 될 만한 가스를 찾아 지하를 파 보는 작업을 하는 팀의 직원이 되어 해상 플랫폼에서 일함. 그런데 땅 속에서 

석유는 아닌 녹색 점액이 나왔음.... 그러니까, 이게 그 7광구라는 건가? 


어...음... 그러니까 이 플랫폼의 드릴은 은'카이(N'kai)로 통하는 구멍을 뚫음. 거기서 우리가 아는 그 시커먼 애도 나오고,

여기에서 등장하는 녹색 점액에 직접 피부가 닿게 되면 점액인간이라고 불러야 할 생김새의 시초의 존재(Primodial)라는

신규 신화생물이 되서 사람을 공격함. 그래서 차토구아의 영향을 받는 미친 놈들 + 검은 애 + 점액인간들로부터 탈출해서

구명 보트로 저 멀리 도망가거나 아니면 일단 드릴을 정지시키고 구조대가 올 때까지 버텨야 함.


수화기에서 들려온 소리(Voice over the Phone)

이번에는 폭력 조직원 / 경찰이 되는 시나리오. 형제가 나오는데, 형은 그냥 폭력 조직에 들어갔지만 동생은 똑똑한 편이라

어쩌다보니 코친 S. 버그발터(Cochin S. Waghalter)라는 사람에게서 장학금을 받아서 의사가 되서 돌아옴. 그런데 형이

보스가 맘에 안 들어서 독립을 선언했다가 칼침을 맞고 죽었음. 그리고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도 형네 조직이 일방적으로

전략적 우위를 점해 남들을 털기 시작하고, 상대 측 탐사자들한테도 그 '형'의 별명을 쓰는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오고 그럼. 


눈치챘는가? Cochin S. Waghalter씨는 사실 The Crawling Chaos의 애너그램이다. 니알랏토텝은 심심했는지 이번에

웬 소년에게 장학금을 줘서 고 허버트 웨스트 박사의 위대한 연구를 재현하도록 지원함. 그러고는 동생이 죽어버린 형을

소생시켜놓으니까 소생한 애가 썰을 풀게 함. 문제는 그게 예언급이라 상대 조직 / 경찰이 털리는 거... 거기다가 조직에

'신참'이랍시고 우리 친구 샘블러도 하나 데려다놓고 뭐 그런다. 이게 그 애들 싸움에 어른이 낀다는 그거 맞지?


총평

오늘도 카오시움 신화의 세계관을 조금 더 체계적으로 정립해서 이해할 기회가 나왔었던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뭐랄까.... 역시 카오시움에서 나오는 CoC 현대 배경 시나리오는 아쉽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게 만드는 물건이었음.

카오시움이 '배경 시대를 바꿔도 별 문제는 없음'을 표방하는 시나리오들을 많이 냈고 그 여파로 현대물도 덜 현대스러워지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게 문제라고 보는데.... 대표적인 예로는 역시 하이-테크의 활용을 들 수 있을 듯.


여기서 나오는 첨단 기술이란 것은 서박사님 연구 복원이나 이상한 거 사람에게 먹이기 수준인데, 옆 동네 델타-그린 놈들은

현실 그 자체에 대한 물리학 이론을 소재로 갖고 놀고 그러는 중임. 그러면 카오시움 쪽은 대체 어디가 '현대스럽다'는 거야?

적어도 영혼을 데이터화해서 집어넣는 넷-레이스 같은 거라도 다시 꺼내오길 기대했는데 그런 것도 없음. 근데 돌리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 걸 보면 확실히 피터슨 옹 내공이 건재하긴 한 듯. 


3줄 요약

크툴루의 부름 제작자가 직접 낸 시나리오집.

하나는 전에 초여명을 통해 국내에 배포됐음.

카오시움 CoC 현대물은 역시 나와 안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