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그린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신참 감독관(마스터)를 위한 조언. 밑에 한 줄씩 있던 부연 설명은 과감하게 자르고
내 멋대로 부연설명을 붙여봤음. 출처는 http://www.delta-green.com/2017/12/advice-for-new-handlers/
죽음이 매우 흔하다는 것을 캐릭터를 만들기 전부터 명확히 알려줘라
델타 그린 / CoC 등에서는 원래 판정 하나 잘못되서 사람이 훅 가는 일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피해 좀 세게 들어오면
그냥 사상자가 속출함. 로스트 어쩌고 하는 국산 시나리오의 경고가 별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거임. 대표적인
예로 코빗 아재 나오는 유령의 집 시나리오도 사실 7판에서 좀 작중에 발생하는 피해량 줄이고 그렇게 손을 봐서 낸 건데
오히려 이게 '특별한 축'에 들어감. 구판 룰북의 풀버전으로 가면 이 아재한테 두 대쯤 맞으면 목숨이 오락가락 했는데다
이 아재가 소환술도 할 줄 알았음.
플레이어들에게 D&D나 히로익 판타지식 사고방식으로는 죽는다는 걸 가르쳐 줘라
위와 비슷한 논리. 내가 농담삼아 미국방위대라고 하지만 사실 델타 그린은 공식 시나리오 대부분의 공식 결말이 다 죽거나
미치거나 그랬던 개흉흉하기 짝이 없는 물건임. CoC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원래는 더럽게 우중충한 물건이 맞음. 국내에선
별로 그런 이미지를 보이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하는 거 같지만... 최근 나왔던 뉴비용 시나리오 보면 얼추 감은 왔겠지?
델타 그린에는 통제권을 갖는 플레이어가 없고, 거기에서 공포가 나온다
어, 상황 통제권은 플레이어가 쥐는 게 아니야. 그러니까 걔들 입장에서는 피아스코 주사위 결과 나오듯이 상황이 꼬일 수도
있다는 점을 확실히 가르쳐 줄 필요가 있음. 물론 몸으로 가르쳐주기보다는 시작하기 전에 설명을 해 놓는 게 여러모로 편함.
죽는 것보다 더 나쁜 결과도 있다
굳이 죽이지 말고 이성을 까서 애가 서서히 소모되게 하는 거도 재미있다는 거임. 특히 델타 그린이 CoC보다 이거를
더 강조하는 메카니즘을 쓰는 편임. 혹은 그냥 진짜로 차라리 죽여줘라고 할 상황에 넣어도 됨. 델타 그린으로 예를 들면
벌레의 사도들에게 잡혀서 벌레 모체가 되서 불로장생하게 된 대신 가시 투성이 벌레로 가득 차 빵빵해진 배를 끌어안고
끝없는 고통에 뒹굴다가 동료들에게 발견되는 그런 상황 같은 거. 물론 동료들에게 얘를 고칠 방법은 없음.
플레이어들이 독자적인 계획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충분한 단서와 정보를 줘라
이런 장르에서 필수적인 거. 상상력에 의존하려 들지 말고 그냥 누가 그랬다는 단서를 줘서 그 누구를 찾아가게 해라.
대신 이러면 독자적인 계획이 안 생기잖아? 그 부분은 단서에서 언급된 인물 중 누구부터 찾아갈지 / 찾아가서 뭘 할건지
그런 것들에 대한 선택권을 주라는 거임. 이 부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물건이 곧 신판으로 나올 '니알랏토텝의 가면들'임.
즉흥극을 준비해 둬라
네가 생각하는 대로 플레이어들이 움직여 준다는 보장은 없음. 그러니까 그럴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땜빵할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거임. 예를 들어서 CoC로 유령의 집을 한다고 치자. 탐사자들이 시작부터 서류 조사 그런 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연장 좀 싸들고 집으로 가면 어쩔 거임? "아니 이게 무슨 문제라고?"할 수 있을 텐데, 탐사자들은 저 시점에서 집에
뭐가 있었는 / 있는 지 전혀 모르는 상태로 진행해야 함. 그러니까 당연히 집에 숨겨진 것을 그냥은 못 찾게 될 거라고.....
이제 뭘 이야기하는 지 알겠지? 참고로 이 떡밥은 모 해외 포럼의 유령의 집 시나리오 문제 해결법 스레드의 제목이었음.
실패 시의 악영향이 없다면 주사위를 굴리지 마라
쉽게 말해서 실패해서 상황이 꼬일 게 아니면 그냥 판정 없이 휙휙 넘기라는 이야기임. 특히 델타 그린은 아예 그런 경우의
판정에 대해서도 룰 자체에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사실 그런 거 없는 다른 룰에도 이 내용은 어느 정도 적용이 가능함.
그러니까 화장실 문이 잠겼다고 가정하자. 이 문은 누가 화장실이 급한 게 아니면 이게 열릴 때까지 계속 문따기를 시도해서
열면 됨. 그러면 결국 열릴 건데 굳이 판정을 계속 할 이유가 없지? 대신 시간이 얼마 소모됐다거나 하는 식으로 때우면 됨.
반대로 화장실이 급하다면 판정을 시킨 뒤 결과를 보고 문을 못 땄으면 신문지라도 깔아보라고 말해 줘야지 별 수 있냐...?
용감한 행동을 하면 보상을 주지 말고 대가를 치르게 해라
이거 글쓴이도 모든 마스터에게 어울리지는 않는댔는데, 사실 나도 이런 방식은 좋아하지 않음. 난 가급적이면 둘 다 줌.
예를 들어서 쇼고스에게 플레이어들이 쫓기는데 누군가가 용감히 쇼고스에게 맞서면 아마 걔를 죽일 거야. 대신 쇼고스가
걔를 먹는데 한동안 정신이 팔려서 나머지는 무사히 도망칠 수 있게 해 주겠지. 그러니까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시켜 주는
대신 그걸 시도한 당사자에게는 일단 대가를 가혹하게 치르게 하는 게 내 스타일임.
이제부터는 내가 개인적으로 적어보는 팁. 사실 여러 번 반복했으니 갤질을 자주 했다면 이제 좀 질리지 않을까 싶음.
시나리오를 잘 읽어라
말은 쉽지? 그러면 구체적인 설명을 하자. 중요한 것은 시나리오의 포인트를 찾는 거하고 각각의 장면을 나누는 거야.
그나마 요새는 장면은 대개 다 나누어서 나오기는 하는데.... 시나리오의 포인트는 이 시나리오의 기본적인 구성하고,
그게 진행되기 위해서 플레이어들이 겪어야 할 사건들을 말함.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기승전결 같은 거 말하는 거임.
가급적 이것들은 플레이어들이 다 겪을 수 있도록 해야 함.
또한 장면을 나눌 때는 각 장면마다 무엇이 나오는가 /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 다른 장면들과 어떻게 이어지는가에 대해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에 그것들을 어떻게 묘사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함. 마지막으로는 시나리오 진행 중에 어느 장면이
빠지면 어떻게 나머지 장면들을 이을 수 있을지 생각해 두는 게 좋음. 굳이 모든 장면을 다 쓸 필요도 없고,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따라서는 시나리오 내에 등장하는 그 모든 장면을 다 겪지 않고 진행할 수도 있거든. 물론 위에서 포인트라고 한
중요한 장면들은 쉽게 뺄 수 없다는 점도 기억해 두면 좋을 듯.
제시된 결과는 뒤집지 마라
플레이어의 최애캐라고 그 캐릭터를 죽일 수 없고 그런 건 없어. 죽어야 한다면 죽여. 그게 답이야. 이런 게임은 성직자가
사망자를 살려내지도 못하고 팔다리 잘려나간 것도 못 고치는 현실적인 세계라고. 그러니까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라서
잔혹하게 진행하면 됨. 근데 그러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이에 대한 답변은 간단함. 결과가 나오면 뒤집을 수 없댔으니까
대신 그 전의 '과정' 도중에 손을 쓰면 됨.
주사위를 굴리는 과정은 가급적 보여주지 마라
델타 그린이나 CoC 같은 룰에서는 마스터가 주사위를 굴리는 결과가 꽤 중요함. 특히 피해 같은 거.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다키스트 던전에서 운빨X망으로 애들 훅 가는 거 같은 상황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다키스트 던전과는 달리 이런 게임은
캐릭터 리필이 훨씬 힘드니까 좀 살살 봐줄 필요도 있음. 근데 이거를 대놓고 갑자기 특정 판정만 안 보여 주면 감이 오잖아?
그러니까 처음부터 최대한 모든 "과정"을 안 보여주는 게 더 도움이 됨. 결과는 판정을 하고 조금 뜸을 들인 뒤에 그대로
제시를 다 해줘도 안 늦거든. 물론 중요한 순간에는 저 뜸을 들이는 사이에....
이기려고 게임하는 게 아니란 걸 기억해라
크툴루 신화 장르의 TRPG는 마스터와 플레이어간의 대립이 아님. 다른 룰들은 파워빌딩 등으로 일말의 저항을 해 볼 수도
있겠지만 이쪽에서는 마스터가 나름 클리셰인 "지하실의 쇼고스"만 꺼내도 대개 상황이 종료됨. 그러니까 마스터의 역할은
플레이어들이 조사를 해 가며 공포스러운 진실에 닿을 수 있도록 다리를 만들어 주는 거임. 물론 그 다리라는 게 다 낡아서
썩어가는 흔들다리 같은 식으로 구성되면 훨씬 더 괜찮지만 말야. 떨어져도 굳이 책임질 필요는 없고, 책임져 주려면 위의
주사위 굴리는 거 감추는 걸 활용하면 됨.
비중을 잘 배분해 줘라
CoC나 델타 그린의 경우 직업 / 기능에 따라서 각 장면에서의 캐릭터들의 비중이 확 달라질 수 있음. 그러니까 누군가가
좀 생각 없이 빌드를 했거나 혹은 그냥 이 시나리오하고 안 맞는 경우 추가 장면 등을 만들어서 얘들에게도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비중을 재배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음. TRPG한다고 해서 기껏 만든 캐릭터가 하루 종일 총든 인남캐들 뒤나
따라다니다가 이상한 거 좀 보고 벌벌 떨다가 그냥 별 역할 없이 시나리오를 끝내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지?
캐릭터들에게만 겁을 줘라
어차피 현실의 플레이어들은 이런 걸로는 겁 안 먹음. 그러니까 캐릭터들이 이성이 까이거나 공포를 느낄 상황에서 걔들이
겁을 먹을 만한 상황에 대해서 묘사를 하고, 플레이어들이 거기에 맞춰 RP해 주기만 하면 됨. 무리하게 훨씬 더 끔찍하고
그로테스크한 묘사를 하면서 플레이어들에게까지 겁을 주려고 해 봤자 핸드폰 벨소리 한 번 들리면 흥이 깨질거고 아니면
'이건 좀 그렇다'는 클레임이나 받게 될 게 뻔하니까 그런 부분은 처음부터 기대를 아예 하지 않는 게 좋음.
신화적 요소가 없는 경우 일단 현실성을 강조해라
크툴루 신화물의 중요한 키워드는 '우리가 알던 현실의 붕괴'임. 나는 평화롭고 안전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이거지.
근데 그런 어필을 하려면 그 전에 일단 현실을 그만큼 견고한 것처럼 보이게 해야 함. 그러니까 그런 게 무너지면서 애들이
정줄을 놓고 이성이 까이는 거. 따라서 애들이 이상한 거 하면 경찰이 오고 구경꾼들도 생기는 등 현실적으로 있음직하게
대처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임.
더 생각이 안 나니 일단은 이걸로 종료.
3줄 요약
델타 그린 공홈에 작년에 간단한 조언들이 올라옴.
번역하는 김에 내 나름대로의 조언도 덧붙여 봄.
굳이 델타 그린이 아니라 CoC에 적용해도 괜찮음.
님 카오시움 직원인줄. 촉판활동추
델타 그린은 아크 드림 퍼블리싱 작품인데?
그럼 명예크툴루홍보대자추
카오시움도 모자라 아크드림 명예직원 자리를 두고 또 경합을 벌여야하는가...
난 ORE 등에는 별 관심없으니 그쪽이 하면 되겠네
벌레의 사도들에게 잡혀서 벌레 모체가 되서 불로장생하게 된 대신 가시 투성이 벌레로 가득 차 빵빵해진 배를 끌어안고
흐음... 이런 취향이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