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면은 세션과 세션 사이에 마스터가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전정보가 필요해서 구체적인 방법은 알려줄 수가 없고.. 대신에 단순한 예시를 몇가지 쓸게. 국면이란게 주제 질문과 주요 등장인물, 그리고 가장 중요한 위험요소들의 집합에 불과한 거라서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위험요소가 먼저 성립이 되야하거든. 그래서 위험요소가 뭐고 어떻게 만드느냐부터 설명을 하도록 할게.


위험요소는 괴물들이랑 똑같이 캐릭터들이 능동적으로 행동하게끔 위협을 주는 존재인데,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계획을 짜고 적당한 때가 오면 실행함으로써 캐릭터 또는 캐릭터의 주변에 재앙을 일으키는 놈들이야. 던월에선 괴물들도 각자 본능과 목적을 따라 생동감 있게 움직이기 때문에 위험요소가 괴물과 다를게 뭐지? 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룰북에 설명된 걸 보면 위험요소란게 굳이 괴물에 한정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괴물이란 것이 단편적인 상황에만 위협을 가한다면 위험요소는 캐릭터들의 모험과 밀접하게 연관되어서 기회가 올 때마다 흉조를 실현해가며 PC들 또는 PC의 주변에 재앙을 일으킨다는 차이가 있어. 좀더 설명충 짓을 하자면 흉조란 재앙에 다가가기 위해 위험요소가 꾸미고 있는 행동방침 같은 거야.


위험요소를 만드는 법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로는 일단 첫세션이라도 마스터가 구인을 할 때 배경을 확실히 정해놨다면 위험요소 정도는 배경에 맞게 미리 준비해도 괜찮아. 마스터가 준비한 던전으로 사령사에게 조종 당하는 영주가 다스리는 마을이 있다고 해보자. 그곳의 실세인 사령술사는 누가 봐도 캐릭터들이 발을 들인 이상 내버려뒀을 때 계속해서 위협을 가할 존재잖아? 위험요소의 조건에 충분히 성립되므로 이놈을 위험요소로 만들 수 있어. 만약 하고자 하는게 단편이라면 줄거리를 짜지 않아도 위험요소를 이용해 그 공백을 채울 수 있겠지만, AWE 룰들이 모두 그렇듯이 단편으로는 재미를 보기가 힘들지. 그러니까 단편이라고 위험요소를 무리해서 한 세션만에 끝장내게 하려고 하지 말고 2~4세션 정도로 연장을 시키고 깔끔하게 끝을 맺기로 하면, 이제 이 사령술사는 그 다음 세션을 진행하기 전에 플레이를 통해 알아낸 정보와 함께 마스터가 그럴듯한 살을 붙여서 모험국면으로 만들 수가 있게 돼. 국면은 오로지 마스터만이 알고 관리하기 때문에 이미 진행된 이야기 속의 개연성을 크게 벗어나지만 않으면 활용하기 편하게 꾸밀 수 있을 거야.


만약에 2~4회가 지났음에도 국면을 해결하지 못하고 합의하에 장편으로 가기로 했으며 그동안의 플레이에서 모험 국면이 하나가 더 늘어나 PC들이 방향을 거기로 선회하기로 했다? 그러면 새로운 모험국면을 진행하면서 거기에 PC들이 정신이 팔려 있는 동안 이전의 모험국면인 '사령술사의 영지'의 흉조를 하나씩 발동 시키고 재앙을 달성하게 한 뒤에 캠페인 국면으로 만들 수도 있지. PC들이 한눈 판 사이에 사령술사가 드디어 영지의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언데드 군단을 만들었고, 그 군단을 이용해 주변을 점령해서 세력을 불린다고 하는 거야. 끽해야 한 구석에서만 놀던 위험요소가 이제는 세계관을 위협할만한 세력이 되서 장기적으로 상대해야 할 최종보스로 된거지.


아니면 세션 도중에 별 생각없이 내보냈던 괴물들이 PC들에게 엄청 고전하게 만든 뒤 생존까지 했다면 다음 세션에서는 그놈을 위험요소로 승격 시키기로 하고, 이름과 역할이 생긴만큼 그 역할을 수행할 힘이 필요할테니 더 강력하게 만들어도 돼. 괴물의 능력을 뒷받침할 질문을 만든 뒤에 수치를 추가(괴물 부분 참조)하는 거지. 이렇게 플레이를 통해서 만들어진 위험요소를 중심으로 세션에서 던진 떡밥 등을 최대한 활용해서 국면을 만드는 거야. 예를 들어 어둠의 세력이 다시 부활하려는 조짐이 보인다는 뻔한 클리셰 떡밥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위험요소로 승격한 괴물이 4마리의 골리아스였고, 그중에서 PC들에게 두마리가 당한 뒤 도망쳤다고 하면, 나중에 튀어나왔을 때는 형제의 복수를 하기 위해 마왕의 선봉장이 되어서 PC들을 추격하는 역할을 맡은 위험요소가 되는 거지. 골리아스로부터 자연스레 마왕과 어둠의 세력이라는 배후의 캠페인 국면이 생겼으니 그 밑에 위험요소로는 PC들이 거주지에 도착할 때마다 훼방이나 위협을 가하는 '악의 세력과 결탁한 선의 세력' 같은 걸 위험요소로 생각해낼 수 있겠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PC들의 백스토리에 나오는 악연을 위험요소로 만들 수도 있을테고 또 이런 위험요소가 한 세션으로 끝나지 않으면 다음 세션을 하기 전에 그걸 이용해 국면을 만들 수도 있는 거니까 그냥 간단하게 생각해.


던전월드는 마스터 혼자서 줄거리를 짜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국면은 그 목적이 확실하고 위험요소의 흉조는 때에 따라서 유동적으로 수정을 가하면서도 직관적으로 써먹을 수 있도록 하는게 좋은 것 같아.


아무튼 작금의 던월 세션들을 보면서.. 익숙한 시나리오를 짜와서 일방향적인 길을 고집하는게 아니라 국면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태도가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오던 차에 국면에 관한 글이 올라와서 한번 써봤어. 이해가 안 가는 걸 무시한 채로 하지 않고 이해하기 위해 질문을 한는 건 진짜 좋은 자세라고 생각하거든! 그러니까 분명 재밌는 세션을 할 수 있을 거야. 이 글이 좀 도움이 됐으면 좋겠고 던월을 재밌게 즐기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