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탁 까놓고 말해보자. 일단 레일로드.


난 캠페인에서 제일 힘든건 GM이고, 많은 경우에 가장 즐거움이 적은 것도 GM이라고 생각한다.

PL들이 아이디어를 뿜어낼 만한 기초 배경을 만들어오는 것도 GM, 적 데이터를 짜오는 것도 GM.

PL들이 기발한 선택지를 고를 때 거기에 맞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도 GM, 갈등이 생기면 중재할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도 GM.

물론 나도 GM역할이 너무 즐거운 사람을 본 적 있고, GM이 너무 재미있어서 PL을 못 하는 사람마저 본 적 있지만....그런 GM은 내가 본 GM중에서는 극히 소수였다.

그러니까 부루마블 은행장의 강화판 같은 존재라고 봐. 없으면 굉장히 힘들지만 하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는...?


결국 누군가 한 명은 GM이라는 고되고 힘든 책임을 떠맡아줘야 하는데, 그냥 떠넘기면 할 사람은 거의 없지.

때문에 떠맡을 사람에게 세계관이나 분위기 등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합의제.

합의제 룰의 경우에는 아예 진행자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이 없는 경우도 많더라고?

기초 배경? 같이 만들고, 적? A라는 적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아냐 B는 어때...갑론을박으로 만들어내고

기발한 선택지건 클리셰적인 뻔한 선택지건 앞으로의 캠페인 흐름에 대한 GM의 영향력은 협소하고, 그만큼 갈등이 생기면 터지기도 좋지. 뻥!


합의제는 레일로드에서 GM이 지고 있던 짐을 덜어서 PL들에게 던져주고, 그만큼 GM의 권한도 축소한 셈이라고 생각해.

아예 GM이 없는 경우도 많으니 PL들이 다들 GM역할을 해 줘야 한다는 거지.

여기서 잠깐.


Q. 그럼 합의제를 플레이하는 PL들은 다들 GM이 될 준비가 된 거죠?

A. 뭐...? 그럼 GM구하기가 힘들었겠냐?


합의제 플레이가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 때문이라고 봐

결국 레일로드 룰에서 GM을 구하기가 힘들었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은 더 많은 권한에 그만큼의 책임이 딸려온다면 그냥 권한을 안 갖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거지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D&D가 인기폭발하는 이유도 근본적으로 이것과 관계가 깊다고 생각해. 극단적으로 PL이 캠페인 흐름에 대해 고민하지 않아도 잘 굴러가거든. 적이 있어? 그럼 쳐 죽여! 만 반복해도 "어쨌거나 진행된다"는 점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매력적이라는 거지.


결국 이러니 저러니 해도 캠페인 흐름에 개입하는 것 자체를 달가워하는 PL보다 힘들어하는 PL이 많다고 생각해.

합의제가 좀 더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방향성이 되려면 룰 자체에 PL이 개입하는 방법을 수치적으로 써넣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4명 파티에선, 1d4를 굴려서 3이 나온다면 3번째로 행동할 사람부터 순방향으로 맞닥뜨릴 적의 종류/숫자/특수능력/상황 을 표에서 고른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