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불아가리

용은 어째서 강하죠? 하늘을 날며 지상에 그림자를 드리울 날개 때문인가요? 열 겹의 방패와 같은 비늘은요? 모든 갑옷을 찢어 발길 수 있는 발톱과 어떤 해골이라도 으스릴 수 있는 송곳니? 사실, 이 모든 것이 있더라도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는 숨결이 없다면, 모자란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앞에서는,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가 모자란 것이겠지요.


“나으리께 네 놈들을 바치면, 오늘 입가심은 내가 아니겠지!”

- 릭토, 잿불아가리의 간식거리,

대략적 위치

혜성내림이라 불리는 잿불아가리의 둥지는 동쪽 야만 세상에 있지만, 그 거리는 문명 세상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혜성내림에는 수많은 코볼트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혜성내림을 청소하거나, 보물을 정리하거나, 잿불아가리의 식사거리를 가져오거나, 그에게 간식거리로 먹힙니다.

알려진 이야기

잿불아가리는 과거 붉은 혜성이라 불렸습니다. 본디 붉은 혜성은 유린자의 군단에 속해있었지요. 하지만 유린자가 침공에 실패하고 외눈이 되었을 때, 붉은 혜성은 군단을 떠나 이 세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둥지 혜성내림의 절묘한 위치 덕에 문명 세상과 야만 세상 양 쪽 모두가 그에게 시달렸지요. 유린자의 군단에서도 가장 강한 용, 적색 그 자체이었던 붉은 혜성은 자신의 악명을 드높였고, 제왕과 군벌 쌍방의, 그리고 나머지 다양한 권력자들의 골칫거리였습니다. 진실인지, 허풍인지 모르겠지만 붉은 혜성은 자신의 이야기를 마구 떠들었습니다.

구원의 손맛

붉은 혜성은 구원의 손이 한쪽 손을 잃고 옛 영웅이 된 것은 자신이 그 손을 씹어먹었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붉은 혜성의 이야기에 따르면 구원의 손은 금속룡이었는데, 색채룡 중에서도 가장 강한 적룡인 자신에게는 절대 상대가 되지 못했다합니다.

칼날 반석 통구이

붉은 혜성은 자신이 칼날 반석에 숨결을 마구 불어넣어 여명 대장과 여명대의 병사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칼날 반석은 역시 룬장이의 작품이었기에 끄떡없었다고 했죠. 그는 또한 이 뒤에 룬장이가 이 위대한 자신에게 작품을 바친다면 기꺼이 받아주겠노라고 했습니다.

붉은 빛 보다 빨간 적색

붉은 신관이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 것은 모두 자신 때문이라 붉은 혜성은 이야기했습니다. 붉은 신관이 자신의 교단 명칭을 붉은빛 교단이 아닌 자주빛 교단이라 정한 것도, 감히 붉은 색을 그 이름으로 쓸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죠.

그림자마저 불태우리라

그림자회의 실험실과 연구소가 아무리 숨으려 하여도, 용의 감각을 피할 수는 없었다 붉은 혜성은 말했습니다. 그 안의 온갖 것들이 불길에 휩싸여 지독한 연기를 뿜어내는 광경은, 높은 하늘을 나는 용만이 온전히 즐길 수 있다고 말이죠.

하지만 결국

붉은 혜성은 용권이 감히 용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며 싸움을 걸었습니다. 붉은 혜성은 마구 불을 뿜었고, 용권은 높이 뛰어올랐습니다. 그것이 붉은 혜성의 최후였습니다. 적색 그 자체는 숨결을 잃어버린 채 도망쳤지요.


숨결을 잃은 붉은 혜성은 무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겸허히 스스로를 잿불아가리라 칭한 그는, 과거의 악행에 대해 사과하진 않았지만 보다 얌전해진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적룡답지 않게 코볼트들을 간식거리 뿐 아니라 하인으로도 둥지에 들이고, 자신이 이제껏 축적한 보화를 이용해 다른 이들과의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덕에 그는 표상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저 괴물일 뿐인 존재는 결코, 세상을 위협할 수는 있더라도, 세상을 움직일 힘을 가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친구와 적, 진정한 위협은 앞으로 쓸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