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 i 링크




“쐐애액-“


에테라이트제 소닉 이미터에서 발사된 압축 공기의 칼날이 세 사람 옆을 가른다. 바닥이 갈라지고 파편들이 튀어 워커 박사의 다리를 스친다. 코너 뒤에 숨어있는 세 사람을 직접 맞출 만한 위력은 없지만 위협용으로는 충분하다. 물론 맨몸의 사람이 맞았다가는 그 부분이 깔끔하게 절단될 것이다.


“괜찮습니까?”


“그… 그냥 스친...”


그러나 그녀는 분명히 반정도 패닉 상태에 빠져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몰레티가 주위를 살펴본다. 그들은 통로에서 더 이상 전진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 건물은 중앙이 뻥 뚫려 있고, 그 중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론 엘리베이터는 멈춰 있는 상태다. 하은이라면 1층까지 그대로 낙하해도 별 문제가 없겠지만 몰레티와 워커 박사는 전혀 그럴 수가 없다. 


“몰레티 씨.”


하은이 그를 부르며 코너 건너편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에테라이트들의 히트마크라고 할 수 있는 전투용 안드로이드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몰레티가 묠니르 권총의 스마트 탄을 쏴 보지만 어림 없다는 듯이 튕겨 나간다. 


“사격 중지!”


에테라이트들의 지휘자처럼 보이는 남자가 외친다. 불평 불만이 들리지만 이내 사격이 -사실 그 중에 “총알”을 발사하는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멈춘다. 이내 복도로 누군가 걸어 나와 안드로이드 옆에 선다. 그는 굉장히 컬러풀한 정장을 입고 있었다. 검은색의 수트를 입고 인종마저 알 수 없을 듯한 NWO의 블랙 수트는 정 반대로 분홍색과 연두색의 패턴으로 장식된 수트와 초록색의 셔츠, 그리고 황금색의 넥타이를 입은 흑인이었다. 그가 안경을 까딱거리며 위협적으로 황금색의 권총을 휘두른다. 에테라이트의 스파이, 로비스트, 정치-과학자들인 섀도우 미니스트리의 일원임이 분명했다.


“자, 신사 숙녀 여러분. 보시다시피 여러분들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겁니다. 최소한 살아서는요.”


그가 유쾌한 말투로 말한다.


“하지만! 저희는 오늘 매우 관대합니다. 워커 박사님을 저희에게 보내주시면 거기 계신 두 분은 안전하게 보내 드리겠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워커 박사님이 저희와 맞지 않는다고 스스로 생각하시면 이야기 이후에 보내 드리도록 하죠.”


워커 박사가 불안한 눈빛으로 몰레티를 쳐다본다. 


몰레티가 두 선택을 비교한다. 저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에 워커 박사를 보내주면 섀도우 미니스트리의 심리학적 테크닉을 고려해 봤을 때 그녀는 80% 정도의 확률로 저들에게 포섭될 것이다. 나머지 20% 정도의 확률로 세 사람이 멀쩡히 살아나올 뿐만 아니라 워커 박사도 돌아오겠지. 


반면 강행 돌파하면, 세 사람 다 살아남을 확률은… 5%나 될까. 하은과 워커 박사의 생존률은 높다. 문제는 자신의 생존률이다.


그 생각에 도달하자 마자, 헬기의 바람으로 인해 추락할 뻔 했던 순간이 생각난다. 이런 상황에 처하자 오히려 그의 정신이 맑아지고, 그때처럼 미소가 지어진다.


“도로시. 안드로이드를 부탁합니다.”


“무슨 계획이죠?”


몰레티가 대답하지 않고 워커 박사를 데리고 복도로 나선다. 섀도무 미니스트리의 요원과 그가 대치한다.


“아, 현명하시군요. 신디케이트 분들은 실용적이기로 유명하시죠.”


“그녀의 안전은 보장되어 있겠지?”


“그렇다마다요.”


그가 손을 휘두르자 안드로이드가 물러선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희도 워커 박사님을 멀쩡하게 살려 둔 채로 두 분만 제거할 자신은 없어서요.”


당연하다. 에테라이트들의 무기들은 신경 다발 하나만 끊어낼 수 있을 정도로 너무 정교하거나 아예 방 하나를 날려버릴 정도로 너무 범위가 넓은 것이 대다수니까. 


“좋아. 그럼 워커 박사님을 그쪽으로 보내지.”


그의 말과 함께 워커 박사가 몰레티를 놀란 표정으로 돌아본다.


“좋은 선택입니다. 그럼-“


그러나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몰레티가 품에서 무엇인가 꺼내 든다. 권총 모양의 물건. 동시에 에테라이트 중 한명이 반사적으로 무기를 발사한다. 초록색의 구체가 그들이 있던 장소를 강타하자 섬광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며 연기가 피어 오른다. 그러나 몰레티가 조금 더 빨랐다. 그가 발사한 그래플링 훅이 철제 구조물에 걸려있었다. 워커 박사를 안은 몰레티가 마치 곡예를 하듯 허공에서 곡선을 그리며 다른 쪽 복도 난간을 넘어 아슬아슬하게 착지한다. 


“에에이! 쫓아라!”


그 말과 함께 안드로이드가 그들을 쫓아 공중으로 뛰어오르려 한다. 그 어깨에는 이미 다연장 데스레이 발사기와 슈퍼-스마트 미사일 런처가 전개되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뛰어오르기도 전에 공중에서 하은이 어깨 위로 도약하며 데스레이 발사기를 뜯어낸다. 안드로이드가 하은을 붙잡아 바닥으로 내팽겨치지만 그녀는 완벽한 균형으로 착지한다. 그녀의 손등에서 와이어가 발사되며 안드로이드의 눈 주위를 감는다. 형상기억합금의 칼날이 안드로이드의 센서를 파괴한다. 안드로이드가 두 주먹을 내려치지만 하은이 팔을 교차 시켜 막아낸다. 그녀의 발 밑에서 바닥이 박살 난다. 2m는 훌쩍 넘어가는 거구의 안드로이드와, 그 반 밖에 안되는 덩치의 하은이 싸우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비현실적이었다.


“에이! 이쪽은 신경 쓰지마! 워커 박사다!”


미니스트리 에테라이트의 외침과 함께 그들이 워커 박사와 몰레티를 쫓는다.




“에이다. 클론을 투입해주세요.”


보안 시스템으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그레인저가 명령한다. 에이다가 즉시 그녀의 직접 통제 하에 있는 블랙 수트 클론들을 투입 시킨다. 10개로 확장된 에이다의 정신에 건물 안으로 일사불란하게 돌입하는 클론들의 시야가 투영된다. 




“후. 일단은 됐습니다.”


“하.. 하지만…”


워커 박사가 당황해서는 말한다. 그들은 반대편 복도로 도망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막다른 복도에 막혀 있었다. 그러나 몰레티는 침착한 얼굴로 속에서 출입 카드 같은 것을 꺼내 들며 벽을 살핀다.


“여기 어디였는데…”


그가 벽 여기저기를 만져보다가,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출입카드를 아무것도 없는 곳에 가져다 댄다. 갑자기 삑, 하는 소리가 나며 복도 한쪽의 벽이 열린다. 그 안에는 수십년간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듯한 낡은 통로가 있었다.


“이…이게 뭐죠?”


워커 박사가 당황해서 말한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 연구소는 제 돈으로 지었다고. 설계도 여기저기 손 봐둔 데가 있죠.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자산에 보험 하나 들어 놓지 않아서야 비즈니스 맨이라고 할 수 없죠.”


그가 미소 지으며 워커 박사를 안으로 들여보낸다.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이 복도를 따라가시다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건물 뒤쪽의 마당으로 나갈 수 있을 겁니다. 아무것도 없고 나무와 풀 밖에 없는 곳이니 옷이 더러워지는 것은 좀 참으셔야 하겠군요.”


당황하는 워커 박사가 그 안으로 들어간다.


“안심하십시오. 그쪽으로 나오면 이미 저희 측 사람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알겠어요. 몰레티 씨는 가지 않나요?”


“오, 글쎄요. 저는 스릴을 좋아해서요. 숨겨진 통로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그럼.”


그가 가볍게 말하며 워커 박사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통로를 닫는다. 물론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는 이제 워커 박사가 건물을 빠져나갈 때 까지 시간을 끌어야 할 판이었다. 저들이 보유하고 있는 온갖 현실교란적 탐지 장치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들이 비밀통로를 발견할 확률은 아주 높았다.


“자, 그럼 가볼까.”




“콰직!”


하은이 사이보그의 목 내부의 회로를 뜯어 내버린다. 사이보그가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진다. 사이보그와 근접전을 벌인 만큼 그녀의 옷 여기저기가 엉망이고 의체에 대한 손상도 상당하다. 그들의 전투로 인해 바닥에는 밑 층으로 이어지는 큼지막한 구멍들이 2개 층에 걸쳐 뚫려 있었다. 그녀가 내부 시스템을 조정해 주동력계를 재설정 하고 자세제어 리소스를 다시 분배해 의체의 전투 능력을 최적화 한다. 그녀의 HUD가 전투 능력이 65%로 감소했음을 알린다. 하은이 폭발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분명 아까 몰레티와 워커 박사가 도망친 쪽이다. 그녀가 그쪽으로 뛰어가기 시작한다.




쐐애액-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압축된 소리의 칼날이 몰레티의 어깨 위를 스쳐 지나간다. 최고급의 수트가 찢어지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수는 없다. 어차피 이들을 처치하는 것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 기껏해야 1분, 운이 좋으면 2분 정도 시간을 끌어주는 정도도 충분하다. 


그가 허리춤에서 연막 캡슐을 던진다. 그가 뛰어올라 비상통로 표지를 잡고 크게 몸을 휘두르며 연막 속으로 뛰어들어 자신을 향해 소닉 캐논을 쏘았던 에테라이트의 어깨를 발로 찬다. 착지 하자마자 몸을 구르며 에테라이트들 사이로 뛰어든다. 그들 사이로 들어가면 위험하지만 서로 총질을 해댈 수도 있는 위험성 때문에 그들이 사격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예전만큼은 몸이 움직여주지 않는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가 마지막으로 이런 일을 해본 것은 거의 30년 전이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거의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가 연막 속에서 그래플링 훅을 쏘아 누군가의 무기를 맞춘다. 그것이 발사되며 천장을 푸른 플라즈마로 녹여버린다. 그가 주먹을 휘두르지만, 그 앞에 있는 것이 장갑을 두른 또 다른 사이보그임을 깨닫고 손을 늦춘다. 그 순간 미니스트리 에테라이트가 연막을 뚫고 그에게 돌진해온다. 몰레티가 그의 체술을 막아낸다. 


테크노크라틱 유니언의 요원들보다 훨씬 변칙적이고 자유로우며 임기응변에 의존하는 스타일의 체술. 몰레티는 그의 공격을 오래 막아내는 것이 힘들 것임을 직감한다. 무기를 들고 있는 자들보다 자신과 근접해서 격투를 벌일 수 있는 자가 지금은 훨씬 위험하다. 그가 몰레티의 어깨를 노리고 황금색 권총을 쏘아낸다. 간발로 피해내지만 그 경로를 노리고 돌려차기가 날아온다. 막아내는 순간 몰레티를 발판으로 삼아 그가 뛰어오르며 이번에는 턱을 노린다. 또 다시 간발의 차. 공중에서 또 다시 발차기가 이어진다. 이번에는 피하지 못하고 그가 연막 밖으로 밀려난다.


“윽-“


신음을 내지른다. 연막 밖으로 밀려난 이상 그에게 곧 온갖 에너지장이 쏟아져 그를 먼지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당하고 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가 그래플링 훅을 내쏜다. 에테라이트가 그것을 가볍게 피해내며 그에게 쇄도해 그를 더욱 세게 차 낸다. 그래플링 훅이 뒤쪽 문의 손잡이에 걸리지만, 에테라이트가 씩 웃으며 속에서 마치 의식용 단검 같이 생긴 무기를 꺼내 엄청난 강도를 가진 케이블을 두부 자르듯 잘라버린다. 몰레티가 선이 끊어지자 마자 허공으로 추락한다.


그러나 추락하는 그를 향해 작은 형상이 공중에서 날아든다. 허공에서 몰레티를 낚아챈 그것이 반대쪽 복도에 멋지게 착지한다. 하은이 자신보다 훨씬 큰 덩치를 지닌 몰레티를 두 손으로 안아 들다시피 하고 있었다. 


“도로시, 이런 사진이 언론에 노출되면 한바탕 난리가 날겁니다.”


농담을 던지며 몰레티가 내려온다. 그가 엉망이 된 반대편 위쪽 복도를 올려다본다. 초록색 옷을 입은 미니스트리 에테라이트가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픽-“


갑자기 소음소총의 소리가 울린다. 에테라이트들의 주위로 순식간에 총격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고층에서부터 그들을 노린 클론들의 공격이다. 에테라이트들이 제압 사격을 쏟아부으며 후퇴하기 시작한다. 저들이 과격파라해도 멍청하지는 않다. 이미 임무에 실패할 것이 명확한 이상 더 이상 싸움을 걸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한숨 돌렸다는 표정을 지으며 난간에 기대는 몰레티. 그의 옷은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고, 거기에 얻어맞은 부위가 쑤셔왔다. 흥분이 서서히 가라앉는다. 그는 너무 오랫동안 뒤에서 사람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위치에서 살아왔다. 이렇게 일선에서 뛰는 것의 즐거움을 느껴본지 너무 오래되었던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몰레티를 하은이 우두커니 쳐다본다. 갑자기 그레인저로부터 연락이 들어온다.


“몰레티. 지금 워커 박사에게 가줄 수 있나요?”


“무슨 일 입니까?”


“패닉 현상입니다. 누군가 진정 시켜 줄 사람이 필요해요.”


“패닉이라… 알겠습니다.”




그레인저의 말 그대로, 워커 박사는 건물 뒤에서 클론들과 대치하고 있었다. 난생 처음 휘말리는 총격과 폭발음, 이제는 얼굴 하나 하나가 똑같은 클론들까지. 패닉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몰레티가 클론들에게 물러날 것을 지시한다.


“워커 박사님. 안전하게 탈출하셨군요.”


그러나 그녀는 그 말에 비명 지르듯 대답했다.


“다… 당신들이 저런 사람들과 같은 부류가 아닌지 어떻게 알죠?”


그녀의 공포는 이해할 만 했다. 몰레티가 나선다.


“도로시. 잠깐 이쪽으로 와주겠습니까?”


하은이 그의 옆으로 다가선다. 워커 박사의 총구가 그녀와 몰레티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몰레티는 계몽, 또는 각성의 흔적을 보이는 자에게 있어서 제일 좋은 대화 수단은 단순한 논리와 이성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방식Paradigm에 맞춘 대화가 최고인 것이다. 몰레티가 거침없이 하은의 한쪽 팔을 들어올려 옷을 걷어 올린다.


“도로시, 좀 실례하겠습니다. 외장 뿐이니 별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가 뒷주머니에서 소형의 바이브로 나이프를 꺼낸다. 진동하는 나이프로 그가 하은의 팔꿈치 밑부터 손목까지 피부를 잘라낸 후 벗긴다. 그 안에서, 그녀의 팔을 대신하고 있는 수많은 서보 모터, 인공 골격, 생체 근육이 드러난다. 일반인이라면 대경실색 할 만한 일이지만 워커 박사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가 그 광경에 사로 잡힌 채로 총을 내린다.


“이… 이게…”


“어떻습니까. 워커 박사님이 저희와 계속 일해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그러나 그 말은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 워커 박사가 그들에게 다가와 하은의 팔을 들여다본다.


“이건…”


그녀가 몇가지 부품들을 유심히 쳐다본다. 아무리 초과학으로 만들어졌다지만 하은의 팔에 들어간 부품 중 대중들의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다시 말해 확실하게 검증되고 고장률이 적은 것도 있다. 의수 및 의안 개발자인 그녀가 알아보지 못 할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쳐다보며, 몰레티가 속으로 미소짓는다. 그 뿐만 아니라, 하은의 눈을 통해 상황을 관찰하고 있는 그레인저 역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워커 박사 때문이 아니라, 몰레티의 일 처리에 관한 방식 때문이다. 그는 NWO가 사용하는 윤리적인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이코 다이내믹스나 다른 컨벤션이 좀 더 선호 할 만한 강제적인 방법 대신 다른 자의 약점, 다시 말해 욕망을 정확히 짚어내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그레인저가 연락을 취한다.


“몰레티.”


“그레인저. 상황은 종료입니다. 통상 시프트로 복귀해도 될 듯 하군요.”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몰레티.”


“아닙니다. 회사 내부의 문제는 제가 해결하는게 맞습니다.”


“몰레티, 당신을 임무 중 계속 모니터링 했다는 걸 혹시 아셨는지 모르겠네요.”


“모니터링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레인저가 잠시 뜸을 들이고서는 말을 이어간다.


“말씀드렸듯이 MSF-44 아말감은 신생 아말감이에요. 보아하니 당신은 기업 운영 보다 이런 쪽 임무가 더 맞는 것 같은데.”


“오호라. 그럼 이건 현장 면접 같은거로군요. 몰랐습니다만.”


몰레티 본인은 전투 아말감에 단 한번도 소속되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워커 박사를 무사히 구출한 것은 순전히 젊은 시절의 경험 덕분이다.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당신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저희 아말감은 현재 보조 전투 요원으로의 임무와 대중 사이에서도 업무를 수행할 요원을 필요로 하고 있어요. 당신이 와주면 그 역할에 딱 맞겠군요. 원하시면 저와 동등한 지위에서 대해드릴수도 있어요.”


그가 도로시를 처다 보며 그레인저의 말에 수긍한다. 몰레티가 자신의 손을 쥐었다 편다.확실히 그가 이런 일을 해본지는 너무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오랜만에 흥분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일에 휘말려 든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으니까. 


아니, 우연이었나? 뭔가 위화감이 느껴진다.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제가 일선 업무에서 물러나야 할텐데요.”


“몰레티. 이런 말 하기는 좀 미안하지만 이제 물러날 나이가 되지 않았나요? 긴 휴가라고 생각해도 될 법한데.”


그가 허탈하게 웃는다. 워커 박사의 생각대로 그의 ‘공식적’인 나이는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약간 이르긴 하지만, 이상하지는 않은 나이다. 물론 장수 백신을 비롯한 유니언의 조치로 그의 생물학적 나이는 아직도 30대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이 가시지 않는다. 몰레티가 천연덕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레인저. 사실 저는 왜 에테라이트들이 갑자기 무력을 동반하고 이런 행위를 했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만. 이런 방면의 사전 첩보는 전혀 없었는데 말입니다. 혹시 그쪽에서 정보가 샌 곳이라도 있습니까?”


“그건… 지금 확인 중입니다만, 일단은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서 망설임이 느껴진다.


몰레티는 눈치챘다. 이건 테스트가 아니다. 그레인저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설계한 계획이다. 그녀의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그는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 편에게 속임수를 쓰는데 있어서도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냉혈한, 다시 말해 ‘평범’한 NWO요원이었다면 바로 거절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레인저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물론, 당연히 말하지 않는다. 미래의 감독관을 눈 앞에서 면박 줘봐야 전혀 좋을 일이 없고, 서로의 기업비밀을 지켜주는 것이 예의 아니겠는가?


“…좋습니다. 생각해보죠.”


몰레티가 그렇게 말하고는 통신을 끊는다. 하지만 그레인저는 이미 그녀의 성공을 확신하고 있었다.




“치익-“


그레인저는 하은 전용의 수리실에 들어와 있었다. 그녀의 내부 손상은 상당히 심각했다. 이것보다 더 큰 손상을 입었다면 프로제니터 랩이나 이터레이션 X의 정비창으로 보내야 했을 것이다.


“고생했어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


“아닙니다.”


하은이 짧게 대답한다. 그레인저가 그녀를 보며 MSF-44 아말감에 다음으로 필요한 인원은 기술자임을 깨닫는다. 아이보리 타워에 요청해 프로제니터나 이터레이션 X, 또는 두 컨벤션을 둘 다 거친 인원을 요청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 대신 그녀는 좀 더 실용적이고,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리스트이고, 기발하며, 젊은 두뇌를 지닌 인재를 원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프로제니터나 이터레이션 X도, 심지어 NWO의 Q 디비전도 아닌 보이드 엔지니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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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작품: 배트맨 비욘드, 미션 임파서블, 빅 오


매 화 참고 작품을 기록하기로 하였습니다.


한국에 눈 엄청 내린다는데 보이드 엔지니어의 술책임이 분명함 ㄹㅇ루다가


몰레티는 배트맨의 모티브가 된 1926년 무성영화 박쥐the Bat에 등장하는 탐정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