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월드가 완전히 번역되어 공개되고 성공적으로 펀딩이 이루어진지도 5년에 가까운 세월이 지났다. 



큰 성원에 힘입어 성공적으로 출판되었던 던전월드는 한국 RPG계에 펀딩 열풍을 불러왔고, 그 결과 겁스 뿐만이 아닌 다른 룰들이 여러 출판사들에게서 발매될 수 있었다. 따라서 룰이 가지는 장점 및 단점들을 떠나 역사적으로 던전월드가 가지는 의미는 업계에서 각별하다고 할 수 있다.


던전월드는 현재까지도 Drivethrurpg에서 상위권의 판매량을 유지 중이고, 한국 뿐만이 아닌 해외에서도 새로 RPG에 유입되는 유저들에게 던전월드를 추천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이유는 가벼운 룰과 자유롭게 변형이 가능한 구조, 그러면서도 플레이어들과 마스터의 긴밀한 상호 작용으로 세션이 갈수록 높아지는 몰입도가 있다. 던전월드는 전술적 행동을 생각하며 전투에 몰입하는 것이 아닌, 정말로 PC가 맞닥뜨리는 난관이 매순간 긴박하게 바뀌고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 많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PC가 처한 상황에 몰입하는 것이 룰적으로 잘 디자인되어 마스터가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 또한 신선하면서도 간단해졌다.



그러나 던전월드가 가지는 접근성(룰 자체가 웹에 무료로 공개되어있으므로)으로 인해 많은 논란 또한 야기하였는데, 던전월드 특유의 변칙성에 익숙하지 않은 마스터들이 던전월드를 잡아 플레이어들에게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을 안겨주거나, 고쳐나가기 쉬운 룰 구조를 이용해 캠페인의 방향성에 맞지 않는 자작 캐릭터들을 마구 사용하는 플레이어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남으로써 전반적으로 던전월드에 대하여 안좋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 역시 많아졌다.


캠페인이 지향하는 세계에 전혀 맞지 않는 PC를 만들어오는 플레이어들은 무슨 룰을 사용하건간에 똑같이 행동하지만, 공개 룰인 점, 또 한글화가 되어있는 점이 이런 현상에 일조하였다고 할 수 있다. 패스파인더 RPG 또한 공식 홈페이지에서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도록 공개되어있지 않은가? 이것은 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한국 RPG 인구 풀 자체가 지니는 문제라고 볼 수 있다. 번역이 된 공개 룰이 드디어 등장해버리자 수면 위로 나타나 활개를 친 것.


이 글을 읽는 당신이 RPG에 입문하려하거나, D&D로 대표되는 판타지 장르를 RPG로 플레이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으며, 그 해결법으로 던전월드를 찾고 있다면, 이 글에서 던전월드가 당신의 성향과 잘 맞아 당신이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던전월드는 캐릭터 메이킹이나 인카운터 빌딩이 아닌, 플레이어들과 마스터가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분위기"가 일치할 시간이 필요한 룰이다.


던전월드가 d20계열로 대표되는 메인스트림 RPG와 대비되는 가장 분명한 특징 중 하나는, 세계를 마스터가 플레이어들과 함께 만들어나간다는 것이다.



던전월드에서는 다음과 같은 팁이 있다: 지도를 그리되 여백을 남긴다.

타 룰들은 기본적으로 세팅된 세계관을 마스터가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꾸어나가거나 하지만, 던전월드에서는 아예 백지에서 시작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는 어떻게 보면 장점이고 어떻게 보면 단점일 수 있지만, 마스터 또한 예상치 못한 새로운 국면을 생각하고 맞닥뜨리며 즐거워 할 수 있다는 것이기에 일단 장점으로 놓고 파악해보자. 던전월드의 정수는 바로 소통이다. 모든 RPG가 소통을 중요시하지만, 던전월드에서는 많은 액션들에서 행동을 묘사하는 것을 중요시하며, 이 묘사는 대체로 분위기에 걸맞는 어느 정도의 적절함을 요구한다.


바로 이 점에서, 상당수의 던전월드 마스터들이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치게 상세한 세계를 묘사하려하거나, 플레이어들을 자신의 뜻대로 이끌려고 한다. 다시 말하지만 던전월드는 마스터 역시 필연적으로 계획에 없던 국면을 맞이하는 것 그 자체를 재미있게 해주는 룰이다.



패스파인더나 D&D의 마스터가 나름 온순한 양떼를 이끄는 양치기와 같다면, 던전월드의 마스터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탱볼을 한가득 안은 농구선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던전월드로 마스터링을 하는 것은 좋은 순발력과 자신이 표현하고자하는 장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필요로하며, 세션 자체에 대한 준비보다는 평소에 공상을 하건 독서를 하건, 얼마나 자신이 묘사하고자 하는 세계를 살아 숨쉬게 만들 수 있는 정보력을 갖췄는지에 따라 재미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예시를 들어본다면, 마스터 A는 평소에 발더스 게이트를 즐겁게 플레이하여 감명깊은 캐릭터들이나 NPC를 기억하고 있고, 스토리의 큰 줄기도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반지의 제왕이나 실마릴리온같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책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어왔고, 따라서 자신이 게임을 하고 독서를 하며 느껴왔던 이 분위기를 묘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정보를 이미 기억하고 있다. 이 마스터는 아예 판타지라는 장르에 생소하고 단순히 몇몇 캐릭터성을 직접 RP하고 싶어하는 마스터보다 뛰어난 마스터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하지만 이 마스터 A의 구인 후 모인 플레이어들은 일본 라이트 노벨이나 애니메이션에 익숙하여, 해당 매체들에 나오는 가벼우면서도 섬세한 캐릭터 요소들을 플레이하고 싶어한다면, 마스터 A의 예상과는 다른 "분위기"를 원할 것이며, 이는 예상 밖의 행동에 따른 결과를 룰과 순발력으로 커버할 수 있는 문제 그 이상이다. 애초에 지향점 자체가 맞지 않으면, 플레이 내내 삐걱거리다 언젠가는 플레이 폭파까지 갈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플레이어들과 마스터가 원하는 캠페인의 분위기가 다르다면, 던전월드는 최악의 룰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던전월드를 플레이할 때, 구인하는 마스터 혹은 플레이어가 어떤 분위기의 캠페인을 원하는지에 대하여 캐릭터 메이킹이나 잡다한 요소보다 훨씬 비중있게 대화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당신이 RPG에 처음 입문한 뉴비라면, 대부분 플레이어가 되어 PC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던전월드는 PC를 만드는 것이 (만들다고 할 수 있다면) 매우 간단하고, 자작 PC를 만드는 것 또한 룰을 숙지한 상태에서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어떤 커스텀 클래스/종족/액션을 만들던간에, 당신이 플레이하는 캠페인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마스터와 반드시 대화를 하여 서로가 원하는 분위기를 알아내야한다. 그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릴 경우, 정중하게 사과를 한 후 플레이를 나가던가, 아니면 플레이 전부터 대략적으로 유추해내어 자신이 원하는 그 분위기와 맞는지, 다른지에 대해 다음 시도 때에는 알고 플레이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너무 많이 쓴 듯하여 다음 글에서 이어씁니다. 손가락 아파서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