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전 일을 기억에 의존해
끄적이는 글이다.
기억의 오류로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을수도 있음을알려드린다.
또한 누군가를 비방할 의도도 없음을 알려드린다.

제작년  가을쯤의 일이다.
마스터링을 하던 팀에 결원이 생겼다.
팀내에 스트라이커를 담당하던 엘프 레인저가
국가의 부르심을  받고 진짜 레인저가 되어야 했던 것이다.

상황은 답답했다.

별 인기 없는 룰에
접근성이 떨어지는 조금은 어려운 툴을
사용하는 오알 팀이였다.
때문에 구인글을 내본들
사람이 좀체 빨리 모일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엔 구회글을 뒤져서
이쪽에서 적극적으로 사람을 찾아보기로 했다.

디엔디 플레이를 원한다는 몇몇이 보였다.
그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매주 플레이가 벌어지는 요일ㅡ일시와 함께
미성년자만 아니면 된다라는 조건을 적어서...

며칠되지않아  한 사람에게 연락이 닿았고
스카이프를 통해
게임 플레이 준비를 위해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구인에 응한 이는 디엔디를 하고 싶다는 초보였다.
상당히   앳된  목소리를 가진 사람으로
그는 현재 자신이 영국 런던에 거주한다고 했다.

뭐 그렇게 대충인사를 하고  
런던에 거주한다는 그치(이후 런던남이라 약칭하겠다.)에게
플레이를 위해 필요한 파일을 넘겨주고 설치를 종용했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깝깝해졌다.
런던남은 내가 넘겨준 파일 하나하나를 설치하는데도
한번에 쉽사리 끝내지 못하고 헤매기 일수였다.

대략 대화는 이랬다.

나:  런던남님 설치 잘되나요?
런:  마스터님 안되요.
나:  그럼 이래저래 해보실래요?
런:  그래도 안되요.
나:  그럼 이 프로그램 외국 커뮤니티쫌 보고 올게요 해결법 있는지.
런: 영어번역이면 제가 도와드릴께요.
나: 아네 일단 찾아보고요.
      여기 주소 올린데 한번 들어가서 읽어보시겠어요?
      아마도 님 os가 원도우xp라서
      제가 지금껏 해온 방식과 달라 그런 모양이에요.
      이거보고 하시면 될 듯해요
런:네
     (수분후)
     근데 음 잘 안되는데요

나:  뭐가?

런:  설명이 잘 이해가 안되는데요

그때였다.  묘한 위화감을 느낀것은....

그리고 나서 다시 런던남에게 한글로 어떻게 설치해야
할지 알려주고
완벽하진 않지만
대충 그렇게 설치는 마무리 되었다.

나: 엑스피라 헤맸네요.
     컴이 조금 오래되셨나보네요.  
런: 아뇨 컴은 좋은데.
나:  근데 왜 엑스피 쓰세요 적어도 윈도우7쯤은 쓰시징.
런:  아 그게  이게 어떤 특수프로그램을 돌려서요
나: 엥?  그게 무슨?
런: 제가 인공지능을 연구해서 이 컴에도 인공지능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거든 하여간 여차저차해서 엑스피쓰네요.

갈수록 나의 위화감은 짙어졌다.

나: 그럼 설치는 이쯤으로 하기로 하죠.
     제대로 다 설치는 못해서 일부 데이터는 못쓰겠지만
     그거 없다고 못하는건 아니니
런:  그냥 될때까지 해보죠.
나:저희가 통화한지도 4시간이 넘는데 이쯤만 하는게
     저 동성끼리  이러는거 별로 안좋아합니다.
런: 저도 그런데. 그나저나 마스터님은 여친 없으세요?
나: 당연히 없죠! 왜 시비신지?
런: 전 있는데ㅋㅋ

그리고 나서 런던남의 짜증나는 여친 자랑이 시작되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런던남이 사귄다는 여자친구가 현지 백마였는지
유학온 다른 한국여성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런던남(귀찮으니 이하 런이라고 하자)은 자신의 여친과
동거중이며
여친과 드라이브중에 교통사고를 당해
자신도 여친도 조금 다친 상황이라는 자신의 일상을 애기해줬다.
그리고 런던의 안개와 날씨 그리고 말로는 설명하기 힘들다는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도...

그렇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듣고  새벽이 되서
런과 나는 헤어지기로 했다.
결국 프로그램은 완전히 제대로 설치는 못하는 선에서
포기하기로 했으며.
다음날 있을 플레이에 바로 참여 하기는 어려울테니
내일은 참관만 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음날
예정대로 플레이는 진행되었고
런 역시 참관했다.
당시 우리팀의 진행방식은 마스터인 내가 보이스로
마스터링을 하면 플레이어들 채팅으로 리액션 하는 방식이었는데

런은 어제이후로 나와의 통화가 맘에 들었는지
그 역시 보이스로 참관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참관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지
런이 겜 플레이에 대해 보이스로 이래저래 반응을
보였는데
그게 플레이어들에게는 방해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게다가 런과 내 목소리가 물리면 에코잉이 생기기도 했고
진행자체에 지장을 주었던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평상시 성격이 괄괄했던 플레이어가
이를 참지 않고 지적했다
(이후 이 플레이어를 괄 이라고 하자)

괄:  참관하는저분 쫌 조용히 해주시면 안되나. 방해되네요
나: 아하하^^;
런:.....
나: 런님 일단 보이스는 저만 사용할게요.
런:....네

그렇게 일단락이되고
겜이 다시진행되었다.
그렇게 수십분이 진행되던 도중 런이  겜 챗창에
메시지를 쳐왔다

런: 아.  재미없다....
일동:.....
런: 아 재미없어
괄:  보자보자하니까@&#★÷*~.~♥÷?~*

그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따로 설명하진 않겠다.
그리고 그 세션이 끝나고 나서 런은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나도 이 영국현지에서 여친과 동거를 하며
윈도우엑스피가깔린 컴퓨터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구동하던 앳된 목소리의 청년에대해
더는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알파고와 이세돌의대국을 보던 나는
아자황의 아래쪽 티브이자막에 적힌
알파고 그리고 그옆에 그려진 유니언잭을
보는 순간 그가 다시 떠올랐다.

'영국은 원래 인공지능으로 유명한 곳이구나.
어쩌면 내가 그 런을 오해한 것 일까?'

문뜩 난 정말 한국인 출신의 전도유망한 인공지능 분야
유학생을 만났던 걸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심히  바둑돌을 놓는 아자황을 보며 나는 진실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두려워졌다.
알파고가.....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