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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는 있지만, 부상자는 없다.


밀림을 파고들어갈수록 점점 더 마경이 지속된다. 더욱 덩치 큰 맹수, 불태우지 않으면 도저히 지나갈 수 없는 수준으로 빽빽한 식물들, 험한 지형, 갑자기 퍼붓는 폭우. EC 중 한명이 네판디 소굴에 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작게 중얼거리는 것이 하은의 강화된 청력을 통해 생생히 들려온다.


그들은 다행스럽게도 밤을 보낼 곳을 확보한 상태였다. 각성제를 복용하고 야시 장비를 착용한채 돌파하는 것도 생각해보았지만 차라리 그것보다 정글 한부분을 불태워 숙영지를 만드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 였다. 맹수들의 공격은 몇차례 클레이모어를 동반한 방어 전술에 막힌 이후 잦아들었다. 아마도 그들이 방비를 제대로 하지 못할 때, 다시 말해 이동할 때를 노리려는 것 같았다.


하은은 차바퀴에 기댄 채 데이터 베이스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밀림이어서 통신이 끊기기에 데이터를 다운로드 받아왔던 것이다.


카멜리아. 버베나 출신의 현실교란자.


그녀의 경력은 화려하다면 화려했다. 한때 그녀는 생태주의 사상을 지닌 ‘유전공학’자 였었다. 세월과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지금 와서는 퇴물이 되고 만 몇몇 생태주의 민간단체나 정당을 거쳐왔으며, 각종 공개 토론에서 생물학적 다양성을 역설한 기록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었다.


그녀에게는 ‘마법적인 방법을 이용한 유전공학자’라는 괴상한 타이틀이 붙여져 있었다. 그녀는 통제된 실험실에서 진행되는 유전 공학이 아니라, 더욱 위험한 환경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와 현실 교란적으로 가속된 교배를 통한 품종개량을 이용해 위험한 생명체들을 만들어내는데 대단한 재능이 있었다. 다른 과학자들이 유전자총이나 박테리아를 이용해 유전자를 변형한다면, 그녀는 버베나 사이에서 구전으로 내려오는 영약과 위험한 오지에서만 자라는 현실교란적인 생물에서 채집한 성분을 투여해 생물의 유전자를 바꾸는 식이었다. 그녀는 주류과학에서 다루는 유전공학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그 한계를 넘기 위해서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냈을 뿐.


갑자기 그녀의 의안 HUD에 SC-2 두뇌 임플란트의 경미한 오류를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이런 환경인 만큼 하이퍼테크 장비가 고장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지만 설마 두뇌 안에 장착된 장비까지 오류를 겪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가 자체 점검 프로그램을 가동시킨다.


“요원.”


그런 그녀 옆으로 그레인저가 다가온다.


“감독관님.”


그레인저가 하은의 옆에 앉는다.


“뭐 하고 있죠?”


“목표에 대한 기록을 읽어보고 있습니다.”


읽어본다고 해도, 뭔가를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HUD에 나타나는 글자들을 엄청난 속도로 읽어 들이는 것Datacrawl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냥 가만히 앉아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감상은 어떤가요?”


“데이터에 따르면 그녀는 현실 교란적으로 변이된 식물을 통제된 방어와 공격에 사용하고, 맹수들의 경우는 자율로 풀어놓는 성향이 있습니다. 아직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예전에 그녀와 전투를 벌였던 요원들의 방식을 따라하는 것이 나을 거라 생각됩니다. 현재 가진 무장을 재분류해서-“


“잠깐만요, 그거 말고.”


하은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린다.


“처치할 방법 말고, 그녀의 경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거에요.”


“경력… 말입니까.”


하은이 잠시 우두커니 생각한다. 그러나,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적지에서는 그런 이야기 보다는-“


“요원, 명령하면 제대로 대답해 줄건가요?”


그레인저가 조금 강경하게 나온다. 그녀는 하은과 대화할 때보다 히트마크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개조되기 전에도 냉정한 인상이었지만, 분명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 그녀는 계몽된 정신을 가진 -어쩌면 가졌던- 요원이었다. 앞으로의 임무를 위해서도 그녀가 단순한 돌격 대장 역할밖에 하지 못할지, 아니면 그 이상의 일을 맡길 수 있을지 알아야 했다.


“…그녀는…”


그레인저가 가만히 하은의 말을 기다린다. 하은이 데이터 크롤링을 계속한다. 각성 이후 그녀는 당연하다는 듯이 버베나, 그 중에서도 유니언이 에코 테러리스트로 분류한 분파에 합류했다. 그녀는 유니언 및 민간 시설에 대한 테러 현장에서 몇차례나 목격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몇 년 전 자신이 속한 카발의 일원을 모조리 죽이고 사라졌다.


“그녀는 자신의 주변을 모조리 현실교란적인 기운으로 오염시킨 상태입니다. 그녀는 이미 머라우더가 되기 일보 직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레인저가 계속하라는 듯 끄덕인다.


“그리고 카멜리아의 통제 하에 있는 짐승들이 내뱉은 말, 무차별적인 학살, 그리고 자신이 속했던 집단까지 전부 학살했다는 것을 보면 네판디나 그에 준하는 위협이라 생각됩니다. 최대한 빠르게 제거해야 합니다.”


하은이 말을 끝내려 한다. 그러나 그녀가 머뭇거린다. 무엇인가 더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 때문이었다.


“뭐죠?”


“…하지만…”


하은이 말을 이어간다. 그녀의 목소리를 빌려, 마치 자신과 비슷한 누군가가 이야기하는 기분이 든다.


“두 가지 의심 가는 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철학 차이’ 때문에 동료들을 학살했다는 증언, 그리고 죽여라, 라는 말입니다.”


“두 번째는 왜?”


“대상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건 무슨 말이죠?”


갑자기 하은이 말을 멈춘다. 동시에 HUD에 두뇌 임플란트의 오류가 해결되었음을 알리는 메시지가 뜬다. 그녀가 생각을 정리하려 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던 생각과 논리가 그대로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


“요원?”


“죄송합니다.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의견은 역시 즉시 제거 해야 한다는 쪽입니다.”


그레인저가 그녀를 놀란 듯이 바라본다. 처음으로 하은이 히트마크가 아니라, 계몽된 요원처럼 말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자신이 의심쩍게 생각하고 있던 점을 정확하게 짚어 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무엇인가 한계가 있었다. 개조의 부작용임이 분명했다.


“알겠어요. 의견 고마워요.”


그레인저가 자리를 떠나며 위성 단말을 켠다. 노먼과 에이다에게 “에페메라 작전”에 대해 조사하라고 지시해 두었지만, 당연하게도 아무런 소득이 없다. 아무래도 이 건에 대한 조사는 미뤄 둬야 할 것 같았다. 그녀의 뒤에서 하은이 무심하게 장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몇 명의 사망자를 더 낸 끝에, 그들은 가는 길마다 밀림을 거의 불태우다시피 하고서야 밀림의 중앙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의 눈 앞에는, 수많은 덩굴과 나무가 서로 얽혀 만들어진 거대한 돔이 있었다. 그 크기는 거의 판테온 신전만한 크기였다. 그 안에서 자라난 것인지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나무들이 돔을 뚫고 하늘을 향해 솟구쳐 있었다. 이상하게도 더 이상 맹수들이 그들을 덮쳐오지 않았다. 그들은 돔 근처에서는 마치 활동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감독관님.”


호위병력의 지휘를 맡고 있는 EC가 조용히 다가와 보고한다.


“여기서 나가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화염방사기의 연료는 간신히 돌아갈 길을 뚫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레인저가 끄덕인다. 이미 불태운 밀림은 마치 몇 년은 지난 것처럼 새로 자라난 식물들에 의해 막혀 있었다.


“요원.”


하은이 즉시 다가와 그녀의 옆에 선다.


“요원은 나와 함께 들어가죠. 나머지 병력은 주위를 경계하도록 하세요.”


지휘관이 끄덕이며 명령을 내리기 시작한다. 하은과 그레인저 두 사람은 공동안으로 들어간다. 그 안은 조용했다. 마치 그들을 환영하듯 바닥을 덮고 있는 미끄러운 덩굴들이 꿈틀거리며 갈라져 길을 내준다. 야광버섯과 은은하게 푸른색으로 빛나는 발광식물들이 공동 안을 비추고 있었다. 온갖 정제되지 않은 생명이 넘쳐나는 바깥과 다르게 이곳은 평온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공동의 천장 중앙에 뚫린 햇살 아래에 누군가 무릎을 꿇은 채 단정하게 앉아 있었다. 하은의 내장 HUD가 안면인식 알고리즘을 통해 그녀가 카멜리아임을 판별해낸다. 하은이 지체하지 않고 뛰어나간다.


“잠깐!”


그레인저가 하은을 멈춰 세운다. 그녀가 기계적인 동작으로 우뚝 멈춰선 채로 그녀를 돌아본다.


“감독관님?”


“공격할 필요는 없어요.”


그레인저가 거침없이 나무로 만들어진 거대한 공동을 걷는다.


“잠-“


하은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가 카멜리아에게 가까워진다. 놀랍게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고 있었다. 공동 밖을 지키고 있는 괴식물과 동물들을 생각해보면 당황스러울 정도 였다. 하은이 조용히 그 뒤를 따른다. 두 사람은 단정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는 카멜리아 앞에 멈춰 선다.


“노먼.”


“예, 감독관님.”


노이즈가 낀 통신망을 통해 노먼이 즉시 대답한다.


“노하은 요원의 가용한 모든 센서를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그렇게 말하며 그레인저가 하은을 살짝 곁눈질한다. 표정을 보건대 불만의 낌새는 없지만,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인 반응이 표정 변화로 즉각 이어지지 않는 의체이기 때문에 그럴지도 몰랐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지금의 하은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은은 반론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녀에게 고강도의 소셜 컨디셔닝이 가해졌다는 것은 그레인저를 꺼림칙하게 했지만, 이런 경우에는 명령에 거스르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이점이다. 하지만 그런 요원을 원했다면 그녀는 차라리 히트마크를 달라고 했을 것이다.


“요원?”


“네, 감독관님.”


“이제 격리 프로토콜을 요청 할 건데, 당신은 카멜리아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하은이 즉각 대답한다.


“감독관님도 보셨다시피, 이 자가 휘두르는 힘은 너무 위험합니다.”


“그 말은?”


하은이 히트 블레이드를 움켜쥔다.


“이 자리에서 제거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들어온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이 장비와 소이 수류탄만으로도 불살라 죽일 수 있을 겁니다.”


그녀가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다 대며 말한다. 그레인저가 잠시 하은을 응시하다가, 카멜리아 앞으로 다가선다.


“감독관님, 아무래도 제가 하는 것이 더 안전할 것 같습니다.”


“의수를 가지고 있는 건 요원 뿐만이 아니에요. 그리고 카멜리아의 상태를 보면…”


그레인저가 한쪽 팔을 걷어 올리며 의수를 보여준다. 그 밑에서 무엇인가 불거져 올라오더니, 의수의 외피를 뚫고 날카롭게 다듬어진 뼈를 연상케하는 카본 블레이드가 튀어나온다. 그녀가 그것을 정확히 휘둘러 카멜리아의 어깨 부위를 작게 잘라낸다. 그러나 살점이 잘려 나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안쪽에서 덩굴과 근육이 섞인 기괴한 조직이 차 올라 잘려 나간 부분을 채워 나간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이 한 올 바닥으로 떨어지자 마자 그것이 씨앗을 담은 포자가 되어 사방으로 날아간다. 생명이 폭주하는 듯한 이 밀림의 근원은 그녀가 분명했다. 불로 태워봐야 재생하는 바깥의 식물들처럼 그녀도 재생할 것이다.


“소이 수류탄 정도로는 불가능할 것 같네요. 아이보리 타워에 자산을 요청해야겠-”


“!”


하은과 그레인저가 동시에 물러선다. 카멜리아의 뒤에서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감독관님! 허가를!”


그러나 그레인저가 대답하기도 전에 허공에서 마치 체액을 연상케 하는 액체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그 액체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순식간에 사람의 형상을 이룬다. 이내 역겨운 액체가 비현실적으로 사실적인 사람의 그림이 된다. 그 형상이 카멜리아의 목으로 손을 뻗는다. 그 손에는 마치 나무로 조각된 것 같은 단검이 들려 있었다. 무딘 날이 카멜리아의 목을 끌어당기듯 베어버린다.


“탈리아! 무슨 짓을-“


그레인저의 외침과 함께 탈리아의 형상이 완전히 나타난다. 무딘 날에 잘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롭게 잘린 상처와 함께, 카멜리아의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탈리아가 들고 있는 단검은 특별히 준비한 엔트로피의 마법이 담긴 물건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녀의 재생력을 저렇게 간단히 무시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탈리아!”


“감사인사부터 하도록 하지. 덕분에 밀림을 쉽게 돌파했으니까.”


그레인저가 허리춤에서 탄창에 나노 팩토리가 내장된 권총을 꺼내 든다. 그녀는 탈리아의 전투력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다. 어중간한 방법으로는 위협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 싸울 셈인가?”


탈리아가 한걸음 물러난다. 하은의 히트 블레이드가 다시 고열을 뿜기 시작한다. 그러나 갑자기 하은의 HUD가 또다시 발생한 두뇌 임플란트의 오류를 알린다. 국지적인 현실 내부이기에 잔고장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신 상태의 안정 같은 것 보다 전투 능력이 중요하다. 그녀가 오류를 후순위로 설정하고 전투 능력과 관련된 기능으로 처리 리소스를 재분배한다.


“남 좋은 일만 시켜줬다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하는데. 나도 당한적이 있어서 말야.”


탈리아의 시선이 하은을 향한다. 예전에 이시야마의 본거지에 침입했다가 하은을 놓친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왜 죽였죠?”


그레인저가 날카롭게 묻는다.


“여기까지 오면서 몇 명의 희생자를 냈지? 짐승들이 하는 말은 들었나? 그녀가 뭘 하고 있었든지 간에 그녀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 그리고 더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갈테고. 그녀가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간에 사람들을 죽여 나갈거야.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녀는 죽어야 했어.”


하은이 갑자기 탈리아의 말에서 이상함을 느낀다. 그녀의 말은 틀림없다. 최소한 타인의 관점에서 관찰할 때는. 그러나 아직도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


하은이 정신을 집중하려 노력한다. 탈리아의 전투 능력은 누구보다도 하은 자신이 잘 알고 있다. 눈 앞에서 직접 목격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두뇌 임플란트의 오류 처리를 우선 순위로 설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식이 분산되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Good death…”


그레인저가 그 단어를 곱씹는다. 유타나토스가 악인들에게 주는 ‘선물’, 이른바 좋은 죽음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녀가 뭘 하려고 했던지는 상관없어. 이제 그녀가 죽었으니, 남은 일은 밀림을 불태워서-“


“아뇨.”


두 사람이 하은을 바라본다. 그녀는 잘려 나간 카멜리아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 잘려 나간 부위에서는 피가 아니라 마치 식물의 수액을 연상시키는 액체가 떨어지고 있었다.


“그 해석은 잘못됐습니다.”


그녀가 두 사람을 압도하는 듯한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죽여라…라는 말.”


하은이 조용히 말을 이어간다.


“그녀는 자기 자신을 죽이고 싶었던 겁니다.”


그녀의 말이 끝나자 마자, 갑자기 카멜리아의 몸이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카멜리아의 머리는 땅에 떨어지기도 천에 수천, 수만의 포자로 화해 사라진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간신히 형상을 유지하고 있는 그녀의 몸이었던 것에서 갑자기 엄청난 양의 날벌레들이 쏟아져 나온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날개를 지닌 나비, 포식자의 얼굴을 흉내낸 껍질을 지닌 갑충, 위협적인 무늬를 지닌 모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지만 마치 한 생명체처럼 뭉쳐 다니는 날벌레. 심지어 다리를 8개 지닌 날벌레나 지구상에서 진화했다기에는 너무나 괴상한 구조의 날개를 지닌 것들도 있었다.


“감독관 님!”


하은이 그녀를 낚아챈다. 그녀는 다시 평소의 기계적인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방금 자신이 한 말을 기억하는지도 의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생각할 새도 없이 두 사람이 출구를 향해 달린다. 그녀가 히트 클록을 두르자 고열이 사방으로 방출되며 그들을 덮치는 벌레들을 모조리 태워버린다. 그녀가 그레인저를 보호하며 공동 밖으로 뛰쳐나간다.


날벌레가 끝인 것은 아니었다. 그녀의 다리에서 온갖 색의 개미, 지네, 유충, 심지어 움직이지 못하는 번데기까지 다른 곤충들과 함께 쏟아져 나온다. 벌레들과 함께 식물의 포자와 씨앗이 사방으로 뿌려진다. 포자가 날벌레들이 일으키는 바람을 타고 퍼지고, 씨앗이 곤충의 물결에 실려 사방으로 옮겨진다. 근처의 바닥에 떨어진 씨앗들은 엄청난 속도로 자라나 다양한 종류의 풀과 나무로 변해간다.


그녀의 체액이 뿌려진 땅을 파고 자그마한 동물들이 기어 나오기 시작한다. 순식간에 공동 안은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동물들이 벌레들을 쫓아가 잡아먹는다. 그 직후 더 큰 포식자가 그 동물들을 잡아먹는, 마치 원시 바다의 미생물들을 연상케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그 위로 공동이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덩굴들이 풀려나가고, 나무가 쪼개지며 사방으로 조각을 흩날린다. 위험을 감지한 동물들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을 그만두고 뿔뿔이 흩어진다.


두 사람이 공동 밖으로 탈출 하고 나서야 생명의 물결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한때 거대한 생명의 신전이 있던 자리에는 그 흔적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곳을 중심으로 새로운 수천, 수만의 생명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현지 생태계에 교란이 오지 않을지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만, 프로제니터의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원인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안정화되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 측과 전투를 벌인 짐승들은 카멜리아의 죽음과 함께 모두 사멸했습니다.”


며칠 뒤, 두 사람은 다시 MSF-44 아말감의 컨스트럭트로 돌아와 있었다. 노먼이 클린 업 팀의 디브리핑을 모두에게 전달하는 중이었다. 노먼이 언제나처럼 홀로그램 형상을 사용하는 바람에 어두운 브리핑 룸은 은은하게 밝혀져 있었다.


“카멜리아의 목표는 생태계 다양성 보존을 넘어서, 아예 확장을 하는 것이었던 걸로 보입니다.”


“확장?”


에이다가 묻는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아예 새로운 생물종을 만들어내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스스로를 일종의 제물로 사용한건가?”


“그렇다고 봐도 되겠죠. 카멜리아는 생명 마법의 대가였으니까.”


그레인저가 대신 대답한다.


“자신의 몸을 숙주로 삼았지만, 패러독스로 인해 몸의 재생력이 폭주하는 바람에 스스로 그 과정을 완성시킬 순 없었던거죠. 아마 프로제니터가 개입하지 않아도 해당 지역의 생물종은 스스로 안정화될 거에요. 아마 몇 개월 지나지 않아 해당 지역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했다고 생각 될 만한 종들만 남게 될 겁니다. 물론 프로제니터 연구원들이 제 의견을 받아 들일리는 없지만.”


‘마법’이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그레인저를 향해 하은이 고개를 돌린다. 그러나 그레인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그녀는 단지 승천Ascension한 것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그녀의 묘한 코멘트에 에이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다.




한 밤중. 공동이 무너진 곳을 달빛이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 가운데서, 이질적인 형상들이 움직인다. 실루엣만 봐서는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작은 동물들 같은 모습이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이곳에 원래 살던 동물도, 그렇다고 카멜리아가 새로이 만들어낸 동물도 아님이 드러날 것이다. 확장된 동공, 거친 호흡, 스스로의 안위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격한 움직임까지. 이들은 유니언의 봉쇄에도, 심지어 위협적인 동물들을 사냥하는 데미지 컨트롤 팀의 존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마침내 그 중 하나가 한때 카멜리아였던 것을 찾아낸다. 이제는 액화되어 사람의 모습 따위는 전혀 남아있지 않은 초록색의 액체를 동물들이 삼키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곳에 들어왔을 때처럼 뿔뿔이 흩어져 사라진다. 그들의 주인, 이시야마에게 돌아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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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재개...

한달동안 퇴근 후 바쁠일이 있어서.. 흙흙.. 봐주셔서 감사감사

글자수 제한 대체 무엇.. 별로 길지도 않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