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터 네캎 일플을 주시하면서 든 생각을 잠깐 써본다.


난 네캎 일플이 완전 초창기일 시절에 마스터를 서너번 정도 뛰어본 적이 있음.


그때 나는 일플이라는 거대한 행사가 열리는 것이 매우 기뻤고, 고생해서 그런 행사를 열어주는 스탭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거진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임. 1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이만한 대규모의 행사가 꾸준히 열렸다는 건 정말 엄청난 거지.

그동안 수많은 스탭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노력하고 쌓아올려온 금자탑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아쉬운 면이 많은 행사이기도 했다.

참가비가 비싼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비싼 참가비를 책정하고서도 늘 적자를 봤다고 하니까.

근데 비싼 참가비를 받는 것치고 솔직히 내실은 없었어.


제일 큰 문제는 각 테이블의 퀄리티가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주최측에서는 미리 마스터 모집을 하고 사전 플레이를 두어 번 하도록 권장하기는 했지만, 그게 과연 퀄리티를 보장해줬는지는 의문이다.

요즘도 그런 걸로 알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심각한 결격사유만 없으면 어지간한 신청자가 다 마스터를 맡을 수 있었고, 그 마스터 하나하나를 주최측에서 검증한 것도 아니었다. 사전 플레이를 참관하면서 지시사항을 내린 것도 아니었고. 그야 남의 마스터링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게 어렵다는 건 나도 알지만, 그래도 테이블 관리가 너무 부실했다는 감상은 피할 수가 없다.


검증되지 않은 테이블이 열 개 있으면 필연적으로 그 중 두세 개는 노잼 플레이가 나온다.

솔직히 일플에 참가한 마스터들 중 "나는 참가비 만원 내지 만오천원의 돈값을 하는 플레이를 제공했다" 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도 그때 꽤나 노력했고 준비도 했지만 솔직히 만원 돈값을 할 만한 플레이를 제공했다는 자신은 없어.

그리고 한 번은 정말 플레이어들 앞에서 불판에 엎드려 사과하고 싶어질 정도로 말아먹기도 했다.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자다가 일어날 정도임.

그렇게 말아먹은 결정적인 이유는 노골적으로 트롤짓을 하던 한 플레이어 때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망한 건 내 테이블 전체였지.

막말로 내가 좀 더 유능한 마스터였다면 그 트롤새끼를 어떻게든 제압해가면서 플레이를 잘 굴릴 수 있었을테고.


여튼 나만 빼고 다른 마스터들은 모두가 다 참가비 뽕을 뽑는 최고의 플레이를 제공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두 번 정도는 플레이어로도 참가해봤지만, 역시 '반 년에 한 번 있는 대형 행사에 만오천원을 내고 참가해서 할만큼' 재미있진 않았음.

협소한 장소에 수백명이 모여서 소리 질러대느라 목 아픈 건 덤이고.


나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잠깐 고민해봤었는데 역시 쉽진 않더라고.

차라리 소규모 행사를 자주 여는 편이 낫지 않을까 싶긴 한데... 일플은 아마추어 행사 수준으로는 너무 큰 것 같음.


일플 같은 뜻 있는 행사가 계속해서 열리고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잠깐 주절거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