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눈치챈 이들도 있겠지만, 내가 마스터링을 한 마법 세계는 \'메이지 디 어센션\'에서 많은 모티브를 따와 만든 곳이다. 사실 룰북을 읽은 적도 없고, wod를 플레이해 본 적도 없지만, 어쨌든 뽕에 차기 좋은 세계관 아닌가?

각설하고, \'렘\'이 속한 PC 파티들은 자신의 상상력과 의지력을 이용한 마법사들로 이루어진 파티였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조잡하기 그지없는 설정이었다. 뭐 원거리 공격을 하고 싶으면 근처 바위를 마나의 힘으로 들어올려(판정) 공중에서 잘게 부순뒤(판정), 그 파편들을 적을 향해 각기 빠르게 쏘아내어 공격(판정)하는 식이었다.

물론 판정은 조금 느렸고, 나는 플레이어들의 RP와 상상력을 룰에 끼워맞춰 알맞은 판정 공식을 제시하는데 두뇌의 거의 대부분을 사용해야만 했다. 그러나, 결과만 보면 다들 좋아했다. \'파이어볼 쏠게요. @주사위 @성공이염\' 보다는, \'음... 저건 불속성밖에 안먹히는 몹이네요...어떻게하지...아!! 던전 벽에 걸려있는 횃불을 마나의 힘으로 증폭해서 XXX하게 해서 YYY합니다!\'라고 하는 것을 다들 즐겼던 것이다

문제는, \'렘\'은 그런 창의력을 발휘하기엔 그런 순발력이 부족한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 혹은 그녀, 아 알게 뭐야. 그 새끼는 지속적으로 전투에서 소외되곤 했다.

아, 먼저 전투는 이런 식으로 이루어졌다. 마법사 A가 자신의 턴에 주변의 땅을 마법으로 갈아엎는다는 선언을 통해 파티 주변에 진창을 만들어 적들의 발을 묶는 사이, 마법사 B가 시약 주머니에서 화약 뭉치를 꺼내 광역 화염 피해를 입히고, 그 틈을 타 마법사 C가 주변에 흐르는 강의 바닥을 깎아낸다는 선언(많은 턴 소요)을 통해 적들을 수장시키는 식이었다.

우리의 \'렘\'은?

렘 : 저는 적들을 매섭게 노려봅니다.

GM : 렘은 전의를 다지는군요.

렘 : 아뇨, 경멸의 눈빛이죠. 저런 하급 몹한테 전의같은 걸 품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죠. 그저, 방에 들어온 모기를 잡기 위해 준비하는거죠.

GM : 아 네...그래서 선언은요?

렘 : 정신을 집중해 주변의 온도를 극한까지 내립니다. 적들이 얼어 부서져내릴때까지 온도를 낮출거에요. 얼어붙은 적들 사이로 차가운 웃음을 흘리며 노니겠습니다.

GM : (...?)지금 계절은 여름이고, 시간은 정오입니다. 일년 중 가장 더운 이런 시기에 그런 마법은 굉장히 난이도가 있겠네요. 그러면 (룰북 뒤적) 두 턴 간 집중해야 하구요, 세 번째 턴에 광역 한파 판정해보죠.

렘 : 왜 이렇게 많이 걸려요?

GM : 아까 설명드렸는데...아까 마법사 C님도 강바닥 굴착 할 때 두 턴 소모했는데...

렘 : ...네.

마법사 ABC : 렘님이 광역 슬로우 거시니까, 그때까지 렘님 잘 지켜보죠.

(두 턴 후)

GM : 그럼 이번에 렘님의 판정이 있겠군요.

렘 : 두 턴간 정신 집중을 하는 사이, 이미 주변의 공기는 차갑게 냉각되었고, 제 머리와 피부엔 얇은 살얼음이 내려앉았어요. 제 입에선 이미 하얀 김이 내뿜어져나오지만, 그보다 더 차가운 것은 적들을 쏘아보는 제 눈빛입니다.

GM : 아 렘님 일단 판정 먼저...

렘 : ;;; @주사위 @실패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