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D&D 4판은 실패작인가?
본론으로 들어가기에 앞서서 일러두고 싶은 것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D&D가 3판에서 4판으로 개정되면서 그리드 전투를 강제한다는 것이다.
3.5판 PHB 5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이 써있다:
플레이어들은 던전 타일(DMG에 수록되어 있습니다)과 캐릭터를 나타낼 미니어쳐가 필요합니다.
4판 PHB 266페이지 하단에는 이런 말이 있다:
전투 인카운터는 그리드 없이 진행할 수 있지만, 사용 시에 PC들의 위치 파악 및 지형의 전술적 활용이 더 수월해지고, 시간이 절약된다 등등
그리고 규칙 자체도 3.X 계열 판본과 4판 모두 그리드 사용을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지만, 일단 결론을 말하자면 그리드 사용을 반강제하기는 하지만 그건 3.X 역시 마찬가지이므로 그걸 가지고 4판이 욕을 먹을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본다.
4판은 3.X 판본의 전투를 “이해하기 쉽고” 당시에 인기의 절정을 누리던 와우(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사용되던 (물론 RPG에서 먼저 많이들 사용했지만) 친숙한 개념들을 토대로 D&D를 다시 만들었다.
좆무위키에는 비전투 인카운터에 대한 예시가 부족하다고 나와있었는데, DMG에서 한 챕터를 할애해서 다양한 종류의 퍼즐과 스킬 챌린지를 어떻게 흥미롭게 만드는지 아주 잘 설명되어 있으니 나무위키는 믿고 거르도록 하자. 롤플레이에 대한 예시가 분명 많이 나와 있다. 전투에 비해 부족한 것도 아닌게 페이지 수도 비슷하고 전투 중심으로 디자인된 파워 말고 리츄얼 챕터를 읽다보면 오히려 전투/비전투 마법으로 나눠서 깔끔하다는 느낌도 든다. 스킬 챌린지는 플레이어들이 n번의 스킬 체크를 x번 실패하기 전에 성공시키는, 가끔씩 하다보면 미니게임 느낌도 들고 그런 시스템이다.
D&D가 전투만 하는 게임은 아니기에 영주를 설득시켜야하거나 하나의 스킬/능력치 체크로 표현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굴림들을 한데 모아서 영화로 치면 한 5분 이상의 긴 장면을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보면 된다. 각기 다른 클래스들은 다른 클래스 스킬들과 자기만의 역할이 있으므로 PC들의 긴장감을 유지해주고 개성을 표현하되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며 어떤 스킬을 사용할까 의논도 하게 해주는 괜찮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스킬 챌린지는 그리드 전투처럼 반강제되는 것이 아니므로 스킬 챌린지 없이 실제 대화로만 비전투 인카운터를 해결해도 된다.
다시 말하는데 롤플레이는 가능하다. 3판의 스킬은 쓸데 없이 복잡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4판은 시너지 효과와 같이 (납득은 가지만) 귀찮고 골때리는 요소는 사라지고 자주 쓰이고 중요한 스킬들만 남았다. 그리고 레벨업을 하면서 공격이나 굴림 등에 캐릭터가 성장했음을 체감할 수 있도록 1/2레벨 보정치가 대부분의 굴림에 들어간다. 그 말인 즉슨, 4레벨 캐릭터는 공격 굴림에 +2 보너스를 받는다. 제13시대는 만렙이 10레벨이니까 +PC레벨 보정이지만 D&D 4판은 30레벨까지 기본으로 지원한다. 그러나 20레벨 초까지가 가장 재미있으므로 1/2레벨 보정치는 괜찮은 요소라고 본다.
4판 플레이를 해본 결과 전투는 솔직히 역대급으로 재밌었다. 미니어쳐와 그리드가 스토리텔링을 방해한다는 사람들을 만나봤지만 4판의 전투는 몰입도를 높여준다. 어떻게? 전투 시에 PL들간 협력과 소통이 매우 중요해졌다. 지형을 활용하고 파워들, 그러니까 플레이어가 가진 자원을 고심해서 잘 활용해야 힘겹게 끝낼 수 있는 전투를 중심으로 세션이 돌아간다는 말이다. 주문사용자들이 너프되었지만 그만큼 이전에는 없었던 색채를 가지고 돌아왔고 역할 또한 명확히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4판에서 플레이어들과 한 수 앞서서 생각하거나 소통하지 않으면 전투에서 순삭당하는 것은 AD&D급으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파티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어려운 인카운터에서 말이다.
3판은 솔직히 위저드가 디아블로 하듯이 썰고 다녔지 않은가… 4판은 정말 전투만큼은 모든 판본 중 가장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잘 디자인되어 있다고 자신있게 호평할 수 있다. (파워 카드랑 매직 아이템 카드를 준비해왔기에 더욱 빠르고 재미있는 전투를 할 수 있었다. 4판으로 입문하는 사람은 지금와서는 없겠지만 관심이 있다면 준비를 많이 해갈수록 시간도 절약되고 자기 캐릭터가 해당 턴에 할 수 있는 행동을 잘 파악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점은 명심하기를)
일단 공격들이 상당히 다양하게 들어오는데, 제13시대를 해본 분이라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4판의 공격은 능력치 보정치 (물론 d20 굴림값 + ½ 레벨 등 기타 수정치 포함) vs. AC/Fortitude/Reflex/Will 등으로 다양하게 날아온다. 그래서 비교적 HP가 낮은 Arcane 계열 클래스들도 활약할 수 있게 vs. Will이나 Reflex 계열 공격들을 가진 몬스터들을 내보내줄 수 있도록 몬스터들의 공격들 역시 훨씬 이해하기 쉽고 다채롭게 변화되었다. Saving Throw (내성굴림?)은 d20 굴림 후 10이상이면 성공, 이하면 실패인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받거나 속도 저하, 행동 불능 상태에 빠졌을 때 자신의 턴이 오면, 행동을 다 끝내고 (할 수 있다면) 맨 마지막에 내성 굴림을 굴려서 상태 이상을 극복하여 제거한다. 물론 종족/아이템 혹은 클래스 파워가 특정 상황에서의 내성 굴림에 보너스를 준다. 그러니까 이렇기에 던전 하나를 끝내거나 해서 내성 굴림이나 특정 방어도를 높이기 위해 매직 아이템을 갈아낀다거나 수치에 신경을 쓰도록 하면서 캐릭터 육성에 몰입감을 불어넣어 준다. 그리고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단계별로 잘 설명해놨다. 질병 역시 완화되기 위해서는 내성 굴림을 필요로한다.
매직 아이템에도 많은 능력들이 생겨서 그것을 십분 활용한 플레이를 가능케한다. 예를 들어서 화염 공격에 resistance 10을 가진 몬스터가 있다. 이 몬스터는 화염 공격 데미지에 10을 덜 받는다. 당신의 PC가 화염 공격 파워가 데미지가 d8+기타 수정치라 손톱만한 데미지만 줄 수 있다고 해보자. 당신은 공격의 속성을 radiant로 바꿔주는 매직 아이템으로 액션을 소비하여 갈아끼운다. 물론 올바른 DM이라면 매직 아이템을 함부로 남발하지 말아야하는게 나중에 그렇게되면 인카운터 짜기가 힘들어진다. 5판에서 vulnerability랑 resistance는 각각 두 배의 데미지를 받고, 절반의 데미지를 받는 것이지만, 4판에서는 각각 x만큼 더 받고 x만큼 덜 받는다.
또한 미니언이라는 개념이 생겼다. 미니언들은 몬스터들의 열화버전이고, 한 대만 제대로 쳐맞으면 죽는다. (HP가 1이다) 4판에서는 명중 굴림에 실패해도 고레벨이 되면 약화된 데미지를 주는 능력이 많지만, 미니언들은 명중 굴림에 실패하면 절대로 데미지를 줄 수는 없다. 따라서 다수의 미니언들은 주문 사용자들이 쓸어버리는 것이 좋지만, 강력한 솔로 몬스터로 컨트롤러(그러니까 다수의 적들을 청소하는데 특화된 계열의 클래스 역할)들의 발을 묶어놓고 미니언들을 떼거지로 데려와서 PC들이 힐링 서지를 쓰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거나 상태 이상을 줘서 못 쓰게 만드는 등 DM은 정말 다양한 전술적인 인타운터를 짜고 전투가 벌어졌을 때 작정하고 빡겜하면서 PC를 곤란에 빠뜨릴 수 있다.
이 새끼가 4판 뽕을 제대로 맞았구나! 할 수 있는데 사실 플레이가 워낙 재밌게 잘 나왔기에 시스템적 결함을 피부로 느껴보지 못했을 뿐이다. 마스터링도 재밌었고, 플레이어로써 플레이도 재밌었다. 그러나 올드 팬들은 룰적인 급변화보다 더욱 좆같은 단점을 느꼈어야 했는데 바로 설정의 대격변이다.
난 AD&D 이후로 포가튼 렐름을 제외한 다른 캠페인 관련 서적은 잘 읽지 않았지만 포릴만큼은 오랫동안 파왔다. 그런데 4판의 포가튼 렐름을 읽고 나서 30년 동안 축적되어있던 와우를 너무 많이 베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노스렌드에서 프로즌 스론에 앉아 언데드 군단을 지휘하며 세계를 정복하려는 리치 왕. 시타델에서 언데드 군단을 이끌고 세계를 정복하려는 리치 군주 Szass Tam, 역병 지대 등등 굳이 말하자면 끝도 없다. 그리고 스펠플레이그의 영향으로 지역간 생태계 차이가 심각하게 나는 곳들도 생겨났는데 이 부분을 읽다보면 꼭 MMORPG에서 한 지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을 때, 까놓고 말해서 와우에서 블엘 영원노래 숲에서 유령의 땅으로 갈 때 급변하는 환경을 포릴에다 쑤셔박은 듯 개연성이 부족하다. 리치 왕의 분노는 포릴 4판이 나온 후에 출시되었지만 리치 왕의 분노가 이후에 출시된거지 리치 왕은 항상 있었으므로 와우를 감명깊게 플레이한 4판 포릴 집필자 분들은 본심을 숨기면 안된다. 개연성이라기보다는 사실 스펠플레이그라는 사건 자체가 포릴의 팬들한테는 개연성이 부족해도 한참을 부족할 것이다.
물론 이런 설정을 이용하여 마을과 가까운 거리에서 던전이나 필드 인카운터를 만들기가 더 쉬워졌다.
스펠플레이그 때문에 스펠스카라고 피부에서 푸른 빛으로 빛나는, 강력한 마법적 능력을 얻을 수 있는데, 이걸 피트로 구현하였다. 이건 나름 흥미로운 시스템이고 피트들도 신기한 것들이 꽤 있어서 이 부분은 딱히 디스하지 않겠다.
그러나 설정 파트의 내용이 5판 포가튼 렐름 설정집 소드 코스트 모험자 가이드보다 더 알차거나 하지도 않다. 특히 4판에서 캔들킵, 워터딥, 발더스 게이트에 대한 설명은 5판과 비교하면 안습할 정도로 짤막하다. 특히 이전 판본들에 비해서 주요 도시들에 대한 설명이 많이 부실한데, 이는 DM이 알아서 재해석하여 창조하라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나중에 따로 서플 만들어서 팔려고 했는데 장사가 잘 안되니까 안 만들었을 뿐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네버윈터 가이드랑 멘조베란잔 서플, 그래 3판도 서플 많이 찍어냈지만 캠페인 가이드 책 자체에 들어있는 내용도 상당히 자세하고 알찼다.
참고로 러스칸은 살인마와 정신병자, 범죄자 소굴이 되었고 네버윈터는 도시 한 가운데에 용암이 흐르는 인외마경이 되었으며, 워터딥 역시 스펠플레이그의 영향으로 인구 수가 많이 감소해서 재건하는데 꽤 걸렸을 정도로 소드 코스트와 북쪽의 정치적 구도가 3판과 비교해서 많이 바뀌어 있다. 발더스 게이트는 소드 코스트 최대의 도시가 되었지만 지도만 보면 얘가 왜 워터딥보다 인구가 많은지는 잘 알 수가 없다.
5판이 나온지도 어연 3년이 넘어가는 현재로써는, 4판의 캐릭터 메이킹은 분명 5판에 비해 난잡하다. 이 페이지 봤다가 저 페이지 봤다가 들락날락을 많이 해야한다. 처음에는…
하지만 앞서 거듭 말했듯 전투는 많이 재미있는 편이고, 전투 자체가 통일성을 더욱 갖추고 파워가 대체하는 것들도 많아졌기에 한 번 룰을 숙지한다면 룰이 어려운 일은 없는 편이다.
네줄 요약:
1. 그리드/미니어처 사용을 강제하는 것은 3.X판, 4판은 강제한다고는 안써놨지만 없으면 고자플이다.
2. 알려진 것과 다르게 흥미로운 비전투 인카운터
3. 잘 만들어진 전술 보드게임을 하는 듯한 몰입도 있는 전투. 협력이 강조되다.
4. 포릴 와우화 시키려다가 대차게 욕먹고 5판에서 원래의 분위기로 회귀함.
아니 왜 사탄이 거기서나와?
새로운 사탄숭배자인가
패파한테 졌으니까 졌잘싸까지는 봐준다
나는 4탄으로 댄디 처음해봤고 당시 마스터가 출판하는 그분이었던 덕에 제대로 맛을 보고 들어갔음. 스킬 챌린지 어렵다는 말은 이해가 안가는데, 비전투 상황을 긴박감을 부여해 타이트하게 구성하는 것은 이룰을 겪어보지 않았으면 못했을 일임. 4탄은 가ㅡㅅ룰이다.
오되// ㄴㄴ 3판의 스킬 시스템이 쓸데없이 복잡하다고 한거지 스킬 챌린지 시스템이 어렵다고 쓰지 않음. 그리고 ㅇㅇ 4판이 마스터링을 하기에 재미있게 디자인이 되어 있고 또 마스터에 따라 플레이가 아슬아슬 재미있는 것도 인정. 현재까지 4판이 5판보다 나온 책들의 수가 넘사벽으로 많으니까 자료가 많은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이라고 생각되네
스킬 챌린지는 그리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음. 거창한 데에 비해 별 실속이 없을 뿐. 재미있게 구성하려면 동적인 환경과 연결되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진 않지. / 사람들이 4판의 결정적인 단점 중 하나로 꼽는 건 모든 클래스가 동일한 로직으로 움직인다(에센셜의 방향성을 보며 뭐)지만, 초기 몬매의 적들 데이터가 심심하다(피통만 많고 지루함)거나
리추얼 분화처럼 지나치게 격한 변화 자체가 단점이었을 거라고 생각함.
스킬 챌린지는 결국 PC들에게 XP를 주고 서로간의 협동심을 유발하게 만드는 장치인 것 같아. 재미있게 구성하려면 동적인 환경과 연결 이 부분은, 스킬 챌린지를 만들다보면 워낙 다양한 상황에서 써먹을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가 많더라고. 그리고 예시들을 보면 만드는 것 또한 굉장히 간단하고. (사용 능력치/스킬 그리고 목표만 또박또박 잘 제작하면 반은 만든 거) 너 말대로 절대 복잡한 시스템은 아님.
4판은 전술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 필연적으로 Meta-Game Thinking을 (한국말로 어떻게 번역해야하는지 모르겠음) 많이 하게 되는데 이것 때문에 롤플레잉이 부실하다고 말이 많이 나왔던 듯한데 대부분 일단 안해보고 입으로 주절주절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믿고 거르고, 롤플레잉이 딱히 부실하지는 않았음. DM이 잘해줘서 오히려 알차게 잘 할 수 있었어. 3.5에서는 RP를 잘해봐야 주문 사용자들이나 빌덕들 빼면 활약할 기회 자체가 별로 주어지지를 않는데 뭐...
근데 이제 4판은 하고 싶어도 하기 힘들지 않나? 하는 사람이 없으니..
그러니까 4판 자체가 구린룰이라기보다는 D&D 딱지를 붙이고 나오면 안되는 룰이었음. 워낙 차이가 심해서
사탄은 세계관 포함해서 디앤디가 가지 말았어야 했던 노선을 모드 보여줬지
가장큰 문제점은 포렐 같은 세계관은 수많은 dm과 설정책을 통해 만들어진 세계관인데 주문역병 운운하며 기존 설정 죄다 브레이킹 할 필요는 없었음
스킬 챌린지 좋다는게내말뜻 맞는데. 의장과 친해져라 라는 주제를 건 뒤 미드풍 한탕 사기극을 짜는 도전들을 준비한다거나 등, 비전투 상황을 게임적인 요소들의 연계로 해석하는 태도에서 내가 빚을 진 게 커서 얘기한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