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친적' 이야기를 꺼냈을 때 바로 눈치챈 친구들도 있을텐데, 맞아. '하세가와 코다카'는 친구를 구하러 왔던 거야. 이 친구는, 자신과 같은 부류의 인간을 찾아 넷스페이스를 탐험하다 이 'TRPG'라는 씹덕 취미를 발견하고 만거지. 누군가는 의문을 품을거야. '친구를 구하려면 본인 취향의 씹덕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친목질을 하면 되는 거 아냐? 왜 피곤하게 취향에도 안맞는 TRPG 커뮤에 가입해서 굳이 TR 모임까지 나가지?'
글쎄. 생각해 봐. 각종 씹덕 커뮤니티에서 간헐적으로 개최되는 '정모' 외에 씹덕들끼리 얼굴을 맞대는 상황이 있을까? 절대 아니지. 그저 같은 취미, 같은 취향을 공유하며 채팅방, 혹은 트위터 상에서 쿰척거리는 것이 소위 말하는 씹덕-친목의 전부이고, 얼굴을 맞대는 것은 앞서 언급한 '정모' 혹은 '번개' 외에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거야. 아 자주 만난다고? 그건 네가 운이 좋은 편이고... 일단 나만해도 다수의 씹덕-커뮤니티에 발을 담그고 있고, 오랫동안 좆목질을 했지만 실제 얼굴을 맞댄 적은 거의 없어. 서로 생일까지도 기억하고 기프티콘을 쏴주는 좆목질 (랜선) 친구는 많지만, 그들의 얼굴은 모른다는게 아이러니할 뿐이지.
내 생각이 과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그가 '실제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서 취향에도 안 맞는 TRPG 세상에 발을 담그게 되었으리라고 생각해. 추측이지만, 내 생각에 그는...아마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했을 거야. 이 친구의 커뮤니티 가입일과 내 구인글에 댓글을 단 시기 사이에는 꽤 긴 시간 간격이 있었거든. 일단 가입하고, TRPG라는 취미를 공부하고, 커뮤니티에 상주하는 이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그 외 등등의 일들을 했겠지. 그리고 그는 어느 순간 결심을 했고, 내 구인글에 댓글을 달았겠지.
내가 왜 이렇게 비약적인 논리를 펼치냐고?
음...내가 마스터링을 한 지 꽤 되었지만, 이 친구만큼 TRPG를 즐기지 못한 친구는 없었어. 그리고, 이 친구만큼 플레이 후의 뒤풀이에 집착하는 친구도 없었고 말이야. '플레이 후의 즐거운 뒤풀이'를 위해 'TRPG 플레이'를 힘겹게 버텨내는 플레이어의 모습...그걸 포착하지 못할 GM은 없을거야.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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