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던전월드를 돌려 봤을 때 참으로 끔찍한 경험을 했고
RPG의 이니셔티브란 한 사람에게 한 표가 주어지는 것처럼 소중한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지만
그 이후에도 나름 열심히 파 보았음

이것저것 사서 읽기도 하고, 조언들도 찾아 보고,
여기저기 찾아가서 플레이도 꽤 해 봤음

왜 그랬느냐면 AWE의 디자인 철학이 내가 그동안 이래저래 생각해 온 것들과 맞는 부분이 많아서였음
그 이야기에 있어서 유의미한 액션과 소품들을 추려내고, 그것들을 플레이어들에게 알기 쉽게 전달하며,
인물의 목적을 방해할 극적 요소들을 준비해서 꼬이는 과정을 즐기는(7-9의 명시야말로 AWE의 본질이라고 생각함) 한편,
이야기 내외에 적극적으로 참가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는 것들...
새 시스템을 시작할 때도 상대적으로 준비량이 적은 것도 장점이고


그리고 난 후에 내린 결론은,
난 AWE를 플레이어로는 즐길 수 있어도 마스터로는 무리라는 것...


플레이어로는 괜찮음. 참가한 플레이들 대부분이 나름 재미있었다.
반면 마스터로서는 나 개인의 임기응변력이 형편없는 것,
그리고 극적인 갈등이 발생했을 때(단적으로 말하면 전투...) 게임의 규칙으로 명시하기 어려운 게 굉장히 불편했음
혹시나 싶어서 말해 두자면 이건 룰상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


예를 들어 하늘을 나는 비공선을 타고 가면서 누군가를 호위하는 시나리오라고 할 때,
습격해올 적들의 데이터와 습격 방법(하피를 대량 포섭해서 현혹의 노래로 방어자들을 유인하고, 디스펠 애로우를 챙겨서 플라이 받고 날아오른 방어자들을 지옥에 보낸다거나),
비공선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 변화(흔들림, 기울어짐, 뒤집힘!, 추락, 발판이 꺼짐, 화재, 마스트가 부러짐, 악천후 효과 등),
비공선의 시설/장비 이용법(대포는 몇 문이고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비행과 날씨 제어를 관장하는 보주는 어떤 스킬로 컨트롤 가능한가,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갑판에 밧줄을 걸어둔다면 그럴 수 있는 포인트는 어디인가),
사전 준비나 진행에 따라 어떤 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가(승객 중 누군가가 드래곤이라서 여행 중 호의를 얻으면 전투시에 도와주는데 이러이러한 갓 중 하나를 요청할 수 있다거나,, 잠복해 있던 첩자를 잡아서 습격자 정보를 미리 얻고 대비한다거나, 이 비공선을 버리고 아예 적 비공선에 건너타는데 그쪽은 습격용 작은 비공선이라 필드가 극히 좁은 대난전 사양이 된다거나)

뭐 이런 것들을 데이터로 만들고 적용하는 걸 좋아함
그런데 이것들을 AWE로 돌리려고 하면, 그냥 조금 설명이 다른 위험돌파의 반복이 되거나, 아니면 제각각 움직이는 인물들과 명시되지 않은 흐름 속에서 내 정신이 혼미해지거나 하더라구... (말했지만 내 능력의 문제일 것... 잘하는 사람은 잘 하겠지)
그런데 내가 마스터링을 하는 보람은 주로 그런 데에 있단 말이지


그러니 선택지는 AWE를 유지하면서 그런 부분만은 내게 친숙한 방식으로 진행하거나,
걍 친숙한 게임을 하면서 AWE에서 좋았던 점들을 적당히 가져와서 반영하는 건데,
아무래도 후자가 더 편하겠더라구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시점에서 역시 나는 AWE 마스터에 안 어울리는 것이겠지.....






3줄 요약
AWE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마스터하긴 어렵더라
그래서 걍 포기하고 좋은 것만 가져다 붙이기로 함
일단은 Legacy를 포스트아포칼립스 갓바운드에 이식해 보도록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