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링크: http://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trpg&no=70796&page=1
1편에서 말한 주된 논점은 다음과 같다:
플레이어들과 마스터가 던전월드에서 즐거운 플레이를 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지향하는 캠페인의 "분위기"가 일치해야한다.
위에서 말한, 팀원들이 서로 일치하는 "분위기"가 어느 범위까지 일치하냐에 대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 전에 앞서 말한 분위기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여기서 말하는 분위기는 단순히 어떤 말 그대로 우리의 청각, 시각, 미각, 후각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각을 모두 혹은 일부 이용하여 떠올릴 수 있는 복합적인 느낌이다.
"이 카페 분위기 좋다"라는 말로 그곳의 잘 정돈된 가구와 사물들, 향기로운 커피와 좋은 음악이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고도 우리는 대략적으로 우리의 감각이 느끼는 (때로는 마음으로 느끼는) 것을 묘사한다.
"해변에서는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는 질문을 던져주었을 때 조용하고 어두운 밤에 바다 내음을 맡으며 연인과 손을 잡고 해변을 걷는 것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직은 화사하지만 선선한 초가을 바다에서 좋은 친구들과 조개를 구워먹으며 실없는 말도 재미있게 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언가 상상해야하는 질문을 던져주었을 때 우리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상상과 뒤섞인 장면을 떠올린다.
여기서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이미지들이 얼마나 던전월드에서 유용하게 쓰일까? 기억은 곧 정보와 같다. 많은 기억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량이 더욱 많다. 이것이 바로 1편에서 말했던 소재에 대한 정보력이다.
말 그대로 분위기atmosphere이다. 던전월드의 룰은 수정을 가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클래식한 느낌의 판타지 게임으로 플레이된다. 이 판타지라는 장르는 물론 세분화시켜서 여러 갈래로 나뉠 수 있지만, 그리 구체적인 장르로 나누지 않아도 다채로운 분위기의 "판타지"에 대한 모습을 미디어 매체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통 마스터들은 플레이어들에게 어떤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싶은가? 어떤 장르를 원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곤 하지만, 던전월드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마음 속에 각자가 간직한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게 해주는, 여러 "장면"이다.
너무 멀리 갈 것 없이, 각자가 어떤 장면들을 상상하고 있는지에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서로가 떠올리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을 물어보는 것에서 시작해라.
한 가지 더하자면, 이런 질문에서도 던전월드에서 액션을 묘사하듯이 (아니면 더 상세하게) 떠올리는 장면을 묘사하라. 이건 바로 당신이 원하는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이다.
여태껏 많이 시도된 바는 아니기에 예시를 들어보자. 마스터와 플레이어 A, B가 있는데 서로 다크 판타지 장르를 플레이하기 위해 모였다. 마스터가 플레이어 A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다크 판타지라고 하면 어떤 장면들을 떠올리시나요?"
플레이어 A는 곰곰히 생각해본 후 대답했다. "끔찍하게 생긴 언데드들이 성벽을 타고 올라가고, 제 PC는 그것들을 베어내며 괴로운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을 떠올렸네요. 자기 전우를 직접 베어내야 한다면, 굉장히 우울한 분위기가 될 것같아요"
플레이어 A의 말을 듣고 B는 이렇게 말했다. "전 평소에 소서러와 위저드들이 (혹은, 마법을 선천적으로 사용가능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학자들) 정면으로 갈등하는 플레이를 상상해봤는데, A씨의 말을 듣고 나니 뭔가 더할 수 있는 말이 생각났네요. 바로 앞 사물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짙게 낀 안개 사이에서 푸른 빛을 내뿜는 전등을 들고 움직이는 PC들을 상상했어요. 전쟁의 잔혹함에 점점 신체적으로도 메말라가고 침울해져서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걸어가는 일행들? 나무들도 말라죽어있고"
마스터는 플레이어들의 말을 듣고 넌지시 말했다. "우울한 분위기, 마음에 드네요. 플레이어 A분과 B분들 모두 우울함, 체념과 같이 조금 가라앉은 듯한 분위기를 상상하고 오셨나요?"
플레이어들은 입을 모아 그렇다고 대답했고, 그들 중 한 명이 자신이 평소에 좋아하던 한 노래가 다크 판타지 캠페인에 어울릴 것 같다고 했다. 그가 가져온 음악은 영화 "판의 미로"의 테마곡 "Lullaby"였다. 마스터와 플레이어들 모두 이 노래를 통해 그가 원하는 분위기에 대해서 더욱 잘 알 수 있었고, 플레이는 이 노래와 각자의 묘사에 기반한 우울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각자가 떠올린 장면에서 분위기를 유추해내며, 마인드맵처럼 서로가 RP하고 싶은 PC에 대해 물어볼 때까지 서서히 가지를 쳐나가는 것은 플레이어와 마스터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잘 알 수 있게 해준다.
이와 같은 단계가 불편하거나, 다른 플레이의 구성원들과 조율할 수 없는 캐릭터를 가져와 바득바득 우긴다면, 당신은 던전월드를 떠나서 RPG라는 취미 자체에서 낙제감이다.
물론 그렇지 않다는 전제하에, 3편 글을 쓰기 전 간략하게 왜 캐릭터 배경을 상세하게 써오면 안되는지에 대해 다루도록 하자.
던전월드는 PC들간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한다. 이는 PC들의 성장을 의미하는 "레벨업"에도 극명하게 들어나는데, 서로 인연을 해소함으로써 경험치를 받아 그것을 플레이어들이 "기억"하게끔 한다. 따라서 던전월드 내의 PC들은 세션이 진행될수록 캐릭터성을 발전시키고 보완할 수 있다.
던전월드의 PC는 개개인의 특출난 RP보다는, 파티원들이 서로 함께 잘 어우러져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도 각자가 원했던 지향점을 잃지 않고 개성을 살려나가느냐 위주의 RP를 해야한다.
예능 프로그램 용어를 조금 써본다면, 멤버들간 케미가 맞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것은 다른 플레이어들과 면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앞서 말했듯이 캐릭터를 만들기 전에 서로가 원하는 분위기가 최대한 일치하고 모두 만족하도록 지향점을 찾고, 캐릭터 역시 그 분위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며 다른 캐릭터들 역시 그렇게 되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생판 처음 본 사람과도 케미가 잘 맞을 것이다. 반지의 제왕에 대해서 정말 빠삭하게 아는 톨키니스트 둘을 모았을 때, 두 사람이 서로 일전에 만나본 적이 없어도 대충 프로도랑 샘을 RP해보라고 한다면, 둘은 하플링 도적과 엘프 소서러를 RP하라고 했을 때보다 더 죽이 잘 맞을 것이다.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알기 위해서 다양한 판타지 매체를 많이 접하라. 그리고 끊임없이 소통을 하고 타인의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플레이에 참가하라.
이런 조건들을 갖추었다면 던전월드는 당신과 팀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3편에서는 던전월드의 메커니즘을 다루겠습니다.
감사 - dc App
유어 웰컴, 던전월드하려고 했었음?
꼭 던전월드에 국한될 것이 아닌 전반적인 알피지 팁으로써 두루 유익한 내용이기도 하지만, 던전월드에는 특히 저런 요소들이 필수불가결한 것 같아요. 완성된 맵이나 시나리오 개요를 소개함으로써 사전정보와 이미지를 통해 분위기를 전달할 수 있는 기존의 룰들에 비해서 처음부터 확립해놓을 수 있는 것이 다소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저런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얼마 못가 삐끗하기 마련이니까요. 마찬가지로 여타 룰보다 캐릭터성과 케미스트리에 신경 써야하는 이유도 원본이 되는 아포칼립스월드가 이걸 왜 하냐는 질문에 '멋있으니까'라는 대답을 하듯이 '모험이 재밌으니까'라는게 던전월드를 하는 이유이니 모험의 주체가 되는 캐릭터들의 개성과 케미가 잘 맞아야만 그 대답이 성립될 수가 있죠.
시스템부터가 판정에 따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질 가능성을 품고 있는데다, 캐릭터들은 거기에 맞춰 복잡하고 한정된 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묘사와 간단한 판정을 통해 그 캐릭터만의 문제해결 방법을 표현할 수 있으니 빌드나 전략을 짜는데 집중할 시간에 그런 개성에 치중하기가 좋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동안 필요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머릿속에서 정돈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잘 정리하게 해준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119.197//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