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렇게 쉬운게 아니니까 구회가 쉽지 않은거야. 신규 입회자가 트롤러인지, 껄떡쇠인지, 이도저도 아니면 걍 사회성 결여된 찐따인지 구인자들이 뭘 보고 판단하는데?
구회글?
나는 구회글 자주 읽어보는데, 솔직히 얘기하자면 딱히 끌리는 사람 없었다. TRPG판이 아무리 마스터나 고인물 플레이어가 초보 플레이어를 키워내는 구조라고는 해도, 이 신규 플레이어들 또한 자신이 뭘 원하고 어떤 형태의 플레이를 선호하는지 피력해야할 최소한의 의무는 수행해야하지 않을까?
좀 거칠게 말해보자면, 기업 면접 시에 제출하는 자기소개서라고 생각해도 되겠지. 구직자는 자신이 지원한 회사에서 근무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왔고, 이 회사에서 어떤 보직을 맡고 싶으며, 그 보직을 수행하기 위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어필하는 그런 자기소개서 말이야.
근데 그런 최소한의 자기 소개도 없이 \'뉴비임 구회함 ㅅㄱ\' 한 줄 적어두면 뭘 어쩌라는건지 모르겠다. 아무리 뉴비라고 해도 막상 팀에 참가하게되면 그 팀에서 뽑아내는 즐거움에 일조하게 되고, 또한 그럴 의무도 생김. 그러기 위해서 결성된 팀이니까.
그래서 자연스레 \'사람 거른다\'라는 말이 나오는거지.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결성한 팀인데, 불행과 증오만을 뿜어내는 사람이 들어오는 것을 최대한 막아야하지 않겠어? 그래서 신규 팀원 받을 때 면접도 하고, 이야기도 오래 나눠보는거잖아. 근데, 구회글만 보면 한숨만 나오지 정말. 최소한 말을 걸어서 이야기를 해 볼 마음이라도 생기게 구회글을 써야 좀 구회가 잘 되지 않겠어?
여러가지 정말 말 안 걸고 싶은 구회글 타입이 있는데 두 개만 뽑아볼까.
1. 파티 구해요~ 초보자 키워주실 분~
: 전형적인 뉴비 구회글인데, 글쎄. 자신이 뭘 하고 싶은지조차 제대로 설명 안해둔 이런 구회글은 어딜 어떻게 물어봐야할 지 감도 안 온다. 한번 궁금해서 물어본 적이 있었음. 팀원이 한 명 비었던 때가 있었거든.
나 : 안녕하세요. 팀 구하신다면서요.
늅 : 네 안녕하세요.
나 : 아 근데 TRPG 초보시라고... 혹시 어떤 룰을 하고 싶으셨던건가요? 아님 하고 싶은 주제라던가, 테마같은건 있나요.
늅 : 음...사실 잘 모르겠어요. TRPG를 한 번 해보고 싶어서요 그냥.
나 : (각종 룰, 여러 세계관, 모사주의 서사주의 등등의 기본적인 개념을 장시간 설명)
늅 : 생각보다 복잡하네요...
나 : 네ㅎㅎ 저희 팀은 저기서 새비지월드랑 디앤디를 하고 있어요.
늅 : 음...그럼 저걸 룰을 다 공부해야하는거였군요. 쫌 복잡해서.. ㅅㄱ염 배그하러감
나 : ...
2. 경험해 본 룰 열거형
: 자신이 해본 룰들만 한줄 찍 적어두고 한없이 기다리는 유형. 사실 어떤 룰을 경험해본거랑, 구인자 본인이 어떤 유형의 플레이어인지 설명하는거랑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야.
\"저, 무려 메이지 디 어센션을 플레이해봤습니다...크킄...\" 하면 그게 갓 플레이어냐고. 차라리 \"로우 파워에서 진행되는 처절한 고군분투기를 즐기는 하드코어 모사룰을 좋아합니다\" 가 플레이어 자신을 더 잘 설명해주잖아? 제발, 니가 그동안 한 룰들 줄줄 늘어놓고 \'이정도 경력이면 GM들이 눈물콧물 빼면서 제발 자기랑 같이 가 달라고 오줌지리며 방바닥을 굴러다니겠지 크킄\' 하지마 제발...
딱 두개만 뽑아봤는데, 여튼 뭐 그렇다. 정리해보자면, 구회글은 (인맥이 없다면) 신규 플레이어 자신이 기존 TRPG팀에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라는거야. 각 팀의 마스터들은 그저 그 글만 보고 신규 플레이어를 판단하는 것이고. 팀의 자리는 한정되어 있고 그만큼 엄선해서 팀원을 골라야하는데, 안팔리는 구회글들은 팀의 마스터에게 어필하는데 실패한 구회글이라는것이겠지?
무슨 구회글 쓰는데 그따위 노력을 해야하나 생각이 들면 집어치우고 컴퓨터게임 하러 가. 거긴 파티 매칭 시스템 개 쩌니까.
마스터부심 좆같네, 하는 생각도 들텐데, 맞음. 좆같으면 네가 마스터잡고 좆같은 플레이어들 주렁주렁 달고 한 달 넘게 좆같은 칭얼거림과 대딸 열나게 해주다가 팀 터뜨리면 됨.
정성껏 쓴 구회글엔 사람들이 몰리지
잘 모르는 사람은 구회글도 뭐가 필요한지 모르니 그렇게 디테일하게 쓰기 어렵지...
TRPG라는 놀이를 하고 싶다면 관련 정보는 인터넷 상에 이미 차고 넘침. 여러 고인물들이 작성한 초보자 가이드도 많고, 위키에도 나름 잘 정리되어 있음. 기본 개념 정도만 갖추고자 한다면 혼자서도 못할 건 없다고 봄
'테니스'치고 싶다면 이게 라켓 가지고 공 치는 놀이인지, 발로 공차는 놀이인지는 알 거 아냐? 그런 기본 개념조차 안 갖추고 테니스 연습장 가서 테니스 고인물한테 '테니스가 뭐죠. 하지만 테니스 치고 싶네요ㅎㅎ'하고 묻는건 좀 심각한거 아닐까.
진짜 첫번째 같은 사람들 만나면 한숨밖에 안나온다.