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다 꺼지고 와서 써 보는 잡설. 역시 별로 재미는 없을 것 같지만 이번에는 내가 끈 거 아니니까 괜찮아.


D&D는 과연 틀딱인가?

어... 음... 그렇기도 하고 다르게 본다면 아니기도 함. 간단하게 몇 가지 사례를 들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음.


D&D 5판 = 2014년 발매

로그 호라이즌 RPG = 2014년 발매

더블 크로스 3rd = 2009년 발매


???? 그래. 단순 발매년도만 가지고 5판이 틀딱이라고 주장하면 뭔가 이상한 거야. 그렇다면 룰을 봐야 할까?

3.5판과 사탄... 아니 4판과 5판은 다 어느 정도는 따로 노는 물건임. 그러니까 이 부분을 비교해도 틀딱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좀 묘함. 그렇다면 틀딱이라는 소리가 나오게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세계관의 문제

답은 세계관임. 예를 들어서 가장 대표적인 D&D 세계관 중 하나인 포가튼 렐름은 이제 30년이 된 물건이야....

그러니까 그 세계관을 여러 사람이 하다보면 세계관에 대한 정보의 차이에서 갭이 생길 수 밖에 없고 누군가의

입에서는 "아니 왜 여기에는 그런 거 없어요" 같은 소리가 나올 수 있음. 대부분의 혼모노들이 욕을 먹는 이유도

이미 그렇게 정해진 세계관에 대한 별 이해 없이 자기가 생각하던 걸 어거지로 집어넣으려 하니 그러는 거임.

그러면 예를 좀 들어서, 어쩌다보니 D&D를 플레이하는 팀에 '15세 로리 대마법사'를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와

'15세 로리 성녀'를 플레이하려는 플레이어가 있다고 치자. 이 둘은 같아보이지만 세계관에 밀어넣는 과정에서

분명한 차이를 낼 수가 있음. 대체 어디서 그런지 한 번 보자.


대부분의 D&D 세계관에서 마법은 배우는데 많은 시간이 들고 어려운 것으로 가정함. 그렇지 않다면 개나소나

마법을 써서 결국 마법은 다 거기서 거기라 친다면 그 외의 @도 잘하는 적마도사가 킹왕짱을 먹는 무시무시한

결과가 나올 것이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우리의 '15세 로리 대마법사'는 현실로 친다면 7살에 대학교에 붙어서

거기가서 마구 연구해서 박사학위 따고 10대 초반에 교수해먹는 그런 애가 됨. '아니 그런 애도 있을 수 있잖아'

라고 한다면 생각해 보자. 그래서 어쨌든 대마법사라면서 얘가 왜 여기서 저렙인 남들하고 같이 구르고 있어?

뭐지? 자기과시? 그러니까 이렇게 파고들면 점점 얘가 여기서 이러고 있을 당위성은 사라짐. 물론 플레이어가

말빨이 좋다면 잘 설명할 수도 있겠지. 어디 잘 해 봐라.


한편 15세 로리 성녀는.... 대마법사와는 차원이 다른 적임. 왜냐면 D&D의 주요 세계관 중 하나인 에버론에는

11세 로리 교황님 NPC가 실제로 있기 때문에 얘를 끌어와서 합리화를 시작하면 아무튼 이 세계관에는 없다고

발뺌하는 거 말고는 마스터 쪽이 논리적인 답을 내기 힘듬. 예를 들어서 '얘는 10대 초반인데 2렙을 찍은 덕에

성녀 칭호를 받긴 했는데 그래봐야 2렙 쩌리라서 이렇게 모험 겸 수행을 떠나는 거예요 ㅎㅎ'하면서 에버론을

거론하기 시작하면 마스터 머릿속에는 아마 '키스 베이커 이.....'라는 생각밖에 떠오르지 않을 것임.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그 세계관에 얼마나 캐릭터를 녹여넣을 수 있냐가 중요하지 그게 얼마나 혼모노스럽냐는

사실 마스터나 다른 팀원들의 호불호를 제외하면(물론 이것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임.

검과 마법과 기사가 있는 세계관에 소국의 왕족의 후예라는 설정의 '알트리아'라는 금발 동안 30대 여기사를

집어넣으면 '세계관과 맞지 않다'고 뭐라고 할 사람이 있을까? 이게 마음에 안 들 사람도 적어도 저 캐릭터가

그 세계관에 그럭저럭 어울린다는 사실은 부정하지 않을 거야. 그러는 대신 이게 마음에 안 든다는 어필로는

더 쉽고 편하게 '달빠를 까는 것은 정언명령이라죠....'라는 멘트를 하겠지 ^^ㅋ


적당히 타협하기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캐릭터를 세계관에 밀어넣기 위해서는 타협을 해야 함. 그러면 어디까지 타협을

할 수 있을까? 그것은 네가 결정할 문제가 됨. 그것도 잘 모르겠을 친구들을 위해서 어디 한 번 끄적거려 보자.

잘 읽고 따라한다는 보장은 없겠지만....


정체성 규정하기

내가 구현하고 싶은 캐릭터의 가장 큰 특징, 그러니까 이게 없으면 걔가 아니다 싶은 부분을 정체성이라 보면 됨.

그러니까 이건 양보를 할 수 없는 거야. 예를 들어서 한 솔로가 그리도보다 먼저 총을 쐈다는 그런 거 말이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주의할 점은 '주인공 포지션' 같은 '작중의 위치'는 이 정체성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거야.

실제로 플레이 도중의 포지션이 어떻게 될지 결정하는 것은 클래스와 파워빌딩 등 메커니즘 쪽의 요소들이거든.

쉽게 말해서 네가 모 게임을 하다 강력하게 삘을 받아 '에지오 아디토레'라는 로그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치자.

아마 게임 내에서 얘가 맡는 역할은 벗바나 전사가 하기 귀찮은 일을 하거나 전투 도중에 걔들 옆이나 뒤에서

지원하는 거일 거임. 혹은 자기 옆에 있는 음유시인만 못한 쩌리로 취급받을 수도 있겠지. 눈물나겠지만 대부분

로그의 현실이 그런 걸 어떻게 함?


그렇게 정체성을 규정한 다음에는 이제 이게 그 세계관에 들어갈 여지가 있는가를 살펴봐야 함. 그런 게 없다면

그 캐릭터를 포기하거나 혹은 그 부분에서 또 다시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을 구체적으로 분리할 생각을 해야 겠지.


이미 준비된 세계관에 집어넣기

어쨌든 그래서 꼭 남길 정체성을 정리했다고 치자... 그러면 이제 세계관에 이 캐릭터의 나머지 설정을 고쳐서

집어넣어야 함. 어떻게 하면 좋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이 세계관의 설정과 '수정될 설정'을 적당히 엮는 것임.

예를 들어서 알폰스 엘릭을 D&D로 구현한다고 치자. 이 캐릭터의 정체성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음.

강철로 된 육체 / 연금술 사용 / 형과의 관계임.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D&D 룰 상으로 우겨넣을 수 있을까?


강철로 된 육체 - 그냥 손쉽게 말뚝 불침번 워포지드 종족으로 정하자. 끝.

연금술 사용 - 아무튼 연금술을 쓸 수 있게 하자. 근데 강철의 연금술사 같은 걸 원하면 패파가 더 나을 지도?

형과의 관계 - 누군가가 얘의 정신을 워포지드에 쳐박았다거나 '의형제가 있다'는 식으로 하면 됨.


그러고 나면 저 형과의 관계를 소재로 이제 누가 어떻게(이게 가능했다는 데서 상황이 별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함) / 왜 쳐박았나라든가 반대로 어쩌다 인간과 의형제를 맺게 되었나(역시 이것도 상황이

별로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짐작이 가능함) / 워포지드에게 그 정도 감성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같은 떡밥을

만들어 활용할 수도 있겠지. 그게 플레이 도중에 얼마나 중요하게 언급될 지는 마스터가 결정권을 행사할테고.


그러면 내 캐릭터를 세계관에 못 맞추면 아예 못 하는 거야?

아니 뭐 다 그런 건 아니야. 반대로 세계관을 특정 캐릭터가 존재할 수 있을 만한 방향으로 바꾸어서 해석하는

방법도 가능은 해. 너희가 원하는 게 그거지? 문제는 이게 마스터가 힘드니까 마스터가 웬만해서는 안 함 ㅋㅋ

마스터는 플레이 내의 결정권에 있어서는 플레이어보다 우위니까 당연히 웬만한 깡 없이는 그런 거 안 해 줌.

특히 캐릭터들 간의 정체성이 각기 다 다르면 골라리온이나 미스타라, 혹은 좀 더 익숙할 아제로스처럼 온갖

존재들이 모여있는 잡동사니 세계관이 나오고 그걸 또 메커니즘 상으로 정리해야 하는 결말을 초래하거든.

꿈과 희망이 가득해보이는 겁스 : 무한세계 같은 물건에 대한 턀갤의 반응이 영 아닌 것도 이것과 관계가 있음.

정작 이런 걸 마스터하는 쪽은 플레이어놈들이 생각없이 꺼내는 요소들을 구현할 생각을 할 때마다 빡치거든!

그나마 FATE(달빠와는 관계없음)가 나름대로 구원책이 될 지도 모르지만 이쪽은 별로 재미가 없다고들 함.


3줄 요약

아니 왜 XX쨩은 안되나요? / 걔를 배경 세계관에 넣을 구석이 안 보여서 그럼.

그러니까 빼기 어려운 부분만 남기고 나머지를 고쳐 들어갈 구석을 만들면 됨.

세계관을 고치는 것도 가능한데 마스터가 웬만한 성자가 아니면 안 해줄 거임.


P.S : 이 글은 스타워즈 / 페이트 / 에버론 / 어새신즈 크리드 / 강철의 연금술사 등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