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쥐(Bloodstained Rat)
"...그리고 그 붉은 옷을 입은 악당은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선량한 거지의 손을 베었다네!"
-낡은 옛이야기 두루마리 '피투성이 쥐의 공포' 中-
피투성이 쥐?
스스로를 베테랑 모험가라 칭하던 어느 시궁쥐가 있었습니다. 자신의 동전 한 푼을 아끼기 위해 마주한 사람의 배에 칼을 쑤셔넣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기분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옆 사람을 장난감으로 삼는데 아무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펼친 악행들과 그 뒤에 짓는다는 그 비릿한 웃음을 스스로 따르던 여러 강도들, 그저 주변에 공포를 뿌리고 싶을 뿐인 몇몇 이형체들, 저 소문을 이용해 몰래 살아있는 표본들을 구하려는 마법사 등 여러 군상이 뭉쳐 모험자 연맹 이라는 것을 만들면서 미치광이 위상이 탄생했습니다.
...만, 이제는 모험자 연맹도, 모험자 연맹이 숭배하던 악한의 정체마저도 역사의 흐름 속에 사라졌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디서 모험자 연맹이 생겨났는지, 심지어 모험자 연맹이 따르던 그 악당의 이름마저 시궁쥐 조합이 이름 대신 붙인 피투성이 쥐 외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왜 지금은 없는가?
사실 저 피투성이 쥐에 대한 기록은 이상하리만치 적습니다. 추심원들이 나섰기에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저 모험가 연맹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게 없어 그 누구도 기록하기 꺼렸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그나마 이것을 조사해 볼 만큼 한가한 사람들에 의해 아래 소문들이 나왔습니다.
-모험가 연맹의 위험성을 알아채고 없애려 한 여명대와 도시를 통째로 무너트리려는 시궁쥐 무리들을 좌시할 수 없던 새앙쥐 조합이 손을 잡은 결과가 모험자 연맹과 그와 관련된 기록의 말살이라고도 합니다. 하긴, 그들에 대한 옛 이야기들을 보면 문명세계의 빛과 어둠이 모두 싫어할 만 했습니다.
-사실 피투성이 쥐는 검은 깃발이 세상을 혼란에 빠트리기 위한 실험 중 하나였을지도 모릅니다. 질서와 완전히 반대되는 인간상을 모두가 따르게 한 뒤 파멸로 이끄는 것 말입니다. 하지만 도중에 그 실험이 엎어진건지 그 실험체가 감히 새 질서가 되기를 꿈꾸었는지는 몰라도 검은 깃발은 이 실험에 대한 지원을 끊어버렸고, 모험자 연맹은 말라죽은 것입니다.
-어쩌면 피투성이 쥐는 군벌의 어설픈 첩자일지도 모릅니다. 문명 세상을 뒤엎기 위해 폭력과 혼란을 흩뿌리려 했지만 너무 어설프고 눈에 띄는 방식이었기에, 군벌은 피투성이 쥐와 그 하위조직(모험자 연맹)을 버렸을 것입니다.
-어느 날 피투성이 쥐는 심심해서 지나가던 마차를 약탈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 참상에서 살아남은 누군가는 자신을 망하게 한 모험자 연맹을 저주하다 휘파람나루에서 출발한 어느 상인에게 하소연과 유언을 남기고 죽었을 것입니다. 왜 전부 추측이냐고요?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그 상인이 어떻게 모험자 연맹을 없애버렸는지는 검열되었을테니까요.
-나락에서 쉬던 영원신부의 하인 중 하나는 꽤 예전에 붉은 옷을 입고 건방진 웃음을 흘리던 모험가를 신랑감으로 데려간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위에서 꽤 요란한 짓들을 해서 좀 기대했는데, 결국 다른 모험자들과 마찬가지로 벌칙을 받았다고 합니다. 벌칙을 받은 다음은... 아무도 모릅니다. 솔직히 그렇게 사라진 모험자가 어디 한둘입니까...
-저들의 행동 때문인지 몰라도 사실 모험자 연맹은 인간을 벗어난 자들의 모임이라는 소문도 있었나 봅니다, 아니면 최소한 피투성이쥐는 인간의 탈을 쓴 마귀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달빛갈퀴의 살생부를 피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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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갤을 영원히 떠돌 망령을 소재로 써 봤음. 뭐, 과거의 위상으로 써먹기 힘들면 '군벌의 어설픈 첩자 중 하나' 로 써먹어도 될 듯?
라... 구...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