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소개글은 모르는 군대(Unknown Armies) 3판. 이 세상에는 모르는 것이 약이 될 때가 있다는 것을 알려 줌.
사실 너희도 별로 알고 싶지 않아할 것이라 믿고 있음.
들어가기 전에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이걸로 약파는 이들이 언급하는 아빠딸이니 어댑터니 아키타입이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딴 것들이 그리 중요했으면 아더 데니즌스가 아더 데니즌스가 되기 전에는 갓겜이었겠지.
중요한 것은 이것을 돌릴 수 있느냐 없느냐와 그 다음에 이것과 이것을 포장한 설정들이 그래서 얼마나 플레이어들
입장에서 즐길만한가...가 될 것임. 그런 면에서는 일단 합격점을 줄 건데... 국내의 정서 기준에는 미달일 거 같음.
다만 내 기준은 좀 많이 편협할 수 있으니 너희가 보고서 평가해 주면 좋겠다.
세계관
사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퓨어한 오컬트물임. 진짜야. 원래 오컬트란 것은 영적으로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해 자신을 보다 더 위대하게 하고 궁극에 다다르는 것임. 다만 우리 찐따들은 대개 그런 고-귀한 목표보다는
단지 좀 더 눈에 들어올 만한(그러면서도 충분히 비현실적인) 목표에 집착할 뿐이지. 이게 아마 다 포스트모더니즘
때문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컬트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아. 그러니까 중국의 높으신 분들이 도를 닦는답시고
수은을 쳐묵쳐묵하고 그러던 거나 모르는 군대의 찐따들이 찐따다운 짓을 하는 거나 구조와 의미면에서는 사실은
별 차이가 없는 거라고. 그러기에 당연히 속세의 인연을 갈아넣고 뭐 남들이 보기에는 개미1친 짓을 하고 그런다.
왜냐면 비현실적이며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나도 비현실적인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되잖아?
패왕상후권을 배운 상대에게는 중화기를 쓸 수 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지.
그리고 우리 찐따들이 마치 불교에서 도 닦는 것 마냥(불교 신자가 있다면 늦었지만 사죄하겠음) 집착이라는 이름의
수행을 거듭하며 올라가면 이게 결국 피라미드형 구조라서 맨 위에는 누군가가 있게 마련이고, 그러면 어느 고승이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고 했듯이 그놈을 죽여야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음. 애시당초 저기서도 부처를 죽이란
근본 목표는 해탈이었잖아? 아바타니 어뎁트니 하는 것은 그래서 내가 집착을 통해 형성되는 피라미드형 구조에서
중간쯤에 있나 위쪽에 있나 내지는 얼마나 덜 사람스러워 졌는가를 표시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좀 더 폼나게 체계를
세분화해도 됐을 텐데 그게 아쉽지만. 하여간 그런 것임. 문제는 이 본질을 아주 궤멸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설명 안 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거 같았음) 그 본질을 볼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 지 알 수 없다는 것임.
판정법
D100을 써서 % 단위로 판정함. 어디서 많이 봤지? 특이하게도 주사위의 눈이 똑같으면 좀 더 특별한 효과가 발생함.
또한 플립-플롭이라고 10의 자리와 1의 자리를 바꾸는 야바위도 제공해 주고 주사위 굴려서 킵하는 것도 지원해 줌.
정체성
별로 알고 싶지 않게 만드는 요소. 직업과는 다르고, CoC의 스킬과 비슷한 개념. 문제는 이게 마법도 쓰고 그러는 데
사용되는 등 만능열쇠가 따로 없다는 것임. 사실 비슷한 개념은 아마도 Risus에서 쓰는 '클리셰' 아닐까 싶음. 다만
이게 어디에 어떻게 연관되며 어떻게 쓸 수 있는가가 좀 더 구체적으로 제시... 아니다. 제한 된다고 하는 게 맞겠군.
<괴상한 예시>
"네로"라는 이탈리아계 여성 캐릭터를 만들고 여기에 "황제"라는 정체성을 40%, "예술가"라는 정체성을 10%주자.
그리고 네로에게 예술 활동을 하게 함. 원래대로는 네로는 90% 확률로 이게 예술이냐는 소리가 나올 실패작을 만듬.
하지만 "황제"로서의 권력으로 자기 작품이 예술작이라고 우기면 40%의 확률로 예술작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음.
그러고도 40% 밖에 안 된다는 것과 올바른 예제가 아닌 것 같은 게 뭔가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런 식이라고 보면 됨.
어빌리티
쉽게 말해 내 정체성들과 별 관계 없는 걸 할 때 쓰는 요소들. 업비트 계열과 다운비트 계열로 나뉘며, 업비트 계열은
스트레스 표의 급수들이 얼마나 체크가 덜 되어 있는가에 따라 증가하고, 반대로 다운비트는 스트레스 표의 급수들이
체크가 많이 되어 있을수록 증가함. 쉽게 말해 둘은 반비례하고, 일단 최소값 보정은 있는데 대체가 가능한 정체성이
있으면 그거 쓰는 게 나을 거임.
열정 / 집착
분노, 공포, 고귀함의 세 열정과 집착 하나를 가진다고 함. 열정과 관계된 판정을 할 때 주사위 결과를 주작한다거나
뭐 그런 옵션이 주어지고, 집착은 자신의 정체성과 이어져서 열정처럼 주사위 결과 주작 등의 옵션을 줄 뿐 아니라
초자연적인 힘과도 이어짐. 쉽게 말해서 마법이다 마법.
인간 관계
말 그대로 인간 관계. 근데 어차피 도 닦는 사람이 속세와 멀어지듯이....
정신적 스트레스
기본적으로 랭크로 수준을 구분하며, 스트레스를 주는 방식에 따라 폭력 / 초자연 / 무력감 / 고립감 / 자아로 나뉨.
미국방위대의 폭력 / 초자연 / 무력감 3종 분류보다 좀 더 진보된 건지 쓸데없이 많아진 건지는 각자 생각해 보자.
문제는 이게 CoC 등에 나오는 Sanity 수치 개념이 아니라 특유의 급수(Notches) 개념으로 체크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버텨낼 때 체크하는 급수 표와 버티지 못하고 실패했을 때 체크하는 급수 표가 각 계열별로 따로 있어.
일단 내가 정신적 충격을 받으면 그 충격이 어느 계열에 속하는 가를 봐야 함.
1-a. 그 계열 표에 이번에 받은 충격의 랭크와 같은 급수가 이미 체크되어 있다면 무감각해진 상태라 자동 패스.
1-b. 그 계열 표에 이번에 받은 충격의 랭크와 같은 급수가 체크되어 있지 않다면 정체성 중 하나를 기준으로 판정.
1-b-가. 판정에 성공하면 표에 체크되어 있지 않은 급수 중 가장 낮은 급수를 체크함. "괜찮아, 튕겨냈다."
1-b-나. 판정에 실패하면 저 표 대신 실패 급수 표에 체크해야 하고 미쳐 날뛰거나, 마비되거나, 공포에 질림.
물론 실패 급수 표가 다 차면 살짝 미쳐버리는데 그나마 CoC처럼 캐릭터가 마스터의 소유물로 전락하지는 않고
영구적으로 정신병에 걸리는 수준으로 처리가 됨. 대신 일정 수 이상의 급수를 견뎌내면(판정에 성공하거나 해서
체크를 했다면) 꿈도 희망도 없는 고갈 상태가 될 수 있음.
전투
D100면체 전투가 대개 다 그렇다는 법칙에서는 별로 벗어나지 않았음.
마법
마법은... 좀 괴악하다. "하하 선생들은 사실 다 얼간이야! 비유클리드 기하학 만세!"를 외치는 크툴루 신화와 달리
모르는 군대의 마법은 마게스러운 면이 보임. 우리 플레이어들은 뭔가에 대한 강한 집착을 근원으로 현실을 비트는
변태새끼들이라는 소리이며, 심지어 "패러독스가 없으면 마법이 아니다"는 끔찍하기 그지없는 소리까지 적어놓음.
우웩... 속이 좋아졌으니 마저 이야기하자. 우리 변태들은 뭔가에 대한 강렬한 집착과 그것을 어필하는 행동을 통해
자원을 생성하며, 이것으로 마법을 씀. 그리고 그 집착과 행동의 과정 안에는 일종의 패러독스가 존재함. 예를 들어
읽지 않는 책, 쏘지 않는 총 뭐 그런 식으로 말이지.
아니 그래서 어디가 무서운 거야?
이 게임은 호러라고 하는데... 어디가 호러냐고? 답은 간단함. 우리 찐따들의 목표는 대개 비현실적이며 그런 것들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은 절대로 정상적일 리 없음. 그러니까 그 과정에서 뒤틀리며 망가지고 부서지고 때로는 죽어나감.
말하자면 얘들은 외부에서 보면 개병1신같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카이지의 인간 경마같은 개막장스러운 행동을
하는 것과 같거든. 조금이라도 숭고해 보이고 싶다면 안데르센의 어머니 이야기에 나오는 어머니가 했던 온갖 희생을
예로 들도록 하자. 그리고 그걸 네가 너의 선택으로(혹은 원하지 않게) 겪는다고 생각해 봐.
여담
이 룰의 최대의 비극은 역시 이걸로 뭘 해야 할지 알 정도의 빌런들이 TRPG에 손을 댔다면 아마 딴 룰 하나씩 꿰차고
마스터 노릇을 하고 있을 게 분명해 보인다는 것임.
3줄 요약
좀 많이 포스트모더니즘 물을 먹여서 포장해 놓은 퓨어한 오컬트물.
퓨어한 오컬트나 포스트모더니즘 물이나 둘 다 원래 사람에게 해로움.
아더 데니즌스를 좋아한 사람에게는 대체제가 될 여지가 있어 보임.
위에 나온 부처가 되기위해 부처를 죽이는 내용이 보고싶으시다면 킨들에서 God Walker를 읽어보세요~
솔직히 그 제일 중요한 '그 과정에서 뒤틀리며 망가지고 부서지고 때로는 죽어나가는'법은 안말해주고 내내 이런것도 있어요~만 하는건 아쉬운데
그렉스톨즈는 인간성 상실같은건 그냥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어날테니 굳이 공포를 느끼는 법을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것 같음
저는 바이올린을 만드는 사람이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같은 말도 했고....
문제는 공포를 느끼는법 이전에 공포를 느끼게 할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단거... Book4도 솔직히 '일단 이것들 다보셈'하고 유저들에게 떠넘기는 수준
그러니까 이게 국내 정서에 별로 안 맞는다는 거야. 적어도 마스터는 그런 내용과 의미, 과정을 이해하고 어떻게 보여줄 지 구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는데 국내에서 오컬트의 입지는 그냥 귀신 유령 저주 주술 그런 거잖아. 그나마 스트레스의 크기에 따른 예시는 줬다만.
그리고 이건 사족인데 그렉스톨즈 메인트윗인 '우리가 겪는 고통은 우리를 남들의 고통에 공감하게 하거나, 무감각하게 만들어준다. 그것은 당신에게 달려있다.'도 언노운아미즈의 주제와 어느정도 연관있다봄요
글쎄..... 우리 찐따들은 뭔지는 몰라도 하여간 뭔가에 집착하는 게 전제되고 뭔가 개떡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잖아. 그게 자기네 목표와 상관이 없다면 남의 고통에 공감해 줄 리가 없을 걸. 그러기엔 너무 멀리 간 놈들일 거야. 오히려 니체스럽게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강하게 만들 뿐이다"를 어필하다가 진짜로 훅 가는 쪽이라고 생각함.
예전에 농담으로 3수생이 최강인 룰이라 했었는데... 오컬트 대신 입시 전쟁물이였으면 한국정서에 맞았을지도?
군대의 공포는 개인의 파멸이라 은근한 구석이 있음. 사실 rpg로 공포물 한다는 것 자체가 병맛이긴 한데, 군대는 공포떼도 그 자체로도 최고존엄급 병맛이다.
그리고 한국정서에 안 맞는다는 건 다른 시각에서 동의하는 바인데 이런거랑 비슷한 소설이나 영화를 한국에서 보거나 구할 길이 없거든. 군대는 문화강국 쌀국의 게임이란 걸 요즘 확신하게 되더라.
어 나도 그런 점은 인식함. 그러니까 그런 거 찾아볼 놈들은 굳이 이 룰 안 하고 딴 거 마스터하고 있을 거라는 거지.... 그리고 군대는 일단 멀쩡한 오컬트 구성에서 영적인 목표를 대놓고 병맛넘치는 집착 덩어리로 바꾼 시점에서 그걸 외부에서 봤을 때 안 웃기면 이상해지는 거임.
군대는 전통 서양 오컬트한답시고 위저보드쓰는 게임이 아니라 여고생들이 밤늦게 학교에 모여서 분신사바 오뒤쎄이그라쒜이하는 게임이니까 웃긴 게 정상이지.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 세상인게 문제지.
사실 한국에서 저런 정서에 가장 가까운 캐릭터를 찾다보면 학원기이야담의 나유리가 나오지 않을까 싶음. "전교 1등을 하기 위해서" 비현실적인 수단도 마다하지 않잖아. 문제는 전교 1등도 비인간적인 수준의 존재니까 그게 번번히 안 먹히는 데다 작품이 작품이니 그러는 게 웃기게 나왔지만 한 10~15등에서 시작해서 하나씩 죽여 없애 나간다면(그러면서 부작용에 시달린다면) 모르는 군대에 나와도 딱히 이상하진 않을 거 같음.
역시 답은 모르는 재수생이다
솔직히 이런 건 B급정서에 훨씬 너그러운 일본애들이 잘 할 것 같은데 왠지 이걸 다루는 글을 본 적 없는 것 같다
근데 왜 크툴루물로 글 쓰면 이렇게 덧글이 안 달리지? 알 수가 없네
걔들의 오컬트에 대한 관점을 보면 그런 걸 기대하기엔 좀 묘하지 않나 싶음. 우리가 오컬트를 보는 관점도 어찌보면 거기서 오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독스프 다루면 덧글 폭주한다
이.... 이이이이이!
일본의 (요즘) 오컬트관은 동의하는 게 언제부턴가 신비를 신비 그 자체로 보지 못 하게 된 듯 하더라. 그래서 과학적이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걸 덧붙이는 것 같은데 재미없는 수준을 너머 촘 유치하다...
크툴루는 사실 토를 달 것도 할 말도 별로 없어서... orz 대신 추천이 크툴루쪽이 더 잘 달리니 그걸로 위안을……
크툴루는 AWE보다 추천이 안 오르니까 위안이 안 되는데 진짜로 약빨고 독-스프를 들이킬까 진심으로 고민된다
관심을 받기 위해 사도로 빠지는 것인가
마셔보면 의외로 재밌지 않을까... 아무튼 반응 많이 나온다는 건 분명히 뭔가가 있어서라고 생각하는 편이라서... 퓨어파인 영감님을 리트머스지로 써 보고 싶다......
아니 사실 플레이도 몇 년 전에 요청받아서 해 봄.
한국 전통문화의 현세구복적 성격, 죽은 이들의 혼이 영속하며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한다는 사고관, 유학이 지정한 괴력난신, 일신교에서 방출당한 어두운 상상력이 작용한게 오컬트라면 당연히 한국에서는 죽어날 수밖에 없는 세계관이지
기질적으로 이쪽 사람들에겐 오컬트적 금기에 대한 열망이랄게 없다
ㄴ좀 더 상세한 설명 부탁드려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