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시송님의 갓바운드 소개 : http://blog.storygames.kr/entry/godbound_review

제가 쓴 Shadow of the Demonlord 소개 : http://rpg-talk.net/Board/629

 

 

 

이번 주에는 Shadow of the Godbound를 테스트 삼아 돌려 보았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Shadow of the Demon Lord와 Godbound를 제 멋대로 섞은 것입니다. 섞은 이유는 Godbound가 OSR답게 비교적 심플한 규칙이기 때문에 갓바운드를 묘사하기 위한 능력과 규칙들(Words, Gifts, Influence, Dominion, 피해 규칙 등)을 제외하면 다소 심심한지라

 

전투광인 파티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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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하고 싶었던 거 둘을 섞으면 한 번에 해결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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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둘 다 10레벨이 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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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tDL이 그리 심한 수치 인플레가 일어나는 게임이 아니고, 전투가 치명적이 되는 걸 갓바운드로서의 각종 능력이 커버를 해 주는 면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일단 테스트 플레이 가능할 정도로만 적당히 섞었기 때문에 문제는 좀 더 있습니다. 특히 마법의 문제라든가(SotDL의 마법 습득 규칙이 좀 독특해서 갓바운드에서 추천하는 방식과는 잘 섞이지 않습니다), 데미지 처리의 문제라든가(갓바운드는 굴린 데미지를 변환해서 처리하는데 이게 그리 취향이 아니라서…. 하지만 이 규칙을 사용하지 않으면 PC들이 초월자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고;)에 대해 좀 고민해 봐야겠네요.

아무튼 다시 플레이 이야기.

이왕 다 뜯어고쳐서 테스트하는 김에 무대를 현대 한국으로 설정했습니다. 갓바운드의 원 배경이 세상이 대충 망한 후(..)인지라 그렇다면 세상이 망한 게 실감이 나는 현대 쪽이 좀 더 컨셉 전달에 편하지 않겠느냐 하는 생각에서요.

 

1) 현대 한국, 대충 망한 세상.

 

다음엔 PC들을 한 가족으로 설정했습니다. 한 가족이 통째로 반신. 왜 이런 설정을 붙였느냐면, PC들 전원이 힘 있는 존재여도 흩어지기 어려울 만한 강력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기 위해서. 테스트 플레이니까 서로 통성명하고 신원 탐색 같은 거 할 시간이 아깝잖아요(..).

 

2) PC들은 전원 한 가족.

 

그리고 이 시점에서 저는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 이 설정이면 PC들이 얻은 신의 힘에도 연관성을 주는 게 재밌지 않겠어?'

마침 최근에 본 유쾌한 영화에 영감을 받아, PC들에게 깃든 신의 근원을 각각 프리그, 헬라, 토르, 로키로 설정했습니다(..). 모델이 명징하니 갓바운드의 데이터를 고르는 것도 비교적 간단해서 편했습니다.

 

3) PC들의 힘은 북구신화의 신들에서 온 것.

프리그 : Health, Earth, Luck의 힘을 가진 갓바운드. Priest.

헬라 : Death, Passion, Sword의 힘을 가진 갓바운드. Magician.

토르 : Thunder, Might, Sky의 힘을 가진 갓바운드. Warrior.

로키 : Deception, Luck, Night의 힘을 가진 갓바운드. Rogue.

 

뒤쪽에 붙은 건 SotDL의 Novice Path입니다. 헬라는 Warrior나 Rogue가 더 어울렸을 터이지만 4대 속성을 모두 갖추기 위해서 희생당했습니다(..). 사실은 SotDL의 추가 책에 Adept라는 마법전사 계통이 있는 듯하지만 이 시점에선 그걸 몰라서…. 토르의 Thunder는 기본에 없는 속성이라 Fire를 변형한 것입니다.

 

4) 캐릭터들의 이름, 나이, 직업.

  • 오만석(프리가), 34세, 내과의사
  • 오현아(헬라), 29세, 펀드 매니저
  • 오만복(토르), 26세, 전기 기술 전문가(용산에서 부품샵을 운영중)
  • 오록기(로키), 24세, 백수(..)

2018년 어느 날.

신천동 오씨 아저씨의 환갑날.

막내 정도만 빼면(..) 남부럽지 않게 자식들을 키워낸 오씨 아저씨이지만, 유독 마음에 걸리는 것이 바로 형제지간의 우애. 요즘 세상에 촌스럽게 무슨 환갑연이냐며 거부하고는, 형제와 가족의 우의를 다지기 위해 아침 등산(..)에 나섭니다.

헥헥대며 관악산에 올라 해를 보는 가족들. 그런데 그들이 바라보는 앞에서 태양이 쪼개지고 그 파편이 온갖 곳으로 비산합니다. 이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다음 순간 강렬한 충격과 함께 정신을 잃는 네 남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곳은 어쩐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구시설 같은 곳.

PC들은 쇠사슬 같은 걸로 침대에 묶여 있었습니다만 어째 아무렇지도 않고 끊고서 자신이 한 일에 기겁. 시설에는 PC들 말고도 침대에 묶여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만 그들은 전부 잠자듯 죽어버린 상태. 의아해하면서도 일단 이곳을 나가려 시도하는 PC들.

어째서인지 놀랍도록 향상된 신체능력 덕분에 닫힌 문을 비틀어 열고, 벽을 맨손으로 타면서 지상까지 빠져 나옵니다. 지하와 달리 지상은 평범한 주상복합건물로 되어 있는 것 같았는데,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은 아무도 없고 완전히 폐허가 된 상황. 약탈의 흔적도 곳곳에 보입니다. 도로는 버려진 차들, 무너진 건물로 엉망진창이지만, 역시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윌 스미스가 나온 '나는 전설이다' 같네."

 

장소를 확인해 보니 용산역 근처. 이곳이면 만복의 가게가 가까운지라 일단 조금이나마 아는 곳으로 가자---는 생각에 걷기 시작한 PC들을 요란한 경적 소리가 멈춥니다. 의아해하며 돌아보자 거기에는 바이크를 탄 다섯 명의 폭주족. 다만 놀랍게도, 그들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의 머리,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크(..)였습니다. 노예다! 붙잡아라! 그렇게 외치며 바이크를 몰고 달려오는 오크 라이더들.

 

"정정. '북두의 권'이었어……."

 

크로스보우와 마체테로 무장한 오크들(대장은 무려 카타나와 머신 피스톨). 반항하는 상대에게는 우선 바이크로 돌격하며 사격, 다음엔 들이받아서 날려 버리고 마체테로 끝장을 내는 무서운 괴물들……이지만 PC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들을 대적하기 시작합니다.

만복의 손에 전격이 감돌고 그걸 휘둘러 적을 후려치고, 현아는 어둠이 깃든 검을 만들어 적을 베고, 록기(..)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적을 유린, 만석은 대장의 생명력을 즉시 절반으로 줄여 버리며(..) 놀랍게도 압승.

쓰러뜨린 오크들을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도중, 록기는 특기인 사기의 힘으로 오크들을 구슬려서 자신을 대장으로 믿고 따르게 만듭니다(..). 오크들의 증언, 그리고 만석이 깨달은 대지의 힘으로 대지의 기억(..)을 읽어 알아낸 사실.

 

몇 년 전, 태양이 깨어진 날 이후로 인간이 괴물로 변화하는 사태가 발생. 일부는 인간일 때의 기억을 가진 자도 있고, 일부는 그렇지 못한 사례도 발생. 아무튼 각국의 시스템은 완전히 박살나서 세상은 그야말로 풍비박산. 현재 사람들은 주로 지방으로 흩어져 농장을 중심으로 생존권이 재편된 상황. 서울에는 사람이 별로 없거나 잘 숨어 있고, 이 오크 라이더들은 떠도는 노예는 없나 찾으러 왔던 것이라고…….

만석이 대지의 기억을 읽어 지하 시설을 관찰한 바에 의하면, 그곳은 아마도 어딘가에서 비밀리에 만든 연구시설이었던 것 같고, PC들을 포함한 사람들이 그곳에서 연구 대상으로 각종 실험을 당하다가, 마지막 순간 독가스를 흘리고는 시설을 폐기하고 떠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으음……. 그럼 우린 미8군이 만든 뮤턴트의 성공 사례인건가?"

 

합리적인 추론(?)을 하며 만복의 가게에 도착. 남아 있는 부품도 몇 개 있긴 하였으나 건전지류는 꼼꼼하게 다 빼간 상황. 고민하던 만석은 자신의 전격을 직접 기기에 흘려 넣는 방법으로 건전지 없이 움직이게 하는 방법을 깨닫고(..), 자신이 멸망한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존재라 믿게 됩니다(.....).

라디오를 들어 보니 '세이브 어스'라는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살아 있는 사람은 없는가 확인하는 방송을 계속 보내고 있었습니다. PC들은 그 전파를 송신하는 자를 역으로 추적, 그 근거지를 덮칩니다.

환상을 써서 완전히 파괴된 것처럼 위장된 병원. 그 지하의 자체 발전기. 그리고 그곳의 전원을 끌어다가 TV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즐기고 있는 20대 중반의 남자를 찾아냅니다(..). 그의 이름은 이정훈.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PC들에게 놀라면서도, 그는 오크가 알지 못했던 지식을 알려줍니다.

 

PC들은 반신이랄까 신의 힘을 얻은 존재들. 갓바운드라고 호칭되고 있으며, 그들의 힘에는 일종의 근원이 되는 존재가 있는 듯하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신격 근원은 바쿠(맥)라고 말하고, 꿈과 밤을 다스리는 힘을 갖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이 갓바운드의 힘은 신도를 얻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서 더욱 강해지기에, 지금 세계 각지에서는 갓바운드 간의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난립하는 괴물이나 그 이상 기이한 존재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PC들 각각의 상태를 확인한 후, 그는 방송을 통해 도움을 요청한 이유를 설명합니다.

사실 서울은 1년 정도 전부터 '전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각지의 발전소, 변전소, 전기 공급 시설이 끊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콘센트조차 쓰지 않고서. 이것은 분명 어떤 갓바운드가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서 본래 불가능한 현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라고.(그래서 그는 그동안 쌓인 PS4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감사한 마음으로 서울로 이주해서 1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가량 전부터 갑자기 그 전기가 끊어지고, 그는 급한 마음에 용케 약탈을 피한 병원의 발전기를 이용해서 게임을 클리어하는 한편(..),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뭔가 단서가 있느냐는 PC들의 의문에, 그는 있다고 말합니다. 분명하진 않아도 이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을 단서가 있다고. 그리고 건물을 나가 PC들에게 어떤 것을 보여줍니다.

일주일 전부터 새하얗게 얼어붙고 폭설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중이라는 롯데월드타워를…….

 

충분한 근거임을 납득한 PC들은 상황 조사 및 해결을 위해 얼어붙은 롯데월드타워로 향합니다. 가는 동안 발견한 것은 프로스트웜과 오우거 아인헤랴르. 롯데월드타워로 가는 길을 단단히 지키는 괴물들이었지만 로키의 기만술로 가볍게 속여넘기고 무사 통과(제길!).

 

롯데월드타워 정상에 도착하자, 거기에는 얼음관 안에 붙잡혀 있는 아직 어린 소년과 보기만 해도 오싹한 거대 늑대가 있었습니다. PC들 모두가 떠올립니다. 저것은 분명, 펜리르라고 불리는 늑대일 것이라고.

북구 신화에서 태양과 달을 삼키고 오딘을 잡아먹었다는 "어, 내 아들?" ……네, 로키의 자식이란 설정이 있었네요.

 

아무튼 전투 개시!

그리고 마지막 전투임을 깨닫고 리소스를 총동원한 비겁한 반신들의 연합공격에 참패했습니다!

Health의 권능으로 생명력을 반으로 깎고 Luck의 권능으로 주사위 굴리는 것마다 실패시키고…… 역시 더럽구나 신들 더러워…….

 

펜리르를 격파하자 쏟아지던 폭설이 멈추고, 혹한도 잦아듭니다. 그리고 얼음관이 깨어지고, 그 안에 있던 소년이 눈을 뜹니다. PC들의 머릿속에 울리는 '나를 찾아내 주었구나'하는 말. 소년의 한쪽 눈은 놀랍도록 푸르고 아름다웠지만, 그 눈은 시력을 잃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눈이었습니다.

 

"오딘이냐!!!"

 

네. '지식', '마법', '전쟁'의 신 오딘이 합류하면서 일가족 상봉으로 테스트 플레이는 끝을 맞이했습니다.

마스터로서도 재미있었고 플레이어들의 반응도 좋았던 테스트 플레이였습니다. 배경을 현대로 설정한 게 좋았던 것 같습니다. 판타지에서 세계가 망했다고 해도 큰 실감은 안 나지만 현대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이것도 저것도 안 된다고 하면 느낌이 팍 오는 데다가, 일렌트 지방의 오크브라더후드보다도 일산의 오크 농장 쪽이 좀 더 친근감이 있어서(..).

전원을 가족으로 설정한 건 PC간 대화할 만한 장면이 그리 나오지 않게 되어서 그리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만, 장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라 혹 장기 플레이로 넘어간다면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결정할 것 같습니다.

 

이상 보고 끝.

 

여러분, Shadow of the DemonLord도 Godbound도 괜찮은 게임입니다. 테스트 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