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P는 Play-by-Post의 약자로써 포럼에서 릴레이 소설을 쓰듯이 진행하는... 갤러리까지 따로 있으니까 알 사람은 알 듯해서 설명은 생략해도 되겠지?


PBP로 마스터링을 할 때는 특히, 플레이어들이 몰입할 수 있게 시각적, 청각적, 심지어 때에 따라서는 맛까지 상세하게 묘사할 수록 좋아.


어? 이건 OR이든 TR이든 전부 통용되지 않나요? 할 수 있어. 그런데 PBP의 이점이라면 선언을 하거나 상황묘사를 할 때에 매끄럽게 즉흥적으로 플레이를 이끌어나갈 자신이 없다하더라도 공들여서 디테일한 묘사를 할 시간이 충분하다는 거야.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 이점을 십분 활용하여 플레이어들의 귀와 눈이 되어줄 수 있게 묘사를 해야해.


다음은 내가 마스터링 했던 캠페인의 도입부를 번역해봤어.



자수정 색의 꽃들이 들판에서 물결처럼 일렁였다. 포도주와 같이 검붉은 줄기들은 얇지만 질긴 비단처럼 흔들거렸다. 잔잔한 바람의 시원함 속에는 살얼음 사이 피어있는 진들레와 같은 봄의 향기가 느껴졌다.


늙은 마법사가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꽃가루들이 날아왔지만 그의 코를 간지럽히지 않고 피부에 씻겨 녹아 내려갔다. 들판에는 가을과 봄이 뒤섞여 있는 것처럼 붉고 샛노란 색의 잎사귀들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한 가운데 보라색 낙엽들이 달린 거대한 나무가 작은 회오리바람과 함께 춤을 추었다.


마법사의 수염은 햇살 아래 놓인 은화처럼 투명하게 빛났지만, 이따금씩 바다처럼 깊은 푸른 빛깔이 머리칼을 따라 오르내렸다. 그는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잘게 썰어진 갈색 잎을 꺼내어 담뱃대에 꾹 눌러담았다.


그의 손에 쥐어진, 오래된 악기처럼 수수한 단색의 담뱃대는 아이들이 노래하는 길다란 피리같았다.




AD&D 캠페인이였고, 이 마법사는 엘민스터였어. 단순히 "사람들이 북적이는 항구에 도착했다" 혹은 위의 묘사를 열화(...)시켜서 "언덕이 있는 들판에서 엘민스터가 담뱃대를 꺼내들었다"라고 묘사했다면 PC들이 과연 플레이에 깊게 몰입할 수 있을까?


너무 상세하게 묘사를 하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어떤 플레이 방식을 사용하건간에 상상력 역시 도움이 필요해,. 상상력으로 진짜 다 해결되면 공상하고 앉아있지 뭣하러 RPG를 하겠어 그치?


마스터가 얼마나 공들여 묘사하느냐, 그리고 PC들도 이에 호흡을 맞춰 플레이를 잘 이끌어나가냐의 여부는 비디오 게임으로 따지자면 그래픽 엔진과도 같아.


또한, PBP로 3인 이상의 플레이어들이 참여할 때에 서로 선언을 하는 바람에 자주 접속하지 못하는 PC가 상대적으로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도 있어.


특히 우선권 굴림(Initiative Roll)이 존재하지 않는 던전 월드같은 룰.


그렇지만 PBP를 한다고 그것이 PC들간의 소통을 제약하지는 않아! 서로 메시지나 메일을 보내서 특정 상황은 여러 PC들이 하나의 포스트로 행동 묘사를 하는거야.


응? 그게 무슨 소리냐고?


예를 들어볼게, 하플링 소서러와 드로우 워락, 그리고 엘라드린 소드메이지, 그리고 휴먼 바바리안이 모험을 떠났어. 근데 씨발 하플링이 너무 말이 많아서 상대적으로 드로우가 존나 조용해!


하지만 웬걸, 처음엔 괜찮았는데 점점 PBP진행 상황이 좀 난잡해졌어. 24시간 컴퓨터 앞에 있는 하플링이 뭐만 하려하면 선언을 다해! 매끄럽게 이야기가 흐르고 싶은데 먼저 선언해서 글쓰는 사람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같아 다른 PC들이 아이디어를 내기 어려워졌어. 


그렇다고 늘쌍 서로 "엘라드린 님은? 드로우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하고 물어보면 안그래도 진행이 느린 PBP특성상 지랄맞게 느려지게되고.


그래서 네명의 PC들은 단톡방을 파서 실시간으로 연락을 했어. PBP 포스트 하나를 일종의 최종 수정된 상황=되돌릴 수 없는 선언처럼 중요하게 생각하해서 네 명 전부가 서로 소통을 해서 최종적으로 업로드할 하나의 포스트를 작성한거지. 뭐 글은 단톡방에서 최종점검받은걸 복붙하는 거니까 아무나 포스팅해도 되고.


결과적으로 한 마디로 한 사람이 말하듯 자연스레 4명 모두의 의견이 들어가게 된거지.


4명이서 그렇게 의논해서 포스트 하나를 작성하되 문장을 다듬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이어지도록 해봐. 분명 다인플도 생각보다 잘 돌아갈 꺼야.


필요에 따라 그렇게 하면 진행 경과를 읽어보는 사람들도 더욱 매끄럽게 읽어볼 수 있겠지? 단, 이 방식을 자주 써먹으려면 메시지 정도는 확인을 잘 할 정도로 여유가 있는 PL들이어야 할꺼야. 사람 일이 바쁜데 자꾸 단톡방에서 카톡이 오면 귀찮고 짜증날 수 있거든.


아래는 내가 구인했던 제13시대 캠페인에서 PL들에게 뿌렸던 pdf에서 발췌한 내용이야.


글이 너무 길고 진부해질까봐 자세하게 설명은 못하겠지만 하우스 룰이야. 4판의 스킬 챌린지 시스템과도 비슷하지만, 딱히 정형화된 실패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단순히 PC들간의 협력을 이끌어낼 목적으로 만들었어. 


그리고 옆에 것은 보면 알겠지만 한 가지 특별한 것을 비틀었어. PC 한명 한명에게 적절한 때에 스포트라이트를 주기 위해 넣은 장치라고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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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인원 수나 플레이 양상 혹은 지향점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우스 룰을 만드는 데에 절대 망설이지마.


룰은 좋은 플레이를 즐기기 위한 도구일 뿐이지만, 그 도구를 만드는데 (혹시 생각보다 잘 안쓰이거나 이상해질 지라도) 주저하지 않는 것도 마스터의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턀갤럼들아 그럼 오늘도 수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