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정치, 사회 같은 영역은 사람들이 누구나 다 일상적으로 접하고 사는 거니까 숫자를 기반으로 해서 통계와 데이터를 다루고 왠갖 전문용어가 넘쳐나는 이공계에 비해 더 만만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인문학도 깊이 따지고 들어가기 시작하면 분명 똑같은 단어인데 일상생활에서 쓰는 단어랑 해당 분야에서 쓰는 단어의 의미가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것부터 시작해서 얼핏 보기엔 별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다른 분야의 지식까지 요구한단 말야. 


겁스는 칼질을 한 번 해도 이 새끼 속력이 어느 정도인지, 갑옷 뭐 입고 있는지, 방패는 안 들고 있는지, 무기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받아내기가 얼마 정도 될지) 따져서 어느 부위를 노릴지, 교란 페널티를 얼마나 넣을지, 페인트를 할지 말지, 그냥 때릴지 방어적 공격으로 간을 볼지 여부가 전부 룰 상에 선택지로 성문화되어 있음. 총기 전투를 하면 여기에 연사를 얼마나 할지, 연사로 인한 반동 페널티를 감수할 만한지, 거리 페널티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고려도 추가되고. 근데 아포칼립스 월드나 던전월드를 하면 자기가 어떻게 때릴지 묘사하고, 그 묘사에서 유의미한 변수를 주관식으로 추출해 내야 됨. 즉, 아포칼립스 월드나 던전월드에서 전투를 찰지게 하려면 평소에 교양으로 봐둔 액션 영화나 드라마 같은 데서 주인공들이 어떤 식으로 싸우고 어떻게 주변 상황을 활용하는지 그런 걸 기억해 내 참고하고 끝없이 머리를 굴려 상황을 연출해야 함.


AWE 기반 룰(만이 아니라 페이트를 비롯해 주관식 서술형 룰 전반)이 얼핏 보기엔 만만해 보이는데 완전히 익히기는, 즉 실제로 재미있게 하려면 토나오게 어려움. 난 초보 시절부터 겁스 국문 1판을 들여다 봤고 거기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요즘 나오는 룰은 익혀야 할 게 많고 어렵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들어. 겁스라는 룰 자체도 근본적인 작동 방식 자체는 이해하기 쉽고 논리적이라고 생각하고(직관적이라는 말은 안 했다). 다만 겁스는 있을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에 대해 대입할 수 있는 룰을 따로 마련해 둔다는 방향성 때문에 익혀야 할 룰의 절대 분량이 많은 것 뿐이지. 그걸 익히고 나면 계속 머리 속으로 장면을 상상하고, 창의성을 소진해야 할 필요가 별로 없거든. 


한줄 요약:그러니까 여러분 전부 겁스를 하세요 그러면 다른 룰을 익히는 게 쉬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